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아.. 네..”
무언가 자꾸 말끝을 이어가기 싫어하는 것 같다는 것을 금방 알수 있었죠.
이건 저뿐만 아니라 뺀질이와 뚱이과장도 바로 느꼈을 터였습니다.
이 껌껌한 야밤에 간간히 들리는 칼바람 치는 소리속에 이런 오묘한 이야기를
꺼내는 나 자신이 이미 멘탈 붕괴 상태였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사모는 몇 번 바닥을 보고 기침을 해 대기 시작하더군요... 뭐라도 따뜻한 것이
필요 했는데.. 주차장 근처에 자판기가 있다는걸 눈에 넣어 두고 있었고..
그 근처로 와서는 따뜻한 캔커피를 뽑아 내 사모에게 건네 주었죠.
간단히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커피를 받아 드는 사모는 자꾸 우리를 힐끗힐끗
거립니다. 사모가 아까 제 질문에 답을 안해주니 저도 뭐라고 계속 추긍하듯
질문하지는 못하겠더군요.
주차장에 가까이 왔고 낮이라면 육안으로 그 버스가 잡힐 거립니다. 지금은
한 밤이라 주위가 깜깜해서 아직 육안으로 버스 모습이 보이진 않았어요.
다들 캔커피 홀짝이며 조심스럽게 걷습니다.
저쪽 어둠속에 거대한 덩치를 자랑하며 을씨년 스럽게 모습을 보이는 버스.
네 우리 버스가 맞습니다. 주차장 모서리 부분에 세워 뒀기에 주차장에서도
한 참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었죠. 주차장 앞쪽에는 가로등 불빛이 환했지만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어둠의 색깔이 짙어져갔죠.
버스에 가까이 왔을때였습니다.
“이런 일이 간혹 생겨요. 이상하게 말이죠.”
사모가 문득 입을 열었죠. 이런 일? 이런 일이 무슨 소리지?
“아저씨가 저 버스 맡고 난 다음 부터요...”
흐미.. 저 버스란 소리에 다들 경기하듯 화들짝 거립니다.
오메.. 이야기 꺼내는 타이밍이 아주 죽여 주더만요..
뺀질이하고 뚱이과장은 헛기침 까지 날립니다.
다들 주섬주섬 담배 한 대씩 꺼냅니다. 깊은 어둠속으로 입김과 함께 흩어지는
담배연기를 보면서 애써 놀란가슴 다 잡습니다.
“이 버스 뭐 문제 있는 버스 맞죠? 부적도 그리 많이 붙여 두고.. 또
출발전에 팥죽 같은거 뿌리신거 맞죠?“(뺀질이)
사모님은 저를 한번 획 돌아보더니..
아무런 말없이 고개를 끄떡입니다. 저를 한번 힐끗 거리네요.
아. 어제 휴개소에 있었던 대화 내용은 뺀질이랑 뚱이과장은 모르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사모도 저는 아니고 뺀질이와 뚱이 과장이 신경 쓰여서 그랬던 거구요.
“아저씨 한테는 계속 말했는데 도무지 말이 안통해서요...”
이제 다 왔다 싶었죠. 요기서 한번 더 강타를 넣으면 ko는 아닐지라도 tko정도는
받을 수 있겠다 싶었죠.
“저기 어제 낮에 제가 한 말 기억나시죠? 사람 덜 탔다고 분명 한 커플 덜 탔다고..
저 확실히 봤거든요. 대머리 아저씨 한분하고 흰점퍼에 파머머리 아주머니한분...“
이렇게 말한 것은 뺀질이와 뚱이과장에게 확실히 심어 주기 위서였죠.
그러니 사모는 약간 움찔할뿐 조금 이상한 표정으로 저를 보더군요.
“네? 글쎄요. 오늘은 그런분 없었는데. 오늘 오신분들은 대부분 다 아시는 분들인데..”
아마도 뺀질이와 뚱이과장이 있으니 말을 아끼시려고 하는 모습이 분명했죠...
그때 뺀질이가 나섭니다. 말릴 짬도 없이...
“아주머니 여기 형님이요. 신기가 있는 사람이라.. 이상한거 잘 보거나 느끼는 사람인데..
자꾸 저희한테 버스가 이상타고 올때부터 야기 하더라구요..“
네 결정타였죠. 사모님이 자꾸 말을 망설인 이유가 말을 꺼낼수 없는 상황이 아니라
그 말을 받아 줄만한 상대방이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네? 저도 사실..”
이야기가 뚝 끊어졌습니다. 버스 앞에 다 왔거든요.. 정말 춥네요...발도 시리고..
캔커피의 온기만이 지금 느낄수 있는 감각의 전부가 될 정도로 말이죠.
능숙하게 버스 문을 연 아주머니는 뒤를 한번 슬쩍 돌아보더니 올라 탑니다.
아. 뚱이 과장 표정이 모든 걸 말해 주더군요. 심각하게.. 이 버스 타기 싫어하는
모양새였습니다.
“후딱 가지고 나옵시다. ”
왠일인지 뺀질이가 아주머니 따라 먼저 올라 갑니다. 버스안에 불이 확 들어오니...
그제서야 마지못해 뚱이과장도 따라 올라 가고.. 전 마지막 담배를 한모금 깊숙이
땡기고 꽁초를 바닥으로 던져 버리고 올라탔습니다.
그 자리에서 조그만 가방을 찾아온 사모는 운전석 자리에 앉습니다.
“잠시 시동한번 켜고 가요. 날이 너무 추워서...”
다들 조금 당황했지만.. 뭐라고 반박은 하지 않았습니다. 버스 시동이 켜지고
아주머니는 히터도 같이 틀었죠. 아직 다 마시지 않은 캔커피를 양손으로
감싸지고는 그 어떤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들은 사모의 이야기를 간추려 보겠습니다.
먼젓번 휴게소에서 대충 들은 이야기에 이어진 겁니다.
아저씨는 포크레인 기사셨다가 사업이 안되서 화물차 운전하다 처분하고..
쉬는중 친구 소개로 이 버스 몰게 되었고..스포츠센터 출퇴근용으로 사용.
그러나 장거리 운행할때면 사모님은 도우미겸해서 같이 다녔었죠.
그리고 사모님이 도우미 역할 한다고 인원 파악 같은거라든지 커피 심부름
이라든지 잔소일꺼리 챙기셨고.. 그렇게 하다 이상하게 인원이 맞지 않다라는
실수를 종종 저지르고.. 드디어 그 존재에 대해 목격까지 하게 되는 겁니다.
사모는 완전체 즉 제가 본 완전한 모습을 본적은 없지만.. 어렴풋이
기억하는건 두사람인 것은 분명하고 여자분이 흰색옷을 입고 있었던 것 같다라는
이 정도 뿐이였죠. 두 사람의 완전체를 본 것은 제가 유일 하답니다.
대머리 아저씨와 조금 웃상(웃는 얼굴표정)을 가진 흰색점퍼의 아주머니를 말이죠.
물론 저는 여기까지는 다 알고 있었죠..
뺀질이와 뚱이과장은 숨쉬는 것 조차 잊을 정도로 귀를 쫑긋하면 집중하고 있었고..
“그,, 그라면 두명, 그 부부귀신이 여기 있는 거라요?”
뚱이 과장은 숨넘어 가듯이 말합니다. 아따.. 사람 말이 참 무서운게...
녀석이 이렇게 말하니 긴장감이 쭈욱하고 머리털 타고 치솟아 올라오는데..
니미 한방 세게 갈겨 주고 싶은 심정이었죠..
뒷덜미가 상콤하게 솔솔 서는게 이게 진정 공포다 싶었죠..
어제 그 저녁의 일들이 머릿속을 헤집으며 우리를 옥죄어 왔죠.
사모는 계속 난처한 표정을 떨쳐 내지 못했습니다. 혹이나 안좋은 소문이 퍼질까봐
아까부터 계속 말을 아꼈던 것이고 어제 휴개소에게 저에게 말을 꺼낸걸 많이
후회 했다고 하네요. 그나마 남편이 일하는 직장인데 주변 사람들에게
이런 소문이 세어 나가면 어떻게 되겠어요?
휴개소에서 저에게 말을 붙였던 것은 사모 자신이 긴가민가한 사실들에 대한
확실한 신념을 저에게 받아서 도저히 근질근질해서 참을 수 없었던 모양이었습니다.
혼자만의 상상속에서 일어난 일인지.. 계속 헛것이 보였는지 그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을 때 제가 확실히 어퍼컷을 올려 버린 것이죠.
저에게 그런 말을 해 놓고 돌아서 보니 아차 싶었겠죠.
혹 소문이 나면 남편 일하는데 지장이 바로 오니까 말이죠. 더욱이 제가 뺀질이랑
뚱이과장까지 데리고 나왔으니 소문이 더 퍼질까봐 그게 무서웠던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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