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트를 타고 5일간 항해를 하게 되었다.
자세히 쓰려면 너무 길어지니 간략히 쓰자면
레져용이 아니라 생계형구입이다..ㅎㅎ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로 둘려쌓여있고 북쪽은 북한에 막혀 섬과도 같은나라이다
국민소득은 계속 올라가고 해양레져산업이 발전하기 딱 좋은 상황이다.
아니 아직도 해양레져산업이 발전하지 않은게 이상할 정도이다


수원에서 바이크샵을 운영하시는 절친한 형님께서는 요트로 세계일주를 하는
꿈을 갖고계셨고 그러면서 여차저차 알아보다 보니 우리나라는
아직 아무런 인프라및 법적인 제도조차 확립되지 않고있었고

구입을 하는 과정자체가 요트업계를 알아가는 수준이 될 정도이다.
많은 계획과 준비를 한끝에 형님의 의견을 듣게되었고
나는 선뜻 동참하게 되었다.

그래서 둘이서 이번 구입과 동시에항해를 하게 된것이다..

시작은 아주 작지만.. 이 작은 요트로 기본기를 갈고닦아
내년쯤 해외에서 꽤 쓸만한 중고요트를 직수입할 예정이다.

판매와 유지보수를 시작점으로해서 수도권과 인접한 바닷가에
요트들이 정박할수 있는 계류장 건설과 더 나아가서는 중대형급 마리나 건설을
목표로 잡고있다.

꿈은 크게 가져야 한다
꿈을꿔야 절반이라도 달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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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일 밤에 심야버스를 타고 도착한 마산의 개인이 운영하는 요트계류장이다.
이곳에서 요트를 구입하여..차로는 운반할수가 없기 때문에
직접 항해를 하여.. 수도권 인근의 항으로 끌고 가려는게 우리의 계획이다.
최종 목적지는 거제도 부근의 탄도항.

바이크시즌에는.. 형님이나 나나 시간을 낼수가 없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겨울에 진행하게 되었고
앞으로 닥칠 온갖 사건사고를 모른채..즐겁게
출항하게 되었다...

이 마산 구복요트장의 주인은 일명 윤선장이라 불리는 분이시다
나이도 험하고 궂은일을 하기엔 다소 많으신데
이미 개인소유의 계류장과 각종 주차장및 부대시설을 갖고계시고
대형 크레인도 있다.

우리보다 몇년 앞서가신다. 많은 조언을 해주셔서 큰도움이 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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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가 안좋은거라 사진이 죄다 별로다.
하지만 상관없다 사진으로 남긴것은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라
나 스스로 추억하기 위함이기에.  글과 사진이 별로 보잘것없는데
상당히 길것이므로 관심없는 분은 보지마세요


왼쪽에서 세번째 하얀색 작은배가 우리의 첫 요트..
오스트리아의 줄루라는 회사에서 지난세기에 생산된 22피트 소형요트이다

요트라고 하면 웬지 사치스런 취미라고 여기기 쉽상이나
우리나라같은 불모지에서나 그렇지
실제로 바다가 근접한 해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해양레져스포츠이고 바람으로만 달리는 세일링요트는 그렇게 비싸지도 않다.

엔진으로만 운항하는 대형 파워요트들이 갑부들이 즐기는 호화스런 요트이고
바람의 힘을 이용하는 세일(돛)을 달고다니는 요트들은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꿈꿔볼만 하다.

하늘로 높이 뻗은 마스트는 요트의 상징이다.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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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의 구복항을 출발하여 남해를 횡단하고
서해를 가로질러 제부도까지 가야하는게 우리의 일정이다
시간은 5일뿐.. 24시간 밤새 항에 정박하지 않고 무기항으로
달려야 한다.

이번 5일도 봄여름가을 시즌에는 꿈도 못꾸는 일정이고
겨울철이나 되니깐 가능한 일이다.

형님과 나 둘다 바이크업계에 종사하고 있기때문에
계획은 몇달전에 세웠지만 이제서야 실행하게 되었다.

원래 행동하는데에 거리낌이 없는 나이기에 별다른 거부감없이
날이 밝자 바로 요트에 올라타고 구복계류장을 떠나간다

이렇게 심심하게 바다로 나아가니 기분이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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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 레져활동을 할때는 입항과 출항시 법적으로 신고를 하고 허가를 받아야 나갈수있다.
계류장에서 멀지않은 구복해경초소에 들러 출항신고를 하고
서류와 실제 배의 여러가지 항해장치들의 실물확인을 한후 출항허가를 해준다.

어선들보다도 한참 작은 우리요트를 보고 해경들이 불안해 한다.
나도 불안하다.

별다른 트러블없이 무사히 도착하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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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육지는 점점 멀어져가고 아름다운 남해 청정지역의
망망대해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첫날은 바람이 거의 없는 무풍지대와도 같은 날씨였기에
파도도 없다시피하고 바람도 없어서
높은 마스트에 겨우 세일을 달아봤지만 바람의 힘을 얻기에는 부족했고
거의 엔진으로만 항해해야 했다.

요트의 후미에 달려있는 작은
야마하 4마력 2사이클 선외기(엔진)는 힘껏 달려봤자
겨우 6~7 노트정도 밖에 나오지 않는다 시속 10킬로도
채 안되는것이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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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있게 요트에 올라타 바다로 향해가지만
두려운것은 두려운것이다

애써 입은 웃고있지만 입만 웃고있는듯 하다
웃는게 웃는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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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가지않아 마산대교가 나온다.

이 대교를 지나서 먼바다로 나가게 된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
그저 약간의 두려움과 호기심이 있었을뿐

항해에 앞서 이미 몇차례 요트를 경험해본 형님과는 달리
나는 이번이 털나고 처음이기 때문에
아직 거의 모든것에 익숙하지 않았고
로프를 묶는것조차 내겐 쉽지않아서
별로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저 앉아서 전방을 살피거나 가끔 일손을 도와주는 것뿐..
이번 항해는 거의 같이간 형님이 도맡아서 했다고 볼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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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분이 같이가는 형님이시다
수원에서 바이크팩토리라는 바이크샵을 운영하고 계시며
나와는 안지 벌써 5~6년 된것같다.
내겐 스승님과도 같은 존재이다
형이 하자고 하면 그냥 하는거다
다른건 필요없다

이번 요트사업계획도 나는 전혀 생각도 않하고 있다가
형님의 의견을 몇차례 듣고 과감히 함께하기로 했다.

잘되면 잘되는거고
안되면 그냥 배한척 생기는거지 인생뭐있나

투자는 똑같이 50:50으로 했지만 선장이 두명일수는 없는노릇이다
당연히 선장은 형님이 하고
나는 일등항해사를 하기로 했다.

선원이 둘뿐이니
한명이 선장 한명이 일등항해사를 해먹을수밖에 없다

ㅋㅋㅋ

gps도 제대로 볼줄모르는 허접 일등항해사는 걱정이 많다.
나도 과감하고 대범하다 생각하고 사는 사람인데
우리 선장님은 나보다 두세술 더뜨는 분이다.

내가  나보다 더 대단하다고 여기는 몇안되는 사람중에 한분이시다
우리에게요트를 판매하고 많은것을 조언해주는 윤선장님과
공교롭게도 성이 같은 윤씨이기 때문에

형님도 윤선장님이다 ㅎㅎ

나는 일등항해사.

맘에든다 형이 무리한 항로를 택하면
나는 반대하고  무리한 항해를 하려고 하면
또 반대한다..  원래 선장은 항해사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ㅋㅋㅋ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며
좋은 팀이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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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잔잔하여 별다른 어려움없이 계속 항해를 해갔다.
마산을 빠져나와 한산도를 지날때는
앞부분만 기억이 나는

\"한산도 달 밝은밤에 어쩌구 저쩌구 \"
등 햇소리를 지껄이다 둘다 바이크일을 하다보니
주로 바이크와 관련된 여러가지 대화를 나누고
요트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누며

세월아 네월아 하다보니 벌써 꽤 많이도 왔다.

해가 사라져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야간항해는 위험하지만
처음이라 그런지 위험하다는 생각도 별로 하지 못한채
계속 나아가다가

전날 나도 그렇구 윤선장님도 그렇구 잠을 거의 못자고 출항하였기에
너무 피곤했고 결국 인근 항구에 들어가서 하룻밤 푹 자고
날이 밝으면 다시 항해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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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s와 해도를 찾아보며 가장 가까운 항구로 찾아간곳이
돌산도라는 섬에 금곡항 이던가?  아주 작은 어항이다.
집도 몇채없는 어업에 종사하는 사람들 몇이 전부인곳에서  
운좋게 민박집이 있어서 하룻밤 잘 자고 일어났다.

배를 오래타면 육지멀미를 한다고 하는데
나에게 그런 증상이 생겼다.

배에서 내린지 한참이 지났는데도
육지가 좌우로 출렁출렁 계속 움직이는 것이다.

독특한 경험이었다.

담날아침에 항구로 나와보니  
바람이 꽤 세차게 불어왔다.
어제와 달리 바람이 부는구나

드디어 세일을 펼치고 바람의 힘으로 요트를 온몸으로 체험하겠구나 싶었다.

서둘러 해경초소에서 출항신고를 하고 방파제를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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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뿔싸..


하지만 나의 그런 순진한 생각과는 너무나도 다른 현실을 마주하게 되었다.
이론과 실습은 다른것임을 익히 알고는 있지만

대자연의 힘을 너무 우습게 본듯하다.
후에 안 사실이지만 이날은 오후부터 풍랑주의보가 발효되었고

우리는 워낙 아침일찍 출항하였기 때문에 해경의 제지없이 항구를 빠져나온것인데
항구를 빠져나와서 바람이 제법불자 세일을 마스트에 올리고 바람을 받고
항해하려고 했는데..

이 과정이 결코 순탄치가 않다.
정말 매우 어렵고

또 무섭다.


많이 무섭다 많이..

바람의 힘이란 정말 강력해서 세일을 마스트에 올리는 중간에
바람을 잘못받아 세일에 힘이 가해지면
우리의 작은 배는 엄청나게 기운다..  난간에서 손을 놓치면
바로 바다로 빠질정도로 엄청나게 기울어진다..

이것은 실로 공포스럽다

공포 그 자체이다

겨울바다는 빠지면 30분안에 저체온증으로 사망에 이를수 있다.
우리는 해경과 상시무전 가능한 무전기도 있고

핸드폰도 다 터지지만 물에 빠지면 이것들이 다 무슨소용이던가
빠지면 = 죽는다
는 생각에 배가 심하게 요동칠때마다 공포심에 몸과 마음이 굉장히 힘들었다..

지금 설명하는 배가 기운다는것은  적당히 배가 기우뚱 거리는 차원이 아니다
배의 우측에서 바람이 불어 세일이 바람을 받아 반대편으로 넘어갈듯한 각도가 되면
사람이 앉아있는 곳은 하늘로 올라가고
반대편은 거의물에 잠길랑 말랑할만큼 기울어진다


이것은 실제로 경험해보지 못하면..그 공포스러움을 모른다..
진짜 쩐다..


이런게 요트인줄 알았으면 나는 애시당초 이번 계획에 동참하지않았을지도 모른다
나는 겁쟁이는 아니지만.
수영도 할줄알지만 그런것과는 상관없다

자연의 힘을 몸으로 느끼는 순간
생명의 위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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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각각 많은 문제가 발생했다.
우리는 둘다 초보이고 게다가 나는 있으나 마나한 존재이다.
당연히 첫술에 배부를수가 없으니 요트 컨트롤이 매우 힘들다.
더욱이 원래 그런게 아니라 이날은 풍랑주의보에 돌풍이 몰아치는 날이었기 때문에
더욱 힘들었을 것인데. 우리는 풍랑주의보에 대한 소식을 못들은채 바다로 나갔기 때문에
영문도 모른채 바람과 사투를 벌였다.

바람의 방향이 바뀌는 돌풍에 요트는 굉장히 취약하다

바람이 동쪽에서 불어서 세일들을 그쪽에 맞게 세팅해놓았는데
갑자기 서쪽에서 불거나 북서쪽에서 분다면

요트는 바람을 맞고 심하게 기울며 통제불능 상태가 된다.

이런것을 십수차례 겪으며 겨우겨우 조금씩 나아갔다.

온몸이 부서질듯했다.  다리와 손에는 힘을 너무주어서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고
위급한 상황마다 세일을 다시 조정하여 바람을 흘리도록 해야 배가 안정이 될텐데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나는 윤선장님께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나는 그저 gps로 방위만 확인할수 있을뿐

모든 세일 컨트롤이 로프들로 이루어져있는 요트는
한사람이 쉽게 컨트롤을 할수가 없다.
하지만 쉽게 난간을 잡은손을 띠고 이것저것 해볼수가 없었다

너무나 무서웠기 때문이다..

겨우 어느정도 상황이 진정되고 사진을 찍어보았다.
카메라를 담은 작은 가방이 배가 요동칠때마다 바다로 빠질것만 같았지만
그런걸 잡을 여유따윈없었다.

난간을 꽉잡은 내손을 놓는순간 반대편으로 빠질것만 같아서..

그러다 결국 문제가 발생했다.
강력한 돌풍에 의해 메인세일이 찢어져 버린것이다.
안그래도 오래되서 낡은 세일이라.. 판매를 하신분이(그분도 윤선장님)
새 세일을 한셋트 주었는데..  이렇게도 빨리 찢어져버리다니
우리가 잘 컨트롤하지 못한탓도 클것이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되자 일단 세일을 내리고 바람의 힘에서 자유로워져야
살수있겠다 싶어서..  일등항해사인 나는 선장님을 향해
애처로운 눈빛으로 일단 세일 내리고 가자고 요청했구

선장님도 상황이 안좋음을 느꼈는지 세일을 내리기로 결정했다.
바람의 강력한 힘에서부터 해방되자 그제서야 안정이 되는 배와

나..  진짜 글로 설명불가한다..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온 기분이 들었다.
온몸에서 식은땀이 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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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지나온 곳은 돌산도와 나로도 사이의 먼바다인데
그옆에 거문도가 있다.

후에 안 사실이지만 거문도 앞바다는 동네 어민들도 잘 가지 않는다고 한다.
파도가 거칠고 대양과 같은 너울성 파도가 있기 때문에 전복되기 쉽다고 한다.

시발 우리는 그런곳을 서너시간동안 생사의 문턱에서 달려온 것이었다..

3~5미터의 파도가 치고 5미터급 너울이 몰려왔었다.
너울을 수백여개..  파도를 수천개를 넘어왔는데
세일을 내리고 엔진으로만 파도를 넘어왔기에 그나마 덜 무서웠지
그상황에서 세일을 펼쳤더라면? 우린 정말 빠졌을것이다.


요트란것은 마치 오뚝이와 같다고 한다.
바다위에 띄워서 보면 배의 깊이를 알수없지만
배 밑으로 배 전체높이의 두세배에 달하는 뾰족하고 무거운 납으로만 이뤄져있는
킬 이라고 하는것이 달려있다.

이것의 무게가 배 전체무게의 80%에 달하고
따라서 배가 바람이나 파도에 의해 기울어져도
중심에 있는 무거운 추역할을 하는 킬 덕분에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려는 복원력이 생긴다.

배가 기울면 기울수록 더 복원력이 강해지기 때문에
요트는 불침선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그건 이론일뿐이고 실제로 기울어져가는 요트위에서
반대편 끝이 물에 잠길랑 말랑하는걸 내 눈으로 지켜보며
난간을 부여잡고 있어야 한다는건 고통스럽다

윤선장님은 요트가 절대 전복하지 않을거라는 강한 확신을 갖고 계셨지만
나는 일단 내눈을 더 믿는 편이기 때문에 불안한 감을 감출수가 없었다.

나를 더욱더 불안하게 하는것은
괜찮을거라며 나를 다독여주는 선장님의 말과는 다르게
가끔씩 위급한 순간에 윤선장님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탄성들이었다..

말로는 날 안정시키기 위해 그렇게 하시지만
본인도 가끔씩 위험함을 감지하고 계시다는것..

나로서는 정말.. 후..

후덜덜이다 후덜덜..지금 살아서 키보드를 두드리는 순간이 아름답다

지나가는 버스매연조차 향기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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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미터의 파도와 강풍이 휘몰아치던 거문도 인근을 3~4시간의
사투끝에 빠져나와 길쭉한 나로도에 의해 자연적인 방파제 역할을 하는
곳으로 진입하니 순간 거짓말처럼 파도가 잔잔해졌다.

이제서야 비로 온몸에 주었던 힘을 다소 풀며 긴장을 조금 풀었다.
담배도 한대 피우고 갑판위에 올라가서 시건방도 떨어보았다.

지금 아니면 언제 해보리
정말 살떨리는 항해였다..  어제는 바람이 완전 없는 평온한 항해를 하면서
제발 바람좀 불었으면 하고 기도하고 잤는데

오늘 이런 미친듯한 강풍이 휘몰아 칠줄이야!

게다가 그게 풍랑주의보였다니..  정말 삶과 죽음이란 종이한장 차이이다..
아직 더 항해할수 있는 시간이었지만

윤선장님과 나는 둘다 모두 몹시 지쳐버렸다.
찢어진 세일도 교환해야 하고 어쩔수 없이 인근항으로 피항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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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도의 해경소장님이다.

우리는 항해하면서 30분 간격으로 해경의 확인전화를 받아야만 했다.
우리는 해경들에게 주의대상이 되었다.
99% 어민들이 바다에 나가지..이렇게 요트등의 레져용 배를 타고
장거리 항해를 목적으로 출항신고를 하는 빈도는
1년에 한두번 있을까 말까 한다고 하더라.

그래서 해경 상황실과
우리가 도착할 예정인 항구의 해경들..
그리고 해경 경비정등
서너곳에서 서로 번갈아가며 수시로 좌표를 확인하는 전화가 왔다.

우리 요트는 해경의 레이더로 파악되지 않기때문에
우리가 혹시 불미스러운 사고라도 당할까봐 노심초사 하며
수시로 좌표를 확인하고 그 좌표에서 멀지않은곳에
해경 경비정이 두세척씩 따라 다녔다고 한다. (후에 안 사실이다)

어민들과 일본및 중국 어선들때문에 바쁜 해경들에게
폐를 끼친것 같아죄송스러우면서도
우리같은 사람들 안전을 챙겨주시니 정말 감사했다.


하튼 그렇게 좌표를 수시로 파악하다 보니 우리가 나로도에 입항한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계셨고 나로도 해경들이 우리가 도착하기도 전에
항구에 나와 우리를 반겨주셨다.

배를 정박할때도 많이 도와주시고 숙식에도 많은 도움을 주신다.

해경들에게 이런 도움을 받을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데
웬지 엄마말 안듣고 집밖에 나간 말썽꾸러기처럼 대해주시니
(그렇다고 자유가 있으니 못타게는 못한다고 한다.. 고초가 많으신듯..)

암튼.. 소장님께서 날씨가 이렇게나 안좋은데 도대체 왜 바다에 나갔느냐고
근심가득한 표정으로 우리를 타일럿고? ㅎㅎ
배를 잘 묶어놓은후에 숙소를 잡아 피로를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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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순찰을 돌다가 우리 요트를 둘러봐주신 해경에게 전화가 왔는데
계류 (배를 정박하는것을 계류라 함)할때 로프를 잘못묶었는지
파도가 험해서인지 배가 많이 움직이고 있으니
빨리 나와서 확인해보라고 하셨다.

우리는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지 못하고 주섬주섬 옷을입고 천천히 숙소에서 항구로 나가보았는데
아뿔싸.....................!

얼핏 괜찮은듯 보였으나 요트의 후미에 달려있어야할 선외기가..(엔진)

없다?

헐맨

엔진이 사라지고 없다!

없다 엔진이

어디갔노 엔진 ㅜㅜ



요트의 앞쪽에 묶어놓은 로프가 끊어진건지 풀린건지 그러면서
파도에 요트가 휘청거리다가 다른배에 계속 엔진이 부딛히면서 통채로 바다속으로
빠진모양이다..


나는 황당하면서도 희한하게 안도감이 들었다..
난 어제의 사투가 너무나도 공포스러웠고 이 상황을 일단 모면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나보다.

선외기가 없다는것은 더이상 항해를 할수없는것이고
일단은 빨리 집으로돌아가서 어제 생사의 문턱에서 오갈때 그렇게도 보고싶었던
우리 귀여운 가람이와 내 삶의터전인 가게  바이크들.. 마이카 등등을
보고싶은 맘이 커서 안도감이 들었었나 보다


하지만 우리 윤캡틴님은 이정도의 작은 트러블에는 전혀 까딱안하신다.
일단 잠수부를 불러서 엔진을 꺼낸후 고쳐서 타고 가자고 제안하신다..


하아..정신이 아득해진다

침수된 엔진을 이 섬에서 장비도 없이 살릴수 있을까..
꺼내봤자 못쓸거 같은데 괜히 잠수부 비용만 지불하는꼴이 되는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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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들이 도와줘서  잠수부들을 불러주셨다
원래 나로도에도 잠수부가 있는데 마침 일이 있어서 육지로 나갔다고 한다
그래서 해경들이 여러곳으로 알아봐주셔서 겨우 이분들이 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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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을 찾으러 다이빙..

나는 엔진을 못찾거나 심하게 파손되있기를 바랬다.

............난 비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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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윤선장님은 꺼낸 엔진을 이리 손보고 저리손보고
이내 나도 옆에서 돕고있었다.
그래.. 어차피 부딛혀야 할 일이다.

아무리 겁이 나도 이렇게 멀쩡히 살아있지 않은가
뭐든지 처음이 힘든법..  윌리할때도 얼마나 무서웠던가
다 이겨내면 좋은날이 올수도 있다.
원래 요트는 불침선이다..  스스로 최면을 걸었다..



그렇게 작업을 계속하여 해가 떨어질 무렵..우리는 침수된 엔진을 살렸다...


........


너무나도 잘된다.


침수된 엔진도 엔진이지만 계속 충격이 가해지면서
요트와 엔진을 이어주는 마운트가 부러진것도 큰 문제였는데
섬에서 구할수 있는 여러가지 부품들을 짜맞추고
로프와 와이어로 보강하며 배에 장착했다.

윤선장님은 역시 대단한 분이다.

안되는게 없다
나는 윤선장님 앞에서는 초라한 일반인일뿐이다..

간혹 그런 비범함이 안전에 해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ㅋㅋ
일등항해사는 현명하고 상황판단이 빠르므로
우리는 잘 해나갈수 있을것이다!!

이렇게 이날 해가 완전히 떨어져 밤이된후에야 우리는 배에서 나와
숙소를 다시 잡고 쉴수있었다.

이날은 어차피 선외기가 문제가 없었더라도
풍랑주의보때문에 바다에 나가면 바로 죽음으로 연결되는 날이었다.
어차피 해경들도 출항허가를 안해줬을것.

맘편히 맛있는것도 먹구 간식거리를 즐기며 티비를 보다 잠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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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오전 어제에 비하면 완전 맑고 잔잔한 날씨이지만
아직 상황실에서 풍랑주의보를 해제하지 않아서 출항허가를 해줄수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어차피 시간도 많이 남기에 요트 정비를 계속 하기로 했다.

전전날 험한 바다를 건너오면서 이리저리 흐트러진 각종 집기들을 정리하고
찢어진 세일도 새것으로 교환하기 위해
해경에게 양해를 구하고 해경전용 계류장에 요트를 묶었다.

해경들이 정말 많이 도와주신다..정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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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창한 날씨에 선외기 마운트를 다시 보강하고 있는 윤선장님~
결혼하신지 몇달 안되었는데 형수님이 얼마나 걱정이 많으신지..
하지만 덤덤한 형님은..  높은 파도속에서도 여유로운 목소리로 형수님과 통화하신다

누나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옆에서 잘 말리고 있음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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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제 찢어진 세일을 해체하고 새것으로 교환하는 작업을 했다.
이 세일은 정말 거대해서 사진기속에 한방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세일은 케블라섬유로 이루어져 있어서
매우 비싸다고 한다..

새 세일은 절대 찢어지면 안된다...  낡아서 찢어진것도 있겠지만
강한 바람일때는 안피는것이 좋을듯하다
이렇게 하나씩 시행착오를 겪으며 요트에 익숙해져 가는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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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인이 이 새 세일을 안주셨으면
우리의 항해는 끝났을까?


이런저런 생각만 많다.
하지만 겁만 내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여태까지도 많은것을 이겨내고 살아왔다
바다를 정복하진 못하겠지만 요트는 이겨내야 한다
그래야 풍요로운 노후가 보장된다 .. -_-

새 세일을 꺼내고 요트에 달면서 많은것들을 느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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캬....

잘돌아가는 선외기..
너 물속에 대여섯시간 있다나온거 맞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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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그래도 많이 남아 처음으로 우리 요트의 이런저런 사진을 찍어본다

줄루라는 오스트리아의 요트 생산업체가 십수년전에 만들어낸 오래되고 작은 요트
이름은 치비줄루..  하지만 많이 낡고 색이 바래서
추리하다

그래서 추리줄루라고 부른다

추리줄루..ㅋㅋㅋ

대부분의 요트는 크루저요트이다
이름에서 알수있는 다소 안락하고 편안한 요트이고
우리 추리줄루호는 레이스타입 요트이다.
그래서 더욱더 하드하고 빡세다

윤선장님의 의견은 레이스 요트로 기본기를 닦으면
내년쯤에 일본에서 중형급 크루저요트를 타고 대한해협을 횡단하는데
무리가 없을것이다고 하신다

나도 적극 동감한다 뭐든지 빡센걸로 익히면 그 밑에것들은 쉬운법.
하지만 이렇게까지 어려운것을 미리 알았더라면 ㅜㅜ

하지만 이미 내투자금의 반이 추리줄루호에 녹아있고
차선책은 없다

다시한번 용기를 내본다!

할수있을거야 ㅋㅋㅋ 시발 인생머있나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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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저렇게까지 더럽진 않았는데
우리는 계류를 잘못해서.. 배 양쪽옆에 타이어자국이 쩔게 생겼다
어차피 최종목적지에 도착하면 배 도색부터 해서 새로 싹 정비를 해야 하지만
안그래도 추리한데 더 추리해졌다..

이날 알게된 사실인데
우리는 조수간만의 차를 잊고있었다.

밀물과 썰물의 해수면 높이가 다른것인데
우리가 그제 나로도항에 입항하면서 최고 밀물일때 인듯한데
이때 로프를 나름 타이트하게 묶어놓고 밤을 지내고 나니

썰물이 되어 물이 빠지면서 요트가 공중에 매달린 셈이 된것이고
강한 바람과 요트의 무게때문에 로프가 끊어지면서
이리저리 움직이다 선외기가 바다로 추락하게 된것이었다.


아.. 정말 바보같다

조수간만의 차를 잊고 계류하다니..

다시는 이런 실수를 하면 안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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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료를 보급하고 엔진오일을 믹스한다.

우리 선외기는 4마력 야마하 투사이클.
당연히 연료에 오일을 믹스해야 한다

대부분의 요트인들은 일반 싸구려 투사이클 오일을 넣는다고 하는데
바이크업계에 종사하는 우리가 차마그런짓을 할순없다
합성유로 믹스해준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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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후 1시가 되어 풍랑주의보가 해제되고
우리는 서둘러 나로도를 빠져 나왔다


안녕 나로도!

언젠가 시간과 여유가 있을때 우주센터도 구경할겸 다시 찾아 올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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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랑주의보가 해제 되었다지만 아직 잔바람이 남아있을터
조심조심 큰바다로 향한다
아직은 방파제에 의해 잔잔한 바다가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
두렵다.. 하지만 이겨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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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예상했던대로 그제와 같은 강풍과 돌풍은 거의 없었지만
꽤 강력한 바람이 계속 불어댔고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오후 1시부터 해가 질 무렵까지 감히 카메라를 꺼낼수도 없을만큼
긴박한 상황의 연속이었다.

세일을 멋드러지게 펼치고 달린다는것은
영화속에서나 멋진것이다 실제로 타고 있는 사람은
험난한 여정을 하고있다.

우리가 크루저요트가 아니라서 더욱더 바람에 영향을 많이 받는것일지도 모르겠다.

이 항해가 근처 요트정박지에서 나와 고만고만한 거리에서 순수하게 레져로 즐기는거라면
이 위급한 상황이 스릴로 느껴질수도 있겠지만

망망대해에서 멀고도 먼 목적지를 향해 가고있는 나로서는
썩 유쾌하지 않았다.

배가 고프다.

하지만 난간을 부여잡고 있는 두손을 놓고 무언가를 집어먹을만한 용기따윈 나지않는다
하도 손과 다리에 힘을주고 있어서 탈진할 지경이다.


해가 떨어져 가고있지만 아직도 먼바다에서 한참을 항해중인 우리기에..
갈길이 막막하다..  무기항으로 서해 제부도까지 간다는것은 처음부터 무리가 많았던 모양이다
프로들도 쉽지않다고 한 항해를 생초보 둘이서.. 게다가 나는 더 왕초보인데
될리가 없다.

일단 해가 떨어져 가므로 얼른 세일을 내리고
엔진으로만 항해를 계속하기로 하였다.

해도 떨어졌는데 계속해서 바람을 맞으며 긴장된 항해를 하다가는
여려가지 2차적인 위험에 휘말릴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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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을 내리고 나자 그제서야 배도 안정되고 나도 안정된다.
하지만 윤선장님은 아까나 지금이나 여유로우시다.

대단하다.. 나는 이런 겁쟁이는 아닌데..  내가 이정도면
웬만한 남자들은 더더욱 못버틸것이라는 그 출처를 알수없는 몹쓸 자신감으로
위급한 상황을 계속 넘겨갔다

한참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사진도 찍고 건과류등의 먹을거리도 주서먹었다.
살인적인 추위에 옷을 대여섯겹으로 겹쳐입어도 추웠다.

게다가 파도를 계속 뒤집어써서 온몸이 젖은상태로..계속 야간항해를 하였다.
힘들지만 어차피 가야할길이다.

이길의 끝에는 사랑스러운 육지가 기다리고 있겠지
처참하게 느린 속도로 계속해서 같은곳만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조금씩 조금씩 계속 나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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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선장님은 담배도 여유롭게 피우신다
나도 가끔 용기내서 한손을 놓고 담배를 꺼내 물어보지만
담배가 코로 넘어가는지 입으로 넘어가는지 알수없다.
이 어둠 그 자체인 컴컴한 곳에서 상대적으로 잔잔한 파도를 수천 수만번
넘으면서 정말 많은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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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

저 밧줄을 넘어 한발작만 나가면 죽음이다
내가 앉아있는 곳은 저 밧줄보다 몇발자국 안쪽이지만

필사적으로 저쪽으로 가지 않으려고 애쓴다

하지만 연료가 다 떨어지면 저 선외기까지 가서 바닷물에 발을 반쯤 담군채
연료를 보충해야 하기 때문에
기름이 다 떨어져서 엔진이 멈추면

내 심장도 순간 멈춘다.



이날은 밤새 달려서 전날 달리지못한것을 만회해야 했다.
하지만 자정쯤이 되자 그나마 조금씩 앞을 밝혀주던 달빛도 구름때문에 사라져버렸고
구름이 하늘에 너무 꽉 차서 날씨가 안좋아질것 같은 상황이다.

이미 충분히 많은 위험들을 헤쳐왔다지만 선장님이나 나나 다시는 겪고싶지 않다.

우리는 인근항으로 피항하기로 했고
가장 가까운 항구가
완도에 완도항이었다.

2~30분마다 확인전화가 오는 해경들에게 완도항으로 피항할것이라고 알려드리고
완도항으로 향했다.

완도항의 불빛은 약 두세시간 전부터 보였는데 그곳까지 도달하기가 쉽지않다
하염없이 가도 불빛은 전혀 커지지 않는다.

바다에서는 육안으로 식별이 가능한곳이 보이기 시작한 시점부터
도달하기 까지 최소 세시간이상이 걸린다.
게다가 우리배는 엄청나게 느리다.


그렇게 끝나지 않을것만 같은 완도항의 불빛과의 눈싸움끝에
어느새 제법 완도항이 가까워졌을무렵..

우리는 바다위의 거대한 양식장과 맞닥드렸다.

이 양식장은 너무나도 거대해서 그 끝과 끝이 한눈에 들어오지도않고

차라리 주간이었으면 미리 보고 피했을텐데
야간이라 잘보이지 않았고


계속 시커먼곳만 응시하다 보니 착시현상이 생기는것인지
양식장을 나타내는 부표가 전혀 보이지 않다가
아주 가까워졌을때 달랑 한개의 부표를 확인하는 순간

수백개의 전구가 동시에 들어오듯
그 인근의 부표들이 모두 한눈에 파악된다.


정말 신기한 경험이다.
아무리 눈을 똥그랗게 뜨고 보아도 없었던 부표들이

딱 한개 보이기 시작하면서부터 그 주변 사방으로 부표들이 널려있게 된다.

그리고 바다는 아주 넓고 지구는 둥글기 때문에
우리가 방위를 조금만 바꿔도 좀전에 보았던 형상과 아주 다른 지형이 펼쳐진다
gps가 없었다면 방위를 잃기 매우쉽다.


여튼 우리는 거대한 양식장속으로 이미 진입한 후였고 빠져나가기가 너무나 힘들었다.
아무리 우현 좌현으로 계속 나아가도 계속해서 양식장만 있을뿐이었고
육안으로 식별도 안되고..정말 그 수천 수만개의 밧줄에 줄줄이 김이 매달려있는데

그것들을 쳐다보고 있노라면 괜히 사람머리 묶어놓은것 같아서 좆나 개 무섭기만 하다

진짜 개 무서워서 진짜..말도 못한다

그러다 결국 사소한 조종미쓰로 부표와 부표 사이의 로프에 프로펠러가 걸려버렸고
엔진이 과부하가 걸리면서 꺼졌고..

우리는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


나는 해경에 도움을 청해야 되지않을까 생각했는데

윤선장님에게 이런일은 역시 아무것도 아닌듯 보였다.
꼬챙이와 칼 그리고 렌턴하나로 계속 로프들을 잘라내고 엔진을 다시 꺼내올려서
프로펠러를 수리하고 다시시동을 걸고 그곳을 빠져나왔다.

이렇게... 세줄로 설명이 된다는게 참으로 억울하기까지 할 정도로

숨막히는 공포속의 두어시간 이었다.

이게..아무리 무섭고 그래도 돌이켜 보면 재밌어야 추억인데

아직도 무서운 느낌이 더 강한거 보니

나는 정말.. 완전 무서웠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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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식장에서의 사투를 끝내고 완도항에 무사히 입항하였고
정신없이 잠을자고 아침일찍 다시 나왔다.

오늘이 우리 일정의 마지막 날이기 때문에 우리는 갈길이 바쁘다.

어제도 역시 해경들의 전폭적인 도움으로 해경 경비정옆에 우리 추리줄루호를 묶어둘수 있었고
안전히 잘 묶여있었다.

어제 새벽에 김양식장 때문에 파손된 프로펠러 부품을 완도의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겨우 비슷한것으로 만들어서 끼워넣고
이제 마지막 일정을 채우러 떠나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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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것이 파손된 프로펠러의 핀이다. 프로펠러에 뭔가가 걸리면
엔진 축에 과부하가 걸리므로 과부하가 걸리기 전에 먼저 부러지는
핀이 있는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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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어제 양식장에서우리를 탈출시켜준
프로펠러 핀 대용으로 쓰인것이다.
저게 어떻게 그 사이즈에 쏙 맞았는지 지금생각해도 미스테리다
그걸 여기저기 뒤져서 찾아 끼운 윤선장님또한 대단하다

나는 프로펠러 핀이 부서진것을 눈으로 본순간 해경에 도움을 청하는길 외에는
답이없다고 여겼는데

해답을 찾으려 들면 답은 항상 보이는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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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려는데 완도 해경측에서 홍보전단물에 사용할 사진촬영을 요청했다.
해양 레져활동에 대한 홍보전단물에 우리사진을 넣고 싶단다
특별히 멀리서 여경도 오셨다.


여자사람이다.
이 얼마만에 보는 여자사람이던가?

흡사 전지현과도 같은 미인이라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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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무상으로 찍게해줬으니?
우리도 기념사진을 찍어달라고 했다

그런데

....

그때는 이뻤는데 오랜만에 여자를 봐서 그런듯
역시 우리 가람이가 제일이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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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둘러 촬영을 끝내고 완도항을 빠져나왔다
안녕 완도야~

내가 살면서 언제 또 완도항을 와보겠나..
이 남해를 언제 횡단해볼수 있을까

돈으로 살수없는 값진 경험들을 하며
마지막 날 일정을 향해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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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랑주의보가 해제된지 이틀째
바다는 첫날만큼이나 매우 고요하다
강보다도 더욱 잔잔해서 마지막날에 큰 고생을 안하고 순항할수 있었다.
우리 최종목적지인 서해 제부도까지는 아직 50%밖에 도달하지 않았지만

어찌 첫술에 배부를수 있으랴
그래도 남해라도 다 항해한것 만으로도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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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하다 못해 저수지같은 바다
이날만큼은 여유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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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간의 고생때문인지
윤선장과 도항해사 모두 썩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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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항을 나와서 어제밤의 그 양식장들이 끝도없이 펼쳐지는데
탄성이 절로나온다

카메라가 안좋아서 그렇지 정말 끝도없다.
대한민국 사람들이 즐겨먹는 청정해역 김들이 모두 생산되는 곳이니만큼
상상이상의 면적에 김양식이 이뤄지고 있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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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바다로 나가 이번 일정의 마지막날인 오늘 과연
어디다가 정박하는게 좋을지 계속 상의했다.
윤선장님은 내심 해남땅끝마을에서 조금 더 항해해서
진도까지 가고싶어하셨는데

내 생각엔 무리였다
또 야간항해를 해야할것이 자명했고
진도에는 완도보다 더 많은 김양식장이 있다고 들은바있다.
분명히 많은 고생을 할것이 뻔하고
또한 장기정박을 해야하므로 배를 묶고 짐을정리하고
어쩌구 저쩌구 하면 자칫 차시간을 놓쳐 이날 서울로 못갈지도 모른다

그래서 협의끝에 해남 땅끝항으로 목적지를 정했다.

땅끝항이라는 지명 자체만으로도 이번 여정을 일단락 짓는
의미도 있고 남해가 끝나고 서해가 시작되는 기점이기도 하고
진도보다는 웬지 서울에서 가기 편할것 같다는
생각이 해남 땅끝항으로 가는것에 무게를 더 실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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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온하다
구름사이로 내리쬐는 햇빛이 멋스럽지만
사진을 보니..  죽음의바다같이 보인다
바다색이 파란색이었는데
우째 이런색이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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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구입해 두었던 허접한 낚시도구를 꺼내 낚시에도 도전해보았다.
대양으로 나갈것도 없이 일본에서 한국으로 넘어오는 대한해협을 건널때만 해도
저런 단순한 루어낚시로 참치를 낚을수 있다고 들었다.

요트가 엔진을 끄고 바람으로만 항해할때
참치나 삼치등의 물고기들은 큰 물고기 주변에 모이는 습성이 있다고 하는데
그래서 요트를 막 따라다닌다고 한다
그래서 요트를 타고 가면서 낚시를 하면 꽤 잘잡힌다고 한다.
물론 바다 한가운데서 정지하며 낚시하면 더 잘잡힐 것이다.


앗차 적다보니 한산도 부근에서 돌고래 세마리를 목격했었는데
그말을 까먹고있었구나.

수면위로 시커먼 돌고래인지..그냥 고래인지 아무튼 사이즈는 돌고래만했는데
물위로 살짝 ~ 수줍은 점프를 하더니 물을 한번 뿜고는 이내 사라졌다

난 너무 신기해서 계속 사라진쪽만 보고있었는데
이내 두마리가 더 수면위로 올라와 셋이서 장난치듯 사라져갔었다.

ㅎㅎㅎ  진귀한 장면을 본것같다.

암튼 낚시를 시도하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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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발 다시마를 낚다니..

이후 몇차례 더 해보았지만 다시마조차 낚시 못했다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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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로운 항해를 하다보니 무언가를 조리해 먹을 생각까지 들었다.
첫날 라면을 대충 끓여먹은거 이후로 처음으로 요리? 를 했다.
소고기죽과 참치와 김을 믹스한

내좆대로 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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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왕..보기엔 알천이밥같이 보이지만 정말 꿀맛이다
오뚜기에서 나오는 죽 시리즈는 한번도 안먹어봤는데
생각보다 굉장히 맛있었다.

죽이라 소화도 잘되고 든든하게 배를 채운후
또다시 하염없는 항해를 계속했다..

몇번 말했다시피 바다에서 육안으로 확인되는곳을 발견하고
그곳에 도달하기 까지는 정말 더럽게 오래 걸린다..

우리의 4마력짜리 엔진의 힘을 쥐어짜며
아무리 달려도 gps상의 시간당 항해해온 구간은
그다지 길지않기에..  인내심이 많이 필요하다

그렇게 정처없이 항해하여 오후가 되었을무렵에야..드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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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해남이 보인다. 대륙이다.. 그동안 보이던 섬들이 아닌
대륙..  한반도의 가장 끝자락 땅끝마을에 땅끝탑이 보이기 시작한것이다.

실로 가슴이 벅차올랐다.
다른곳도 아니고 땅끝항으로 가서 이번 여정을 일단락 지으려고 하자
지나간 시간들이 주욱 떠올랐다.

한반도는 아주 작지만
저 땅끝마을은 나에게 희망봉과도 같은 느낌으로 다가왔다

저곳이 반환점이다
저곳을 돌아 조금만 가면 바로 서해바다가 나오고
우리의 최종 목적지가 점점 가까워질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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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험할때는 엄두도 못내는 저런 과감한짓도
잔잔한 바다와 땅끝이 보이기 시작한이후로 생긴 용기로 ㅋㅋ
내복과 목티와 고어텍스 난까이우비 구명조끼
낚시용 털장화 항공모자 등등..
껴입고 있는것만해도 상당하다 ㅋㅋ
멋같은건 사라진지 오래다 아니 첨부터 멋같은건 없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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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선장님도 땅끝을 배경으로 한컷 찍는다.
선장님도 여러가지 생각이 교차하시는듯
어쨌든 우리 위험천만하기도 했고 불안불안하기도 했지만
많이왔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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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땅끝까지 인도해준 선외기.. (침수되었던)

너야말로 엘리트
다음주에 완벽히 고쳐줄게 고생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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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층더 가까워진 땅끝.. 이다
산위의 땅끝탑도 확연히 보이고
항구의모습도 조금씩 식별가능해졌다.

가슴이 벅차오른다
살아서 육지를 밟는다는 안도감과
많은 난관을 극복하며 비록 절반의 성공이지만
어쨌든 그동안 정박했던 섬이 아닌 한반도에 상륙한다는것이
심장을 뛰게 했다.

하지만 우린 또 ....
땅끝항 주변의 김양식장에 휘말리고 ㅡㅡ;;
한번 해봐서 그런지 이번에는 쉽게 빠져나올수 있었다.
주간이라 육안으로 식별이 가능한것도 한몫했고
이번에는 로프를 끊는 극단적인 방법은 안쓰고
요리조리 길처럼 보이는듯한?
곳을 찾아서 빠져나왔다.

뻘짓도 해보면 는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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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미리 항구에 마중나와 있는 해경들의 안내를 받아
대형 경비정옆에 잘 계류를 하고
조수간만의 차를 고려해 로프를 잘 셋팅해놨다.

마산에서 부터 왔다는 말에 다들 놀래지만
앞으로 서해 제부도까지 간다는 말에 더 놀라신다.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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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정박 준비중 타이머로 드디어 추리줄루와 선장님과 일등항해사 모두 사진에 담는컷을
한장 찍었다.
메인세일이 비바람에 상하지 않게 커버를 잘 씌우고 모든 집기와 항해장치들을 선실에 넣는다
요트의 내부는 텅텅 빈 구조로
저 내부는 모두 선실이다
두개의 침상과 간이 세면대
생각보다 많은 수납공간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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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요트 정말작다..  좌측의 해경 순찰선보다도 작다..
계류장에 파묻혀서 잘 보이지도 않을만큼..
높게 뻗은 마스트가
나도 요트에요!
라고 말하는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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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끝항..

안녕 다음주에봐
땅끝마을을 내 생에 세번이나 가게될줄은
몰랐는데
어쨌든 이번주말에 다시 가야한다.


땅끝에서 목포까지 버스를 타고 이동하여
목포에서 ktx를 타고 용산까지 잘 도착했다.

시속 10키로도 채 안되는 속도로 5일동안 이동하다가
200키로 이상의 ktx를 타고 서울로 이동하는데 기분이 묘했다.

용산역에는 사랑스런 그녀가 기다리고 있다.
시커먼 밤바다에서 보이지도 않는 파도와 너울들을 넘으며
그토록 보고싶었던 그녀

모든것이 감사할 따름이다.
망망대해에서는 육지의 사소한 모든것이 그리웠다.
마치 새삶을 얻은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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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음날.. 보고팠던 나의 삶의터전
나의 바이크들.. 보고싶던 마이카
이 평범했던 일상이 몇일 바다에 있다 왔다고..
조금 어색하다

하지만 순간순간
이번주말에 다시 땅끝항으로 가서 항해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면
표정이 절로 굳어진다..


무사히 최종 목적지까지 순항하여
내 인생의 좋은 밑거름이 되길 바래본다.





끝!








출처-바이크 DC라이더스 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