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시작하며 태어났는데 어제 강연에서 내 이야기를 하고 나니 부모님한테나 듣던 이야기라 하네요 하하

공장 굴뚝의 매캐한 연기와 수많은 작고 큰 가게에서 나오는 소음들이 가득한 곳
우리나라에서 작은 공장들이 모여있는걸로는 손꼽히는 큰 공단. 제가 태어난 곳입니다

불편하고 짐 같은 존재로 얹혀 살았던지라 국민학교때 기억은 눈치 보던거랑 살던 집이 마루바닥이라
혹여나 깰까봐 소리 안내려고 마루바닥중에 못박혀서 삐걱 대지 않는 곳만 골라 까치발로 오고가던거
그리고 11살 때 작은 구루마?에(구루마-손으로 끌고 바퀴 두개 달린 짐수레) 신문 250부 싣고 돌리던겁니다.
처음으로 돈을 벌어봤고 제 인생에 전환점이죠.

소장님이 누런 봉투에 신문부수*돌린날짜 적어서 주면 동네 형들한테 혹시라도 눈에 뜨일까봐
빛의 속도로 새마을금고에 가서 저금 했습니다. 요즘처럼 통장이 숫자가 아니고 액수당 도장을 찍어줬죠.
마치 음식점 쿠폰처럼요.

후에 친구들이 교복 입고 학교갈 시점에 저는 싱크대 공장에 취직을 했습니다. 취직과 동시에
독립이라 적고 탈출을 했고 이때부터 싱크대공장->가구공장->프레스공장->자동차부품공장에서
일을 했습니다.
 
가구공장부터는 나이는 옆사람의 반틈인데 일머리도 있었고 또 날 써주는 사장님한테 감사해서
열심히 했던지라 미운털 박혀서 밤마다 숙소에서 공장 형과 아저씨들에 술안주 담당에 맞는게 하루 일과였죠.
한바탕 안하면 자다가 맞을까봐 불안해서 잠을 못이루고 한대 맞고 나야 편히 잠이 오더군요.
맞는 것도 익숙해지면 괜찮고 아무렇지도 않을 수 있구나 하는걸 깨달았습니다

공장에서 일을 계속 하면 5년 후는 저 형, 10년 후는 저 형님, 20년 후는 저 아저씨인데 그 모습이
좋아보이지 않더군요. 그래서 관찰해보니 공단에 좀 괜찮고 돈 좀 버는 사람들은 공고나 대학 출신이더군요.
저 정도면 살만하겠다 싶어서 태어나 처음으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공장에서 일할 때는 보통 아침 9시에
시작해서 밤8시에 퇴근이고 바쁠때는 11시까지 야근 하는 경우가 많은지라 도저히 공부할 짬이 안나서
그만두고 배달일을 했습니다.

공장에서 심부름이나 배달한다고 오토바이를 탔던지라 새벽에는 신문, 오후에는 밥집에서 하고 잠은 평소
저를 좋게 봐주시던 식당 사장사모님의 배려로 낮에는 손님 받는 방에 제 잠자리를 마련했습니다.

그때 식당에 영수증 쓰고 명세표 쓴다고 모나미펜이 많아서 그걸로 공부를 시작했는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모나미펜으로 공부하고 메모하고 그럽니다.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모나미펜에 번호를 하나씩
달았는데 그게 벌써 위 사진 번호만큼 되었네요.

처음에는 국영수과학 교과서 구해지는대로 닥치는대로 공부하다 식당 사장님 친구분이 그때 당시 삼보컴퓨터 가게를
하셔서 구닥다리 컴퓨터를 하나 식당에 가져다 주셨는데 그게 너무 신기하더군요.
 
내가 공부한걸 아레아한글 1.51버전인가요? 그걸로 정리해서 파일로 하나하나 두는게 어찌나 편하고 좋던지
식당에 놀러오신 그 삼보컴퓨터 사장님께 컴퓨터란게 전망이 좋으냐 공부하면 나중에 취직하고 그런게 괜찮냐?
물어보고 유망하다는 그 말에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99년도 말에 벤처붐이 일때 마이컴이라는 컴퓨터 잡지와 하이텔을 통해 연을 맺게 된 형님의 소개로
벤처기업에 입사해서 열심히 일하다 보니 지금은 큰 회사에 매니저라는 직함으로 근무중이고 올해 4월달에는
회사 근처 정자역에 조그만 내 집도 마련 했습니다. ㅎㅎㅎ 고시원-원룸에서만 살다 처음으로 가진 내 집.

회사 일 하면서 방통대 다녀서 졸업하고 지금은 회사의 지원으로 작년부터 경영대학원을 다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제 이사님의 주선으로 이사님 모교에 가서 강연을 했습니다. 하면서도 내가 무슨말 하는지 헷갈리고
떨리고 그랬는데 오늘 강연 들은 많은 분의 이메일과 문자에 답하느라 즐겁게 바쁘게 보냈습니다.

또 강연 들은 교수님이 자기 학교에도 와서 강연을 좀 해달라고 부탁도 하시더군요. 헉...

저 디씨에서 자랑거리 갤러리 보며 '나도 나중에 저렇게 해야지' 라는 생각 하며 힘을 많이 얻었었습니다.
그리고 한참 전이지만 방통대 올A 성적표 올렸다가 폭풍 까였던 적도 있었고요. ㅎㅎ

오늘도 즐겨찾기 하나하나 클릭하다 자갤이 나왔는데 자랑을 하고 싶어 글 써보았습니다.

참 긴 시간이었던거 같은데 적고 보니 신문 돌리고 하던 때가 엊그제 같네요.

이번에도 많이 까일려나요? 흐흐 소소한 제 지나온 인생이 제 자랑거리입니다.


출처: 자랑거리 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