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글은 제가 끄적이며 낙서처럼 썼던 글인지라 편한 어투로 썼습니다 양해바랍니다*

나는 사실 고양이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다
뭐 특별한 이유나 계기가 있는것은 아니고,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생각-동물주제에 거만하다던가, 일컷 밥 챙겨주고 똥 치워줘도
주인 알기를 지놈 몸종으로 생각한다 라던가, 눈빛이 싫다 라던가 등등-과 비슷하다
수도권 중소도시에서 살고 있는 나는, 대개의 위성도시들처럼 시골에서 도시화로 변화되는 환경속에서 자랐고
젖소목장을 하셨던 아버지 덕분에 어렸을때부터 온갖 동물들 속에서 성장했다
젖소,황소,말,당나귀,염소,돼지,사슴,개,오리,닭,토끼,메추리,꿩등 잠깐만 생각했는데도 우리나라에서 사육할 수 있는 모든 가축들은 다 키워본것 같다

그러고 보니 고양이는 키워본 기억이 없다
옛 어른들이 말씀하시는 고양이는 혼이 있어서 함부로 키우면 안된다던가 하는 이유때문이었는지 어쩐지 몰라도 유독 고양이만큼은
한번도 일 삼아 키워본 적이 없다
사진상으로 보는 인형같은 귀엽고 앙증맞은 고양이는 그저 사진으로만 감상할뿐 나도 고양이를 한번 키워볼까 하는 생각은 해본적이 없는것 같다
내가 몇년째 교류중인 인터넷 웨이트 동호회에는 유독 고양이를 좋아하는 친구들이 많긴 하지만, 그들의 유별난 고양이 사랑이 그냥 낯설게만
느껴질 뿐이었다

그러던중 이상한 기회로 고양이 새끼를 그것도 한마리도 아니 무려 세마리를 책임지게 되었다!!
이 이야기는 새끼고양이 세마리와의 황당한 혹은 슬픈 동거 이야기이다

술도 안마시고 운동외에는 별다른 취미도 없는 내게 유일한 취미라고 한다면 컴퓨터를 가지고 노는 일이다
게임을 한다거나 프로그램을 제작한다거나 하는것은 아니고 자동차 튜닝하듯 컴퓨터 케이스를 튜닝하는 작업이다
암튼 이런 취미를 살리려면 어느정도의 공간이 필요한데, 다행스럽게도 같은 동네에 사시는 아버지댁에는 안쓰는 창고가 있었다
작년여름 삐질삐질 땀을 흘리며 개조를 해서 누추하지만 서너평정도의 작업실을 갖게 되었고 이곳에서 시간 날때마다 꼼지락거리며
이것저것 맘편히 작업을 하곤 했다
슬레이트 지붕을 씌운 오래된 창고인지라 천정과 지붕사이에는 약50센티 높이의 공간이 있었고,이곳은 갈곳없는 길고양이들의 안식처로는
더할 나위없이 좋은 장소였다



몇년전에 가내수공업으로 구두를 만들어 팔던 분들의 작업장이었던 관계로 천정과 지붕사이의 공간에는 저런 종이박스들이 어지럽게 널려있었다
하지만 숨기를 좋아하고 구석진 곳을 좋아하는 길고양이들 살기에는 이곳만한 곳이 있을까 싶다
게다가 겨울에는 24시간 따뜻한 연탄난로의 온기까지 올라오니 한겨울 나기는 딱인 장소인것이다
실제로 작년 겨울에도 에미고양이가 배불러서 들어와서 어느샌가 새끼들까지 낳고 한겨울을 기거하다 떠나기도 했다

추위가 좀 일찍 찾아온 올 겨울에도 집 주변에 서성이던 고양이 한마리가 진작부터 진을 치고 있었다
고양이란 놈이  별다른 피해를 주지도 않았고, 또 놈(...년이었다)의 등장으로 들끓던 쥐새끼들도 사라진지라 가끔 고등어 통조림이나
먹다 남은 순대를 올려주는 것으로 놈의 입주를 허락한 터였다

그런데 어느날부터인가 천장에서 나는 발자국 소리가 좀 요란하다 싶더니 이녀석이 새끼 고양이를 낳은 모양이었다
의자를 받치고 천장을 올려다보니 서너마리의 주먹만한 새끼고양이들이 화들짝 놀라며 널부러진 박스뒤로 은폐엄폐하는게 보인다
올려다 놓는 먹잇감의 횟수를 늘리며 암튼 새끼들 잘키우다 겨울 잘 보내길 바랬었다

그런데...
단란하던 고양이 가족에게 위기가 찾아왔다
이곳이 살기 좋다는 소문이 퍼졌는지 낯선 고양이 한마리가 쳐들어 온것이었다
얄팍한 지식으로는 고양이도 제 영역이 있어서 그 영역싸움이 치열하다는데, 새끼까지 딸린 어미고양이가 가만히 있지는 않을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문득 문득 천정위에서 우당탕탕 하는 소리가 들리고,가끔은 개잡는(?) 소리도 들렸다
얼핏 본 침입자의 덩지는 어미고양이보다 훨씬 더 크고 인상도 더럽던데...
그래도 세상에서 제일 강하다는 모성의 힘으로 잘 해결되겠지...했는데 아니었다

어느날 부터인가 개잡는 소리는 들리지 않고 가끔 구석진 곳에서 힘없는 아기 고양이 소리만 간간히 들릴뿐이었다
먹이를 올려다 주는 자리에는 늘 그 침입자가 거만한 표정으로 밥줘~이러고 있고 어미의 모습도 아기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어미가 힘에 밀려 떠났나...
아니면 싸움끝에 희생되서 한구석에 주검이 되있는건 아닐까...
가끔씩 여린 아기고양이의 소리가 들리는 것을 보면 있는것도 같고...
문득 저것도 생명인데 게다가 아기고양이들인데 어미가 일을 당했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들었다

앞쪽에서 올려다보니 잘보이질 않는다 건물뒤로 가서 살펴볼 작정으로 평소 사람의 발길이 없는 후미진 건물뒤로 돌아가봤다
....
....
....
....
....채 피지못한 어린 생명하나가 처참한 모습으로 차갑게 굳어 있었다....


...언제부터 저러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머리부분에 큰 상처가 있는것으로 봐선 아마도 침입자의 소행이 분명했다
어쩌면 이미 어미도 희생됬을지도 모를일이다
같은 지붕밑에 사는 동거인으로서 그냥 묵과할 수 없었다
나는 사람이고 그네들은 그냥 길거리 하잘것 없는 길고양이라도 말이다
최소한 세마리 이상의 아기고양이들이 아직 저 어둡고 무서운 공간에서 영문도 모른채 엄마를 찾고 떨고 있을것이다...아직 살아있다면 말이다
비유가 좀 억지스럽지만 나도 내 목숨보다 더 소중한 3살6살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데, 저대로 아기고양이들을 방치할 수 없었다
내가 고양이를 좋아하건 싫어하건 그건 나중 문제였다

일단 손으로 잡는것은 무리라 생각했다 덫을 놓는다 해도 자칫 여린 아기 고양이가 희생될 수도 있는터..
언젠가 TV에서 길고양이를 다룸 프로그램을 본 기억이 났다
그냥 방치하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일본의 경우 뜻있는 사람들이 고양이를 안전하게 포획하여 중성화 수술을 시키는등의 관리를 한다는...
그때 봤던게 고양이 포획통이었다
그래서 있는 나무판들로 만들어 보았다


한 30분 뚝딱거리고 만들어 놓고 보니 한심하다
과연 어떤 멍청한 고양이가 여기 잡힐까...
저 말도 안되는 나무상자는 저래뵈도 두가지방법으로 문이 닫힌다
노상 작업실에 붙어 있는게 아닌지라 보통의 쥐덫처럼 안에 달린 먹이를 물면 저절로 닫히는 장치 하나,
위로 솟은 걸쇠에 낚시줄을 연결해서 작업실 안까지 연결후 놈이 들어가면 줄을 끊어 문을 닫는 실시간 포획장치 하나...
되긴 되려나...
아무튼 일단 설치부터 해놓고 보자 한시가 급하지 않은가


이런저런 작업을 하면서 귀를 기울여본다
저벅저벅...
부시럭 부시럭...
까드득까드득...
왔다!!!
실내로 연결된 낚시줄을 끊는다
덜커덕!!!
문이 닫히는 소리를 듣자마자 문을 열고 나가 올려다 본다
...
비어있다...
놈은 빨랐다

...
나는 사람이다...
적어도 너보다 내가 머리는 좋다
다음날 용산으로 달려가 컴퓨터용 캠을 하나 사왔다
포획통앞에 설치하고 세컨 모니터에 화면을 띄워 놓았다

늦은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저벅저벅...
부시럭 부시럭...
까드득까드득

놈이 통안으로 들어와 먹이를 먹는모습이 화질 나쁜 캠영상에 잡힌다
조용히 일어나 줄을 끊는다
화면에 날뛰는 놈의 모습이 비춰진다


단란한 고양이가족을 송두리째 망쳐버린 녀석...
한주먹도 안되는 아기고양이를 무참히 물어죽인 녀석..
한줌 먹이에 팔려 잡힌 주제에 문열어라~거만한 표정을 짓는 녀석..

생각같아서는 물에 빠뜨려 죽여버리고 싶었지만 인간이 관여할 부분과 관여하지 말아야할 부분이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놈을 상자채로 차에 싣고 10분정도거리의 낯선 장소로 데려가 풀어주었다
착하게 살어라...
풀려난 고양이는 잠시 서서 날 뒤돌아보더니 이내 어둠속으로 사라진다

이제 남은 문제는 아직 살아있을지도 모르는 아기 고양이를 어떻게 하느냐하는 것이었다
그냥 그대로 두고 먹이나 올려주면서 그대로 둬야 할지, 또다른 침입자에게의 희생을 막기위해 구해야할지...
이미 겁에 질릴대로 질려버린 아기고양이들은 또 어떻게 잡는단 말인가
일단은 제몸 추수릴정도인지 어떤지부터 알아야겠기에 구해보기로 마음을 먹는다

다시한번 포획통을 올려놓고 캠을 설치했다
하루...죽었나....
이틀...째 작업을 하는라 몰두중인 내귀에 작은 소리가 들렸다

바스락....바스락....

택배요~하는 소리보다 더 반가운 작은 소리...
...아직 ...살아있었구나...



오돌오돌 떨고 있는 작은 몸...
내 손길이 가면 본능적으로 이빨을 드러내며 하악~거리며 위협을 하긴 하지만 덧없어 보일만큼 힘없는 반항...
앙상하게 만져지는 가죽뿐인 몸속의 등뼈...
잠시만 기다려...
네 형제들도 모두 데려오자
그리고 일단 아저씨하고 살자...
나 나쁜 사람아냐...

따스한 어미의 체온이라도 느낀걸까
조심스레 쓰다듬어 주는 내 손가락에 이내 얼굴을 부비며 고르르륵~ 목젖을 울리는 아기 고양이...

다음날....
낯설고 놀라서 또 잡혀줄까 싶은 내 걱정과는 달리 한시간 간격으로 남은 두마리의 아기고양이들도 안전하게 구조됬다
낯섬과 두려움 보다는 며칠동안의 배고픔이 더 견디기 힘들었을거다

마침 실내용 개장이 있어서 새 보금자리를 만들었다
좀더 공부해서 아기고양이들이 더 편하게 지낼수 있게 꾸며야겠지만 일단은 이곳에서 살아야 한다
다행히도 좀 말라보이는것 말고는 별다른 상처도 안보이고
급한대로 준 개사료도 잘 먹는다



너무 일찍 세상의 험난함을 느껴버린 작은 생명들...
꿈결같은 엄마의 따스한 품에 다시 안길 수는 없지만 아저씨가 잘 돌봐줄께...
아저씨가 내 새끼들 포켓몬스터 안사주고 니들 먹을 사료랑 똥쌀 모래도 시켰어
.....오늘까지만 개사료 먹으면 되...
.....그러니까 제발 그만 좀 물어...

아직도 기억이 난다
내가 국민학교(난 국민학교출신이다) 저학년때...
키우던 젖소중에 한마리가 새끼를 낳게 되었다
아버지랑 목부형이랑 둘이 출산을 도와주는데 송아지가 죽어서 나왔다
그런데 아버지는 양수를 비롯한 온갖 더러운 액체에 덮혀있는 송아지의 입에 끊임없이 힘껏 숨을 몰아 넣어 주었다
으웩 더럽게...
한참이나 숨을 불어놓어줘도 송아지는 미동조차하지 않았고, 아버지도 포기하신듯 입을 떼시고 수건으로 송아지 얼굴을 닦아주셨다
에이 손해가 얼마야....목부형이 투덜거렸다
평소 말씀도 별로 없으시고 화도 잘 안내시던 아버지께서 버럭 화를 내신다
지금 돈이 문제냐!!...에이...나쁜 놈...

돈이 문제가 아닌 어떤 마음으로 송아지를 살려내려고 하신 아버지의 마음과
어미를 잃고 덜렁 셋만 남겨진 아기고양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는 내 마음이 어쩌면 비슷한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이제 고양이를 조금은 좋아해 볼까 라는 생각도 든다


(고양이는 처음 키워보는거라 영 감이 오질 않습니다
 일단 공지부터 정독중이고 건강하게 키워서 제 앞길 찾아 갈수 있게 잘 키워볼께요 ㅎㅎ
 두서없는 긴글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출처: 야옹이 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