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바로 시작할게.


어머니 어리실적에 동생(외삼촌) 데리고 건넛마을 놀러 가셨다가

노는데 정신이 팔려 해가 뉘엇뉘엇 넘어가고 나서야 집에 돌아오셨데.


어머니 사시던 외가댁이 시골 깡촌 촌동네라서

마을과 마을 사이가 멀어서 야트막한 산을 넘어야만

외가댁에 귀향할 수 있었어.

(지금은 그 마을 너무 산 속에 있어서 사람 안살고 터만 있더라. 저수지에 낚시 하러 가면서 본적 있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게 박정희 가카가 경제 개발 새마을 운동을 한창

열 올리던 시절이라 새하얀 신작로를 촌구석 구석에 설치 되었는데 여기도

마을과 마을 사이를 그런 신작로를 설치해 놓아서

어두운 와중에도 새햐얀 신작로 바라보며 외삼촌이랑 손 잡고 집으로 돌아 오시게 되었어.


그렇게 어두운 길을 외삼촌 손 잡고 길을 걸어 오고 있는데 갑자기


"툭.."


"툭.."


이런 소리가 들리는 동시에 발에 뭔가가 흩뿌려 지는 느낌이 들어서

밑을 바라보니 마사토가 한 줌씩 두 번 뿌려져 있었데.

촌동네고 하니 길가에 흙 뿌려져 있는 경우는 다반사고 해서

잠시 착각했나? 하시곤 다시 외삼촌 손을 추스려서 길을 걸어 가시는데

몇 발자욱 안가서 또,


"툭.."


"툭.."


소리가 들리면서 이번에는 확실하게 발에 누군가가 던진 흙이 맞는 느낌이 나셨데.

(그 장산범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던진 흙이 마사토라고,

농사 해 본 게이들은 봄에 모내기 한다고 뒷산에서 퍼와서 알텐데

마사토라고 물이 슝슝 빠지는, 마을 뒷산에 올라가면 있는 모판 만들때 쓰는 흙이 있어.)


여튼, 그와 동시에 외할머니가 어머니께 말씀해 주신 말이 떠오른거지.


'장산범이라는 짐승이 있는데 이 놈이 사람이 산길을 다니면 한 번씩 나타나서

흙을 툭툭 던져서 자신을 바라보게 한 다음에 눈 마주치면 사람을 홀려서 사람을 잡아 먹으니까

절대로 길 지나가다 흙 같은게 날라와도 그 방향을 쳐다보면 안된다.'


대충 이런 말씀이셨어.


그 때부터 정신을 바짝 차리고 시선은 앞을 바라보면서

삼촌한테만 들리도록 낮은 목소리로 말씀을 하셨데


"필승아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로 두리번 거리지 말고 앞만 보고 가라."


(삼촌 이름이 '필승'인게, 외할아버지께서 6.25 참전 용사셔서 그래)


그 후로 흙이 날아와도 동생 손 부여잡고 눈 부릎 뜨고 앞만 보시면서

동생이 따라올 수 있을만큼의 속도로 잰걸음 총총 거리며 걸으시는데,

얼굴은 정면을 향한 채로 눈만 옆으로 힐끔힐끔 거려 보니

희끗희끗하고 큰 형상이 나무 하나쯤 뒤 수풀에서

타타닥 달려가다 잠시 서서 흙 던지고, 다시 타다닥 달려가다 잠시 서서 흙 던지고를

그 신작로가 끝나고 산 마지막, 들판이 시작되는 부분까지 계속 흙을 던지더래.


엄마랑 삼촌이 산길을 무사히 빠져 나오고 나서

길을 조금 더 걷다가 이제 주위에 아무것도

안 따라 오는것을 확인하시고서는

다리에 힘이 풀려서 그 자리에서 주저 앉으셨데.


어머니께서 겪으신 장산범 일화의 끝이야. 조금 싱겁지?


어머니께서 이 이야기 말씀 해 주실때의 어머니 생각으로는

혼자 있었으면 필시 해코지를 가했을텐데

암만 어린애들이라지만 사람이 두 명이 있으니 해코지를 하지 못하고

사람 홀린 다음에 해코지 하려고 흙을 그렇게 던진게 아니었나 생각 하셨데.

이 이야기 무대가 된 곳은 김해 주촌이라고

지금도 촌동네 중에 완전 촌동네야. 막 도자기 굽고 농사하는...

마을로 들어가려면 논밭 한참 지나서 솔밭 지나서 들어가야 해.


나도 이 이야기 들을때는 에이~ 무슨 실없는 소리 하시냐며 그랬었는데

어머니 평소 성격이 진중하시고 쉰소리 안하시는 분이셔서 지금은 어느정도 믿고 있다.

(인터넷 찾아보니 장산범 관련 자료들이 있던데 흙 던지는 것 빼고는 거의 일치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