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를 보니 오후였다.

[아, 아직 얼굴 안 씻었구나. 귀찮지만 씻어야겠다.]

화장실에 들어가서 따뜻한 물을 틀고 얼굴에 묻힌다.

클렌저를 손바닥에 묻혀서 얼굴에 마사지하듯 바른다.

면도기로 조심스레 수염을 자른다.

뻐끔뻐끔 하수구로 물 내려가는 소리가 들린다.





[물을 너무 세게 튼 건가? 이제 씻어볼까?]

나는 눈을 감은 채로 수도꼭지를 찾는다.

어? 어디지? 손에 수도꼭지가 잡히질 않는다.

거품이 눈에 들어가는 걸 참으면서, 직접 눈으로 찾는다.

겨우 찾아낸 수도꼭지를 틀고 물로 얼굴을 씻는다.

얼굴을 다 씻고 수건으로 얼굴을 닦았다.

[아, 왠지 모르게 거울 보기가 무섭네. 못생기진 않았지만..]

세면대 거울에는 말끔하게 면도 된 얼굴이 선명하게 비치고 있었다.

나는 그대도 도망치듯 집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