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일본의 풍습으로써 밤에 한 방에 여럿이 모여 촛불이나 등불을 들고 무서운 이야기를 하고 불을 하나씩 꺼나가는데, 백 번째 불을 끄면 귀신이 나온다고 하는 유래를 가지고 있다.
---------------------------------------------------------------------------------------------------
올해 고등학교 3학년인 나는 평소 친하게 지내던 친구 세 놈들과 바닷가로 놀러갔다. 아쉽게도 남고라서 모두 남자였지만..
여름방학 시즌이라 그런지 해변에는 사람들이 무척이나 많았다.
평소에도 여자를 밝히던 경남이는 여자들을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다른 두 놈들도 어느정도 들떠있는 것 같았다.
고등학생이 이래도 되는건지, 물 만난 물고기처럼 우리는 정말 미친듯이 놀았다.
하루종일 물을 실컷 즐겨서 그런지 온몸이 피곤했다.
해가 질 무렵 사람들도 한둘 씩 줄어들었고, 우리 일행도 근처 식당에서 적당히 배를 채운 후 미리 예약했던 콘도에 들어가 짐을 풀었다.
"다들 할 거 없지? 내가 재밌는 거 하나 알고 있는데 해볼래? '백물어'라는 건데...."
뒹굴거리던 친구놈들이 내 말에 귀를 기울였다.
"촛불 100개에 불을 피우고, 무서운 이야기를 하나 할 때마다 하나씩 촛불을 끄는거야. 모든 초가 꺼지면 귀신이 나온대."
"에이, 잠이나 자라."
유난히 열심히 논 경남을 제외한 나머지 두 명은 내 말에 호기심이 생겼는지 내 주위에 둘러앉았다.
"그런데 여기서 초를 구할 순 없잖아? 그래서 라이터로 대신할거야. 이야기는 내가 다 준비해왔어."
"한번 해봐. 심심하던 차에 잘 됐네."
"하나의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라이터 불을 계속 켜고 있어야하는데, 대신 좀 해주라."
"내가 할게."
모든 준비를 마치고 '백물어'를 시작했다.
"...거울 속에서 칼을 든 채 저벅저벅 걸어나왔다."
마지막 이야기를 마친 후 라이터의 불을 껐다.
"끝난거야?"
"어."
"손 아파 죽는 줄 알았다."
"나중에 치킨 사줄게."
"올ㅋ 그럼 나 세수 좀 하고 온다."
"귀신 온 거 맞아?"
"몰라. 귀신이 눈에 보이냐? 다들 듣느라 수고했어, 자자."
몇 시간을 뜬눈으로 이야기에 집중해서 그런지 다들 금방 잠들었다.
다행히 첫날 밤엔 아무 일도 없었다.
다음날 내가 일어난 시간은 오전 10시. 내가 일어날 때쯤 친구들도 하나둘씩 일어났다.
경남은 일찍 잠들어서인지 씻고 혼자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라면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바다에 가기로 의견을 모은 후 우린 전날 있었던 일을 말했다.
"너네 뭐 이상한 거 없었어? 난 잠 더럽게 안오더라."
"난 졸려서 바로 잤어."
"것 봐, 귀신같은 게 어딨냐? 그러게 잠이나 자라니까."
"근데 상현이 표정이 좀 안좋아보인다."
"그러게..."
경남의 말을 듣고 다들 상현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런가? 좀 피곤해보이긴 하네."
"잠 잘 못잤다며, 그래서 그런가보지."
"뭐? 보...보..."
"미친놈."
상현의 모습이 마음에 걸려서 너무 멀리 나가진 말자고 약속했다.
콘도에서 바다로 가는 길은 크게 2개가 있었다.
하나는 사람들이 다니기 편하게 만들어놓았고, 다른 하나는 나무가 우거져서 그런지 대부분 첫번째 길로 다녔다.
물론 우리도 불편한 건 싫었기에 그 길로만 다녔다.
점심이라 그런지 바다에서 노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나와 경남을 제외한 두 명은 모래밭에서 쉬겠다고 했고, 결국 우리끼리만 물에 들어갔다.
그런데, 이때 일이 발생했다.
한참 박태환 빙의해서 수영하는데 이상하게 사람들과 점점 멀어지는 느낌이 든 것이다.
주위에 사람들도 바글바글했는데 우리 둘만 떠내려가고 있었다.
당황한 우린 허겁지겁 육지로 나오려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해상구조대가 우리를 구하러 왔다.
우리만 떠내려간게 의아스러워 벙쪄있을 때 해상구조대원 중 한명이 화를 냈다.
"그렇게 계속 멀리 나가시면 어쩌자는 겁니까?"
우린 분명 바다에서 나오려했기에 대원의 말에 당황했다.
"저희 계속 육지로 헤엄쳤는데요?"
"장난하십니까?"
"진짜예요. 아, 진짜인데, 억울하네."
그렇게 한바탕 실랑이를 벌이다가 구조대원 측에서 cctv를 보자는 말이 나왔다.
"바다에 cctv가 있어요?"
"자료확보 혹은 긴급출동 등의 이유에서 바다 쪽으로 설치해둔 것들이 있습니다."
관리실로 가서 영상을 확인한 후 난 입이 쩍 벌어졌다.
먼 바다를 향해, 그러니까 육지와는 정반대 방향으로 헤엄치는 모습이 찍혀있었기 때문이다.
"아닌데, 분명 제대로 헤엄쳤는데..."
"뭐야 이거?"
"그럼 저희가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나는 대원들에게 사과를 하고 관리실을 나왔다.
기분을 잡친 나는 선탠이나 하자며 친구들이 있는 곳으로 경남을 끌고 갔다.
"어디 갔다왔냐?"
"야, 미친. 우리 죽다가 겨우 살았다. 그러니까..."
친구들에게 방금 전까지 있었던 일을 빠짐없이 설명했다.
"그래서 cctv를 보는데 우리가 정말 반대로 가고 있더라?"
"...뭔 개소리냐. 니네 계속 이 근처에서 노는 거 다 봤는데?"
"나도 봤어."
"뭐?"
나와 경남은 친구들과 한바탕 말싸움을 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친구들이 다른 사람들과 우리를 착각한 것으로 치기로 하고, 노가리를 까다가 콘도로 돌아왔다.
수영복을 정리하고 누워서 쉬고 있는데, 갑자기 온몸에 소름이 확 돋았다.
"야, 나 방금 소름 확 끼쳤다? 신기해."
"어? 나돈데?"
그랬더니 나머지 놈들이 그걸 듣더니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왜 그래?"
"나도 소름 돋았어.."
"씨발..나도..."
"..."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4명 모두 미친듯이 비명을 지르며 그곳에서 도망쳐나왔다.
길거리에서 한참 멍해 있다가, 상현이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우리 뭐하냐, 병신같다."
그 말에 긴장이 풀린 우리는 이게 뭔 뻘짓이냐며 웃으면서 기분도 달랠 겸 근처 치킨집에 들어가 닭을 뜯었다.
"우리 대학 어디 가냐."
"몰라. 생각하기 싫다."
"어디든 붙겠지. 여기 와선 놀 생각이나 해라."
치킨을 해치운 후 방으로 돌아와, 어젯밤 일이 신경쓰였던 난 가져왔던 100개의 이야기가 적혀있던 종이를 살펴봤다.
그런데, 40~49쪽이 전혀 보이질 않았다.
"이상하네, 야, 누가 이거 뽀렸냐?"
아무도 대답이 없었다.
"병신, 잃어버린 거 아냐?"
태원은 담배를 피우려는지 담배를 하나 꺼냈다.
그리고 오른쪽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자기 라이터가 안 보인다며 방을 뒤지기 시작했다.
"이상하다. 나 맨날 여기다 넣어뒀었는데..."
"잘 찾아봐. 방 어디에 있는 거 아냐?"
"야, 나 바다 좀 가봐야겠다."
평소에도 무언가를 잃어버리면 반드시 찾으려는 놈이라 그런지 또 그 기질이 발동했나보다.
"미친놈아 여기서 어떻게 찾냐?"
"걍 새로 사. 라이터 하나에 얼마나 한다고.."
결국 태원은 한번이라도 둘러봐야 속이 시원하겠다며 밖으로 나갔다.
"병신..."
30분 후에 태원이 돌아왔다. 오른손에 라이터를 쥔 채로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어, 뭐야. 진짜 찾았어?"
"이야, 어디서 찾았냐?"
"여기서 바다로 가는 길 있지? 거기 거의 끝날 때쯤에 떨어져있더라."
"이야... 진짜 대박이네."
"나 원래 운 좋잖아."
"부럽다.."
괜히 찝찝했지만 이쯤에서 일단락을 짓기로하고 나와 태원은 거실에 누워서 tv를 켰다.
이미 다른 놈들은 오후내내 노느라 피곤했는지 벌써 방에서 자고 있었다.
"넌 언제 자냐?"
"이거 끝나고."
한참 OCN채널에서 영화를 보고 있는데 12시가 거의 다 되어갈 무렵 자고 있는 애들이 있던 방문이 갑자기 한꺼번에 열렸다.
"어우 씨발 깜짝이야. 왜 그래?"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하고 있었는데 자고 있었던 놈들이 소리를 지르며 방에서 뛰쳐나갔다.
"뭐야..씨발, 야. 잡으러가자."
간신히 대로변에서 그들을 잡고는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물었다.
그랬더니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뜬금없이 악몽을 꾸었다는 것이다.
"그럴 수도 있지, 뭐 그런 거 갖고 그러냐."
"야, 어제 우리가 했던 거 있잖아, 헉헉, 그게, 꿈에 나와서, 씨발."
"나왔어. 거기서 나온 거 그대로."
"뭔 개소리야?"
"그러니까..."
정리해보니 대충 세명 모두 어제 들었던 괴담 중 10개 정도를 계속 주인공 입장에서 체험했단다.
'아 씨발, 좆됐다.'
"씨발 진짜 귀신인가?"
"야 어떡해. 여기서 날샐거야?"
"문 안잠궜잖아.. 그리고 여기 졸라 춥네."
결국 우린 여러 의미로 벌벌 떨며 콘도로 돌아왔다.
그리고 옆방에서 묵던 사람들과 관리인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하며 연신 허리를 숙였다.
"그러니까 다 같은 꿈을 꿨다 이거야?"
"응."
"응."
"응."
'아, 진짜 좆됐다... 어? 잠시만..'
무언가 마음에 짚히는 게 있었다.
나는 다시 가져온 괴담들을 꺼내 친구들이 꾼 꿈의 내용과 대조해보고는 소름이 확 돋았다.
"너네들이 말한 괴담이 아까 잃어버린 10장에 나온 내용이랑 일치해."
방안엔 고요한 침묵만이 지속되었다.
그리고 그 침묵을 깬 건 상현이었다.
"씨발 이 병신아 그러게 그런 좆같은 걸 왜 해! 개또라이 새끼 진짜 돌았냐?"
"야 그냥 밤새자."
경남의 말을 듣고 결국 모두 거실에 모여 계속 TV를 봤다.
그러고 있기를 몇시간, 새벽 2시 정도가 되어 몇명은 다시 잠들었다.
'벌써 2시인가?'
영화가 끝나갈 무렵 갑자기 태원이 벌떡 일어났다.
"어, 왜 그래."
"방금 전에 니가 말한거냐?"
"뭔 개소리야."
갑자기 태원이 내 멱살을 잡더니 방이 떠나갈 정도로 소리쳤다.
"새끼야 니가 방금 나한테 '너가 죽으면 라이터가 내꺼가 될텐데..' 이랬잖아!"
"..."
무슨 생각이었는지 난 태원의 주머니 밖으로 살짝 나와있는 라이터를 빼앗고는 방문을 박차고 밖으로 뛰어나왔다.
"너 이새끼 라이터 안 내놔?"
뒤에선 태원이 개처럼 쫓아오고 판단력은 이미 개나 줘버린 상태. 나는 눈물콧물 다 흘리며 무작정 바다로 달려나갔다.
"내놔 씹새끼야!"
새벽이라 그런지 바닷가에는 술취한 몇 명, 폭죽 쏘는 사람 몇 명이 전부였다.
난 그들을 지나친 채로 정신없이 바다로 뛰어들어갔다.
물이 차가웠지만 지금은 그런 걸 따질 상황이 아니었고, 다행히 태원을 따돌릴 수 있었다.
"삑! 삑! 나오십시오!"
해상구조대원이 불빛을 비추며 나를 쫓아왔다.
난 그들이 하는 말을 무시한 채로 무작정 달려나가, 물이 가슴에 잠길 때쯤 바다에 라이터를 던져버렸다.
그리고 물에서 나와 해변가에서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태원을 발견했다.
한밤 중의 육상경기를 한 우리는 결국 구조대원들에게 각종 욕을 다 얻어먹었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우리 모습이 술에 취한 것 같았는지 구조대원 중 한 명이 같이 온 사람이 있냐고 물었다.
나는 구조대원의 핸드폰으로 경남에게 이곳으로 와달라고 전했고, 잠시 후 세명이서 같이 걸어 돌아왔다.
"왜 이쪽 길로 가냐. 나무들 때문에 길도 불편한데."
"벌써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가자."
"어? 나 라이터 여기서 주웠는데..."
"..."
난 그말에 다리가 탁 풀려버렸다.
주저앉은 채 기계처럼 욕을 되풀이했고, 방안에 있던 두명도 연락을 받았는지 이곳으로 뛰어왔다.
다시 콘도로 돌아가면 정말 여기서 생을 마감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해상구조대 관리실에 양해를 구하고 그곳에서 밤을 새기로 했다.
하도 사고를 쳐서 그런지 대원들은 우릴 관리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인듯 쉽게 허락해주었다.
"대체 무슨 일입니까?"
그 말에 나는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쭉 설명했다.
말을 할수록 점점 대원들의 눈빛이 이건 뭔 미친놈이냐는 눈빛으로 변해갔다.
그러던 와중 아까 바다에서 호루라기를 불며 소리치던 대원이 CCTV 영상을 한 번 보자고 했다.
"그걸 뭐하여 보여줘?"
궁금함을 참지 못한 우린 보여달라고 계속 졸랐고, 결국 모두 CCTV 영상실로 들어가 영상을 확인했다.
밤이라 그런지 어두워서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영상에 찍힌 형체 정도는 식별이 가능했다.
"..."
난 내 눈을 의심했다.
분명 하나였던 형체가 물에 들어가자마자 두개로 늘어난 것이다.
"분명 물에 두 명이 들어갔습니다. 한 명이 다른 한 명을 끌고 가는 것 같았구요. 그런데, 가까이서 보니 한명이더라구요..?"
호루라기를 불며 쫓아왔던 대원이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이게 뭔..."
내 친구들의 얼굴은 사색이 되었고, 다른 대원들은 재수 옴 붙었다며 소금을 뿌려댔다.
그곳에서 여차저차 날을 지새고, 콘도로 돌아가 짐만 싸서 나오자고 결정한 뒤 방으로 돌아왔다.
"안에 뭐 있는 거 아니야?"
"좆같은 소리 하지 마라."
아니나다를까, 문을 따고 방문을 열자마자 우리를 맞이한 건 벼락맞은 듯 정신없이 어질러져있는 방안이었다.
"가관이네. 도둑 들었나?"
"야, 어제 문 잠그고 나온 거 맞아?"
"어. 당연하지.."
"씨발."
방을 어느정도 치우고 안 찢어진 가방에 짐들을 대충 우겨넣으면서 난 열심히 친구들의 구수한 욕을 얻어먹었다.
"잠깐, 그 종이들 어디갔냐?"
"몰라. 저 미친새끼 그걸 또 챙겨가게?"
"어, 저거 아냐?"
상현은 방구석에 갈기갈기 찢어진 채로 쌓여있는 괴담 쪼가리를 가르켰다.
"왜 찢어져있지...이거 너네가 그랬냐?"
"몰라."
"기억 안 나는데?"
"나도."
설마 이 상황에서 장난을 칠 간 큰 놈들은 아니었기에 그 말을 믿기로 했다.
'내가 정말 미친짓을 했구나.'
가스레인지에 종이쪼가리들을 대충 태워 없애고 나머지 짐들을 정리한 후 콘도를 나왔다.
"다들 미안하다."
"아, 진짜 절이라도 가야겠다."
"난 무당 좀 알아봐야겠어."
"저 새끼 덕분에 정말 스릴 넘치는 여행이었다."
"야 너 바지 뒤에 뭐야?"
그 말에 난 바지 뒷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그리고 거기엔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던 40~49페이지가 있었다.
그러고보니 우리 일행에 언젠가부터 친구가 하나 더 늘어난 것 같다.
어느순간 보면 한명의제외한 세명이아니라 네명이말하고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