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이 이야기는 내 친구들과의 술 자리에서 가끔 나오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해서, 펨코에 몇자 적어볼게.

내가 이 이야기를 아직도 선명히 기억하는 이유는 그날 그 친구 어머님이 내 손을 붙잡으시고 눈물 흘리시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해서야.

제발 객기 부려서 이상한 곳 가지 마라. 제발 부탁한다.

고등학교때 한창 오토바이 타고 다닐적에 친했던 친구 셋이 있어. 편의상 A, B, C 라고 할게 그 중에 나는 A란 친구와 가장 많이 친했고 C라는 친구랑은 그당시에 약간 다퉈서 어색했고 B라는 친구랑은 급하게 많이 친해진 상태였지. 그날은 집에 부모님도 다 계셨고, 내가 오토바이 타고 다니는걸 모르시는 부모님을 속이려고 집에서 좀 떨어진 빌라에다 내 오토바이도 묶어놓고 야자 끝내놓고 집에 왔었어. 내가 그때 핸드폰이 없었는데 느닷없이 집으로 전화가 오더라고 전화 받은 동생이 형 전화라고 수화길 건네주더라

" 야 나 A인데 어디냐? "

" 야 너는 집에 전화걸어놓고 어디냐고 물어보냐 "

" 아 됐고 지금 학교앞 육교근처거든 지금 나오면 소주랑 족발 쏜다 "

솔깃한 제안이었지만 나는 부모님도 있고, 귀찮기도 하고 그랬어, 더 솔직히 말하면 오토바이 타면서 성적이랑 많이 멀어졌기 때문에 그 친구들이랑 좀 거리를 둬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였거든.

" 오늘은 부모님 계셔서 나오기가 좀 그럴거같다 미안하다 "

" 얼씨구 효자났네 그러지말고 나와 딱 한시까지만 놀자 "

" 오늘은 쫌 그렇네, 다음엔 내가 살게 "

" 아 씨바.. 그래 알았다. 낼 학교서 보자 "

" 그래 잘 놀다 얌전히 들어가라 "

그리고 나는 다음날 학교에 갔지. 그날 유난히 좀 일찍 학교에 갔는데 B랑 C랑 눈이 뻘겋게 충혈돼서 있는거야, 맨날 지각을 밥먹듯이 하는놈들이 어제 분명 술먹었을텐데 그 와중에 같이 놀았을 A는 안보이더라고, 왜이렇게 일찍왔는지, 왜 A는 안보이는지 궁금해서 물어봤지.

" 어제 잘 놀았냐? "

" 야 어제 얘기는 꺼내지도마, A새끼 그 똥고집 알지? 아 꼬장부리는거 수습하느라 어제 난리도 아니었다 "

" 어제 뭔일이 있었는데 임마, 그리고 니네 둘 다 왜 이렇게 학교 일찍왔냐? "

" 어제 A새끼 집에 데려다주고 우리 피시방에서 날새고 바로 학교온거여 아 졸려 죽겠다 "

" 아 대체 뭔 일이 있었는데 이렇게 뜸만 들이냐 알려줘봐바 좀 "

" 야 너 S 병원이라고 알아? "

S 병원,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꽤 유명한 고스트 스팟, 꽤 잘 운영되던 병원이었는데 이런저런 문제로 폐업, 그리고 재산권 분쟁이 진행되고 있는 지금에 그 건물은 아무도 사용 안하고 있다고 알려져있어. 처음엔 노숙자들이나 청소년들이 자주 들락날락 거리는 곳으로 유명했는데 그곳에서 귀신이 나온다 어쩐다 하는 소문이 퍼진 뒤로는 아무도 그곳에 가지 않는걸로도 유명해진 곳이지.

" S 병원? 야 거기 구신나오는데 아냐? 으히히히히 "

" 장난치지마 새꺄 어제 A새끼가 거기 가자고 했어 "

" A가? 미친거아냐? 거긴 진짜 리얼한 소문이 자자한 곳이잖아? "

" 거기 귀신 보러 가자고 그렇게 떼를 쓰더라 아오 시발 "

C가 들려준 이야기는 대충 이랬어.

A B C 세명이 술에 약간 취했어. A는 체격도 건장하고 힘도 센 친구였는데 갑자기 그 S 병원 이야기를 하더래, 그리고 자기는 귀신을 믿지 않는다고 귀신 보러 가자 B랑 C를 꼬셨대. 거기 갔다오면 주말에 거하게 쏜다는 조건 하에. B랑 C가 약간 취한 상태에서 '귀찮지만 그래도 주말에 쏜다니까...' 정도로 생각을 하고 무작정 오토바이를 타고 셋이 갔대, 약간 시외까지였는데 사고도 안나고 무사히 갔는데 가기 전에 구멍가게에 들러서 맥주 피쳐 두개랑 과자 몇개를 사가지고 갔대. 양손을 무겁게 도착한 병원은 솔직히 술기운도 날아가버릴만큼 무섭더래, 약간 외진 곳에 위치해있고 앞도 잘 보이지 않을만큼 어두워져 있어서 좀 무섭더래. 그래서 세명 다 핸드폰 후레쉬로 길을 밝히고 병원에 들어갔대. 1층을 둘러보다가 가장 넓은 로비에 앉아서 과자랑 맥주를 깠대. 과자랑 맥주를 막 먹는데 너무 어두워서 천장에 후레쉬를 비춰놓고 셋이서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더군.

" 야 니네는 거기서 그러고 싶냐 병신들아, 아우 나는 듣기만 해도 무서워서 못가겠네 씨발 "

" 여기서부터가 더 가관이다. "

얘기를 한참 하다가 A가 하품을 막 하더래, 주섬주섬 일어나더니 졸려서 좀 자겠다고 구석으로 막 대책없이 갔다대? 놀란 B랑 C가 말렸어, 말렸는데도

A가 무작정 고집을 부리더래, 그래도 B랑 C랑 말렸는데 그래도 고집을 부리더래, 하는 수 없이 셋이 1층 로비에 있던 작은 방 안에 들어갔대, 신기했던건

안 쓴지 꽤 됀 건물에 좀 깨끗한 방이 있었다는거고 뭔가 집기가 있었다가 들어낸 흔적이 좀 있던 방이래, 거기서 A를 꾸벅꾸벅 재워놓고 B랑 C는 도저히

잠을 잘 기분이 아니라 얘기를 계속 하다가 좀 졸았대. 얼마나 지났을까, 한참을 졸고있는데 갑자기 A가 벌떡 일어나더래, 그리고 정신없이 그 방을 나가서

막 뛰어가더래.

" 뭐? 그새끼 미친거 아니야? 왜 갑자기 뛰어 그상황에서 쳐 자다말고? "

" 나도 몰라 시발 그새끼 뛰쳐 나가는거 보고 놀라서 우리도 뛰어나갔거든 병원 밖에서 헉헉대고 있대? 그래서 뭔일이냐고 물어봤지. "

" 뭐라디 ? "

" 드러누워서 자는데 뒤에서 누가 건드렸대 ' 돌아봐 ~ , '돌아봐 ~' 하면서 "

우스꽝스럽게 귀신 흉내를 내며 말하는 B의 모습에서 나는 막 웃었어. 그리고 말했지.

" ㅋㅋㅋ쿸쿸ㅋㅋ.ㅋㅋ.ㅋㅋ컼쿠쿠쿰새큌ㅋㅋㅋㅋㅋㅋㅋ 봤네 귀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시발ㅋㅋㅋㅋㅋㅋㅋㅋ "

" 그새끼 좀 상태가 메롱이라 택시태워 보내고 B랑 나랑 가위바위보 해서 내가 이겨가지고 B가 오토바이 운전 두번 해서 오토바이도 무사히 주차해놨다 "

" 고생많았네, 어유 수고했다야 "

" 그려 "

슬슬 아침조회시간이 다가오는데 A는 아직 학교에 오지 않았어. 우리 셋은 모여서 A가 학교 빠질려고 정말 큰 밑밥을 깔아놨구나 싶었어. 이새끼가 학교 가기가 정말 싫긴 싫구나 싶더라고, 0교시 전에 잠깐 담임이 와서 이런저런 이야기 할때 A 이야기를 했어. "아파서 학교에 못 온다고." 그리고 우리는 여전히 A 욕을 했지. 그렇게 그 날은 지나갔어. 근데 웃긴게 그 다음날이 되도 그 다다음날이 되도 이새끼가 학교에 안와. A가 학교에 오지 않은지 벌써 5일이 지났을때 교무실에서 우리를 불렀어.

" 예 선생님 찾으셨어요? "

" 어 그래 왔구나 여기 A 어머님이시다. 어머님 얘들이 A랑 친하게 지내는 녀석들입니다. "

" 아 안녕하세요 어머님 "

" A랑 친한 친구들이니? "

A의 어머님이 학교에 오셨어. 그리고 우리들을 찾으셨어, 우리는 뭔가 일이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걸 약간 본능적으로 느꼈어, 학교에 귀빈 접대실이 있는데 그 접대실까지 빌려서 이 A의 어머님이 우리를 불러다 놓으시고 하실 이야기가 뭔지 정말 궁금했어. 사실 그때까지도 우리는 A가 나일롱 환자 놀이 하면서 학교를 빠지고 있다고 생각했었거든. 어머님은 우리를 모아서 그날 밤 이야기를 물어보셨어, A가 많이 아프다고, 그날 밤 뒤로 그런 것 같다고, 동네 병원에서 아무 이상을 검진 못해서 더 큰 병원에 갔는데 그 병원에서도 못하고, 대학병원에 갔는데도 몸은 멀쩡하다고 결과가 나왔다고, 근데 A는 걸어다닐 힘도 없이 축 늘어져서 하루종일 침대에 누워만 있다고, 혹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아냐고.

전화로 물어봐도 되는 이야기를 그렇게 눈 앞에서 들으니까 말문이 막혔지. 우리들은 서로 얼굴만 봤어, 솔직히 말해서 간을 봤다. 어디까지 솔직히 말해야 할까 하고. 그때 B가 말을 꺼냈어 술 마신 이야기는 하지 않고, 오토바이를 탄 것과 담력시험을 하러 갔던 S병원 이야기, 그곳에서 잠을 잔 이야기까지 했어, 그때 A의 어머님 표정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어. 아무말 없이 듣기만 하시던 어머님은 알았다고, 솔직하게 말 해줘서 너무 고맙다고, 우리 A 얼른 일어날 수 있게 기도해달라고, 그렇게 말씀하시고 우리 손을 일일히 붙잡으시고 가셨어.

우리는 솔직히 말해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었어, A네 집을 찾아갈까 했는데 그건 좀 아닌것 같더라고, 그렇게 A걱정을 하다가 한 일주일 정도 더 지났는데 핼쑥해진 모습으로 A는 학교에 왔어. 우리 모두는 A를 반겼지

"야 너 괜찮냐 ?"

"어 야 많이 걱정했지 이제 좀 괜찮아졌다"

"뭔 일이 있었던겨, 어디가 아픈거여 대체"

"아 그런일이 좀 있었어. 이따 좀 우리끼리 할 말이 있는데 이따 좀 와라"

"그냥 여기서 말해 임마, 아니 대체 어디가 아팠었는데?"

"이따 말해줄게 이따"

점심시간에 우리 넷은 모였고 A는 이야기를 꺼냈어, 2주정도 아팠던 동안엔 자기 자신이 왜 아픈지 어디가 아픈지는 잘 모르겠다 라고, 그냥 몸에 힘이 많이 없었다고 그러다가 어머님이 기(氣)를 다루시는 분을 모셔오셔서 치료 몇번 받고 온거라고 나는 솔직히 약간 흥미없이 들었거든, 그냥 그랬나 보다 했어. 근데 그 치료해주신 분이 부적을 써줬는데 다섯장을 써주더래, 하나는 자기 자신이 갖고 다니다가 A의 마음의 짐이 없어지면 태우고, 나머지 네장은 네가 잤던 S병원의 그 방에 가서 벽의 4면에 동 서 남 북 순으로 붙이고 동 서 남 북 순으로 태우라고 했대. 근데 그곳에 혼자 가기가 너무 무섭다고, 도와달라고 그러더라고.

솔직히 무서웠다. 못 가겠어. 난 그런곳 가는건 질색이라.

그때 B가 나섰어, 같이 가주겠다고 그래서 A랑 B랑 같이 가겠다고 하더라. 근데 기분이 더럽게 찝찝했어 그날 괜히 좀 느낌이 이상했어, 야자 끝내고 두명이 택시타는것까지 봤는데 그때까지도 좀 고민했어 따라갈까 하다가 아 근데 진짜 거긴 못가겠더라고 그리고 다음날이 됐지 이야기를 안 들을 수가 없어서 물어봤어. A 말로는 무사히 잘 끝냈다고 했어, 같이 따라갔던게 B여서 약간 서먹서먹하기도 하고 궁금하긴 한데 물어보기가 그렇더라고 그리고 시간이 한참 지나고 나서야 물어봤어. 대체 어떻게 된 거냐고.

B가 내게 해준 말은 대략 이래.

한시쯤 A랑 같이 둘이서 병원에 갔대. 병원 앞에서 상태가 안 좋아 보이길래 10여분쯤 쉬었다가 병원 안에 들어가고, 병원 안에서는 5분정도 더 쉬었대, 그만큼 A는 상태가 별로였대. 겨우겨우 힘을 내서 그날밤 잤던 그 방 안에 갔고 무사히 동 서 남 북 순으로 붙였대. 그리고 나서 동 서 남 까지 세장을 무사히 한순간에 다 태웠는데 마지막 남은 부적을 떼고 불을 붙였는데 바람 한점 없고 건물 안의 좁은 방 안에 있던 그 상황에서 라이터가 갑자기 꺼지더래. 근데 그 꼴을 보고있던 B가 A가 놀라는걸 보고 자기 주머니에 있던 라이터를 쥐어줬대, 이걸로 끄라고, A는 순순히 알았다고 하고 무사히 태웠대. 그리고 나서 그 방을 나가려는데 방에서 먼저 B가 나가고 A가 뒤따라 오는데 B가 한참을 걷는데 뒤를 돌아보니까 A가 없더래. 놀란 B가 왔던 길을 되돌아갔는데 A가 그 방문 앞에 우두커니 서서 있더래 말을 걸어도 아무말도 안하는게 너무 이상하고 무서워서 B가 A의 얼굴을 때리고 손을 잡아 끌어서 1층 로비 한가운데까지 왔대 그랬더니 A가 정신을 좀 차리더래.

그러고 나서 A가 고맙다고 말했대, 거듭 고맙다고만 하니까 대체 무슨 일이냐고 B가 물어봤다더군. A가 해준 말은 좀 믿기 힘든 말이었어.

방을 나서려는데 그날 밤 들었던 목소리랑 똑같은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렸대.

" 혼자 둘 거야? "

라고 그 말을 듣는 순간 A는 자기가 여기서 꼼짝없이 죽겠구나 싶더래, 한발짝을 못 움직이고 그렇게 있었는데 B가 끌고가서 자기가 그곳을 빠져나올 수 있었대, 그래서 한참을 고맙다고 하고 같이 병원을 나왔다고 하더라고.

이 말을 나는 부대찌개 집에서 들었어, 술마시다가 들은 얘기라 약간 신빙성이 떨어지긴 해 .

하지만 그날 이 이야기를 하면서 B의 표정과 마지막 말을 잊을 수가 없어.

" 야 B, 너는 근데 그 이야기를 믿냐? 넌 눈앞에서 봤을거아냐, 쑈하는건 아닌 것 같고... "

" 야. 나 귀신 안믿는거 알제 "

" 어 알지 "

" 근데 그날 밤 라이터 있잖아. "

" 어 그래 라이터가 왜 "

" 그냥 꺼졌다고 했잖아 "

" 어 그러고보니 그렇네 방 한가운데서 꺼질 수가 있나 근데 ? 잘못본거 아냐? "

" 나 아직도 그날밤이 선명히 기억나는데 말야. 그거 한쪽으로 심하게 흔들리면서 꺼졌어 "

" 뭐라고 ? "

" 누가 옆에서 입으로 불어서 끈 것 마냥. "

출처 : 에펨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