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 이름 : 이름없음 ◆YEajIY0C7g : 2012/12/07 14:39:36 ID:XpFruier+ac


그 때 눈치챈 거지만 W는 자신이 먹을 것은 자기가 직접 조달하는 것 같았다.
자기가 먹을 걸 내게 양도했다는 건 아마 자기 딴에는 신뢰의 표시일지도 모른다 생각이 들자 살짝 미안해졌다.
그러니까 그 말만 안 했으면 좋았을 걸...





89 이름 : 이름없음 ◆YEajIY0C7g : 2012/12/07 14:44:16 ID:XpFruier+ac


그 날은 도시락을 먹어서인지 기운이 팔팔해보이는 W가

빨리 처리해야 할 게 있다고 날 또 그 산으로 데려간 날이기도 했다.



여전히 산은 헷갈리기 쉽게 나무가 빽빽하고 가는 내내 간간히 뱀도 보였다.

W도 여자인지라 뱀은 무서워하나 싶어서 봤다.
...아니었다. 뱀을 보고 식욕이 생긴 눈이었다 그건.





90 이름 : 이름없음 ◆YEajIY0C7g : 2012/12/07 14:49:29 ID:XpFruier+ac


하지만 지금은 도구가 없어서 못 잡는다고 했다. 뱀은 포기한다면서,
W는 날 좀 더 산 안쪽으로 깊숙히 데려갔다.
저번에 자루를 묻은 곳과는 전혀 다른 곳이었다. 움푹 패여진 구덩이가 곳곳에 보였다.
안쪽에 보니까, 세상에.



먹다버린 듯한 동물의 뼈가 그득한 구덩이가 있는가 하면
내장을 발라내어 버린 구덩이에서는 썩은내가 진동을 했다.



물론 또 비위가 약한 나는 그 자리에서 바로 토할뻔 했으나,
그걸 눈치 챈 W가 일부러 날 끌어당겨서 구덩이에서 좀 떨어진 그늘 아래에 던져버리는 바람에 구토는 무산되었다.





91 이름 : 이름없음 ◆YEajIY0C7g : 2012/12/07 14:55:03 ID:XpFruier+ac


"산에 잘못 기어들어왔다가... 뒈진 놈들."



아마도 내장의 출처는 사람의 것 같았다. 구덩이는 여러 개 있었고,
동물의 뼈도 실은 사람의 것이었다는 걸 나중에서야 눈치챘다.

심각성을 그제서야 깨달은 나는 이건 보통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부들부들 떨었다.

...신고를 할까, 했지만 해봤자 무용지물이었다.
난 이 산이 무슨 산인지도 몰랐고 여기 위치도 제대로 몰랐고 무엇보다 W가 날 그렇게 놔 둘리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92 이름 : 이름없음 ◆YEajIY0C7g : 2012/12/07 14:56:54 ID:XpFruier+ac


W는 혹시해서 말해두는데 착각하지 말라고 했다.
사람이 멋대로 왔다가 산짐승을 만나거나 실족해 봉변을 당해 죽어버린 시체를 방치할 순 없어서,
보관해 둘 구덩이를 몇 개 파놓고 있는 거라며.
덮지 않는 건, 역시나 경고였다.
빨리 이 산에서 나가라는 경고.





93 이름 : 이름없음 ◆YEajIY0C7g : 2012/12/07 15:00:28 ID:XpFruier+ac


공원은 집으로 가는 입구 중 하나고 산에는 자기의 집과 지켜야 하는 게 있다면서,
W는 이 사실도 함부로 말하지 말라고 했다.
사람은 아둔한데다 믿을 수 없다고, 말이 안 통하는 개돼지는 죽여버려도 상관없지만

사람은 돌아가라 말을 해도 듣지를 않고 죽이지도 못한다면서 말이다.

바로 나처럼.





94 이름 : 이름없음 ◆YEajIY0C7g : 2012/12/07 15:03:32 ID:XpFruier+ac



그럼 팻말을 박아두면 되지 않느냐, 라고 했지만
내 말이 말도 안되는 거란 걸 W는 비웃고 지적하며

이 넓은 산에서 팻말을 다 박는 것도 일이요, 그 팻말을 다 박는다 쳐도

들짐승들이 팻말을 부러뜨리거나 들어올 사람은 함부로 들어온다는 것이었다.
왜, 잔디밭에 들어가지 마시오라는 팻말이 있어도 들어와서 깽판을 치는 어린 아이.

딱 그거였다.





96 이름 : 이름없음 ◆YEajIY0C7g : 2012/12/07 15:09:22 ID:XpFruier+ac


결국 그 날 W는 산을 한 바퀴 돌며 곳곳에 있는 시체 구덩이를 보여줬고...
나는 제대로 멘붕이 왔다.
하지만 이것도 색다른 경험이라고 위안으로 삼으며 계속 W의 일을 돕겠다 생각한
병신같은 2년 전의 나를 깐다.





97 이름 : 이름없음 ◆YEajIY0C7g : 2012/12/07 15:11:43 ID:XpFruier+ac

그 일이 있고나서, 여름방학이 왔다.
나는 공부에 영 흥미가 없는지라 방학 보충을 째고도 W를 만나러 갔다.

할머니는 그런 나에게 요즘 어딜 그리 가느냐 걱정을 했지만,
그간 W와 있으면서 간이 더럽게 커진 나는 별로 신경 쓰실 거 없다며 거의 매일같이 W를 만나러 갔었다.





98 이름 : 이름없음 : 2012/12/07 15:13:39 ID:qU2icLD+vCk

ㅎㄹ... 쩐다 실시간동접이네!!





99 이름 : 이름없음 : 2012/12/07 15:14:18 ID:IJ7EGpC4PPQ

헉헉 동접!





100 이름 : 이름없음 ◆YEajIY0C7g : 2012/12/07 15:15:04 ID:XpFruier+ac

W는 한여름이라 내장이 더 빨리 썩는다고 소금이 필요하다고 했다.
오늘같은 날엔 공원 입구를 감시할 필요가 없다면서
나를 데리고 산 근처의 어느 허름한 집에 들렀다.


그 집은 폐가였는데, 벽은 금이 가 있고 바닥은 반쯤 썩은 마룻바닥이었다.

밟을 때 마다 기분나쁜 삐걱삐걱 거리는 소리를 냈다.
W는 여기가 자신과 아버지가 전에 살던 집이라고 했다.





101 이름 : 이름없음 : 2012/12/07 15:16:56 ID:qU2icLD+vCk
10초 투고 규제걸리네; ㅋㅋㅋㅋㅋㅋ뭐지
스레주 잘보고있어!





102 이름 : 이름없음 ◆YEajIY0C7g : 2012/12/07 15:16:58 ID:XpFruier+ac

아버지의 이야기는 해 주지 않았다. 다만 W의 얼굴은 확실히 침울해 보였다.


나는 W와 함께 그 낡은 집 찬장을 전부 뒤져서 소금 한 봉지를 겨우겨우 찾아냈다.


W는 될 수 있으면 빨리 끝내야 한다고, 얼음이 있으면 좋겠다고 중얼거렸다.





103 이름 : 이름없음 ◆YEajIY0C7g : 2012/12/07 15:19:10 ID:XpFruier+ac

공부 못하는 나지만
얼음과 소금을 같이 넣어서 썩기 쉬운 생선을 보관하는 법 쯤은 알고 있었다.
할머니가 말씀하신 건 거의 기억하고 있으니까 말야.


W는 이걸로는 부족하다며 소금을 더 찾아야 겠다 말했다.
나는 집에 소금이 남아있는 것을 떠올리곤,
소금을 가져올테니 공원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으라 했다.
여차하면 동네 구멍가게에라도 가서 소금을 사오겠다고.





104 이름 : 이름없음 ◆YEajIY0C7g : 2012/12/07 15:22:11 ID:XpFruier+ac

얼음은 이 날씨엔 빨리 녹으니 안 될 것 같아 패스하고,
집에 들렀다 소금 좀 챙겨 나왔다.
얼마없는 용돈으로 소금을 좀 더 사서 공원으로 뛰어갔더랬지.

W는 전에도 봤던 마스크와 장갑을 낀 채 서있었다.
교복 위에 조금 허름해보이는 코트 같은 것도 입고 있었다.

완전무장이었다.





105 이름 : 이름없음 ◆YEajIY0C7g : 2012/12/07 15:24:11 ID:XpFruier+ac

잘못하면 세균범벅에 빠질지도 모른다면서 W는 조심하라고 했다.

그 때 나는 반팔 티셔츠에 청바지 운동화 뭐 이랬으니까... 음.

참고로 W는 신발또한 교복에 맞춰 단화를 신고 있었다.
말하기엔 뭐 하지만 단화는 굉장히 낡은 데다 엄청 불편해 보였다.
그 단화를 신고 잘도 걸어다니네, 라고 생각했다.





106 이름 : 이름없음 ◆YEajIY0C7g : 2012/12/07 15:26:45 ID:XpFruier+ac


귀신같이 내 생각을 알아챈 건지 뭔지 W는 슬리퍼보단 나아, 라고 말하며 소금 봉지를 양 손에 든채 산을 올랐다.

나는 그 뒤를 따랐고, 한 바퀴 다시 돌며 구덩이마다 소금을 왕창 뿌렸다.
그 작업은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질 쯤 되서야 다 했다.
다 끝날때쯤 되니 온 몸이 욱신욱신 쑤셨다.
하지만 W는 아프지도 않은지 힘든 기색 하나 없었다.





107 이름 : 이름없음 ◆YEajIY0C7g : 2012/12/07 15:27:51 ID:XpFruier+ac

나는 완전히 지쳐서 이제 그만 집에 갈게, 라고 하고 먼저 산을 내려가려 했다.
바보같은 짓이었다.





108 이름 : 이름없음 ◆YEajIY0C7g : 2012/12/07 15:29:08 ID:XpFruier+ac

산의 지리도 내려가는 길도 뭣도 모르면서 무턱대고 내려가려 했다.
당연히 W는 화를 냈다.
이래서 머리에 검은 털 난 사람새끼는 싫다면서 날 붙잡고 패대기쳤다.
완전히 체력이 바닥난 나는 바닥에 널부러진 채 W 뒤의 하늘을 봤다.
새까매서 정신을 놓을 것 같았다.





109 이름 : 이름없음 ◆YEajIY0C7g : 2012/12/07 15:31:06 ID:XpFruier+ac

그 다음부터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중간중간 산을 내려온 기억이 있는데, 그게 내 발로 직접 내려온 건지 그 조차 가물했다.

제대로 정신 차려보니까 산 아래에 있었고, W가 씩씩거리며 내 옆에 있었다.
W는 다음부터는 이런 건 자기 혼자 할테니 이제 됐다며 집으로 가랬다.





110 이름 : 이름없음 ◆YEajIY0C7g : 2012/12/07 15:32:53 ID:XpFruier+ac


난 그때 겨우겨우 1시간 정도를 미적미적 걸어서 집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쓰러졌고, 결국 할머니는 날 그 다음날엔가 병원에 데려가셨다.

의사는 가벼운 탈진 증세라며 난리를 치시는 할머니를 간신히 진정시켰다.
나는 등에 멍이 들 정도로 맞았다.
아니,

사실 그건 W에게 패대기 쳐졌을 때 난 멍이었다. 더럽게 아팠어.





111 이름 : 이름없음 ◆YEajIY0C7g : 2012/12/07 15:34:58 ID:XpFruier+ac

그리고 한 사나흘 집에서 얌전히 쉬면서 요양했다.

할머니가 혹여나 밖으로 나갈라 싶으면 때리면서 집 안에 있게 했다.
뭘 하고 싸돌아다니는지 모르겠으나 멀리 나가지 말라면서 말이다.

구멍가게 주인한테서 내가 소금을 산 것도 들킨 것 같았다.
입안 한가득 소금을 치더니 어깰 잡고 흔드셨다. 아이고 내새끼, 하시면서.





112 이름 : 이름없음 ◆YEajIY0C7g : 2012/12/07 15:37:14 ID:XpFruier+ac


그제서야 조금씩 정신이 들더라. 내가 뭔 짓을 하고 있는 거지.
W와 함께 하는 것은 분명 내게 있어서 짜릿하고 비상식적인 일탈행동이었다.
하지만 일탈은 결국엔 일탈이지,
절대 좋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제서야 깨닫고 만 나는 그대로 침대에 뻗어버렸다.





113 이름 : 이름없음 : 2012/12/07 15:38:43 ID:qU2icLD+vCk
흠... 뭐였을까 ;; W도대체 뭐지













출처 - 무늬만토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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