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너무 심심치 않냐? 이러고 날 새려면...”(본인)

“그러게요..”(뺀질이)

  

사실 남정네 3명이 모여서 달리 할 일이 모있겠습니까?

물이라도 좋으면 헌팅놀이라도 들이대 볼낀데..

눈에 보이는 사람들은 대부분 아줌마들이고.. 그나마 볼만한 것들은 다

보디가드 하나씩 퀘차고 있었던 터라...

니미.. 졸 처량해지느 3인....

그렇게 뒹굴뒹굴 하다보니 몇시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미치겠더군요. 시간이... 박뚱이도 졸다가 깨다가 졸다가 깨다가..

뺀질이하고 전 술이 취한것도 아니고 계속 들이킨 캔커피 때문에

잠이 확 깨고.. 담배피고 왔다갔다하는것도 질리고...

그나마 다행인 것은 깡다구에게서 연락이 안오는걸 보니..

오늘 안들어올 모양입니다. 어디서 신나게 술 퍼고 있겠지..

그렇게 시간을 축내고 있다보니 어느세 11시를 넘기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조그만 더 버티자하고 결의를 다졌죠..

3명이 다시 꾸벅꾸벅 졸다가...

얼마나 지났을까.. 주위가 약간 소란스럽다는 느낌을 받았죠.

누군가의 목소리가 조금 날카롭게 대기실안을 울렸기에..

부스스 눈을 떴는데...

입구쪽에 왠 한 무리의 사람들이 웅성웅성 거리는 겁니다.

뭐지? 한참 심심함이 극에 달아 있던 우리는 잼있는 구경꺼리라도

생겼나 해서.. 슬슬 자리를 털고 있어 났습니다.

사람들틈을 헤집고 고개를 들이미니..

흐미.. 이건 뭐...

말로 설명하기 그런데...

어떤 아주머니 한분이 눈 밭위에서 허우적 거린다고 해야 하나..

여튼 왜.. 뭐랄까.. 사람이 발광 비스므리 하게 막.. 허우적 거린다고 해야 하나..

그 실성난 사람이 허우적 대듯이..

뭐라고 악을 쓰는 듯한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동작에 맞춰 함께 쏟아지고 있었죠.

  

“놔라. 그만 놔라. 악악..으아악..”

 

와. 이건 뭐시기 ... 이 추운 엄동 설한에 눈 밭위에 나뒹구는 모습이

정말 섬찟 하더군요. 주위에 몇 사람이 그 사람을 부축하고 있었는데..

어.. 어라...

지금 쓰러진 듯 비틀거리며 쪼그리고 앉아서 머리를 가랑이 사이에 푹

파묻고 있는 이 사람.. 그.. 빨간 점퍼의 아줌마였습니다.

옆에 어깨를 잡고 부축하는 사람이 남편인 듯 하고...

가만보니.. 모여 있는 몇몇 사람들은 저희하고 버스 같이 타고온

스포츠센터 사람들이네요.. 그리고 바로 사모의 모습도 눈에 들어왔습니다.

무슨일일까?

대충 눈치깠던 것이..

아마도 이 팀은 나이트클럽에서 놀았던 것 같은데..

빨간점퍼 아줌마가 술에 너무 취했는지 그대로 쓰러지듯 주저 앉아 버린 것

같았죠. 그리고 술기운에 난동을 피우나 싶긴 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술먹고 난동을 피운다고 해도 이건 아니다 싶었죠.

옆에서 남편이 흔들었는데도 꼼짝도 안하고 있었는데..

할 수 없이 남편이 빨간점퍼 아줌마를 들쳐 없고 움직입니다.

막 움직이던 남편이 슬쩍 돌아보며 말했죠.

  

“부탁합니다. 버스 우리자리 앞쪽에 뒀을겁니다.”

 

그말에 사모님이 걱정말라고 바로 가지고 가겠다고 말한 것을 들었죠.

약간 걱정스런 안부의 말들이 여기저기서 오고 갔고 이윽고 바로

상황은 정리 되는 듯 했습니다.

모여있던 사람들은 제각기 흩어지고 ...

사모님을 처다보니 무언가 망설이듯 쭈볏쭈볏하고 있었죠.

순간적으로 기회다 싶었습니다. 낮에 보았던 빨간점퍼 아줌마 자리에

있었던 작은 가방.. 분명히 그 작은 가방을 가져 달라는 말 같았죠.

제가 지나가는 말로, 직접적으로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슬쩍 흘러가는 말로..

  

“허. 낮에 보니 저 아주머니 자리에 작은 가방 하나 보이던데....”

 

그말에 사모는 바로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며 저를 처다 보더군요..

  

“네 맞아요. 아 그때 보셨구나..가방 가지러 가야 하는데..”

 

그러면서 저희를 보는 그 눈빛은...

네. 네. 말안해도 압니다. 많이 당해 봐서 그 눈빛이 무엇을 의미아는지

익히 알고 있는걸요..

사실 대기실에서 주차장까지는 한참 먼 거리고.. 자정이 넘은 이 어둠속에서...

여성 혼자 움직이기는 조금 꺼림직 하죠. 아무리 주위 가로등이 불을 밝히고

있다고는 하나.. 보니.. 기사아저씨는 보이지 않은 것으로 보아...다른곳에

계시는 듯...

  

“주차장이 좀 먼데 마침 저희가 할 일도 없는데 같이 가드릴까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사모님이 입가에 미소를 팍 뛰우며

 

“그래 주실래요? 아고 길이 좀 무서워서...”

 

ㅋㅋ 네 압니다. 무섭죠.. 무서울껍니다. 그러나 길이 무서울까요?

뭐가 더 무서울까요? 어서 뱉어 내시죠...라고 생각했습죠..

물론 어제 휴개소에서 저와 나눈 대화 덕분에 사모님이 그런 것들이

버스에 달라 붙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상황이었죠.

물론 뚱이와 뺀질이는 조금 못마탕 표정으로 저에게 재스처를 날렸지만..

녀석들의 표정으로 보아 왜 쓸데 없는 일을 만드는 것이냐?

사서 고생을 왜 하지? 그러나 이미 벌어진 일...

녀석들은 제가 한 말을 듣고는 오뉴월 서리 내린듯한 표정으로 절 쏘아 봅니다만..

녀석들은 속으로 생각했겠죠.

  

‘절마가 뭘 잘못 처먹었나? 미친거 아니가?’ 아마 이정도였었겠죠.

  

뭐 그래도 시간 때우기 삼아 이렇게 왔다 갔다 하면 1시간 정도는 후딱

지나갈 것 같았죠. 지금 자정이 좀 넘었으니...

아. 정말 그때 왜 그 버스에 다시 가고 싶은 용기가 솟아 났을까 하는 것에 대해서는

달리 생각할 필요 없이 지금 이시간에 차마 사모혼자 그 버스에 못 보내겠데요.

단지 그 이유뿐입니다. 사모도 무서웠겠지요. 뻔한 이치겠지만...

혼자 .. 그 버스에... 흐미...그것도 그 존재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인데..

당신 같으면 가겠어요?

  

4인은 그렇게 차가운 밤공기를 폐부 깊숙이 우겨 넣으며 터벅터벅 걸어내려갔죠.

잠시 무슨 말을 꺼내야 할까 하고 고심하던 중 뺀질이가 한마디 날립니다.

  

“아까 그 아주머니 무슨 일이 있는 거라예?”

“네? 아.. 술이 좀 과하게 되신 모양이예요. 별일 아니예요”

 

하지만 전 별일이 아니란 걸 어렴풋이 알 수 있었죠. 말을 할 때 사모님의

얼굴이 상당히 경직되어 있었거든요. 대기실에 주차장까지는 한참 멀어

한동안 걸어가야 하는 거리입니다. 상당히 예리한 칼바람이 얼굴을 치고

지나가는데 온몸이 떨려 옵니다. 하얀 입김이 쉴 세 없이 뿜어져 나왔죠.

 

“저기, 그전에 하신 말씀 있죠.. 왜 버스에 인원이 맞지 않는다던가.. 하신거..”

 

전 확실히 작정하고 본론적 이야기를 직설적으로 들이 밀기 시작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