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가 자리에서 일어나 다음 역에서 내리려고 기다리고 있을 때..

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고, 심정이 말이 아니었습니다.

뭔가에 홀렸긴 단단히 홀렸는데... 장난 아니게 겁난다는 게 제 결론이었으니까요...

그때 무엇보다 두려운게 '이 귀신이 평생 날 쫓아다니는 건 아닌가...' 라는 의구심 마저 들었습니다.

(혹시 종차를 타보신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열차가 느릿느릿하게 이동합니다.
그래서 역간의 시간이 평소 때보다 많이 걸립니다.)

생각을 하기에 제법 긴 시간이었으므로 내딴에는 신중히 생각한다고 생각한 것이...

다른 칸으로 옮기는 것이었습니다.

옆 칸을 둘러보니 2~3명 가량의 사람들이 아직 있었습니다.

되도록이면 많은 사람과 내려야한다는 생각에..........

처음에 이 아가씨랑 같이 내려야한다고 생각했으나...

혹시 그 쌔까만 여자랑 마주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연히 엄청난 두려움이 밀려왔고 질질 끄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그래서 다른칸으로 가려고 하는데....

인간이라는게... 참으로 간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숨막히게 무서운 상황에서... 저 아가씨가 그 귀신과 마주치게 되는게 아닐까??

그렇게되면 저 아가씨는 어떻게 될까??, 저 아가씨도 나와 같이 그 '귀신'이라는 것을 보게될까??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하지만 이미 두려움이 가득 차고 제정신이 아니었던 상황이었으므로...

아무것도 못하고 칸을 옮겨버렸습니다.

다른 칸에는 사람들이 흩어져 앉아 있는게 아니라 모여 앉아있었습니다.

그 사람들에게 이상하게 보일지 몰라도 가까이에 앉았습니다.


여지없이 안내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습니다.

다음 역을 알리는 음성이 들렸습니다. 그 음성을 들으니 몸이 얼었습니다.

그리고는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아버렸습니다. 아까 그 아가씨 생각이 들었지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런데 제 옆에 앉았던 아저씨가 그 역에서 내리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깜짝 놀랬지만,

다른 사람은 안 내리겠지... 하고 생각하며 계속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고 있었습니다.


문이 닫혔습니다.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얼마후.. 고개를 들고 자연스럽게 눈을 떳습니다.

다행히 아까 그 아저씨만 내리고 고삐리와 다른 아저씨는 그대로 앉아있었습니다.

아까 그 칸을 슬며시 봤습니다...........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앞을 봤습니다......

헉.... 이라는 소리가 입에서 저절로 흘러나왔습니다.

실루엣으로 표현하면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보는 창문에서 쌔까만 여인의 머리가 열차가 이동중인데도 흐릿흐릿 보이는 겁니다.

또 느릿느릿 가는 열차라서 확실히 헛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분명히 나한테만 보이는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나한테는 분명히 보이는데 남한테는 안 보인다...

정말로 무섭습니다. 말로 표현을 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그때서야 눈을 감고 다음 역에 내리겠다는 각오를 했습니다.



다음 역에 도착했습니다.

문이 열리자 뒤도 안 돌아보고 냅다 뛰었습니다.

열차에서 몇명의 사람들이 내리는 것이 보였지만 신경 쓰이지 않았습니다.

미친듯이 뛰어서 지상으로 올라왔습니다.

그리고 택시를 잡아타고 집까지 출발했습니다.

가다가 돈이 모자르면 내려서 집까지 걸어간다....................................................





집에 도착했습니다. 그 날 집은 비워져 있었습니다.

제가 아무리 남자라도 그 상황에서는 누구라도 벌벌 떨었다고 확신합니다.

우선 티비와 불을 켜고,

동네 사는 친구에게 전화를 해서 집에서 같이 자자고 했습니다.

그날따라 친구가 장난스럽게 말은 안 듣더군요.. 무서워서 미치겠는데....

그때 되니 신경이 예민해서인지 욕을 친구에게 퍼부었습니다.

그제서야 친구가 무슨 일 있다고 생각이 들었는지 온다고 하더군요.


조금 있으니 친구가 도착했고... 제가 겪었던 일을 얘기했습니다.

그리고 그 여자가 계속 따라다니는거 아니냐... 라고 친구에게 호소도 했습니다.

친구도 심각한 제 상태를 보고 표정이 굳더군요.

그렇게 잠을 자고....



하루, 이틀이 흘렀습니다.....

전 그게 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느 날..... 낮잠이 들었습니다.

그날따라 피곤해서 바로 잠에 들었는데...

어느 순간 가위에 눌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 언제나 가위눌릴 때 귀신을 보거나 악몽을 전혀 꾸지 않습니다.)

눈을 떠보니 어느덧 어두침침하고, 방문을 열어져있었고 밖에 티비 소리와

동생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가위에 눌렸다는 생각이 들었고 조금 찌뿌둥한 상황에서...

몸이 안 움직이자 대수롭게 생각하고 천장을 봤습니다.........................

그 쌔까만 여자가 천장에 붙어있는 겁니다.

(제가 눈이 안 좋아서 안경을 낍니다. 당연히 잘 때는 벗었겠죠...)

흐릿흐릿 보이는데 분명히 뭔가가 붙어있었습니다.

서서히... 아주 서서히.. 떠있는 상황에서 내려오더군요.

흐릿흐릿한 상황에서 저에게 다가올수록 확실하게 보입니다...

그 여자란게 확실히 보입니다. 심장이 요동치고 소리를 지르려고 했으나...

질러지지 않았습니다. 정말 끔찍했습니다.

여자 얼굴이... 그렇게 무서울 수 있습니까.....

제 바로 코앞까지 얼굴이 오더니만.... 뭐라고 말을 합니다...

묵직한 음성에 엄청나게 귀에서 울립니다.

티비에 나오는 '귀신소리'라고 할까요.......

계속해서 뭐라고 하는데 무슨 소린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죽일듯이 노려보더니.. 얘기를 하면서 비웃는 표정을 남겼습니다.

그때는 공포를 뛰어넘어 졸도라도 하고 싶었습니다.

방문을 열어져 있었고 밖에는 티비 소리가 들리는데....

지금 내 앞에 쌔까만 여자가 계속해서 알아듣지 못할 말을 합니다...

소리만 지르면 거실에 동생이 올 것인데....

소리는 나오지 않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습니다. 기절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 계속해서 들었을때...

제 폰 에 벨이 울렸습니다.

계속해서 울리는데 제가 받지 않자...

동생이 방에 들어왔습니다.

그때 그 쌔까만 여자가 희미해지더니 깔깔깔 웃으면서 창문 밖으로 나가버렸습니다.

그러자 가위에서 풀렸습니다..

동생은 무슨 일 있냐고 물었지만 한동안 대답을 못했습니다.






그 날 이후 다시는 그 여자를 못 봤습니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상당히 또렷하게 기억에 남습니다.

그만큼 무서웠거든요..ㅠㅠ

그래서 다시는 지하철 마지막 차는 타지 않습니다. ;;

마지막에 와서 얘기를 더 실감나게 하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끝까지 읽어주신 분 감사합니다.



P.S.:여러분도 막차 조심하시고 문이 열리는 쪽에는 앉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