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컥.
문이 열려있다. 당연히 잠겨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갑자기 열리니 당황해버렸다. 다행히 방은 깨끗하다.
예전의 포근한 나무집의 모습 그대로다.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불을 켜고 창고쪽으로 갔다. 꿀을 담아놓는 공간이라서 그런지 수많은 수납장들이 있었다.
게다가 모두 잠겨 있어 여는건 불가능 했다.
영호가 말했던 시뻘건 병은 보이지 않았다. 치워버린 걸까. 차라리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응?'
수납장들을 살펴보니 그의 말처럼 모두 조그맣게 영어 같은 것들이 적혀 있었다.
"M D G.. , T R S.. , S O H........" 각 수납장마다 다른 3개의 알파벳이 적혀있었다.
이건 뭘까.. 암호? 자기가 죽인 사람들의 이니셜일수도..
그때였다.
끼이이익
문을 여는 소리. 그녀가 돌아온 모양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그냥 평범하게 인사를 하기로 했다.
들어온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꺄아아아악!!"
갑자기 들어와 있는 나 때문에 깜짝 놀래서 소리를 지른다. 그럴만도 하다. 이 밤에 누군가 말도 없이 집에 들어와 있으니.
그렇지만..
지금 정말로 놀랜건 나다.
그녀의 옷과 바지가, 그리고 손이 온통 시뻘겋게 젖어있다. 손에는 몽둥이 같은게 들려 있다.
무섭다.
내 눈으로 직접 목격하니,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공포가 처음으로 몰려온다.
"너.. 너 그 꼴이 뭐야.. 너 어떻게 된거야."
더 이상 그녀는 내 애인이 아니었다. 나도 모르게 반말을 쓰고 있었다.
"아?.. 어.. 죄송해요.. 이건.."
그녀가 다가온다.
"다가오지마.. 다가오지마 !! 무.. 무슨일이야.. 뭘 한거야.."
조금 충격을 받은듯이 그녀가 멈춰선다.
"죄송해요.. 한번만 봐주세요. 3일 뒤.. 정확히 3일 뒤에 말해줄게.. 지금은 안돼요.."
또 사시나무 떨듯이 떨며 울먹이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제는 나도 한계다.
이 상황 앞에서도 계속해서 모든걸 숨기려는 그녀가 더욱 무섭다.
"오지 마.. 이 악마야..!! 빨랑 꺼져..!"
그녀가 거의 경련을 일으킬 정도로 떨면서 눈물을 흘린다.
"죄..죄송해요.. 죄송해요..그치만.. "
"다.. 다가오지마. 빨리 말해. 어떻게 된건지.."
"아.. 그.. 그게..어쩔..수..어..없네요.. 저기 퀴.. 퀴즈 좋아하세요...?"
갑자기 이순간에 무슨 소릴까. 이 싸이코같은..
"뭐하려는 수작이야.. 빨리 그 몽둥이 내려놓고 뒤로 물러서!!!!"
"저.. 그게.. 맞..아요!! 그.. 그래. 시.. 신우씨.. 저기..신우씨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밤하늘을 뺀거.. 거기서 자음만을 ... 그게 뭘까요?
맞춰.. 맞춰보세요."
거의 애원하는 눈초리로 나에게 다가온다. 분위기를 반전시켜보려 하는 건지 눈물 범벅이 된 얼굴을 억지로 웃어보인다.
그러나 그 표정마저 너무나 무섭다.
"닥쳐 다가오지마!! 다가오지 말라고!!"
그녀가 자꾸만 한걸음씩 내가 다가온다. 내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다만 내 앞의 악마에게서 도망가고 싶을 뿐.
"제발.. 마.. 맞춰주세요. 제발..저.. 그게.. 그걸 맞추시면.."
"오지 마!!!!"
두려운 마음에 나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그녀를 밀쳐버렸다.
쿵.
얇은 다리로 중심을 잡기 위해 뒷걸음질을 치더니, 그대로 나무 탁자에 머리를 박고
쓰러져버렸다.
....움직이지 않는다. 즉사했다.
어떻게 해야 할 줄을 모르겠다.
어라.. 내가 방금.. 사람을 죽인건가?
내가 가장 사랑했던 사람을 죽인건가?
아니, 그녀는 살인자다. 내가 그녀를 죽이지 않았다면, 내가 죽었을 것이다.. 어쩔 수 없었다. 그래.. 어쩔 수 없었다.
그렇지만, 소연이가 정말 살인자일까?
아직까지 확실한 증거는 없다.
그걸 확인하기 위해서는 피와 손가락이 담겨있다는 그 병을 찾아 내 눈으로 확인해야 한다.
눈앞 있는 그녀의 시체가 너무나 무섭다.
서둘러 창고쪽으로 들어갔다.
나머지 빨리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