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그때 그 얘기를 종합해 보면 가장 많이 나오던 얘기가 우물 근처의 벤치에 새벽에 앉아있던 사람의 정체였다.

학원은 크게 교실건물과 기숙사 건물 2개동이었고 그 사이에 벤치에 둘러싸인 우물을 비롯한 아담한 정원이 있었다. 기숙사는 2층부터 4층까지 총 3개층이었고 기숙사 창문에서 내다보면 그 벤치까지 직선거리가 약 70여미터 정도 되었다.

그 당시에도 일찍 성숙하여 담배를 피는 중학생들이 있었고 그 애들은 보통 새벽시간에 창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담배를 피웠다. (취침시간 이후에는 아예 건물 밖으로 나가는 문을 잠궈놓는다.)

그때 담배를 피우던 애들의 말에 따르면 그 새벽 시간, 그것도 혹한의 추운 겨울에 가끔씩 그 벤치에 남자인지 여자 인지 모를 사람이 앉아 있더라는 것이다.
(상상을 해보라. 그 추운날 사람의 왕래도 거의 없는 그 시골에 누가 무슨 이유로 학원 마당에 앉아있는가©)

건물 밖으로 나가서 확인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에 후레쉬를 비쳐보기도 하고 창 밖으로 몸을 쭉 내밀어 확인을 해보려해도 뒷 모습 밖에는 볼 수 없었다고 한다.

또, 누구는 화장실에서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고 했으며 기숙사 방 창문으로 (기숙사 방 출입문에는 조그만한 감시창이 달려 있어 내, 외부에서 서로 볼 수 있게 되어있다.) 새벽에 누군가가 안을 들여다 보더라는 등의 많은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처음으로 한 학생이 짐을 싸서 나가게 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평소 우리반에 지환이라는 녀석이 같은 반의 세은이라는 여학생을 공개적으로 좋아한다며 쫓아다니고 있었다. (내가 여기에서 쓰는 모든 이름은 가명이다.)

지환이 놈이 어느날은 요상한 꿈을 꾸었다며 아침 1 교시에 반 아이들에게 얘기하고 있었다. 그 녀석의 침실은 창문쪽 2층이었는데 그날 밤 창문을 등지고 자고 있다가 몸을 창문 쪽으로 돌리며 눈을 떳다고 한다. 그 때 창문 밖으로 왠 여자애 머리가 밑에서 위로 쑥 올라가더란다. 너무 놀란 나머지 몸을 일으켜 세웠더니 그 머리가 다시 밑으로 내려오는데 그 얼굴이 바로 세은이의 얼굴이었다는 것이다.

그 녀석은 너무 놀란나머지 옆에서 자고 있던 친구를 깨웠지만 그 이후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오히려 욕만 들어먹고는 이불을 뒤집어 쓰고는 벌벌 떨다가 잠이 들었다고 했다.

그런데 그 이야기를 듣던 세은이가 갑자기 경기를 일으킬 정도로 울기 시작했다. 몸을 사시나무 떨듯이 떨며 울던 세은이가 조금씩 울음을 그치기 시작하며 하던 말은 우리반 모두의 몸과 마음을 얼려버렸다.

그 말은, "나도.. 어제 꿈을 꾼것 같은데....나.. 기숙사.. 창 밖에서 새벽에.... 지환이가 자는 걸 지켜봤었어...."

그게 꿈이었던 현실이었던, 지환이와 세은이가 그 새벽에 서로의 모습을 봤다는 말이었다.

이 소문은 조금씩 술렁이던 학원의 분위기를 완전히 뒤집어 엎어놓고 말았다.

이틀 후 세은이는 짐을 싸서는 집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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