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대는 자체 사격장이 있다.
연대나 사단규모 사격장보다 작고, 표적도 자동화 타겟이 아니지만 150미터까지
표적을 설치할 수 있는 비교적 중급 규모의 사격장이었다.
대신 사로의 수는 작아서 동시에 5명 정도만이 쏠 수 있었다.
조그만 산 중턱쯤에 사격장이 자리잡고 있으며, 사로로부터 뒤쪽 10여미터 아래에는
작은 연습장 겸 대기소가 있다.
그날 야간사격은 영점조준용 종이타겟을 25미터 전방에 놓고 실시하였다.
야간 사격을 할 때는 가늠자와 가늠쇠에 형광물질을 바른다.
야간 사격은 가늠자 구멍을 통해 조준이 어렵다. 따라서 두 군데에 발라놓은
형광물질의 위치를 일치시키고 대충 쏘는 것이다.
그렇게 해도 표적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표적을 맞추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그 누가 보름달도 아닌 구름 낀 그믐달 아래서 보이지도 않는 25미터 거리에 있는
a4규격의 황토색 재생용지를 맞추겠는가©
그냥 감으로 쏘는 것이다.
때문에 가끔 말년 고참들은 소총의 안전핀을 단발이 아닌 자동으로 놓고 9발을 그냥 드르륵 갈겨버리기도 한다.
말년 병장들이 하니까 중대장이 모르는 척 하는거지 내가 그랬으면 당장 얼차려를 받을 일이다.
"1조 탄창 삽입!!!"
"탄창 삽입!!"
"탄알 일발 장전!!"
"탄알 일발 장전!!"
"준비된 사수부터 사격 개시!!!"
"탕..타타타타탕..."
난 화약 냄새가 좋다. 어깨를 전해지는 소총의 반동이 좋다.
그리고 이산 저산에서 메아리치는 소총소리가 좋다.
난 총을 잘 쏜다. 논산 훈련소 자동화타겟에서 전진무의탁 자세로 20발 중 19발을 맞춘 적이 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쏴 보는 총이었는데 조교가 사회에서 총 쏴봤냐며 물을 정도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사격은 나에게 군생활 동안 고마운 존재엿다.
나에게 휴가를 한번 더 보내줬으니까
안전검사를 마치고 1조 사격이 끝나자 뒤에 서서 대기하던 2조가 사로로 진입했다.
바로 그 때였다.
"사격 중지!!!!!!!!"
중대장의 엄명이 떨어졌다.
중대장이 왜 사격을 중지시켰는지 사로에 서 있던 모든 부대원들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표적 너머 숲이 시작되는 곳에 희멀건 형상이 서 있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다.
몇몇은 보이지 않는다고 했지만 대부분은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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