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S군, 그리고 T군은 모두 같은 마을 친구로 둘도 없는 사이로 자라왔다.
그러다 나는 도쿄에 있는 대학으로, S군은 오사카에 있는 대학으로 각각 진학하는 바람에 몇 년이 지나서야 고향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다. T군의 경우는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가업을 이었기 때문에 오랜만에 고향에 찾아온 우리를 T가 반갑게 맞아줬다.
"캬, 역시 말이지, 이 강에서 생선 구워먹던 시절이 제일 좋았어!"
촌 중의 촌에서 도쿄로 올라와 처음으로 도시생활을 하며 여러 속앓이를 했던 나는 친구들과 오랜만에 고향에서 생선을 구워먹으니 기분이 정말 좋았다.
어렸을 적에도, 마을에서 조금만 내려가면 보이는 이 상당히 깊어보이는 강가에서 물고기를 낚아 모닥불을 피워놓고 생선을 구워먹으며 그다지 의미 없는 농담을 나누며 놀곤 했다.
'그 시절이 참 좋았는데...'
조그마한 아사히 맥주 한 캔에 볼품없는 생선 몇 마리 였지만 칠흑같이 어두운 이 곳에 떠 있는 밝은 달과 활활 타오르는 분위기 있는 모닥불에 우리는 금세 즐거워졌다.
그런데 그 때, T가 S에게
"S, 너 아까부터 뭘 하는거야" 라고 말했다.
그러고보니 S군은 아까부터 우리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혼자서 고개를 푹 떨구곤 혼자서 키득거리고 있었다.
"S, 그렇게 안 생겼으면서 겨우 맥주 한 캔에 가버린 거야? 하하하"
나와 T는 취한듯이 고개를 처박고 실실거리는 S를 보며 웃어댔다.
그러기를 몇 분, 무심코 강변을 멍하니 쳐다보는 데 사람 머리카락같은 게 둥둥 떠있는 게 보였다.
"T...T! 플래시 켜봐! 강변에 뭔가가 있어!"
"어... 어 잠깐만 기다려봐... 자, 여기!"
"바보야, 고작 휴대폰 액정 화면 불빛으로 저런 암흑을 밝힐 수 있겠어? 플래시를 달라구."
T는 주섬주섬거리며 가방 속에서 플래시를 찾아 강변을 비췄고, 과연 둥그런 형태가 사람 머리같은 것이 머리카락이 무성한 무언가가 떠 있었다.
그걸 본 T는 갑자기 히히덕거리며 "A! 우리 저게 뭔지 확인해보자!" 라고 말하며 날 잡아끌었다.
취해서 말 없이 계속 키득거리기만 하는 S와 조금 지루해지기 시작한 분위기 탓에 나는 T의 말에 동조해서 몸을 일으켰다.
물 속으로 들어가려는 찰나, 무언가 떠올랐다.
"A! 우리 저게 뭔지 확인해보자!"
"A! 우리 저게 뭔지 확인해보자!"
"A! 우리 저게 뭔지 확인해보자!"
...
저게 뭔지 확인해보자고?
T는, 유명한 겁쟁이였다.
게다가 T는 유달리 수영을 못해 어렸을 때도 강 위의 바위에 걸터앉아 물고기만 낚아대던 아이였다.
그런데 네가, 강의 중심에 있는 저것을 확인하겠다고?
...
"A! 뭐하고 있어! 얼른 와봐, 재밌겠다. 킥킥킥"
나는 본능적으로 가만히 멈춰서서 T를 멍하니 바라봤다.
T는 나를 보며 미친 것 처럼 킥킥거리며 내 손목을 끌었다.
그런데 그 킥킥거리는 웃음은, 본능적으로 진짜 웃음이 아니라는 게 느껴졌다.
미친듯이 킥킥거리고 있지만, 왠지 고통스러워 하는 것 같아... 즐겁지 않아보여...
나는 순간 T의 손을 뿌리치며 이리저리 중얼댔다.
"T, 저기 떠 있는 저게 정말 사람이라면 큰 일이니까, 어른들부터 모셔올게!"
T를 뿌리치며 마을로 올라가는 내 뒤에서 점점 울부짖는 것과 같이 들려오는 T의 목소리가 들렸다.
"가지마, A"
"왜 그래 우리, 오랜만에 만나놓곤"
"A, 잠깐만 이리 와보라구"
"가지마"
"가지마, A"
"가지 마란말이야!!! 나만 놔두고 가지 마란말이야!!!!!"
어른들을 데리고 다시 찾은 강변, S도, T도 없었다.
곧 구조대가 출동해 칠흑같은 강변에서 수색을 펼쳤고 T는 방금 죽은 시체로 발견됬다.
정체 모를, 강변에 둥둥 떠 있던 무언가를 붙들고는 익사한 상태였다.
그리고 그 '무언가'는, S였다.
-
"정말 안 갈거야?"
"오랜만이라 그런지 그냥 나 혼자 여기 앉아서 경치좀 구경하고싶네. 헤헤, 니들끼리 장보고 와."
"하여간 별난 녀석이라니까, S는. A! 그냥 우리끼리 장보러 가자!"
"아... 응 그래 그럼 S! 9시까지 장봐서 여기로 올테니까 이장님 댁에서 땔감 가져와서 불좀 피우고 있어줘!"
"고기도 좀 사와야 된다! 돼지고기로~!"
-
"S, 우리 올 동안 불도 안피워놓고 뭐 한거야 도데체~"
"옷 축축한 거 보니까 S, 지금까지 강에서 수영하고 있었던 거야? 이 밤에 위험하게 왜 혼자 수영을 하고있어~ 무튼 불이나 피우자!"
-
"여기 있는 이 시체는 방금 익사한 것 같은 데, 그 옆에 있는 시체는 죽은 지 네 다섯 시간은 된 것 같네요. 어찌된 일인지... 일단 사망 사건인 만큼 경찰도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
...
...
T가 했던 말...
가지 마란 말이야,
나만 놔두고 가지 마란 말이야!!!
...
나는 그 뒤로 고향을 찾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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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귀신이 물귀신
핡핡핡 [ 개미 4마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