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챙길 수 없는 아침 근무자의 식사는 담당 소대가 미리 준비해놔야 한다.

그런데 배식과 청소에 열중한 나머지 아침 근무자의 식사가 늦어진 것이다.

근무자가 돌아왔을 때 부대원들은 거의 식사가 끝나가는데 근무자 식사가 준비 안된 것이다.

근무자인 1소대 이상병이 우리 소대 일병들에게 다가와 짜증을 냈다.

"이 자식들이 어디다 정신팔고 다니는거야©"

그제서야 근무자 식사를 깜박했다는 사실을 안 일병들은 밥을 먹던 도중 급히 일어나 사과했다.

"시정하겠습니다. 곧 식사 준비하겠습니다."

일병 막내축에 속하는 나는 후다닥 식판 두 개를 들고 배식판으로 향했다.

이상병은 계속 아니꼽다는 듯이 성질을 냈다.

"2소대 왜 그래©정신차려 임마!! 니네 귀신 나타났다고 위병소에 불도 켰다며©"

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옆에서 밥을 먹고 있던 정상병이 음식물이 담긴 식판을 이상병에게 던져버렸다.

"이 신발새끼가 어디서 지랄이야!!"

욕설과 함께 미친 사람처럼 눈을 부릅뜨고 정상병은 이상병에게 달려들어 주먹과 발길질을 사정없이 날렸다.

며칠 전 밤에 보았던 정상병의 그 모습이 다시 재현된 것 같았다.

여느날 같았으면 뜯어말리고 끝날 일이었지만 그 날은 정상병이 큰 실수를 하였다.

중대장이 사병식당에서 식사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중대장 앞에서 사병들간의 그런 험한 꼴을 보였으니 난리가 아니었다.

분노한 중대장은 정상병과 이상병에게 군장을 매고 연병장을 돌 것을 명령했다.

늘 보는 얼차려이지만 다른 점이라면 그 날은 군장 속에 모래와 자갈을 가득 채우고 있다는 것이다.

중대장은 굉장히 엄했다.

반나절동안 쉬지 않고 뺑뺑이를 돌리는 것도 모자라 점심시간이 되자 식당까지 포복으로 기어서 가도록 했다.

서서 밥먹는 중에도 군장을 벗지 못하게 했고 식사가 끝나자 다시

포복으로 연병장까지 기어가 뺑뺑이를 돌게 만들었다.

부대 분위기는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만큼 침체되어 있었다.

무슨 조치를 취해야 했지만 무엇을 해야 되는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하룻동안의 얼차려가 끝나자 정상병은 이상병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건낸 후 조용히

내무반 뒷뜰로 가 담배를 입에 물었다.

그의 몸은 물을 끼얹은 듯 땀으로 흠뻑 젖어있었다.

나는 그가 괜히 나 때문에 얼차려를 받은 것 같아 가슴이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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