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에 살고 있는 우리는 MT장소로 적절한 곳을 물색하던 중 K라는 친구가 '붉은 숲'이라는 한적한 관광지를 찾아냈다.

우리가 정한 MT장소의 조건은,

1. 어차피 MT에서는 술을 마시며 노는 게 대부분이므로 굳이 비싼 돈을 요구하는 유명 관광지에 갈 필요는 없다.

2. 저렴하면서도 우리 동아리 회원 6명이 묵을 수 있을만한 방이 있어야 한다.

K가 찾아낸 붉은 숲은 우리의 요구를 가장 적합하게 만족시키는 장소였다. 유명한 관광지도 아니면서, 붉은 숲이 한 눈에 들어오는 큼지막한 펜션의 가격도 저렴했다. 또 도쿄에서 세 시간 정도면 갈 수 있는 부담 적은 거리였다.

우리는 K를 칭찬하며 붉은 숲 근처 펜션에 예약을 마치고 서둘러 숲으로 향했다.

이 숲은 사유지로, 굉장히 무성한 나무들이 뒤엉켜 있어 자칫 잘못하면 길을 잃기 쉽상인 곳이었다. 하지만 그 경치는 노을이 질 때 보면 온 숲이 불그스름하게 물들어서, 숲이 한 눈에 들여다보이는 펜션 발코니에서 담배를 피우며 경치를 보면 정말이지 장관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술을 질펀하게 마신 우리는 잠이 들었고, 평소 주량이 약간 많은편인 나는 비몽사몽하게 눈을 뜨고 멍하니 앉아있었다. 그런데 Y가 발코니에 기대 멍하니 숲을 한참동안이나 바라보더니, 그대로 발코니 아래로 떨어져 버렸다.

펜션은 숲이 한 눈에 보이도록 상당한 고도의 산 위에 지어진 것으로, 발코니 아래는 낭떠러지 수준의 절벽이었다.

나는 괴성을 지르며 "Y! 뭐하는 거야! 괜찮아?!" 하며 발코니로 뛰어갔는데, 발코니에서 떨어진 Y는 다리 뼈가 부러졌는 지 엉금엉금 괴상한 자세로 숲을 향해 기어가고 있었다.

"너 뭐하는 거냐고! 미친 놈아! 왜 갑자기 떨어지는 거야! 어디가는 거야!"

Y는 내 말은 들리지도 않는 듯이 오로지 숲을 향해 기어갈 뿐이었다.

나는 서둘러 친구들을 깨우고 1층 카운터에 있는 주인의 도움으로 산악 구조대에 신고를 해 Y를 응급실로 옮길 수 있었다.

분위기가 잔뜩 망가져버렸기 때문에, 당초 3박 4일로 예정되었던 일정은 하루만 더 묵고 끝내는 것으로 변경되었다.

심란한 마음으로 다음 날 밤에 발코니에 혼자 걸터앉아 담배를 피우는 데, 멍하니 숲을 바라보고 있었다.

시원한 바람에 취해 한참을 서 있는데, 누군가가 숲을 걷고있는 게 보였다.

왠지 집중이 되어 그 사람을 바라보고 있는 데, 갑자기 그 사람이 뒤를 돌아보더니 나와 눈이 마주쳤다. 굉장히 예쁘다는 느낌이 드는 미녀였다.

그녀는 손짓으로 내게 말을 걸었는 데, 자기 일행은 네 명이니 같이 숲을 걷는 게 어떠냐는 것 같았다.

내가 기억하는 건 거기까지다.

정신을 차려보니 K가 내 뺨을 때리며 괴성을 지르고 있었다.

나는 무언가에 홀린 듯 발코니에 발을 얹고 떨어지려고 하고 있었고, K는 우연히 나를 보고 끌어내려고 했지만 나는 괴성을 지르며 필사적으로 발코니 아래로 떨어지려 했다고 한다.

애초에 이 펜션은 숲 전체가 한 눈에 보이도록 높은 고도에 지어졌다. 숲에 사람이 걷는 것은 깨알보다도 작게 보일텐데, 나는 어떻게 '누군가'의 얼굴을 분간하고, 그녀와 의사소통을 주고받을 수 있었던 것일까.

머리가 아프고 온통 혼란스러워 한참을 멍하니 서있는 데, 무언가 둔탁한 퍽- 소리가 들렸다.

발코니 아래를 바라보니 옆 방의 노인이 떨어져 즉사했다. K는 괴성을 질렀지만 나는 노인을 이해할 수 있었다.

기억나지는 않지만, 무언가 포근하고 따뜻한 숲으로의 끌림. 숲으로 들어가야만 한다는 강한 충동은 아직까지도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이 곳에 무슨 사연이 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이 펜션은 얼마 가지 않아 폐장했다.

Y는, 병원에서도 필사적으로 어딘가에 가려고 괴성을 지르며 날뛰다 과다한 출혈로 결국 사망했다.

붉은 숲은, 기억하고 싶지 않은 추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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