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에…"

3년 전 간신히 레지던트 딱지를 때고 강남구에 개인병원을 얻은 찬식은 자신의 눈앞에 있는 여인을 보고는 넋을 잃었다.

찬식은 끓어오르는 감정을 애써 억누르느라 땀을 삐질삐질 흘리고 있었다.

"아, 안녕하세요."

찬식은 날개가 돋힌 듯 훨훨 날아가려는 이성을 간신히 붙잡으며 말했다.

"어, 어디가 아파서 오셨나요?"

"저…갑자기 한쪽 머리가 누가 찌르는 듯 아파오고 또 자꾸 가래가 나와요."

"열 한번 재볼까요?"

환자의 귀에 체온계를 꽂고 표시된 숫자를 읽는다.

"많이 높네요. 언제부터 아팠나요?"

"오늘 아침이요."

"빨리 오셔서 다행이네요. 이건 잘못하면 독감으로 발전할 수도 있거든요… 약 3일치 해드릴테니 일단 저쪽으로 가셔서 주사 맞으세요."

"네…"


-딸깍


그녀가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다.

 

 

 

 

모니터에서는 한창 인기아이돌 퀸즈의 무대가 시작하고 있었다.

"다음 무대는, 귀엽고 깜찍한 퀸즈의 큐티 러브입니다!"

"와아아~ 정혜진! 정혜진!"

"진짜 예쁘다……"

모니터를 보며 찬식은 춤추는 혜진의 모습을 멍하니 쳐다본다.

퀸즈의 새 멤버로 들어온 혜진은 예쁜 외모와 조신한 성격 덕에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찬식 역시 그녀의 열렬한 팬이다. 하지만 바쁜 레지던트 생활로 인해 소위 ‘팬질’을 하는 것은 그에게는 요원한 일.

가끔씩 tv나 컴퓨터로 그녀를 접하는 게 전부였다.

그런데, 그런 혜진이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하늘이 나를 돕는구나!"

그는 진료실에 있는 약물 하나를 간호사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잠깐, 그 환자에게 이것도 주사해 줘. 두통을 호소했던 걸 잊고 있었어."

 

 

*

 


"꺄아악!"

바퀴벌레를 칼로 해부하고 있는 찬식의 모습을 본 학생들은 비명을 지르며 달아났다.

개중 몇몇은 그자리에서 구토를 하기 시작했고, 잠시 후 선생님이 달려와 그런 찬식을 제지했다.

"지금 뭐하는 거야! 미쳤어?"

"왜요?"

이후 바퀴벌레 사건으로 이름을 날린 찬식은 소위 왕따가 되어버렸다.

"야, 벌레새끼야!"

"이거나 먹어라!"

같은 반 학생이 대걸레로 찬식의 머리를 쓸어내린다.


-드르륵


"어, 뭐야? 그걸로 나 찌르게? 찔러봐! 병신새끼."


-푸욱!


"으아아악!"


-푹! 푹!


뱃속에서 칼이 나올 때마다 새빨간 피가 찬식의 얼굴에 흩뿌려진다.

"왕따는 안돼."

찬식은 얼마 안 있어 강제전학을 당하고 말았다.

 

"빌어먹을. 인생은 돈이야! 돈이 많아야 사회정의를 바로세울 수 있겠어!"

찬식은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마음을 다잡고 공부를 시작했다. 비상한 머리 덕분에 그는 순식간에 전교1등을 꿰차고, 결국 의대에 합격했다.

"조금만 더 열심히 하자!"

마침내 찬식은 의사 라이센스를 획득하고 개인병원을 차릴 수 있었다.

 

 

 

 

 

 


"휴…"

자신의 파란만장한 과거를 회상하던 찬식은 창틀에 기대어 조용히 담배에 불을 붙였다.

폐로 들어오는 짜릿한 느낌을 맛보며 희뿌연 연기를 내뱉는다.

하지만 한가해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그의 머리는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고 있었다.

"계산이 정확하다면 혜진이는 병원에서 나와 계단을 내려가는 도중 쓰러지겠지? 그러면…"

혼잣말을 하던 그는 급히 짐을 챙겼다.

아까 담배를 피우면서 병원 앞에 주차되어있던 벤의 모습을 발견한 까닭이었다.

쓰러지는 그녀를 도중에 가로채야했다.


"미스김, 예약환자 없지?"

"네? 네. 어디 가시나요?"

"응, 어디 좀 갔다 와야 할 것 같아."

"언제쯤 오시나요?"

"해외로 나가봐야 해. 3일 정도 못 들어올 것 같으니 문 닫고 먼저 퇴근해."

"정말이요? 알겠습니다!"

간호사는 입이 함지박만하게 벌어지며 기쁨의 탄성을 지른다.

찬식은 의사 가운을 벗고는 서둘러 밖으로 나섰다.


2층 계단 언저리에서 숨죽이고 있던 찬식은 3층에서 비틀거리며 내려오는 혜진을 발견했다.

"조금만…조금만 더!"


-털썩


쓰러지는 소리가 나자마자 찬식은 서둘러 계단을 올라갔다.

2층과 3층 계단이 만나는 지점에서 혜진이 죽은듯 쓰러져 있다.

차가운 미소를 지은 그는 미리 가져온 트렁크에 혜진을 집어넣는다.

"몸집이 작아서인지 잘 들어가는군."

그러고는 땅에 끄는 소리가 나지 않도록 두 손으로 트렁크를 들어 조심조심 주차장으로 나왔다.

"아참!"

찬식은 간호사들이 나가는 걸 확인한 후 다시 병원에 들어가 진료실 구석에 휴대폰을 갖다놓았다.

"맞다, 무음모드!"

모든 걸 마친 찬식은

"출발이다, 하하하하!"

 

 

벤에서 혜진을 기다리고 있던 그녀의 매니저는 혜진이 한 시간이 지나도 나오질 않자 전화를 걸었다.


-뚜루루루루

-뚜루루루루


-고객님이 전화를 받지 않아 음성사서함으로 연결됩니다, 연결될 시에는 통화료가…

의아하게 여긴 매니저는 차에서 내려 건물에 들어갔다.

"어?"

불이 다 꺼진 채 문이 잠겨있었다.


-쾅쾅쾅


"아무도 안 계십니까?"

다시 그녀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뚜루루루루

-고객님이 전화를 받지 않아…

"씨발!"

매니저는 다급히 소속사에 연락을 취했다.

"여보세요! 지금 혜진이 없어졌어요!"

"뭐? 지금 어디야!"

"압구정동에 있는 병원이요. 여기가…"

"거기까진 왜 갔어 미친새끼야!"

"다음 스케쥴 가다가 혜진이가 갑자기 너무 아파하길래…"

"병원에 물어봤어?"

"문이 닫혀있습니다."

"이런 병신새끼야! 그러게 왜 병원에 애를 혼자보내!"

"가벼운 감기라 금방 나올 것 같아서 안에서 기다렸습니다."

"일단 그쪽으로 갈테니까 문자로 위치 보내놔. 혜진이 못찾으면 뒤질 줄 알아!"

 

 

 

 

 

 

*

 


충청남도에서도 상당히 외진 곳에 위치한 어느 숲속.

인가는 전혀 보이지 않고 주변에는 오직 울창한 나무들만이 가득하다.

오직 풀벌레가 가끔씩 울어댈 뿐, 마치 다른 세계에 잘못 찾아온 듯 고요함이 느껴진다.

아쉽게도, 그러한 정적은 어느 한 여자의 비명소리에 의해 깨져버렸다.


"꺄아아아악!"

비명소리는 버려진 창고로부터 울려퍼졌다.

어째서 이런 곳에 창고가 있는 것일까?


"으흐흐…"

여자의 정체는 다름아닌 퀸즈의 혜성으로 불리는 정혜진이었다.

한창 방송국에 있어야 할 그녀가 이곳엔 어연 일일까?

그러나 방송은 커녕, 혜진은 창고 한가운데 우뚝 선 기둥에 온몸이 묶여 있었다.

"꺄아아악! 살려주세요!"

"거참, 시끄러워 죽겠네!"

 

절대 닫히지 않을 것만 같던 혜진의 입을 닫은 남자는 다름아닌 찬식이었다.

"내 얼굴 기억하지? 흐흐…"

그녀의 커다란 눈에서는 하염없이 눈물이 나왔다.

"제, 제발 살려주세요…"

"글쎄?"

"……"

그녀와 몇마디 대화를 나눈 후 찬식은 혜진이를 촬영할 수 있도록 동영상 녹화를 시작했다.

의료용 메스를 꺼낸 그는 앞에서 훌쩍거리는 가녀린 여성을 어떻게 요리할까 생각하며 조심조심 그녀의 옷을 메스로 잘라낸다.

얼마간 그녀의 입술을 탐하던 찬식은 해야 할 일을 생각해냈다.


"흐…흐윽…"

"좋아하는 사람의 알몸을 본다는 건 짜릿한 일이지."

"……."

"우리 혜진이, 첫경험은 언제였어?"

"……"

"언제냐니깐?"

"……"

메스를 혜진의 피부에 가까이 대는 찬식.

"꺄악! 여, 열…일곱살때요…"

"누구랑?"

"남자…친구랑이요…"

"어땠어?"

"……"

"즉각즉각 대답하는 게 좋을거야. 나는 기다리는 걸 무지 싫어하거든…"

"흐흑… 아, 아팠어요…"

"음, 그럼 사장님이랑도 했어?"

"네……."

"흐흐흐… 강제로 당했니?"

"…그거 해야 데뷔시켜주신다고 하셨…어요…"

"사장님이랑 할 때의 기분은 어땠어?"

"기분 나빴어요…"

"하태섭 사장님! 아이고 이거 어쩌시나? 사장님의 테크닉이 부족했나봅니다. 하하하하하!"

"제발 살려주세요…제발…"

"오빠 말 잘 들으면 살려줄게. 알았지?"


-끄덕끄덕


울먹이며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는 혜진의 얼굴을 비추면서 촬영을 종료했다.

 

 


녹화를 중지한 찬식은 영상을 편집하기 시작했다.

본인의 음성을 변조하고 카메라 정보까지 모두 삭제하는 등 찬식의 꼼꼼함은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소녀의 사랑은~아픔이랍니다~"

본인의 데뷔곡을 흥얼대는 찬식의 모습을 혜진은 쏘아죽일 듯 노려본다.

찬식은 아이피를 우회하여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 첫번째 영상을 올렸다.

 

 


[인터뷰하는 혜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