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사수고 누가 부사수인지 알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제서야 정신이 든 최상병은 조용히 일어나 그 형상을 아무말 없이 주시했다.
빗방울이 엄청나게 굵어지고 나서야 그 형상은 사라졌다.
한 동안 멍하니 초소 밖에서 자리를 지키던 최상병은 아무 말없이 떨리는 손으로
장전된 총알을 분리하고 탄창에 다시 끼워 넣었다.
이 소문은 삽시간에 부대 전체로 퍼졌다.
한 동안 잠잠했던 귀신소동이 다시 시작된 것이었다.
군인 정신을 강조하는 중대장의 엄한 훈계가 있었음에도 부대원들은 그 소문에 대한 공포를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아침 점호가 끝나면 그 날의 근무 시간표가 붙여지는데 모든 부대원들은 하나같이 밤시간대 위병소 근무에 자신이
들어가 있는지 확인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그런데 진짜 사건은 다른데서 터졌다.
우리 부대의 최악의 근무지는 바로 탄약고였다.
탄약고는 부대 내무반으로부터 100미터 정도 떨어져 있으며, 주변의 참나무와 아카시 나무 때문에
시야가 잘 확보가 되지 않는다.
탄약고 초소 앞에는 작은 계곡이 있고 그 계곡을 건널 수 있도록 만든 작은 나무다리가 있다.
초소 뒷편으로는 작은 언덕이 있는데, 겁나는 것은 그 언덕 뒤가 거대한 공동묘지가 있다는 것이다.
버려진 묘지들이 아닌 공원묘지로 깔끔하게 꾸며져 있었지만 밤 근무자에겐 여간 신경쓰이는 것이 아니었다.
우리 부대는 지원부대다.
1년 중 2~3개월은 부대원의 반 이상이 훈련지원 파견을 나가기 때문에 근무 인력이 부족하다.
이 때문에 위병소를 제외하고는 모두 단초로 근무를 선다.
탄약고에 배정받은 근무자는 그야말로 최악 중의 최악을 만난 것이다.
산 속의 공동묘지를 끼고 있는 초소에서 한 시간동안 혼자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탄약고 근무는 보통 상병들이 나간다.
박ㅇㅇ상병은 우리 부대에서 강한 군인의 상징이다.
강심장인지는 모르지만 몸짱에 항상 남자다운 성격으로 간부들이나 고참들로부터 신임을 독차지하는 사람이다.
그 날은 새벽 2시 근무였다.
"야! 이 강아지야! 정신차려!!!!!!"
인터폰으로 통화하던 당직하사의 큰 호통 소리에 당직사관인 소대장이 벌떡 깨어났다.
"야...뭐야©"
"박ㅇㅇ, 이 미 친 새끼가 헛 소리를 하지 않습니까©"
"뭔 소리©"
"초소에 누가 자기와 같이 있답니다."
"뭐©"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허공을 가르는 총소리가 들렸다.
"탕!!!!!!!!!!!!!"
소대장과 당직하사는 서로의 얼굴을 한 번 확인한 후 미친듯이 탄약고를 향해 뛰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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