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 이름 : 이름없음 ◆YEajIY0C7g : 2012/12/07 02:37:41 ID:XpFruier+ac
그리고 만나기 시작한 5월부터 여름방학이 시작된 7월 말까지 나는 줄곧 일요일마다 나와서 W와 만나고, 그때부터 친해진 것 같다.
W는 앞서 말한 섬뜩한 것들만 빼면 꽤 상식인(이라고 해도 좋을지...)이었다.
하지만 역시나라고 해야 할까, 연예인이나 애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은 거의 모르고 있었다.
아는 노래는 몇 곡 없다며 오히려 나보고 노
66 이름 : 이름없음 ◆YEajIY0C7g : 2012/12/07 02:39:25 ID:XpFruier+ac
래를 해달라고 졸랐다. W가 조르는 건 의외라 한 번 해줬지만,
그닥 훌륭하지 못한 내 노래를 듣고나서 표정이 일그러진 W를 달래느라 조금 고생했다.
그런데 레스가 그만 잘려버렸구만;
67 이름 : 이름없음 ◆YEajIY0C7g : 2012/12/07 02:42:38 ID:XpFruier+ac
내 MP3를 보고 조금 관심을 보였지만 금새 싫증을 내었다.
노래 자체는 좋으나 한 번 부르면 끝인 즉석 제창과는 달리
계속 똑같은 걸 반복한다고 하면서 이런 건 노래가 아니라고 성질냈다.
자기는 사람을 흉내내는 기계는 싫다고 했다. 사람보다 우월한 기계도 싫고...
대략 단순하고 편리한 기계가 좋다고 했다.
이 말에 당시의 나는 꽤 그럴싸해서 조금 끄덕여주었던 것 같다.
아이 머리서 나오는 것 치곤 꽤 신선했으니까.
68 이름 : 이름없음 ◆YEajIY0C7g : 2012/12/07 02:46:47 ID:XpFruier+ac
이건 좀 기분 나쁜데....
어느 날인가 정승마냥 입구 근처에 서있던 나에게 잠시 앉으라면서 W가 뭔가를 들고 왔었다.
보니까, 구운 듯 해보이는 노릇노릇한 고기조각이었다.
어디서 났는지는 묻지 말라고 하고, W는 내 말은 듣지도 않고 고기조각을
내 입에 억지로 구겨 넣어버렸다.
맛은 좋았다.
하지만 그 뒤에 나온 W의 말이 내 신경을 있는대로 긁었다.
"저번에 운 없게 덫에 걸려서 발목이 잘린 시체를 석쇠에다 굽고 찢고 잘랐어. 맛있어."
억양이 없는 그 말에 씹던 고기조각을 바로 퉷 뱉어버렸다.
69 이름 : 이름없음 ◆YEajIY0C7g : 2012/12/07 02:51:10 ID:XpFruier+ac
내가 기분나쁘다는 듯이 몸서리치며 고기를 뱉자 W는 바로
"다시 먹어. 깔끔 떨지 마."
라고, 나한테 정색을 하고 말했다.
내가 싫다고 하자 W는 정말 웃기다는 듯이 깔깔깔 쳐웃고는 바로 피식 비웃으며 말했었다.
"지금껏 여러 동물 시체 잘 먹고 살았잖아. 그냥 생고기도 아니고 불에 굽고 물에 삶고 철냄비에 넣고 볶고 푹 익혔고
어쨌든 따뜻하게 해서 먹었을 거 아냐. 풀만 먹고 살았나. 아닐테지."
...랬다. 나는 이 말은 정말 싫은데도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다.
70 이름 : 이름없음 ◆YEajIY0C7g : 2012/12/07 02:52:26 ID:XpFruier+ac
그 뒤에 나온 말은 더 골때렸다.
"주워 먹어. 내가 널 먹는 꼴을 보고 싶지 않으면."
W로부터 협박을 들은 건 그게 처음이었다. 그 전까지는, 그래도 조금 호의적이었는데
마치 감옥의 간수라도 된 마냥 그렇게 옥죄여오는 시선은 처음이었다.
71 이름 : 이름없음 ◆YEajIY0C7g : 2012/12/07 02:55:24 ID:XpFruier+ac
내가 간신히 짜낸 말은
" 그냥 고기가 아깝다고만 하면 될 걸, 말이 심하다, 너. "
...뿐이었다. 한심하게도.
그 말에 W는 인상을 쓰더니 결국 고깃조각을 들어 올리더니 덫이 있는 근처에다 버렸다.
그리고 그 날은 서로 먹먹하니 아무말도 없다가 저녁이 되자 헤어졌다.
72 이름 : 이름없음 : 2012/12/07 02:56:12 ID:YGwn9w5Pfc+
뭐야 ;;
74 이름 : 이름없음 ◆YEajIY0C7g : 2012/12/07 02:58:48 ID:XpFruier+ac
...뭐, 이쯤 쓰고. 이제 비몽사몽해져서 영 안되겠어.
들어준 스레더들 땡큐... 이제 낮 시간대에 돌아올게.
머릿속으로 그간 일들을 제대로 정리해서 칼같은 사건전개를 서술해주지... 크악.
그럼 쎄굿바
75 이름 : 이름없음 : 2012/12/07 03:01:58 ID:2uJlYL1mCJ6
3시까지 쓴다해서 안자고 버텼어 낮시간의 전개 기대할게 굿밤
77 이름 : 이름없음 : 2012/12/07 09:05:51 ID:qLGsP03dA+M
ㄳ 재밋당 ㅠ
78 이름 : 이름없음 : 2012/12/07 10:09:24 ID:erFaxZ9uaWY
스레주어디간거야?나보구잇어이제
79 이름 : 이름없음 ◆YEajIY0C7g : 2012/12/07 13:53:13 ID:XpFruier+ac
오늘 눈이 왕창 내렸다.... 버스가 막힐 줄 알았는데 의외로 잘만 다니더라.
조금 그런 소식이 하나 있다. 내가 오기 한 2시간 전에 눈이 내린 나머지
고양이가 새끼를 낳다 죽었다.
할머니가 새끼만이라도 살릴려고 했지만 당최 일어나질 않는다는 거다.
결국 새끼도 죽어버렸다고 했어. ...씁쓸하네. 그래도 식욕이 일어나는 건 왜지.
...일단은. 좀 늦었지만 점심 먹고 돌아와서 마저 쓸게.
80 이름 : 이름없음 ◆YEajIY0C7g : 2012/12/07 14:14:03 ID:XpFruier+ac
돌아왔다. 이어서씀.
안 좋게 헤어진 그 날 이후로 W는 전보다 더 과묵해진 것 같았다.
표정 변화도 줄었고 필요없는 말은 일절 하지도 않았어.
주변 경계하는 살쾡이마냥 몸을 사리는 걸로도 보였고.
이런 걸 꽤 불편해하는 나로서는 어쩔 줄 몰라서 쭈뼛거렸다.
81 이름 : 이름없음 ◆YEajIY0C7g : 2012/12/07 14:16:48 ID:XpFruier+ac
결국 몇 주도 못가서 나는 W의 환심을 사려고 도시락을 만들기로 했다.
그깟 고기때문에 그런 거라면, 싶어서 말야.
할머니는 왠 도시락이냐면서 희한한 눈으로 보더라.
하긴 받아 먹을줄만 알던 내가 갑자기 도시락을 싼다니 놀라실 만도 하지.
82 이름 : 이름없음 ◆YEajIY0C7g : 2012/12/07 14:20:42 ID:XpFruier+ac
적당히 집에 남아있던 식은밥과 돼지고기, 잡다한 야채를 좀 모아다가
할머니가 만들어 놓은 양념장을 대충 때려붓고 같이 볶은 남자의 요리였지.(스레주는 여잡니다.ㅋㅋㅋㅋ)
의외로 맛은 그럭저럭 괜찮은지라 일요일이 되자 바로 들고서 공원으로 갔다.
W는 그 날도 있었다. 역시나 옷차림은 교복이었고.
83 이름 : 이름없음 ◆YEajIY0C7g : 2012/12/07 14:24:59 ID:XpFruier+ac
W는 내가 들고 온 걸 보자 바로 낚아채서 킁킁거렸다.
나는 사과의 뜻으로 도시락을 가져왔다며 이제 그만 삐진 거 풀라면서 왠지 모를 더부룩함과 함께 횡설수설해댔다.
W는 대답도 안 하고 바로 도시락 뚜껑을 열더니 내가 수저를 주기가 무섭게 먹기 시작했다.
도시락 통까지 먹을 듯 맹렬한 기세로 먹는데,
먹는 속도는 절대 빠르지 않았고 되려 체하지 않게 제대로 먹는 게 왠지 모르게 섬찟했다.
84 이름 : 이름없음 ◆YEajIY0C7g : 2012/12/07 14:29:30 ID:XpFruier+ac
W가 도시락을 다 먹을 때까지 나는 그 자리에서 가만히 있었다.
"너."
다 먹기가 무섭게, W가 돌연 입을 열었다.
"다신 그러지마."
무엇을? 이라고 물으려 했는데 W가 바로 선수를 쳐서 말했다.
다신 자기가 주는 걸 함부로 하지 말라더라.
그러면 아무리 도와주는 입장의 나라도 가만히 둘 수 없겠다고 하면서. 씨발
85 이름 : 이름없음 ◆YEajIY0C7g : 2012/12/07 14:31:07 ID:XpFruier+ac
W가 하는 협박은 대체로 자신의 기분을 거스른다거나 할 때 튀어나와 내 기분을 더럽게 했다.
이 때만해도 나는 우리가 과연 친구일까하는 의문에 사로잡히지만 지금은 확실히 친구라고 밖에 할 수 없다.
86 이름 : 이름없음 ◆YEajIY0C7g : 2012/12/07 14:33:20 ID:XpFruier+ac
그리고 왠일로 W는 도시락을 잘 먹었다며 맛있다고 내게 칭찬을 했다.
하지만 그 전에 들은 협박으로 칭찬이 기뻤.......지. 제길
진짜 병신같게도 난 그 칭찬 한방에 왠지 모르게 기뻤다.
하여튼 그 때의 나는 제대로 등신새끼였다.
87 이름 : 이름없음 ◆YEajIY0C7g : 2012/12/07 14:36:20 ID:XpFruier+ac
그렇지만 나도 W도 먼저 도시락을 부탁하거나 싸오진 않았다.
어쩌다 내가 도시락을 가져다 주면 그냥 먹고 칭찬해주고 끝.
W가 말하길 자신은 얻어먹는 것보다 직접 해먹는 걸 더 좋아하니 이런 걸 자주 싸오면
자신의 버릇이 나빠진다며 이제부터 자주 가지고 오지 말라고 했다.
출처 - 무늬만토끼
난 댓글하나하나를 확인한단다......
너무오글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