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 한마디에 뚱이는 뺀질이를 처다 보지만 뺀질이 녀석은 이미 죄를

지었기에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이라..혼자 여기 있기는 싫고 그렇다고

따라 가기도 싫고.. 여튼 남 사정 봐줄 상태가 아니어서..

일단 제가 먼저 움직입니다. 사모님 따라오고 뺀질이도.. 그리고 마지못해

엉거주춤한 자세로 뚱이도 움직입니다.

뒤돌아 뛸때는 눈에 보이지 않아서 덜 무서웠는데. 이건 정면으로 그 불빛을

향해 다가가는 모양새여서 눈을 어디에 둘지 난감하더군요.

하지만 새파란 놈1새1끼 3명인데 그 공포감은 혼자일때와는 비교가 안되지요.

만약 혼자라면 절대... 네버.. 이런 만행(?)은 하지 못할터이지요.

살아있는 인간이 바로 옆에서 눈에 밟히니 망정이지 혼자라면 후덜덜...

불빛이 점점 더 가까워 질수록.. 두려움은 커져만 가고 심장이 득달같이 콩딱콩딱거리네요.

왜 다 정리하고 불까지 끄고 내렸는데 왜 갑자기 딱 타이밍 맞춰서 불이 켜지는건데..

  

“사모님 불 확실히 컸죠? 네?”

 

사모는 겸염쩍은 듯 대답대신 고개만 까딱입니다.

수초, 수분. 도대체 이때쯤 시간이 어떻게 흘러 갔는지 조차 짐착키 어렵습니다.

아무리 기억을 떠 올려 보아도 그 순간의 시각이 얼마니 흘렀는지는 유추해 내기

어렵습니다.

아무런 말없이 잠시간의 침묵이 묵줄기를 타고 흘렀습니다. 지금 3남1녀는 정확히 버스의

우측 앞바퀴 부분에 모여 있었죠. 즉 사람이 타고 내리는 그 입구쪽에 말입니다.

  

“험, 험. 후딱 불끄고 가요”

 

말문을 연 것은 뺀질이였습니다. 비록 버스 창가를 통해 내부의 불빛이 밖으로

뿜어져 나오고 있었지만 극히 미량이고 왜냐하면 대부분의 버스 창에는

커튼이 드리워져 있었으니 말입니다. 확 밝으면 덜 할 터인데.. 이것이

시커멓게 빛이 쏘아져 나오니 정말 기괴한 분위기가 따로 없더군요.

서로 얼굴 윤곽정도만 구분할수 있을 정도의 밝기였습니다.

그때 쪼그려 자세로 잠시 앉아 있던 사모가 겸역쩍은 듯 윗옷을 털면서

일어나더군요. 다들 그 순간의 공포감 때문에 놀라 경직이 되었던터라

자연히 시간이 흐르고 혼자 있는것도 아니고 덩치가 산만한 남정네 3명인데

그리 공포감은 오래 가지 않았죠. 물론 살떨리는 어떤 감각은 확실히

느껴졌지만 말이죠. 도대체 왜 뺀질이가 이때 용감하게 나섰는지 아직도

미스테리입니다만..

  

“사모님 같이 가시죠. 불끄고 나옵시다.”

 

뺀질이가 선뜻 나서며 버스 정면을 돌아 서는데 사모님도 정신을 완전히

추스린 듯 따라 가더군요. 뺀질이가 용감히 그런 행동을 한 이유는

순전히 사모 때문이란걸 알고 있었지요. 저 녀석은 여성 앞에서만 서면

지가 히어로가 된 것으로 착각하는 놈이걸랑요. 이 순간에 그런 개버릇이

나올줄이야. 우리에겐 정말 박수칠 일이었지만 말이죠.

저랑 뚱이랑 조금 멍한 표정반 걱정 스런 표정반으로 그 둘의 몸을 따라

눈알을 움직여 대고 있었습니다.

달그락 소리와 함께 기사석 문에 열쇠가 꽃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죠.

저흰 반대편에 서 있었으나 고요한 가운데 그 소리는 명쾌하게 귓속을

파고 들었죠. 차문이 열리는 소리 사람 몸 움직이는 소리.

  

‘올라가는구나’

 

전 그때 딱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부시럭 거리는 소리도 들리고 잠시 무슨 소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가는 소리도 무언가 중얼 거리는 소리도 함께 들렸지요.

아마 버스 안에서 뺀질이랑 사모님이 무슨 대화를 나눈 것 같았다고

느꼈습니다. 밤공기가 정말 매서웠습니다. 코 끝이 찡할 정도였거든요.

두꺼운 점퍼 안으로 차가운 공기가 계속 쏟아져 들어오니 인상도

오만상 구겨지기 시작했죠. 조그만 빛더미 속에 뚱이가 뿜어내는

입김이 제 얼굴을 마구 핥고 지나갔습니다.

둘이 거의 마주보다시피해서 같이 서 있었고 발을 동동굴리며

두사람이 빨리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죠. 아직 버스안에 불은 꺼지지

않고 있었습니다. 글쎄요. 꽤나 시간이 흐른 것을 느꼈죠.

분명 열쇠 소리가 나고 수분은 흐른 것 같았죠. 벌써 뒤처리 하고 나왔어야

될 시간은 분명 지났다는 것이죠.

  

“아이씨.. 자들 머하노? 빨리 안나오고..”

 

그 궁금함이 또 무섭게 치고 올라 오더군요. 물론 그 궁금증을 못이기고

제가 몸을 돌려 세웠습니다. 버스 앞쪽으로 가려고 두걸음 정도 디뎠을까

확하고 세상이 푹 꺼지는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버스 앞쪽으로 쏟아져

나오던 불빛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 것이죠. 갑작스런 반응에 몸이 조금

경직 되었지만 애쎄 태연함을 보이기 위해 긴 한숨을 내쉬며 버스 앞쪽가

헤드라이트 옆부분을 주먹으로 퉁퉁 치며

 

“어이. 빨리 가자. 후딱 나온다.”

 

그렇게 소리쳤습니다. 뭐 불이 꺼졌으니 금방 나오겠죠.. 주위는 너무 깜깜했습니다.

마치 지옥의 암흑처럼 말입니다. 그런 어둠을 찢어 발기는 것은...

나온 것은 둘이 아니라 차가운 공기를 갈갈이 찢어 버리는 오뉴얼 서리보다

더 화끈하고 심장을 쫄깃쫄깃하게 세워 버리는 그런.. 순간 혈압이 극피치를

향해 치솟아 오르며 두 다리에 힘을 팍 풀어 버리는... 영화속에서나 들어보는

그런류의 비명 소리를 들은겁니다.

  

“악” 정말 처절하리 만큼 짧고 간단 명료하고 폐부 깊숙이에서 단번에

내지르는 그런 소리말입니다.....

  

고음의 단조! 너무나 날카로와 이 차가운 공기마져 주춤 거리게 만드는

소리의 정체는 여자의 비명소리였습니다. 그렇죠! 여자 비명이라면

사모밖에 없을터....

그 비명 소리 몇초 뒤 들리는 짐승의 울부짖음 같은 소리...

  

“우어어...”

 

그 소리의 정체는 바로 알수 있었죠. 선 굵은 뚱이 과장의 목소리였습니다.

무엇이 어떻게 되어 가는지 알 수 없었죠. 아니 알고 싶지도 않고..

그냥 몇초 간격에 양쪽에서 들려오는 비명소리에 온몸이 그 자리서 딱

굳어 버리고 말았죠. 순간 뭔가 팍 떠올라야 되는데..그래야.. 다음 행동을

하던지 무엇을 하던지 몸이 반응 할껀데.. 머리가 순간 쌰악하고 비워지니...

즉 멘탈 붕괴가 되니 몸이 뭘 해야 할지 몰라 굳어져 버린 것이죠...

그걸 일깨워 준 것은 ‘바바박’ 거리는 중후한 울림이 있는 소리였죠.

필시 뚱이과장이 이 자리를 벗어나고자 육중한 몸을 놀리는 소리였습니다.

바닥을 치고 뛰는 소리였던 것이죠.

그때 전 거의 버스 앞부분에 위치하고 있었던 터라. 소리로만 주변 환경을

유추할 수 있었죠. 빛이라고는 아예 없었단 말입니다. 그나마 있는 가로등빛은

버스 뒤쪽 즉 주차장 입구고(한참 멉니다.) 이쪽은 거의 암흑 상태란 말입니다.

그때 머릿속에 떠오른 장면이 뭔지 아십니까?

어제 출발전 버스밑에 기어 들어가던 이상한 사람의 모습이 마구 스크랩 되면서...

아후..

왜 공포 영화보면 차량 밑에서 귀신이 손을 쓱 내밀어 주인공 아니.. 조연 중 한명의

발을 확 붙잡고 끌어 당기서 쩝쩝하는 장면... 하필 그때 그 장면이 확 떠오른 겁니다.

어제 저녁에 봤던 그 이상한 공포영화의 한 장면이 하필 이때 떠오를 줄이야..

아랫도리가 시큰하다 못해 달달 떨리는 상황이고.. 뒷통수의 머리카락이 허공으로

모조리 솟구쳐 올랐습니다. 엄마를 찾고 싶은 딱 그런 심정이었죠.

주변은 완전 암흑천지고.. 다리 바로 아래 버스밑에서 뭔가 촉감이 있는 물건이

내 다리를 후욱하고 움켜 잡을 것 같은 환장 오라질 같은 이 기분(?)

솔까말 쉬마려워지는 그런 순간적인 공포였죠................................

이 순간 그렇게 추웠던 추위마져 전혀 의식하지 못할 정도의 극악의 흥분상태였죠.

  

헌데, 헌데... 놀랍게도 저에게 그런 공포감 보다 무서운 것이 있었던 거죠.

그건 권위감이랄까. 상사로써의 권위감? 뭐 이런거로 설명하면 되것네요.

내가 뚱이가 뛰는 방향으로 덩달아 뛰어 버리면 남아 있는 사람들. 사모는 몰라도

뺀질이에게는 체면이 안선다는 것이죠. 아까 대합실에서 귀신이니 뭐니 용을 쓰듯

떠들어 놓고 그딴거 난 체질적으로 안무섭다고 웃으며 예기 했는데..

여기서 뛰면 쪽팔리잖아요. 나중에 뺀질이가 비웃을거 아닙니까?

이게 저를 옭아 매더군요. 남자의 자손심은 귀신도 안무섭게 만든다. 랄까....ㅠㅠ...

  

“쾅, 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