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야 이거..?"


"아무래도..유서인 것 같은데..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한두군데가 아니에요."


"이 편지 속에서 나오는 '당신'은 조사해봤나?"


"네..하지만 도저히 잡히지가 않습니다. 저 남자의 통화내역부터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모두 들어봤지만.."


"거참 미칠 노릇이구만..."


형사로 보이는 남자는 이내 방의 정중앙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자살이야..자살인데...자살의 동기가 분명하지 않아..
아니..... 정확히 말하면 자살의 동기인 '당신'의 존재가 불분명해..."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형사의 발걸음이 멈춘 곳에는 조그마한 접이식 의자가 엎어진 채 놓여있었고,
그 위에는 무언가 무거운 물체를 지탱했을 가느다란 새끼줄이 덩그러니 매달려 있었다.


"도대체..넌 왜 자살한거냐...누구를 위해 자살한거냐고..."


형사는 허공에 매달린 채 흔들거리는 새끼줄을 손으로 툭 건드렸다.


"네모난 상자....조그마한 세상...그리고 자신의 세상을 투영하는 그 무언가..."


형사는 새끼줄을 다시한번 툭 건드렸다.


"세상을 비추는 또다른 무언가..."

형사는 새끼줄을 다시한번 툭 건드렸다.
그리고는 새끼줄에서 몸을 돌린 채 의자가 넘어진 반대편 벽을 쳐다보았다.

그 곳에는 흔들리는 새끼줄이 있었고, 그 밑에서 무언가를 응시하는 남자의 모습이 있었다.


"세상을 비춘다..투영한다..네모난 세상...설마 이건가..."


형사는 자신을 응시하는 또다른 자신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는 그를 향해 손을 뻗었다.
차가운 촉감과 함께 딱딱한 무언가를 손으로 쓰다듬는 형사.

"설마...나르시시즘이라도 걸렸다는거냐..."

형사는 무언가를 지그시 누르고있던 손가락을 뗀 채로 뒤돌아섰다.
형사의 표정은 홀가분함과 어이없음이 교차하는 듯한 기묘한 모양을 하고 있었다.

 


그 곳에는 형사의 체온을 받아 하얗게 김이 서린 '거울'이 놓여있었다.


"어이, 김형사. 됐어. 대충 알 것같으니까 일단 사건현장 보존하고 서로 가자고."


"네..?"


"해결된 거 같다고. 알거같으니까 일단 시체 가져간 감식반 애들보고 감식결과 보고해달라고 해.
그리고 자살한 녀석의 정신과 치료 목록 대조해보고."


"네!......네? 저..감식반이라뇨..?"


"시체 가져간 애들 말이야. 우리 올 때 시체 없었잖아."


"어라..?그러고보니 그렇네요? 감식반이 다녀갔단 보고는 들은 적이 없는데..."


"그녀석들 하는 게 뭐 그렇지. 한마디 해야겠어. 보고를 똑바로 해야지. 새끼들이 빠져가지고는..
어쨌든 사건현장 보존하고 빨리 가자고. "


"'당신'이 누군지 찾으셨다는 거죠?"


"그래. 거울이었어."


"거울..이요?"


형사는 자신을 향해 반문하는 남자를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보고는 거울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그래 거울. '네모난 세상' '세상을 투영하는 조그마한 곳' 뭐겠어? 거울 밖에 더있어?"


남자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 모습을 본 형사는 주먹을 들어서 한대 쥐어박으려는 듯이 뒤로 돌렸다가 이내 한숨을 쉬고는 손을 내린 채 그를 째려보며 언성을 높였다.


"어휴 이 무식한 자식아! 잘 봐봐. 저 의자가 놓였던 방향. 줄의 위치. 그리고 편지가 놓여있던 곳.
모두 거울과 일직선 상이고 거울을 바라보고 있어. 무슨 말인지 알겠어?"


"아..."


"그래. 자살한 자식이 미친놈이었던거지. 거울에 비친 자신을 확인하고는 사랑에 빠져버린거야..
말세다 말세..저런 히키코모리 자식이 있는 것도 소름끼치는데 자기를 사랑해서 자살이라니..."


형사는 허공에서 진자운동을 계속하고있는 새끼줄을 보며 혀를 끌끌 차더니 기분나쁘다는 듯 훽 돌아서서
방을 나가버렸고, 남자는 어찌할 바를 모른다는 듯 고개를 흔들더니 곧 뒤따라 방을 나서기 시작했다.


"..아무리 그래도 거울을 보고 자살을 하다니..자기 모습을 비춘다라...에이 모르겠다.."


남자는 마지막으로 방을 휘익 둘러보고는 방문을 열고 사건현장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방문이 닫힌 방은 이내 정적과 고요에 휩쌓였다.
김이 서린 거울은 여전히 방 안의 모습을 투영하려는 듯 달빛까지 머금고 있었다.
그 앞에는 아무렇게나 내팽개쳐진 접이식 의자가 죽어버린 시체를 연상시키듯 누워있었고
그 위로는 누군가에게 인사하는 듯한 새끼줄만이 좌우로 흔들거리고 있었다.


그 뒤로는 네모난 모양의 창문이 달빛을 받은 채로 방 안의 모습을 비추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