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5년전, 내가 대학을 다니고 있었을 때.

첫 자취도 익숙해지기 시작하면서 내가 사는

맨션 주변도 어느저도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예를 들면, 저 집과 저집은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고

일요일 아침이 되면 이웃집 아저씨는 집 앞에서 오토바이 정비를 한다.

대충 이런 것들. 한마디로 주변 이웃사람들의 생활 패턴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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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서 내가 사는 맨션 맞은편에 있는 집의 아줌마는

매일 저녁 8시만 되면 밖에 나와서 손전등으로 자신의 집을 점검하곤 했다.

한바퀴 둘러보거나, 문 손잡이를 돌리거나

2층에 손전등 빛을 비추면서 자신의 집을 점검하고 있었다.

그런 식으로 한 30분 정도 점검하곤 했다.

[이야~ 죽을 만큼 자기 집을 소중히 여기는구나~]

또는 [오늘도 역시..] 이정도로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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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아무런 일 없이 4년동안 그 맨션에서 살다가

대학졸업에 맞춰서 이사하게 되었다.

이사하기 전날밤, 학교에서 볼일을 보고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가고 있는데

평소처럼 맞은편 집 아줌마가 집을 점검하고 있었다.

그때 불가사의하게도, [아.. 이 아줌마가 손전등을 가지고

점검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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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슬픈 느낌이 들어서 4년간 단 한번도

말을 걸어본적이 없었지만, 그날 처음으로 말을 걸어보기로 했다.

[매일 점검하시네요.] 목소리가 작았던 것인지 반응이 없었다.

뭐, 이 시점에서 이미 그런 슬픈 감정따윈 사라지고 없었지만ㅋ

그래서 다시 한번 [오늘은 춥네요.] 라고 큰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반응이 없다. 아줌마는 그저 묵묵하게 손전등을 비추면서 열심히 점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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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영문을 모른채로 가만히 아줌마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재빠른 소리와 함께 그 집 거실 커튼이 열리더니,

집안에 있던 아저씨가 나를 보기 시작했다.

나는 뭐지 싶어서 아저씨를 올려다보니까

아저씨가 미친 듯이 고개를 옆으로 흔들고 있었다.

[??? 뭐지?] 멍때리고 있는 나를 보고 지친 것인지 아저씨는 이렇게 외쳤다.

[그 놈에게서 도망쳐라!!!!] 그 순간 딱 제정신이 들었다.

점검중인 아줌마를 봐도 딱히 이상한 점은 없었지만,

갑자기 무서운 물건을 본 것처럼 급하게 맨션으로 되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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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헐떡이면서 베란다 창문을 조금 열고

자신의 집을 점검하는 아줌마를 관찰했다.

혼란스러운 머리를 정리하던 중

기분 나쁜 사실을 알아차리게 되었다.

[아.. 왜 눈치채지 못했을까? 저 아줌마..

단 한번도 저 집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못 봤었어..]

과연 뭐였을까? 그 아줌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