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산범?!

군 생활 중 겪었던 일이 이제 아귀가 딱 맞아 지는 것 같다.

나는 2001년 11월에 강원도 화천으로 신병교육을 받고 신병교육대대
근처의 2대대로 자대 배치를 받은 후 우리 부대는 가평의 탄약고로 경계지원을 나갔었다.

탄약고는 일반인이 아는 조그만 창고 계념이 아니라 몇 개의 마을만한 크기의
넓은 지역에 연대가 쓸 화약류를 저장 해놓는 곳이었다.

워낙 넓은 지역이라 외곽에는 울타리가 쳐져있었지만 내부에는 어디서 들어 온지도
모르지만 멧돼지나 고라니 등이 많이 출현 했었다. 경계근무는 먼 초소까지는 차로 이동을
해야 했을 정도였으니 엄청 넓은 걸로 지금도 기억된다. 탄약고안에는 인고 없는 무덤들도
많아 가까운 초소에 배치를 받으면 무덤을 지나야 했었다.

3개월 정도를 경계근무를 섰었으며 그 일은 경계근무의 막바지쯤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외각 담장을 둘러 차례로 순번을 매겨 초소가 세워져있었으며, 그날은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7초소에서 근무를 서는 날 이었다.
같이 근무를 선 사람은 오모 병장으로 약간 고문관 기질을 갖춘 선임이었다.
자대 내에서도 크게 인지도도 없었다.
당시 이등병이었던 나는 후임을 크게 혼내지도 않는 사람이지만,
야간 근문데 믿을만한 선임이 아닌 것이 좀 꺼림직 했다.

7초소는 막사에서 거리가 멀어 차로 이동을 했다.
전번 근무자와 인수인계를 하고 근무에 들어갔다.

근무는 상황실에 시간 맞추어 특이사항 보고를 하는 것이 전부인지라
심야 근무면 솔직히 선임은 많이 자는 편이고 후임이 거의 혼자 지키다
보고 시간되면 선임을 깨워 보고 하게 하는 일이 태반이었고,
아니면 근무시간 내내 있지도 않은 여자 경험이나 노래만 줄 창 불러야 했다.
야간근무 지만 그리 늦은 시간도 아니었고 복귀 후 라면 뽀글이 먹고 잘 생각하며 근무를 서고 있었다.
철책 밖으로는 멀리 떨어진 가평 시내에서 빛나는 가로등과 간판불빛을
보며 ‘시작도 안한 군 생활은 언제쯤 끝이 날려나...’ 생각하고 있었다.

‘아 오뱀 또 쳐 자나.....아~! 야투경! 그거나 가지고 놀자 흐흐’

야간근무자에게 지급되었던 야투경(야간투시경)은 이제 막 군대온
나에겐 낮에 지급되는 망원경과 더불어 좋은 장난감이었다.

야투경을 키면 온 세상이 형광색으로 변하고 빛나는 곳은 하얗게 변한다.
캄캄한 밤을 야투경을 통해서 보면 지루한 근무시간이 훌쩍 지나가곤 했다.

그때..

여자 비명소리가 났다.
“꺄아아아아아아악”
“끄이이이이이이에에에에엑”

“헉”
“오XX병장님!”
“오XX병장님!”

“으..음,,,”

"오XX병장님!“

“으으..어? 어!? 왜? 왜?”

“이병 이XX! 저 소리 좀 들어 보십시오“

“히에아아아아아아악~”

“아이 시팔 고라니 소리 아냐 고라니 소리.. 근데 좀 희안하게 울긴 하네 오늘..
원래 저런 소리나 고라니...”
“처음 들어 보냐?”

“예 그렇습니다.”

“시간 되면 깨워, 자지 마라“

“예 알겠습니다.”
그 뒤 나는 소리가 난 철조망 밖을 야투경으로 뚫어 져라 살폈지만 뭐 특별한 움직임을 찾지는 못했다.
그렇게 십 여분쯤 흐르고 나는 계속 야투경을 통하여 여기저기를 살펴보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가 올라온 계단과 철조망을 따라 나있는 순찰로를 보는 중 숨도 못 쉬고 주저 앉아버렸다.
야투경 사이로 검은 물체의 뭔가가 철조망 밑으로 밖에서 안으로 기어 들어오고 있었던 것이다.
빠른 움직임도 아니고 뭔가가 기어간다고 생각이 들고 그건 마치 사람이 엎드려서 포복으로
기어가는 것 같았다.

‘씨발 귀신인가....멧돼진가....아니 작은데 씨발...순찰잔가...’

야투경을 가지고 계속 보고 있고 한손에 K2소총 든 채로 나는 소리 질렀다.

“손들어 움직이면 쏜다!”

그 순간 야투경 사이로 보이는 정체불명의 사람모습을 한 물체는 머리가 생각 되는 부분을
나 쪽으로 돌렸다.

‘씨발 사람아니다!!!! 씨발 멧돼지도 아니다!!!!'

머리가 쭈볏스고 온몸에 소름이 쫘악 돋으며 계속 주시를 하는데
그물체도 나를 관찰하는 듯이 계속 쳐다보았다.
내 소리에 놀란 오병장도 푸다닥 거리다가 내 옆으로 쪼그린 자세로 다가왔다.

“(뭐야 씨발 순찰자야?)”

“(아닙니다. 뭔지 모르겠습니다.)”

“(뭐라고 뭔데 멧돼지야? 야투경 줘봐)”

“(씨발 저거 뭐야 사람이야 뭐야 저거)”

“(여기 보고 있지 말입니다?)”

“(어.. 씨발 안 가는데 멧돼지 아닌데 뭐야 씨발..)”

“내려 가보지 말입니다.”

“야 봐봐 간다, 간다.”

오병장이 건내 준 야투경을 통하여 보는데 정말 사람만한 크기의 물체가 풀숲으로 기어가고 있었다.
풀숲으로 완전히 물체 사라질 때가지 둘은 거기서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했다.

그 후엔 풀이 뭔가에 스치는 소리가

“챠르르륵..... 챠르르륵”

두 어번 정도 들려 왔을 뿐이었다.

우리는 정신 차리고 초소로 올라가 문을 닫고 후번 근무자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
우리는 경계근무자 둘 다 초소에 있었다고 근무 교대시 당직사관한테 혼이 좀 났다.

혹시나 해서 나는 당직사관과 내려가면서 오시던 길에
멧돼지나 뭐 그런걸 못 보셨냐고 물어보니 당직사관이 고라니 같은걸 봤단다.
그것도 자동차 헤드라이트에 비춰 제대로 보지는 못했지만 뭐 고라니 같은 건 봤단다.
휙 스쳐 지나간.....
그렇게 고라니가 비명 소리 비슷하게 운다는 걸 알게 된 날이었고, 뭔가 이상한 걸 본 날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 후 군생활 하며 들었던 고라니 소리는 그날들은 소리와는 전혀 달랐다.

단 한번도 그 비슷하게 우는 고라니 소리를 듣지 못했다.
쇳소리 섞인 비명소리...

그리고 전역 후에도 가끔 그대를 떠올리며 참 그때 그건 사람 같기도 하고
우리나라에는 없겠지만 나무늘보 같다고 생각을 하곤 했는데.........

오늘 인터넷에서 우연히 장산범 이라는 걸 알게 되었고
지금 내가 그때 본 물체랑 너무 맞아 떨어져 이렇게 글을 쓴다.
그때 그건 절때로 고라니는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