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어둠속에서, 게다가 비까지 내려 바로 앞에 사람이 서 있어도 볼 수 없는
상황에서 그 여자가 보인다는 게 아직도 신기하게 느껴진다.
우리 부대는 반경 3km 이내에 민가가 없다.
산 속에 처박힌 구형막사의 부대였다.
밤에 위병소 근무를 서면 유일하게 들리는 소리는 바람소리와 새소리 뿐이다.
간혹 멀리 떨어진 부대에서 야간사격을 하면 총소리가 들리기도 하지만
밤에 우리부대 주변에서는 그 어떤 인공적인 소리는 들을 수가 없었다.
내가 일병이 되면서 처음으로 위병소 근무를 나가던 날이었다.
우리 부대는 일병이 되어야만 부대 정문인 위병소 근무를 할 수가 있었다.
근무는 새벽 1시에서 2시 근무였다.
초 여름인데도 밤에는 생각보다 서늘했고, 맑디 맑은 밤하늘을 배경으로
거의 보름 달에 가까운 달이 떠 올라 주변 시야가 눈에 띄게 넓어졌다.
근무가 지루했는지 내 사수인 김병장이 재미있는 얘기를 해 주겠다고 하였다.
"야. 저기 앞에 폐가 하나 있지©"
"예"
우리 부대 위병소 전방 50여 미터 전방 우측에 폐가가 하나 있다.
"저 집이 왜 저렇게 되었는지 내가 얘기해 주지."
김병장은 무슨 일급비밀이라도 나에게 얘기하느 냥 조용히 소근대면서 말을 이어갔다.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4년 전쯤일거야.
내가 이 부대에 오기 전에 저 집에 부부와 20살인 딸 한 명이 살고 있었대.
그 집 딸은 이쁜 얼굴은 아니었는데 젊은 여자라는 이유로 이 부대 군인들에게 아주
인기가 많았다고 하더라구.
부부는 사슴농장 일과 인접 부대 병사들을 상대로 여러 일을 대행해 주며 생계를 이어갔지."
"무슨 일을 대행합니까©"
"그거 있잖아. 군대 편지 말고 사제 편지 보내주고, 물건도 우편으로 보내주고, 간혹 읍내에서 사올 물건도
대신 사다 주면서 군인들로부터 돈을 좀 받았지."
나는 왠지 괴기스런 얘기가 나올 것 같은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런데 우리 부대원 중에 졸라 잘 생긴 놈이 있었는데, 그 집 딸내미와 눈이 맞았나봐.
사람들 얘기로는 여자가 그 놈을 무지하게 좋아했다더라구.
그 놈은 단지 욕정을 채우기 위한 대상으로 그 딸내미를 만났고.
그 놈이 아주 나쁜 놈이라는 건 뭐냐면 이미 두 세명의 사회의 여자들이 면회를 왔다갈 정도로
여자가 많았음에도 그 집 딸내미를 계속 몸에 품었다는거야.
그 딸은 모든 걸 다 바쳐 사랑하고 있는데 말야.
그런데 말야 그 녀석 제대 날짜가 다가오자 여자는 불안해지기 시작했어.
여자는 시간이 지나면서 남자가 자기를 그다지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자신의 모든 것은 이미 그 놈한테 모두 가버린거야.
그래서 여자는 남자를 잡기 위해 결국 임신을 택했어.
그런데 그것마저도 그 놈의 마음을 되돌릴 수는 없었지.
그 놈은 그냥 제대해 버렸고, 연락도 끊어버렸지.
군대에선 이런 일이 흔하게 일어난다고 하는데 어찌되었든
제대 후 그 딸내미가 부대까지 찾아와서 어떡해서든 연락처를 알아보려고 쑤시고 돌아다녔나봐.
그러나 아무도 그 놈과 연락을 취할 수 없었어.
그 뒤로 여자가 한 달여동안 보이지 않았었나봐. 그 녀석 찾으러 다녔을지 모르지.
만났는지 못 만났는지 알 수 없지만 반 해골이 되어서 돌아 온 여자는 거의 실성 지경에 이르게 되었지.
그 부모들도 부대에 와서 그 놈 찾아내라고 다 죽여버리겠다고 난리를 피우고 말야.
그 때쯤 내가 이 부대로 배치 받은 거지.
그런데 말야.......아, 신발 소름끼쳐..."
"왜 그러십니까©"
김병장은 잠시 말을 멈추고 침을 꼴깍 삼켰다.
"그런데 말야....어느 날 밤에 위병소 근무자가 근무를 서고 있는데 그 집 딸내미가 집 앞의
우거진 미류나무 사이에서 반듯이 서서 자신들을 지켜보고 있는 것을 봤대.
밤이라서 잘 구분은 안갔는데 사람이 분명하고 똑바로 서서 나무 사이로 자기들을 보고 있더라는거야."
"와.....소름끼쳤겠습니다."
"그게 소름끼쳤다는게 아니라......."
김병장은 다시 한 번 침을 꼴깍 삼키며 하고자 하는 나머지 말을 이어갔다.
"여자가 흔들거리더라는 거야."
"으악!!"
난 나도 모르게 숨소리로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주..죽은 겁니까?목 매달아서....."
공포스러워하는 내 표정이 즐거웠는지 김병장은 조용히 얼굴을 나에게 들이대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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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뭐라고 했는데
뻥이지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