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주먹이 깨지는 것 같은 충격과 함께 초매운 짬뽕국물과 같은 얼큰시큰한 고통이

콧구멍을 확 넓히며 들어왔죠. 엉겹결이 힘껏 내지른 주먹이 차가운 쇳덩이와 접촉하면서

무한의 고통을 쏟아져 내더군요. 정말 주먹 아작 나는 줄 알았습니다.

고통이 마약이자 진정제 이더군요. 조금전 버스밑바닥에 귀신의 손하나가 훌쩍 튀어 나올 것

같은 극악의 공포감이 순간 식어 들면서 고통과 공포감을 능히 누를수 있는 짜증이

확 튀어 나온겁니다. 순간 풀렸던 다리에 파워가 쭉 올라가면서 몸이 반응했습니다.

주먹으로 힘껏 버스 앞을 두 번 정도 때렸던거죠. 거의 무의식적으로 내지른 주먹이었지만

그에 따른 파급 효과는 대단했습니다. 고통 때문에 정신이 후딱 든것이지요.

얼마나 세게 때렸는지 주위 공간이 쩡 쩡 울렸습니다.

물론 그에 비례해 고통이 엄청 났습니다. 순간 뭐라고 말해야겠다고 느꼈습니다.

뭐냐? 모꼬?등의 단어는 소리를 크게 지를수 없는 단어죠. 일단 소릴 쳐야 겠다는

생각에 나온 것은 “야. 야” 이 소리뿐이었습니다.

정말 크게 고함친 것 같았습니다. 일명 내공이 실린 사자후정도 였다고 분명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런 제 반응에도 돌아오는 것은 싸늘하고 기괴한 느낌의 차가운 겨울 바람 소리뿐.

또 다시 내려갔던 공포가 무섭게 치고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여기서 굳어 버릴 것 같아 정말 밑바닥에서 겨우 겨우 초집중력을 끌어 올려 버스앞면의

차가운 쇳덩이의 감촉을 더듬어 가며 운전석 문으로 이동했습니다.

이동 하는데 자꾸 버스 밑 바닥이 얼매나 신경이 쓰이던지 다리 옮기기가 아후..니미!럴..

아시다시피 버스 운전석 옆쪽은 상당히 높습니다. 올라 가려면 문이 완전히 열린 상태에서

옆 손잡이 잡고 몸 자체를 반동으로 튕겨 올려가면서 올라가야 되는건데..

이 어둠속에서 그 손잡이를 찾기란 정말 답이 없더군요. 오만상 인상쓰면서 더듬 거리다가

다시 문을 주먹으로 냅다 소리나게 후려 갈겼습니다.

슬슬 안에 두사람이 어떻게 된거 아닌가 하는 걱정이 올라왔죠.

도망가고 싶은 심정보다 두사람의 안위가 더 걱정이 되었으니.. 전 정말 된사람이였죠.

제가 수초 사이로 버스 정면에서 두방. 지금 운전석 문에서 두방 총 4방을 질렀는데도

반응이 없으니.. 이거 환장할 노릇입니다.

오옷.. 신이 내게 기회를 준것인가 아무렇게나 올린 손가락에 문고리가 딱 감기더군요.

냅다 잡고 들어 올렸더니 철옹성 같은 문이 기지개를 켜듯 당겨 나오더군요.

손바닥으로 계단을 확인하고는 큰 들숨을 들이키고 몸을 올렸습니다.

칠흙과 같은 어둠.. 그리고 어느정도 달궈져 훈훈한 느낌의 공기가 안면을 살살

어루만지듯 지나갔죠. 그때 전 뭔가 말을 하고 싶었으나.. 이 축축한 공포감 때문에

말보다는 어떤 행동을 하게 된 것이죠. 주머니에 손을 집어 넣고는 일회용

가스라이터를 집어 낸것이죠. 그리고 엄지로 힘껏 돌렸습니다.

눈앞에서 확하고 어둠이 뒤로 쭈욱 물러나는 것을 보았습니다. 어둠이 뒤로 물러나더군요.

제 상체는 운전석의자에 걸쳐져 있었고 머리만 겨우 통로쪽으로 내민 상태였죠.

물러가는 어둠속에서 바로 코 앞에 납작 엎드린 두터운 물체를 감지했죠.

라이터의 불빛이 살랑살랑 거리는 틈에 보인 두터운 물체는 누구의 등짝이었습니다.

바로 뺀질이의 등짝이었죠. 바로 코앞에 말입니다 녀석은 마치 누굴 보호하듯

양팔로 감싸 앉은체 납작 엎드려 있었습니다. 수초간 그 모습을 해석하니 녀석이

사모를 양팔로 꽉 껴안고 꼭 누르고 있었죠. 고개를 앞으로 완전히 파묻고 말입니다.

  

“야, 야..”

 

불빛과 제 소릴 감지 했던지 녀석의 등짝이 잠시 흔들흔들 거리더니

 

“과.. 과장님.. ”

 

이 소릴 했습니다. 녀석은 내가 누군지 정확히 파악할정도의 의식은 분명히

있었습니다. 하지만 몸은 못움직이고 겨우 그런 소리만 질러 내더군요.

전 조금 뒤 그 이유를 알게 되었죠. 라이터가 뜨거워져 가고 있었습니다.

라이터 불이... 손가락이 뜨거워서.. 전 무심코.. 절대 봐서는 안되는...

보고 싶지도 않은... 곳을 저도 모르게 눈길을....

라이타가 뜨거워 절대 고개를 안들겠다고 마음속으로 당부 또 당부했으면서도

왜 고개를 버스 뒤쪽으로 들추 세워 들었는지....

무슨 공포 영화 찍는것도 아니고 영화속 명장면 만들어 낼려고

각본대로 연기하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그런 제 눈속에... 들어온 것은...

버스 중간쯤...에서.. 불쑥 이쪽을 향해 얼굴을 내밀고 있는 어떤 .. 머리...ㅠㅠ...

여자인 것 같았다라는 순간적인 느낌과.. 콧구멍 평수가 확 확장되면서...

아마도.. 주위 공기는 그 순간 제가 다 빨아들인 것 같았습니다.

얼마나 놀라서 허억...했는지.. 순간 대량의 공기가 폐부로 찔어 들어오면서..

잡고 있는 라이터를 놓치고 말았죠...오메.. 끝장 났구나... 오메...오마이갓...


비명도 안나왔습니다. 눈을 찔끈 감았죠. 아니 어둠이 확 다시 쏟아져 들어왔죠.

그 어둠이 밀려 오면서 마치 슬로 비디오처럼 그 머리통이 덩달아 다가오는듯한

착시까지 느껴졌습니다. 이건 1초도 안되는 정도의 순간이었지만...

정신은 이미 붕괴되어 버렸습니다. 식은땀? 경직? 그 어떤 단어를 다 쏟아내도

그때 심정은 표현하기 불가능할겁니다. 눈동자속에 어둠이 완전히 들어차자

코앞에 이상한 냄새까지 느껴지지 시작했습니다. 마치 지옥의 냄새같은...

영혼의 냄새같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기괴하고 기묘한 냄새였습니다.

비릿하고 단번에 거북한 느낌이 팍 하고 올라오는 그런 냄새가...

 

“딱”하고 바닥에 부딪치는 라이터 소리를 듣고는 모든 힘을...

아니 초인적인 힘을 다해 바로 앞에 엎드려 있는 뺀질이의 뒷덜미를

잡고 당겨 냈습니다. 얼마나 초인적인 힘이 발휘 되었던지...

아마도 그것은 그 순간의 무서운 감각을 이겨내고자 무의식적으로

행동한 것이었겠죠. 물론 앞에 있는 뺀질이를 세워 방패로 쓸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해 마시기를. 그따위 생각할 겨를도 없었고...

단지 구해 내야겠다는 처절하리만큼 아름다운 생각에서였습니다.

정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저의 모든 감각은 오직 양손에

집중하고 있었죠. 손아귀의 힘이 처절하게 들어 갔습니다.

절대 놓치 않겠다는 일념으로 잡아 끌어 냈습니다. 뺀질이와 사모는

마른 굴비 꿰어 놓은거 딸려 나오듯 그렇게 줄줄이 딸려 나왔습니다.

전 온 정신을 개방해서 온리 힘쓰는데 이용했습니다. 다른 생각은 감히

범접하지 못하도록 미친 듯이 용을 쓰면서 사람을 땡겨냈습니다.

입에서 미친 듯이 호흡이 뿜어지고 심장이 최고조로 박동치며 난리를

쳤습니다. 무언가 걸리적 거리는 부분이 많을텐데.. 제가 어떻게 용을

써댔는지 어렵지 않게 두 사람을 뽑아 낼수 있었죠. 두사람은

거의 맨바닥에 패대기쳐져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고개조차 못든

상태에서 있는 힘껏 문을 처 닫았습니다.

어둠.. 무서운 어둠이 주위를 완전히 차단하고 있었죠..

밑에서 무언가 꿈틀 거리는 느낌이 있습니다. 잡아 끌어 올렸습니다.

조심스럽게.. 아니..무겁도록 힘들게 걸음을 옮겼습니다.

뛰고 싶은데 너무나 어두워서 뛸 수조차 없었죠.. 그렇게 버스 정면을

돌아 나오니 멀리서 가로등의 모습이 눈에 들어 왔습니다.

걷던 걸음이 점점 가속도가 저절로 붙더군요. 그리고 자연스럽게

달려지기 시작하더군요. 살짝 고개숙인 상태에서 뒤를 돌아보는 센스도 가질 수 있었죠..

뺀질이가 사모의 한쪽 팔을 감싸 쥐고 뛰더군요...저도 걸음을 조금 늦추고

뺀질이 반대편에 서서 사모의 다른쪽 팔을 잡고 같이 뛰었죠..

중간쯤에 와서야 몸이 지친다는 반응을 보이길래 뛰는 것을 멈추었죠.

  

‘절대 뒤돌아 보지 마라.. 뒤돌아 보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