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 안에서 잠시 졸았다가 깨고보니, 낯선 여자가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자고 있었다. 긴 생머리가 꽤 귀엽다. 나는 내리려면 아직 몇 정거장 더 가야 해서, 잠시 그대로 타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나와 그녀 둘만 남게 되었다. 그녀는 어디에서 내리는 것일까. 깨워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한 내가 몸을 조금 움직이려고 했을 때 [움직이지 마.] 눈을 감고 머리를 기댄 여자가 말했다. [좀 더 이대로 있고 싶어..] 라고. 처음 만난 사람에게 이런 이야기를 듣다니 조금 어리둥절했지만, 여자의 말을 무시할 정도로 매너 없는 사람은 아니다. 나는 말없이 어깨를 빌려줬다. 하지만 내릴 역이 가까워질수록 내 마음은 초조해져 갔다. 그래서 일단 [어디서 내려요?] 라고 물었다. 그러자 [떨어지는 역?] 이라고 대답했다.





[아니, 떨어지는 역 말고 내리는 역..] [내리는 역이 떨어지는 역이야.] 의미를 알 수 없는 말만 계속했다. 혹시 자살이라도 하는 건가 싶어서 그녀에게 [떨어지겠다.] 라고 말해보았다. 그러자 그녀가 [당신이 내리면 나는 떨어진다.] 라고 협박하듯 말했다. 어쩔 수 없이 [그럼 안 내릴게.] 라고 말했다. 그녀는 기쁜 듯이 [감사합니다. 약속이야.. 어기면 당신도 떨어져 주세요.] 라고 말했다. 나는 이 말이 참 무서웠지만, 일단 자살을 막았다는 안도감에 마음이 놓였다. 나는 그녀에게 [알겠어. 떨어질게. 약속해.] 라고 말했다. 그 순간, 전철이 흔들렸다. 그리고 그녀를 본 나는 그녀의 이상한 행동과 말을 모두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내가 내리면 그녀는 떨어진다. 그리고 나도.. 떨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