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 다시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봅시다....

  

심각하게 구겨진 인상을 쓰면서 엉거주춤 일어서는 녀석은 갑자기 저를 확 돌아다봅니다.

녀석의 표정은 말하고 있었죠.

이 상황을 어떻게든 타개할 수 있도록 저에게 보내는 구원의 눈길을 말입니다.

뭐~ 물동이 엎질러 놓고 주워 담으라는 소리나 진배없는 상황에서 말입니다.

박뚱이도 언제 술에 취해 비틀거리고 있었는지 모를 정도로

티 없이 맑고 고운 눈동자로 사형장에 끌려 들어가는 애처로운 중생을

처다 보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만은 그 어떤 단어도 머릿속에 맴돌지 않았습니다.

그저, 그저 서로 마주 바라보고만 있었을뿐...

정말 그 상태로 수초간 정적.. 모든 것이 정지된 듯한 고론 느낌..ㅋㅋ..

뺀질이가 달리 뺀질이가 아닙니다. 제가 이녀석을 뺀질거린다고 뺀질이라고

괜히 붙여쓴 단어가 아닙니다. 눈치코치 단수가 100단이 넘는 영악한 녀석이란걸

순간적으로 간과하고 있었습죠.. ㅋㅋ..

바로 들립니다. 짱통을 확 굴리는 소리가 말입니다.

  

“어 그거요? 보노보노팀장님 드렸잖아요? 팀 장님이 가지고 계시지 않아요?”

 

우와, 이. 이놈봐라.. 고새 그걸 나한테 떠 넘기네..

이런 우!라질 지만 살면 된다는 극악무도한 저놈 보래?

와..귀신 앞에서는 위아래도 없다 이거네..

지금 이 시간에 헬게이트로 직행 하라는 건가? 나 혼자?

긴 생머리 휘날리면서, 혼자 공중에 떠다니는 처녀 귀신 머리통이 날라 댕기는 곳에,...

저만 그런 곳에 들어간다면 이미 죽음 목숨이죠.

혼자서는 절대 안됩니다. 아니. 못가죠. 그런 헬게이트속은...

  

“모르겠는데? 네가 가지고 있지 않았어? 네 가방속에 들어 있던 것 같은데?”

 

이야.. ㅋㅋ. 이 순간에는 나도 모르게 거짓말이 그냥 막 튀어 나오더군요..

그것도 너무나 천연덕 스럽게 말입니다.

이건 정말 연기대상감입니다.

아..아..

뺀질이가 속으로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너무나도 ㅋㅋㅋ...

‘어제의 우군이 오늘은 적’

분명 둘 중 하나는 장렬한 최후을 맞이 해야 하는 상황..

둘 다 한 치의 물러섬이 없었으며

마지막 생명줄을 지키기 위해 일절 자비심이 없었습니다.!!

아놔. 지금 저 쉐1리의 안면이 염라대왕 보다 더 지독하게 보이더군요.

  

“글세요. 분명히 어제 팀장님 드렸잖아요. 팀장님이 받아서 드시고 챙겨 넣지 않았어요?”

 

호오? 그래 다시 맞받아쳤다 그거지?

이왕 이렇게 된 바야 나 혼자 당할까 보냐?

  

“그래 먹고, 가만있자. 그래 다시 네한테 줬잖아. 네가 그걸 가방 안에 넣지 않았어?”

 

미틴다. 정말.. ㅋㅋ 쥐뿔.. 가방은 무슨 가방...

물론 둘 다 당시 그 약봉지가 어디에 있는 알고 있었죠. ㅋㅋ

바로 tv선반 아래 있다는 것을 말이죠..ㅋㅋ...

  

천연덕스럽게 그리고 무심하게 서로 뻔 한 거짓말을 나불대는 그 모습이

너무나도 처량하고.. 인간사 새옹지마라고.. 확 깬다..ㅋㅋ

 

당시 약간은 제가 표정을 살짝 굳혔습니다.

이는 무언의 압박감을 살포시 날려 주는 동시에 너 혼자 죽어 라는 강한 암시였죠.

나라도 살아 남아야 후일을 도모할것이 아니냐?

대를 위해 너가 희생 되어라.. 이 말이 담긴 표정이니라는거는... 개뿔..

서로 거짓말인걸 알고 있기에 짬빱으로 밀어 붙여 보는 것입니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짬밥만한게 어디 있나요?

효과는? 역시 확실 하지요. 그러나 이 쉐1리가...

더는 엉겨 붙을 수 없다는 판단이 섰는지 이번에는 물귀신 작전으로 나가더군요.

  

“에이. 같이 가서 찾아봅시다. 후딱 갖다 옵시다.”

 

아..아.. 녀석은 이제 모든 것을 체념한 체 그저 구원의 손길을 저에게 내미는

것이었습니다. 뺀질이의 그 애처로운 눈빛은 차마 외면할 수 없는...

  

“에이. 그냥 네가 가거 후딱 찾아 드리고 와라...”

이말.. 요말 ... 요 말 한다디면.. 상황이 정리되는 시점인데요...

차마 .. 녀석의 얼굴을 정면으로 맞대고 쏴 붙이지는 못하겠데요...ㅋㅋ..

솔직히 진작 이렇게 나왔다면 된 것을 은근 슬쩍 짱돌 굴려서 저한테

떠 넘기려는 것이 괘씸했지만.. 뭐 저도 거짓말 했으니 피차일반인가요.

  

그래 전생에 사람 목숨 한 번 구해 주는 것이 얼마나 큰 공덕인지 모른다.

내 비록 이제 이 생애의 마지막이 될지라도 사람 목숨 한번 구한 것이

후일 큰 공덕이 되리라... 라는 마음으로 ...

  

모든 것을 체념한 체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죠.

  

“가자..”

 

아.. 둘이 아무말 없이 복도로 나서는데...

이 순간만큼은 도살장에 끌려가는 축생마냥...

처량한 기분마져 들더이다..

둘이 공통적으로 생각한 것은... 단 한가지..

아무리 귀신이라도 매일 얼굴 내 비추겠냐..?

지금은 아무일 없겠지.. 라는 상콤 발랄 내츄럴한 생각뿐입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쫄래쫄래 따라 오는 배줌마가 부러울 따름임다.

문앞에선 두 사람은 서로를 처다 보면서 한숨 지었죠.

그래.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건가?

장난치나?

요즘 세상에 귀신은 무신... 어제 본 것은 다 헛거다.

이렇게 필살 정신을 다 잡고 문을 열었습니다.

정말 음침한 소름이 쭉 올라 오는 어둠이 방안에서 뿜어져 나왔습니다.

순간 머리털이 수직으로 곧두서는 것이..

아우. 정말 예사롭지 않았죠.

이런 느낌은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평생 알수 없는..

살떨리는 한기가 똥코에서 머리털까지 수직으로 쪼옥 훝고 지나 가는 그

상콤발랄한 느낌..

이야.. 정말... 대단하더군요..

손가락을 더듬어 스위치를 올렸습니다. 물론 제가... 뺀질이는 경직된 상태라서..ㅎㅎ..

불이 확켜지자 그나마 ..

보일러를 끄고 나갔던터라.. 한기 자체가 확 느껴집니다.

재빨리 tv선반쪽으로 달리다시피 다가갔죠...

약봉지...ㄷ ㄷ..

소기의 목적인 약봉지를 재빨리 캐치한 저는 뒤를 돌아봤습니다.

저 쉐1끼 뺀질이는 들어올 생각도 안하고 입구에 딱 버티고 있네요..

쓰1벌놈.. 고참이 용감하게 헬게이트 안으로 몸을 날렸는데..

쫄따구 쉐1리가 구경만 하고 있는 꼴이라니...

후딱 약봉지를 챙겨온 저는 아니볼래야 아니 볼수 없는... 이미 들어올때부터

머릿속을 꽉 채우고 있었던..

부비트랩을 설치해 뒀던 화장실문의 리모콘...

나갈때는 화장실문을 정면으로 처다보면서 나갈 수밖에 없기에...

자연스레 리모콘이 눈에 안들어 올 수밖에 없습니다.

제 예상과는 달리 리모콘은 한치의 움직임도 없이 화장실문틈에 기대어져 있습니다.

나올때와 똑같은 포즈로 말입니다.

그래.. 그렇지 달리 말할 필요가 있을까?

불을 딱 끄고 나오는 순간까지 긴강감을 떨칠순 없었지만..

무사히.. 정말 무사히.. 지옥의 입구에서 돌아올수 있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배줌마는 약봉지를 건네 받고 인사까지 던지네요..

다시 3층으로 돌아온 우리는 입이 바짝 타서인지.. 캔맥주을 들이켰습니다.

아직 시간은 막 초저녁을 넘긴때였지만...

역시 하루종일 육체적 시달림에 노출됐던터라.. 다들 비실비실합니다.

대충 정리하고 방을 나섰습니다.

시커먼 어둠이 쫙 깔려 있는 공간을 지날때까지 아무말 없다가..

제가 한마디 던집니다.

 

“야.. 뺀질이.. 니....”

 

제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직감한 뺀질이가 과도한 애교모드를 펼치며

앵깁니다. 에고. 확.. 이 추위에 얼차례 한번 시도하려다..

하긴.. 저도 뻔한 거짓말을 태연하게 뱉어 냈던지라.. 걍 웃고 맙니다.

뚱이과장은 술이 조금 올라 있는 상태에서 우리는 재빨리 메인 프론트

대기실로 걸어갔습니다.

아직 초저녁이지만 사람이 많이 없더군요.. 사실 스키장 거의 끗물이라..

오신 손님의 태반이 부부동반이나 단체 회원들이 상당수 많았죠.

간혹 보이는 젊은 친구들은 거의 매니아 냄새 솔솔 풍기는 사람들이고..

세명이 멍하니 대기실 의자에 앉아 있으니...

아. 정말 처량하고.. 딱히 할말도 없고.. 이거 이렇게 새벽이 올때까지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화딱지가 막 치미는 겁니다.

와.. 놀러와서 왜 이러고 있어야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