드디어 보고 온 것과 똑같은 최고 점을 가리키는

표지판 발견!!!!!


머릿속이 허얘지면서 뻥 뚤리는 듯한 그런 쾌감이 밀려오면서

순간적으로 아드레날린이 치솟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여러 난관을 헤쳐내고 드디어 정상을 정복하고 만 것입니다.

시간은 벌써 12시를 지나있습니다.


자전거를 끌고서 태풍을 헤치고

여기까지 오는데 무려 6시간이나

걸렸습니다.



이 순간을 사진으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에 사진을 찍어보지만

똑딱이다보니 화각이 충분하게 나오지 않아서

왠 찌질한 울상만 찍혀 나옵니다.


웃어 볼려고 해도 얼굴 근육이 마비가 되서

표정이 안나옵니다.



이 순간은 어떤 수를 써서라도 사진으로 남겨야겠기에



비가 마구 쏟아지는 와중에도 D50을 꺼내서

고장나던 말던간에 셀카를 찍습니다.



승리의 순간에서 웃을려고 해도 웃음이 제대로 안나오는

아이러니한 상황

비를 직통으로 맞고 있는 내 피땀어린

D50을 보고 있어서 그런걸까요


D50을 싸고 있던 휴지로 얼굴의 물기를 닦아서 그런지

뺨에 휴지가 묻어있는게

왠지 더 불쌍함을 자아냅니다.




아무튼 현재 상황에서 지을 수 있는 최대한 밝은 표정으로

정태준 역사에 길이 남을 한컷을 남기고


뒤로 보이는 끝없이 펼쳐진 내리막을 향해

한걸음 두걸음 발을 내딛습니다.




인도도 없는 깎아지른 내리막을 덜덜 떨면서 내려가다가

경사가 너무 심해지면 그냥 내려서 걸어내려갑니다.

내리막에서도 끌고가야하는 현실이 매우 슬픕니다.


오다와라 까지는 13km남았다고 하는데

하코네를 올라오는 것이 12km 이었으니

이 내리막을 다 내려가면 오다와라가 나오나 봅니다.




본격적으로 미칠 듯한 경사가 나타납니다.


대략 손 발을 모두 이용한 브레이크를 잡아도

몇미터씩이나 주욱 미끄러져 내려가고



때때로 컨트롤이 안되는 불안한 느낌이 계속 들고

브레이크가 다 닳아 버리지 않을까 노심초사..


경사가 너무 심해서 발브레이크조차 무용지물이라

5분 타고 내려가고 5분 끌고 내려가고를 반복합니다.

참 환장합니다.



내려가는 중간중간 이런 고풍스런 건물이 잔뜩 등장하는데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속에 들어와있는 듯한

그런 느낌을 줍니다.




이건 왠지 이니셜디에 나오는 코스같은 느낌으로

왠지 저 중앙을 점프해서 넘을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간지가 느껴집니다.



내려가던중 다시 인도가 나오고

인도 옆으로 계곡물 같은게 흐르고 있는데

내린 비 때문에 물이 불어서 그런지


여기서 래프팅 같은걸 하면 동서남북 어디에서도

뼈도 못추려올것 같은 느낌으로

엄청난 소리를 내면서 물이 내려가고 있습니다.



정말 끝없이 계속 내려가는거 같습니다.

한 40~50분은 내려온거 같은데

아직도 끝이 보이질 않습니다.



그런가 싶더니 또

왠 난데없는 평지가 등장합니다.



뭔가 관광 목적으로 조성된 그런 마을 같은데

사람이 엄청 많습니다.

왠지 오랜만에 사람이 북적이는걸 보고 있으니

신기한 느낌마저 듭니다.


여긴 참 신기한 동네인거 같습니다.


엄청 특이하고 신기한 느낌에

맑은날 편하게 왔다면 재미있게 구경하고 갈텐데 하는

아쉬움 마저 생깁니다.



특산품을 파는 듯한 가게앞에서 셀카를 찍어 봅니다.

사진만 봐도 참 힘들어 보입니다..


셀카를 찍고 뒤에서 무료로 나눠주는 딸기 주스 같은걸

마시고서 약간의 아쉬움을 뒤로한채

다시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이런 산중에 전철이 들어오는 것도 신기합니다.


뭐랄까 일본의 퓨전 판타지 같은게

이런 풍경들을 접하고 살아 왔기에

나올 수 있었던게 아닐까

하는 그런 생각을 한번 해보면서



끝난줄 알았던 내리막으로

오다와라를 향해 다시 정신없이 내려갑니다.


한 10분쯤 더 내려왔을까..

이제 거의 다 내려온 듯한데


갑자기 비가 그치더니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합니다.



아니 서늘 하다기 보다는 아주 차가운

살을 에어 내는 듯한 그런 바람이 불어오는데


보온할려고 입었던 옷들이 다 젖은 상황에서

보온포도 별 소용이 없는지

전에 카메야마를 넘고났을 때의 그 추위의

딱 3배정도의 추위가 밀려오는데


물기가 기화하면서

온 몸이 꽉 옥 죄어드는듯한 느낌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습니다.



(그림은 기억속에 남아있는 오다와라를 대충 재구성함해서 그려봄)

아무튼 지금 제가 달리고 있는곳이

오다와라 인 듯 합니다.


교토쪽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고풍적인 풍경과 현대적인 느낌이 믹스 매치되어 있는

그런 동네인 느낌에 표지판에 근처에 성도 나와있다고 하는데


한순간이라도 멈추면

토할 것 같은 추위가 몰려와서


사진 한 장 찍을 엄두를 못내고

내 눈에 뭐가 보이는지도

모를 정도로 페달을 미친 듯이 밟고 달립니다.




아니 이 무슨.. 산을 다 내려와서

얼어 죽을 위기라니

그냥 미친 듯이 달리면서 왠지모를

억울함이 밀려옵니다.



그러던 중 꿈에 그리던 맥도날드를 발견!!!!

자전거를 대충 세워놓고 맥도날드 유리문을

뚫고 들어갈 기세로 빠르게 돌입합니다.




맥도날드에 들어가자마자 화장실에 들어와 문을 걸어잠그고

비치된 페이퍼 타올로 온 몸의 물기를 다 닦아내고


비맞아서 왠지 찝찝한 느낌에 세수를 하는데

찬물인데도 전과 같이 뜨겁게 느껴집니다.


테이블에 앉아서 우선 비를 왕창 맞은 카메라를 구석 구석 닦아내고

기능에 이상이 없나 점검을 해봅니다.

특별히 이상이 있는건 없는데


아빠번들렌즈에

습기가 왕창 차서 뭐가 뭔지

알아보지도 못하게 나오길래


휴지에 돌돌 말아서 가방에 넣어놓고

쩜팔렌즈로 갈아끼웁니다.



그리고 660엔 짜리 신제품으로 광고하느

왕 비싼 새우버거세트를 주문했는데

사진찍을 정신도 없이 헐레벌떡 줏어먹었습니다


왕 비싼 것과는 달리

버거가 완전 코딱지 만하고 간에 기별도 안가는데

콜라 리필도 안해주고 엉엉..


그래도 뭔가 사지를 벗어난 뒤의 식사라 그런지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는게..

한번 더 사먹고 싶은 유혹마저 느껴집니다.




아무튼 테이블에 앉아 쉬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합니다.


다 내려오고 나니까 딱 그쳐서 짜증나긴 하지만..

태풍이 지나갔는지 이제 비도 안내리고



맥도날드에서 편히 쉬면서

몸에 물기도 다 닦아내고 했으니

여행이 성공의 목전까지 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속도계를 확인해 보니 하코네부터 시작해서 30km을 넘게 달려 왔으니

이제 도쿄는 80km 안팎으로 남았다는것...



엄청난 산을 넘어왔으니 이제 산도 안나타날테고

라스트 스퍼트로 평속 20km 으로 달린다 치면

이제 도쿄는 4시간 거리밖에 안됩니다.


4시간..!


현재 시간이 낮 2시밖에 안되었으니

저녁 6시면 도쿄에 도착할 수 있다는 이야기인데..


생각하면 할수록 전율적인 느낌으로

도쿄가 꿈에서 현실로 바짝 다가온듯합니다.



쌩고생 할거 다하고 끼워맞추는 느낌이지만

아무튼 모든 것이 계획대로 착착 돌아간

결과적으로 완벽한 계획이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이 듭니다.



여튼 적당히 쉬었으니 출발하기로 하고

맥도날드를 나옵니다.


뒤늦게 오다와라의 풍경을 찍고 싶었으나

아까 찍고 싶었던 풍경 다 지나가고 이런거밖에 주위에 없음이

약간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오늘 처음부터 끝까지 생사고락을 같이한 나의 스트라이다.

무사히 내려와 준게 기특합니다.



다시 평평한(중요) 1번 국도로 달리기 시작합니다.

오랜시간을 악조건 속에 지냈더니

이런길에서는 그냥 페달질이 자동으로 되는거 같습니다.



처음으로 보는 듯한

영어 병기가 안된 표지판

다른건 전혀 모르겠지만

그래도 동경은 읽을 수 있습니다.


에헤라 디야~ 앞으로 도쿄가 83km!



미니스톱만 보면 스톱하고 싶지만

왠지 지금은 무조건 달려야 할 것 같아서 패스합니다.



시즈오카를 끝으로 볼 수 없을줄 알았던 바다를

승리의 기쁨으로 가득찬 상태에서 바라보니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습니다.



계속 마을을 관통하는 도로를 따라 달리고 또 달립니다.

역풍이 좀 심하게 부는 것 같지만

그래도 힘을 내서 페달을 밟습니다.


근데 중간중간 버스 정류소 표지판이라던가

가게 입간판 같은게 바닥에 나동그라져 있는게 드문드문 보이는데,


첨엔 바람에 넘어진거라 생각했지만 전부다 넘어져 있는걸로 봐서

태풍이 온다고 미리 뉘어놓은 것 같습니다.




한참 달리다보니 이제 끝난줄 알았던 비가

다시 마구마구 쏟아집니다.


그리고 사거리를 지날 때면

갑자기 옆에서 바람이 불어와서

넘어질 것 같습니다.


너무 바람이 세서 길 가다가 간판같은게 떨어져서

맞아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아직 태풍이 끝나지 않은 모양입니다.


맥도날드 나오면서 비그쳤다고 보온같은거

다 풀고 나왔는데 짜장납니다.



그래도 오다 말다 오다 말다 해서 좀 낫습니다.

아직까지 언덕같은건 코빼기도 보이지 않고..


자꾸 여기만 지나면 도쿄가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계속 듭니다.




이름 모를 마을을 지납니다.

도쿄말고는 아무런 관심이 없어진 상태라

페달에만 온 정신을 집중합니다.



드디어 두근두근 다리!..

여길 통과 하면 도쿄가 짠 나타날지도 모른다는

핑크빛 설레임.

을 가지고 달려 들려고 했는데

앞에 자전거를 타고 가고 있는 사람이 다리에 들어서더니

갑자기 옆으로 콰당 넘어지고서는

포복 전진을 하기 시작합니다.


사거리를 지날 때 보다 훨씬 심한 바람이

다리에서 불어오는 모양입니다.


아무튼 긴장감을 가지고 조금씩 다리로 들어섭니다.



다리를 지나기 전에 보니 비가 많이 내려서 다리 밑은 온통

물에 잠겨 있는 상태입니다.

그리고 다리로 딱 들어서는 순간...



연예 쇼프로그램에 벌칙으로 나오는 듯한

엄청난 바람이 쉴새없이 몰아칩니다.

생애 맞아본 바람중에서

가장 강력한 바람을 맞아보는 느낌입니다.

강한 바람에 온 몸이 옆으로 밀리는데

콱 넘어져서 차도로 떨어질거 같은 느낌에


내려서 자전거를 바람막이로 삼아

오리걸음으로 전진합니다.



옛날에 부산에서 태풍 불 때에 밖에 깜장 비닐봉지 냉장고 스티로폼

온통 날아다니고 나무 뿌리 뽑히고 하는 광경이 신기해서


카메라 들고 찍으러 딱 나갔는데

바로 안경이 바람에 날아가서

기어서 집에 들어왔던 생각이 문득 들길래


한손으로는 안경을 꼭 잡아 줍니다.






그 와중에서도 이 순간도

사진으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에 다리 중간쯤에

엎드린채로 찍은 사진입니다.


내 쪽은 어디에..


다리를 건너고 가던중에

세븐일레븐이 보이길래

좀 쉬어가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잽싸게 들어갑니다.




추워서 그런건지 자꾸 허덕거리는 느낌이 들길래

따뜻한 국물을 마시면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 구입한

156엔짜리 유부 라면



역시 기대를 저 버리지 않는 커다란 건더기

스프를 뿌리고 물을 넣습니다.


요 시리즈 라면은 전부 심하게 짭짤했었으니

물을 거의 끝까지 부어 넣었습니다.



3분후 포동포동하게 물이 오른 유부와 함께 라면을 먹는데

이건 짠 계열의 라면이 아닌지 좀 싱겁습니다.

물을 맞게 넣으면 짜고 더넣으면 싱겁고..

이건뭐..


적당한 대조군이 없긴 하지만 여튼 맛은 농심 튀김우동이랑 비슷합니다.


아무튼 세븐일레븐이라 따로 먹는곳이 없고..

밖에는 비가 내려서 가게 귀퉁이에 서서

약간 싱거운 라면을 홀짝입니다.




국물까지 몽땅 들이키고 후식으로 구입한

105엔짜리 팥소당고.

우리나라 찹쌀떡이랑 비슷한 구성이지만



쫀득한 느낌은 조금 덜한 대신 부드럽고 말캉말캉한게

아주 입에서 살살 녹습니다.



라면을 먹고 나오니 어느새 어둑어둑해져 있습니다.

시간은 오후 5시 낙관적 예상대로라면 지금쯤

도쿄 초입에 들어와있어야 하는 상태긴 한데 ..


북적북적 하는걸로 봐선 이미

도쿄의 외각에 들어온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잠시후

아직 도쿄까지는 54km가 남았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쉬는시간까지 합쳐서 계산해 보면

대략 한시간에 10km 씩 달려왔습니다...


계산해 보면 대략 10시쯤 도착이라는 건데

달리면서 자꾸만 속도계의 거리를 확인하게 되고

마음이 조급해 집니다.



날씨가 흐려서 그런지 더욱 밤이 빨리 찾아오는 듯 합니다.

이제 6시인데..

그리고 또다시 비가 왕창 쏟아집니다.



근데 가다보니 왠 고속도로인지 뭔지 몰라도

인도가 없어지고 왕복 3차선 도로가 나오고

차들이 완전 미친 속도로 달려 댑니다.


빨리 가야겠다는 생각에 잠시 공포심을 억누르며

같이 달리기 시작하는데

바람이 불어서 자전거를 제대로 제어할 수도 없고

가던중 봉고 한 대가 옆을 지나가는데


바로 뺨 옆으로 백미러가 스치는

일촉즉발의 섬뜩한 체험을 하고나니


완전히 패닉상태가 되어

자전거에서 내려서 구석에 붙어 천천히 끌고 갑니다.

길을 보니 인도도 없고 아까부터 방음벽이 쳐져 있는걸 보니

아무래도 여긴 고속도로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인지하고 나니

끌고 가는데도 차들이 너무 빨리 지나가서 오금이 저립니다.





중간에 생뚱맞게 나있는 내리막길을 내려가니 인도가 보이는데

왠 철문으로 막혀 있길래


아래의 틈으로 자전거를 눕혀서 들여 보내고

포복으로 통과 합니다.

어딘가로 잘못 들어온 것 같은 느낌도 들긴 하지만


윗 도로로는 도저히 달릴 수 없고 돌아갈 수도 없을 것 같은 느낌에

무작정 평행한 길을 따라 달려 봅니다.




달리다보니 통행하는 사람도 보이고 일단 가는 길은 맞나 봅니다.

근데 얼마 가지 않아서 길이 끝나고

다시 원래 도로로 올라가는 계단이 나옵니다.


비가 계속 많이 내립니다.






아아 힘들 게 끌고 다시 올라오니

아까 그 도로에 인도가 생겨 있습니다.

1시간 동안 4km밖에 오지 못했지만


이길만 계속 따라가면 도쿄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그래도 견딜만 합니다.




근데 100m도 못가서 자동차로 길이 막혀 있고

넘어서 지나가 보았더니

인도가 사라져 있습니다.


아까 그 길도 끝이고 이길도 끝이니 당최 어디로 가야하는건지..

잠깐 주위를 서성이다 하는 수 없이

어떻게든 길을 물어야겠다는 생각에 길 가에 있는

왠 차고 같은곳으로 들어가서 길을 물어봅니다.



들어간 곳은 트레일러를 수리하는 공장같은 곳인데

추위로 대부분의 감각이 마비된거 같은 상황에서도

진하게 나는 기름냄새가 인상적인 곳입니다.



아무튼 들어가서 처음 보이는 분께

지금 옆의 길이 고속도로인거 같은데

도쿄로 가려면 어떻게 가야하는지 물어봤더니


길을 물어 봤더니 잠깐 기다리라고 하시고는

지도 책자와 함께 다른 두분을 더 데리고 오십니다.


뭐랄까.. 단순히 여기서 고속도로 아닌 1번 국도를

어디로 가면 되는가를 물어 볼려 했던 것인데


예상외의 과도한 친절에 오히려

당황스러운 느낌입니다.



정확히 어디로 가는지 물어 보셔서

그냥 도쿄라고 답하니


지도를 뒤적거려서 찾으시더니

사무실에 들어가서 복사를 해 오십니다.



형광펜으로 경로를 그려가면서 설명해 주십니다.

말인 즉슨 그냥 1번국도 쭉~ 따라가면 요코하마를 지나

도쿄가 나온다고 하시는데.



그러던중에 문득 도쿄에 사는 친구가 \"코다이라\" 라는 곳에 산다고

이야기 해줬던 것이 생각나서


pda 에 적힌 친구의 설명을 참조해서

\"오메 카이도\" 라는 도로의 위치를 물었더니

잠깐 어리둥절해 하시더니

특유의 일본인 어투로 \"에에? 코다이라??\"

하고 왠 난데 없는 이야기냐는 반응을 보이시더니



형광펜으로 긋던 경로를 멈추시더니 지도의 맨 끝부분에 동그라미를

치시며 여기가 코다이라라고 합니다.


거리를 보니 대략 \"도쿄\"에서 30~40km 떨어진곳에

코다이라가 위치해 있는데


우리나라로 치면 도쿄가 서울이면

코다이라는 대략 인천쯤인 그런 형국입니다.



이걸 모른채로 그저 1번 국도로 갔다면

도착하고서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졌을테고..

그건.. 생각만해도 아찔합니다.


과도한 친절이 필요한 친절이 되고

정말 뼛속깊이 친절에 감사하게 되는 순간입니다.




어째서 이런 기본적인 사실조차 알아오지 않았던건지도

정말 미스테리합니다.


일단 가면 뭔가 무작정 될줄 알았는지..

(결과적으로 무작정 되긴 했지만)


아무튼 원하던 답은 다 얻고 따뜻한 캔커피까지 얻어마십니다.


결론은

아까 그곳이 고속도로가 아니니

그냥 통행해도 된다는 것과..


코다이라로 가는 제대로된 국도의 경로를 얻게 되었습니다.

달리 어떻게 특별하게 감사할 방도를 찾지 못해서



머리 숙여 감사하다는 인사를 몇 번이나 하고

다시 길을 나서는데


오래 그냥 서있었더니 정말 살을 쥐어 파내는 듯한

미칠 듯한 추위가 몰아칩니다.



아까 무서운 길을 자전거를 끌고 뛰어가니

얼마 안가서 다시 일반 도로처럼 보이고

인도가 넓직한 곳이 등장해서


안도의 한숨을 쉬고 달려갑니다.

그리고 그 길로 달려가다보니


바로 467번 국도가 나타나길래

그 길을 쭉 따라

246번 국도를 찾아서 달려나가기 시작합니다.


근데 제대로 길을 찾아서 그런건지

이 길에 들어서자 말자 갑자기 페달질에

가속도가 붙는 것이 끝내주는 기분입니다.



뭘까요 이 엄청난 힘은...

바람을 가르고 평균 20km을 웃도는

엄청난 스피드가 나옵니다

이게 바로 극도의 피로를 이겨내면 찾아오는

세컨드 윈드, 러너스 하이 인걸까요..



근데 막 달리는 중에 나타나는 표지판을 보니

이상하게 246번 국도를 향한다는 표시가 없고


왠 134번 국도가 나온다고 적혀있습니다.

문득 이 알 수 없는 힘이 순풍에 뒷바람을 받아서

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고



이때까지 계속 역풍이다가 순풍이라는 것은

길을 반대로 가고 있다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이상하게 상식적인 사고가 마비되서 그런건지

이 길을 끝까지 가 버리면 246번 국도가 나오지 않을까하는..

아니. 꼭 반드시 나올거 같은 그런 믿음과 확신이 생깁니다.



믿음과 확신은 개뿔...

도로의 끝엔 왠 전차가 다니고 있고

그 뒤로는 방파제에 파도가 철썩이고 있는 134번 국도가 등장합니다.


그래도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나침반과 지도를 꺼내서 확인해보니

완전히 반대길로 온데다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이

무식하게 무려 15km 가량을 거꾸로 달려왔습니다.



그러면서 가만히 서있다보니 점점 추워지고

습기찬 카메라 렌즈처럼 시야가 아득해지고

방광이 움찔 움찔 거려서 왠지

오줌을 싸 버릴 거 같습니다.


견디고 다시 돌아갈려는데 당장이라도

바지에 오줌을 쌀거 같은 느낌에


화장실을 찾을 겨를도 없이


어차피 지금 비도 내리고 하니

냄새가 난다거나 별 문제될거 같지도 않고 해서

근처의 외진 화단으로 뛰어 들어간다음

하수도 위에 노상방뇨를 합니다.


오줌이 멈추지 않고 계속 쏟아지는데

누가 지나가지 않을까 노심초사..

한 1~2분은 눈거 같은데 쉬지않고 나옵니다

다 누고나니 허리 아래가 빠져나간 듯한 그런 느낌입니다.


근데 그렇게 오줌을 눴는데도

계속 오줌이 마려서 방광이 움찔움찔 거려서

하체에 힘이 안들어 갑니다.



너무 춥고 졸리고 구토가 올라올 것 같은 메스꺼움에

그냥 길바닥에 퍼질러 누워 자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만

아랫 입술을 꽉 깨물고


아까 미칠 듯한 스피드로 질주했던 길을

미칠 듯한 역풍을 맞으면서 바락바락 달립니다.



다시 원점으로 복귀하는데는 2배의 시간이 걸려서

길을 한번 잘못든 대가로 1시간 30분을 허비했습니다.


이빨이 딱딱거리고 온 몸이 떨려서 어딘가 들어가지 않으면

위험할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근처를 둘러보니 보니 은행 365일 ATM 코너가 보이길래

안으로 들어갑니다.


더워서 은행에 들어가본적은 있어도

추워서 들어가보긴 또 처음입니다.


ATM 코너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서 떨리는 손에 김을 불어 넣으며

비비는데 이상하게 실내에 들어왔는데도 추위가 가시질 않습니다.


그래서 수건으로 몸을 닦을려고 보니

하코네 어딘가에서 강풍에 휩쓸려 날아간 모양인지

수건을 매달아 놓았던

봉투가 또 없습니다..



감각이 점점 마비되서 그런건지

이젠 그냥 당연한 일처럼 별 짜증도 나지 않습니다..


근데 은행안에 특이하게도

비오는날에 쓰라고 손님용 수건이 비치되어 있습니다.


ATM을 쓰러 들어온건 아니지만..

너무 춥기에 수건을 꺼내서 얼굴의 물기와

옷에 묻어있는 물기를 닦아냅니다.


물기를 닦아내고 잠시 앉아있으니

몸이 점점 따뜻해지는 기분입니다.


근데 그러고 있으니 나른해지면서 엄청나게 졸립니다.


그도 그럴 것이 어제 낮 10시 경에 일어나서

오늘 현재 8시 까지 총 34시간 중에서


하코네 목전에서 2시간 안되게 기절한 것이

유일한 수면이니 잠이 안오는 것이 이상합니다.




하지만 이제 도쿄까지 진짜 다 왔고

마지막으로 힘을 내서 달리면

성공이 바로 코앞입니다.



그토록 기다리던 고생문이 활짝 열려있는데

마다할 필요가 없지 않는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주먹을 꽉 쥐고 기지개를 켠다음

머리를 흔들어 잡념을 털고


양손으로 뺨을 세게 몇 번 두드려서

정신을 차리는 의식을 벌이고서 은행 문을 열고 나갑니다.



그리고 467번 국도로 246번 국도를 찾아나섭니다.

약간의 오르막이 나오는데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는데

바람이 너무 매섭게 불어서 온 몸이 오그라들어서 걸을 수가 없기에


은행에서 나온지 몇분 안되서 근처의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갑니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서

아까 하코네에서 했던 보온 장비를 꺼내서

다시 제대로 보온을 하고서


주차장안을 미친 듯이 뛰어다니면서

몸에 열기를 불러들인후


다시 자전거를 끌고 올라갑니다.





그리고 계속 달리는데

아무생각도 안나고 그냥

기도하는 마음으로 페달질 하는 것만 생각합니다.




페달질 빡시게 하고 잠시 쉬는동안 사진을 찍고

찍자마자 다시 페달을 빡시게 밟고 달립니다.


이미 사진이 제대로 찍히는지 마는지도 상관없고

단지 습관적으로 셔터를 누릅니다.



그러다 왠지 따뜻한 국물을 먹고 싶어서

세븐일레븐에 들러 아무거나 싼 라면(150엔)을 고른뒤




그래도 그 와중에 재료샷도 찍고..



가게 안에서 먹고 나오면 나왔을대 추울까봐 밖에서서

제자리 걸음을 하면서 라면을 먹습니다.


뭔가 이때의 라면맛을 기억할려고 해도

무슨맛인지 기억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냥 짭짤하고 따뜻한게 뱃속으로 들어오니

조금더 버틸 만한 힘이 돌아오는 것 같습니다.




드디어 아는 이름의 도쿄 지명 발견.

어딘지는 모르지만 일본 이야기 할 때

익히 들어서 익숙한 시부야가

앞으로 36km 남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246번 국도가 앞으로 4km!


이제 도쿄에 정말 다 왔나 봅니다.

힘을 내야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아까부터 자고 일어나서 주먹 꽉쥐면 간질간질해서

힘 빠지는 느낌으로

다리에 점점 힘이 안들어갑니다.



첫날 기타큐슈에서 장난스럽게 따뜻하고 좋을 것이라

생각했던 그 디스플레이용 횃불이 다시 나오는데


지금 옆에서 불을 쬐니 정말 미치도록 따뜻합니다.

한 10분간 멍하니 눈을 감고 서서 불을 쬡니다.



불을 쬐고나니 기분이 훨씬 나아졌습니다.

매섭게 느껴졌던 바람이

좀더 부드럽게 느껴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일단 246번 까지 4km 남았다 생각하니

생각보다 빠르게 달려서 30분만에 246번 국도로

금방 갈아타게 되었습니다.



246번 국도를 갈아탄 직후에

목적지 도달을 알리는 표지판이

예고도 없이 갑작스레 등장합니다.



드디어 확실하게 공식적으로

꿈에 그리던 도쿄에 도착하고 말았습니다.



여기가 도쿄의 어디였든 간에

아무튼 도쿄에 도착한 것이니


후쿠오카에서 도쿄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겠다는

소기의 목표는 달성했습니다..




이제 친구의 집으로 무사하게 도착하면

승리의 영광을 마음껏 누릴 수 있을거라는 생각에

없는 힘을 쥐어 짜내봅니다.



근데 뭔가 목표를 달성했다는 느낌보다는

그냥 뭔가 그저 하루하루 의미없이 스쳐지나가는 날중의 하나처럼

그냥 무덤덤한 느낌이 계속 스쳐지나갑니다.


도쿄에 들어서면 완주의 기쁨으로

충만한 기분이 될줄 알았는데


억지로 생각할려고 해도 그런 기분이 전혀 들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표현해야 될지 모를

복잡하고 끈적끈적한,, 매우 찝찝한 느낌이

입안에서 맴도는 기분입니다.



그런느낌과는 관계없이

페달질은 계속 되고

갈아타야할 16번 국도가 나옵니다.




습기가 차서 희미한 카메라 처럼

머리에 뿌옇게 안개가 낀 듯 점점 무감각해집니다.

이 상태로 계속 페달을 굴리면

어느새 친구집에 도착해 있을 것 같습니다.


마치 현실과 꿈의 경계에서

오락가락하는 그런 느낌입니다.



그토록 원하던일을 해낸거 같은데

이런 기분이 될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애초에 원하던 감정은 하나도 생기지 않고


내가 지금 왜 여기서

추위에 떨어가면서 페달질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질 정도로


모든게 희미해지는 기분입니다.



단지 그냥 어딘가에 들어가서 푹 자고 싶다는

생각만 듭니다.



계속 더해지는 추위 때문인지

온 몸의 감각이 하나 둘 차단되는 느낌속에


슬프지도 않은데 이상하게 눈물이 계속 흘러나와서

자꾸 시야가 흐려집니다.



가다가 맥도날드가 나오기에 그냥 들릅니다.

들어가니 20분 후에 문을 닫는다고 합니다.


보니 문닫는 시간이 12시라 되어 있는데

벌써 11시 40분...


400엔 하는 새우 너겟을 사서 테이블에 놓아두고

잠시 앉아서 쉬다가


밤이 더 늦어 버리면 친구에게

연락을 하지 못할거 같아서

공중전화로 전화를 거는데 친구가 전화를 받지 않습니다..


정확한 주소도 모르는데 정말 큰일입니다.

그냥 시부야로 가 버릴 까 하는

이상한 생각도 듭니다.




다시 자리에 앉아서 눈을 감고 잠시 쉬고 있었더니 있었더니

알바가 와서 이제 문닫아야 된다고

나가 달라고 합니다.


놓여진 너겟을 몽땅 집어 먹고

비틀거리면서 밖으로 나갑니다.

다시 달리기 위해서 자전거에 앉았더니


따닥딱딱 하는 딱딱거리는 소리가 바퀴에서 마구 납니다.

이상해서 확인해 봤더니


뒷바퀴 스포크가 4개나 끊어져 있습니다.


그러고 생각해보니 하코네 넘어오면서 부터

스포크를 확인한적이 한번도 없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닫습니다.



이젠 갈아치울 스포크도 없고 귀찮기도 하고

될대로 되라 하고

무작정 달립니다.



가다보니 전철역이 나오길래 그냥

전철을 타고 갈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시간상 전철은 벌써 끊긴 듯 하고


빨리 통화를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에

친구에게 재차 전화를 해도 아직 받지 않길래


여기서 미적댈 수도 없고

가는데 까지 가보기로 하고

다시 페달을 밟습니다.


지금 위치를 확인해 보니 코다이라가

약 10km 가량이 남아 있는데..


바퀴가 삐익 삐익 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구불 구불 굴러가기 시작합니다..



가다보니 왠 언덕이 나오길래 끌고 올라갔다가

언덕에서 타고 내려갈려고 안장에 앉았는데


뚜뚝 소리가 나면서 자전거가

폭삭 주저 앉는 느낌이 납니다..


확인해 보니 스포크가 7개나

부러져서 바퀴 축이 2~3센티 내려 앉아있습니다.



뭔가 완주한 것도 완주하지 못한 것도 아닌

그런 미적지근한 느낌으로

최종 목적지에는

도착하지 못한채로 자전거가 뻗어버렸습니다.


하긴 아직까지 안 뻗은게 이상한거긴 하지만요..


아직 바퀴가 제대로 굴러가긴 하지만

어떻게 봐도 이 상태로 계속 타고가는 것은

무리라는 결론을 내리고



자전거를 끌고서 터덜터덜 걸어가는데

졸려서 미칠 것 같습니다.


여튼 자전거를 끌고

한 한시간쯤 걸었을까..



다시 공중전화가

나오길래 전화를 걸어보니

친구가 전화를 받습니다.


현재 시간은 새벽 2시 20분


학교에 있다가 늦게 와서 전화를 못받았다고 하는데

여튼 전화를 받아주니

매우 반갑고 고마울 따름입니다.


전화로 지금 현재 위치가 키타쿠라역 근처니

어떻게 해야 집에 갈 수 있냐고 물었더니


전철이 아침 5시 쯤부터 돈다면서

노선을 알려줍니다.



전화를 하고 카타쿠라역 근처로 와서

기분은 영 꽝인 것 같지만 그래도 완주 자축은 해야 겠기에


세븐일레븐에서 가장 비싼 500ml 에 311엔짜리 아사히 맥주와

187엔짜리 야끼소바면을 사서 벤치로 들고와 맥주를 홀짝입니다.




아까전이라면 막 얼어죽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야 될거 같은데

왠지 춥지도 않고 그냥 아무렇지도 않고


퇴근후 직장인의 홀가분한 여유 마저 느껴지는 그런 느낌으로

맥주를 마시니 시원하고

맛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가만히 앉아서 맥주를 홀짝이니

생각에 빠져드는지 잠에 빠져드는지 알수가 없지만



아무튼 며칠간 기대해오던 것은 코딱지 만큼도 못느낀채

그냥 여러 가지 생각이 듭니다.


원하던대로 미칠 듯한 고생을

직싸게 하고 그토록 원하던 장소에(약간 빗나가긴 했지만)

도착했는데


그 승리의 순간에

뭔가 커다란 깨달음이라던가 극도의 기쁨이

찾아올줄 알았건만



남는건 무덤덤한 허무함 뿐이니

왠지 그냥 크게 삽질한 느낌입니다.



뭐랄까.. 깨닫는 바가 있다면


누가 요구했거나 저절로 찾아오지 않는

그런 고생을 굳이 일부러 찾아서 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잠의 소중함을 다시한번 깨닫게 되는 계기를 얻은 것 같다..


이런 정도 정도일까요..



뭔가 그래도 큰일을 한건 한거 같은데

아무리 그럴싸 한걸 같다붙여 보려고 생각해봐도


왠지 스스로를 비아냥 거리는 듯한

김빠지는 결론밖에 안떠오릅니다.


애초에 무엇을 기대했는지도 애매모호 해지는 느낌입니다.

감동적인 엔딩후의 스탭롤이라도 기대 했던걸까요..

도쿄를 찾아 여행을 온것이 아니고 있지도 않은 개똥철학을 찾아서

여행을 온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지금 뭔가를 오해하거나 착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게 정확히 뭔지 설명할 수 없는

그런 상태인 듯 합니다.





그래서 더 탈력이 되길래

그냥 졸려서 그런것일 수도 있으니

쓸데없는 생각 말고 그냥 기뻐하자 라고 생각하면서


맥주와 야끼소바를 맛있게 해치웁니다.


다 마시고 좀 앉아있다보니 시간은 4시 50분.

이상하게 엄청 피곤한데 추워서 그런지 잠이 안옵니다.


아니 이상태에서 그냥 잠들면 얼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본능적으로 잠을 기피하는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역 주변을 어슬렁 거리고 있으니

전철표 발매를 시작했길래

290엔짜리 표를 끊고 역으로 올라갑니다.



역에 올라와서 앉아서 전철을 기다리는 중에

혹시나 해서 짐을 슬쩍 뒤져 보았는데

모자 버프가 없어져 있습니다.


필시 이 근처에 떨어뜨렸으리라 생각하고

역무원에게 말해서 잠시 밖으로 나간뒤

주변을 뒤져보니 아까 앉아있었던 편의점 근처에

버프가 떨어져 있습니다.



다시 자전거를 끌고 올라와서 역에 앉아 있습니다.

역에 앉아있는동안 깜빡 졸았는데 깨어보니 5시 50분..

전철역으로 햇빛이 비칩니다.


태풍을 피해서 온다고 서둘러 고생 쌔빠지게 했더니

그 다음날 맑아지는 시츄에이션 이라니..


아무튼 그동안 차가 지나갔는지는 알길이 없고

다음에 오는 전철을 잡아 탔습니다.



노선이 수채구멍에 머리카락 막힌 것처럼 꼬여있고

표값이 엄청 비싼걸 빼면 우리나라 전철이랑 거의 똑같습니다.


친구가 일러준 순서대로 전철을 갈아타고

130엔짜리 표를 한번 더 구입해서 한번 더 갈아타고


총 3번 전철을 갈아타고 가는데

걸린시간은 15분도 안걸립니다. (표값은 무려 420엔!!)


자전거를 타고 갔다면 30분 거리일텐데..

왠지 괜히 아쉬운 느낌입니다.


목적지인 타카노다이 역에 도착해서

친구에게 전화를 하니

마중을 나옵니다.



친구집으로 가는도중

햇빛이 너무 따사로와서


불과 몇시간 전까지 이어졌던 일들이

그냥 꿈같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태풍 바로 직후라서 그런지

이렇게 푸르게 느껴지는 하늘은

난생 처음봅니다.


이런걸 쪽빛 하늘이라고 표현하면

딱 알맞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근데 개고생 다하고나서 하늘이 이 따위로 맑아지니

좀 열받는건 어쩔 수가 없습니다..



집에 도착해서 친구에게

아직도 이렇게 도착한게 실감이 아직 안난다고 말하고 나니


왠지 그제서야 내가 해냈구나

하는 실감이 좀 나기 시작하는 듯 합니다.




그리고 발이 너무 아파서 봤더니 발이 아예 썩었습니다.

물론 진짜로 썩은건 아니고..

피부가 물에 불어서 쭈글쭈글 해진 그대로

허옇게 각질이 되어버렸습니다.


발 껍데기를 만져보면 감각이 없고 걸으면 발 껍데기가

발을 찔러서 무진장 아픕니다.


그러면서 어제 지옥같았던 순간들이 하나씩 뇌리를 스치고 지나갑니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참 새롭고 신기합니다.

그냥 내가 참 대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튼 젖은 짐을 풀어서 베란다에 말려 놓고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마루바닥에 앉아

멍하니 하늘을 봅니다.



방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잠들줄 알았는데

이상하게 말똥말똥한게


따뜻한 햇빛을 받고 있으니

복잡했던 머리가 비는 느낌이 들면서

뭔가 꼬여있던 생각이 정리되는 느낌입니다.

그것을 정확하게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내가 무엇을 착각하고 있었던건지

알 것도 같은 그런 느낌입니다.



퍼즐을 빨리 맞추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맞지 않는 비슷한 모양의 퍼즐조각을 억지로 끼워 넣고 있는 느낌이랄까요

그러니까

그저 빈 공간을 채우기 위해 맞지 않는 조각들을 채워 넣다보니

마지막에 결국은 절대로 채울 수 없는

공간이 생겨 버린것 같습니다.


애초에 이 여행에 뭔가 의미를 억지로 부여하지 않아도

그냥 완주해서 기쁘고 하고 싶은 일을 해낸거니 그냥 기뻐야 하는데

큰 일을 했으니 뭔가 차별화된 의미가 부여되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오히려 아무것도 못 느끼게 만들어 버린것 같습니다.


뭔가 그냥 생각없이 해 버린 것에

강박적으로 너무 많은 의미를

매일 매일 마구 마구 쑤셔넣어 버려서


결국 마지막에는

쑤셔넣을 만한 의미를 찾을 수가 없게 되고

스스로도 뭐가 뭔지 전혀 알 수 없게 되어 버렸습니다.



사실 생각해보면

이 여행에서 새로이 느낀 것의 대부분은

일상에서도 마음만 먹는다면 쉽게 체험하고


느낄 수 있는 것들 인데

뭐라도 된 듯 스스로 도취되어 뭔가를 하고 있다는 느낌에 들떠서

나대고 있었다는 그런 생각이 듭니다.



하루 하루의 일상에 주어진 의미따위는 전혀 생각해보지도 않은채로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나태하다가

뭔가를 바꿔줄 마법같은 계기가

생겨서 인생을 바꿔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한심한 나날들을 청산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언제부터인가 특별한 동기부여가 안되면

뭐든지 금방 포기하고 나태했던 자신에 대한 반성이랄까요.

결과적으로 이번 여행은 제게 주어진 인생 자체가

동기라는걸 깨우치게 해준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튼 느끼지 못함으로서 깨닫게 된 사실 덕분에

생각했던 것을 소신있게 실천 하고 느끼면서

그저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을 하던 사랑을 하던 또 다시 여행을 하던 그냥 아무일도 하지 않던간에

하고 싶은일을 꼴리는대로 하고선

그 하루가 어떤식으로든 충만함으로 가득 차있는

나에게 나름대로 의미있고 인생의 하루하루가 여행같은

그런 나날을 보내고 싶습니다.



그래서 시간이 지난후에도 후회가 남지 않거나

후회를 하지 않는

그런 인생을 살고 싶습니다.



물론 시간이 흐르고 또 흐르면 다른 인생의 방식에 대해서도

알 게 될테고 이미 지나 버린 날을

후회할 때가 올 수도 있겠지만



세월이 지나건 누가 뭐래든 간에

병풍 뒤에서 향냄새 맡으며 관뚜껑 덮히는 소리를 듣는 그날까지


내가 억지로 해야 될 일이 아닌

진정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 겁니다.

이건 다른 누군가의 것이 아닌 내 인생이니까요.



Bonjovi - it\'s my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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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지역

시즈오카 - 도쿄

이동거리

230km

이동시간

32 시간

사용금액

4532엔

총 사용금액

20068엔

도쿄까지 남은 거리

\"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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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질주

-끝-


*감사합니다*




일본질주 (12-2부: 시즈오카 -> 도쿄)
일본질주 (12-1부: 시즈오카 -> 도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