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글씨를 보라색으로 하니 뭔가 이상해서...그냥 검은색으로해놓겠습니다.^˘^;
(글 본인이 아닌 다른사람들의 말은 옅은회색으로 해놓을테니 구별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448 이름 : 이름없음 ◆YEajIY0C7g : 2012/12/09 01:46:03 ID:KjxrtRLiHGI
W의 뒷모습만 계속 보면서 걸었기 때문에 점차 불빛에는 신경을 끄기로 했다.
그러자 곧 주변에 보이던 불빛들은 감쪽같이 사라졌다.
W는
"보지 마라... 저들이 널 심히 마음에 들어한다. 보지 마."
450 이름 : 이름없음 ◆YEajIY0C7g : 2012/12/09 01:49:19 ID:KjxrtRLiHGI
그 말을 듣자 으으, 하고 작게 신음하니까는 W가 낮은 목소리로
"소리 내지 마라, 아무런 소리도 내지 마." 하고,
내 손을 세게 잡아 끌었다. 그리고는
"이제부터 아랫길이야. 정신 똑바로 차려. 여기선 눈 뜨나마나 다를 것 없으니 차라리 감아."
451 이름 : 이름없음 ◆YEajIY0C7g : 2012/12/09 01:52:50 ID:KjxrtRLiHGI
난 그 말을 듣자마자 눈을 꾹 감고 W의 손에만 의지한 채 걸었다.
속으로는 '이래서 W가 따라와서 구경할 거 없다고 했구나...' 하고 겁나 후회했고.
W는 "아무것도 듣지 마." 라면서 내 손목을 붙잡은채 계속 걸었다.
그러다 돌연 차가운 바람이 훅 불어서 내 얼굴을 스쳤다.
452 이름 : 이름없음 ◆YEajIY0C7g : 2012/12/09 01:55:02 ID:KjxrtRLiHGI
바람은 점점 걸어 갈 수록 강해졌다.
W는 참으라고, 여기만 지나면 된다며 절대로 손을 놓지 말라고 했다.
나는 끄덕이며 마음 속으로 간절히 무사히 집으로 갈 수 있게 해주세요, 빌었고
막판에 와서 바람소리가 마치 웃음소리마냥 거칠게 울렸다.
그리고
453 이름 : 이름없음 : 2012/12/09 01:55:51 ID:6BHV4dTQx+g
앗 그리고!!!!
454 이름 : 이름없음 ◆YEajIY0C7g : 2012/12/09 01:57:56 ID:KjxrtRLiHGI
"그런 재미없는 애 손 놓고 우리랑 놀자? 놀자? 놀자?"
"놀자? 놀자? 재미 있을 걸. 그런 무서운 애 손 놓고 놀자?"
...라고, 똑똑히 들렸다.
특히, 그 목소리들은 놀자, 라는 단어는 몇번이고 반복해서 말했다.
바람 소리 사이에 간간히 말이다.
나는 못 들은 척, W를 따라 계속 묵묵히 걸었다.
456 이름 : 이름없음 ◆YEajIY0C7g : 2012/12/09 02:00:22 ID:KjxrtRLiHGI
환청이라기엔, 너무나도 제대로 들렸어.
여러 명의 목소리가 하나로 합쳐진 듯한 느낌이었지만 제대로 들렸다.
놀자, 놀자, 놀자... 시끄러워 죽는 줄 알았어.
W는 지겨운 놈들, 하고 굉장히 짜증냈다.
457 이름 : 이름없음 ◆YEajIY0C7g : 2012/12/09 02:03:50 ID:KjxrtRLiHGI
W가 "물러가라 덧없는 것들아, 하고 소리치니 목소리들은 헤헤헤헤헤, 하고 점점 옅게 사라졌다.
다시 낙엽 바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거기서 조금 더 걸으니 이제 W가 눈 떠도 된다고 했다.
그리고 눈을 뜨자 그곳은 산의 중턱이었다.
그렇게 걸었는데 고작 중턱이라니, 맥이 탁 풀려버렸다.
458 이름 : 이름없음 : 2012/12/09 02:06:55 ID:4lQrNcilt46
근데 W 멋지다...도사님 느낌이야.
459 이름 : 이름없음 : 2012/12/09 02:07:42 ID:6BHV4dTQx+g
나같으면 실수로라도 눈 떳을 거 같은데 스레주도 대단하다
460 이름 : 이름없음 ◆YEajIY0C7g : 2012/12/09 02:08:06 ID:KjxrtRLiHGI
W는 "다음부턴 억지 부려도 안 데려갈 거니까 그렇게 알아",
"오늘은 귀찮은 것들이 얼마나 귀찮은지 가르쳐 주려고 데려온 거야." 라고 했다.
귀찮은 게 아니라 저건 무서운 거 아니냐고 목구멍 바로 앞까지 올라왔지만 꾹 참았다.
좀 더 올라가니 근처에 W의 집과 사당이 보였다.
461 이름 : 이름없음 ◆YEajIY0C7g : 2012/12/09 02:10:15 ID:KjxrtRLiHGI
W는 나더러 어떻게 할지 고르랬다.
만일 더 따라가고 싶다면 끄덕이고, 안전하고 싶다면 집에 들여보내 줄테니 안방에서 자라면서.
나는 고민했지만, 이왕 온 거 끝까지 함께하기로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462 이름 : 이름없음 ◆YEajIY0C7g : 2012/12/09 02:12:33 ID:KjxrtRLiHGI
W는 "이 얼간이... 처음 봤을때부터 알아봤어야 했어." 하면서 굉장히 툴툴댔다.
나는 어디까지 가나 싶어서 조금은 두근거리고,
얼마나 더 무서운 게 있을까 싶어서 긴장에 전율했다.
463 이름 : 이름없음 : 2012/12/09 02:14:07 ID:WYd8XAVYMY2
여전히 귀여운 W ㅋㅋㅋㅋ
W가 하는일이 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당 ㅠ.ㅠ ㅋㅋ 퇴마사같은건가!!
464 이름 : 이름없음 ◆YEajIY0C7g : 2012/12/09 02:15:15 ID:KjxrtRLiHGI
걸으면서 왠지 모르게 숨이 턱 막혔다.
W가 말하길 하도 삿된 것들이 많은 데다 판을 벌려놔서 그렇다며 참으라고 했다.
나는 끄덕이며 계속 걸었고, 숨은 점점 더 막혀왔다.
W도 조금 괴로운지 좀 짜증을 내는 것이 아무래도 위험한 것 같아서 마음을 다잡았다.
465 이름 : 이름없음 ◆YEajIY0C7g : 2012/12/09 02:20:55 ID:KjxrtRLiHGI
숨이 최고조로 막혀 왔을 때 갑자기 W가 외쳤다.
여긴 너희들이 기어와도 되는 곳이 아니다, 너희들은 상제가 두렵지도 않은 거냐, 하면서
그 뒤로는 알아듣기 힘든 말들(주로 한자어)이 주르륵 나열되었다.
...대단해 보이는 것 같지? 사실 내가 느낀 바로는 그냥 고급스런 욕설 같았다.
왜, 견공자제분들아~ 하는 것 마냥 말야.
466 이름 : 이름없음 : 2012/12/09 02:22:46 ID:WYd8XAVYMY2
박식하다 그래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고급욕설
467 이름 : 이름없음 : 2012/12/09 02:23:05 ID:Yo6G1+WB63s
고급스러운 욕설은 과연 무엇일까ㅋㅋㅋㅋ
468 이름 : 이름없음 ◆YEajIY0C7g : 2012/12/09 02:23:06 ID:KjxrtRLiHGI
그래도 숨 막히는 느낌은 사라지지 않았고,
W는 빡친건지 교복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더니 뿌려대었다.
먹고 꺼져라, 하는 뉘앙스로 말야.
469 이름 : 이름없음 : 2012/12/09 02:24:04 ID:DfphPYEWF0o
상제가 설마 옥황상제..인건가
470 이름 : 이름없음 : 2012/12/09 02:25:11 ID:DfphPYEWF0o
스레주가 구슬먹고 꿈에서 본 그 사람 설마 옥황상제..?
471 이름 : 이름없음 ◆YEajIY0C7g : 2012/12/09 02:25:42 ID:KjxrtRLiHGI
뭘 뿌린건지 나중에 물어봤는데, 오래된 콩과 팥이었다.
콩과 팥의 효과는 직빵이었다. 숨막히는 게 바로 사라지고 없었다.
밤은 더욱 깊어지고 있었고, W는 귀찮은 놈들에게 발목을 잡혀 시간을 빼앗겼다면서 더 빨리 걷기 시작했다.
472 이름 : 이름없음 : 2012/12/09 02:26:20 ID:DfphPYEWF0o
상제하니까 옥황상제밖에 생각이 안나서..해본말이야
473 이름 : 이름없음 ◆YEajIY0C7g : 2012/12/09 02:27:48 ID:KjxrtRLiHGI
>>469-470
ㅇㅇ. 그런 것 같아.
근데 꿈에서 본 것도 옥황상제인지는 모르겠다.
보통 옥황상제 하면 할아버지 아닌가? 근데 그 옥좌에 앉아있던 사람은 엄청 젊었거든.
얼굴은... 자세히 못봤다. 대나무발 같은 걸로 가려져 있었어.
474 이름 : 이름없음 ◆YEajIY0C7g : 2012/12/09 02:31:40 ID:KjxrtRLiHGI
우리는 산의 정상까지 갈 기세로 쌩쌩 올라갔다.
가면서도 콩과 팥을 뿌려대는 W는 "그래, 연례행사지, 아주." 하면서 굉장히 투덜댔다.
나는 W의 작은 등만 계속 본 채로 달렸다.
475 이름 : 이름없음 ◆YEajIY0C7g : 2012/12/09 02:34:34 ID:KjxrtRLiHGI
거의 정상 부근에 올라온 나는 완전히 지쳐있었다.
그도 그럴 게 콩과 팥을 뿌리기 시작한 후로는 한번도 쉬지 않고 계속 빠르게 올라왔으니까.
숨을 헉헉 거리고 있는데, W가 이제 거의 끝났다면서 조금만 참으라고 하고,
누가 보이든간에 절대 따라가지 말고, 그 자리에 앉아만 있으라고 했다.
476 이름 : 이름없음 : 2012/12/09 02:36:29 ID:WYd8XAVYMY2
그나저나 신기하네 진짜로 콩과 팥이 효능이 있구나 ㅋㅋㅋㅋㅋㅋㅋ
477 이름 : 이름없음 ◆YEajIY0C7g : 2012/12/09 02:37:00 ID:KjxrtRLiHGI
W는 돌계단을 밟아 올라가더니 산 꼭대기의 건물(사당과 엄청 비슷하다)에 들어가고,
나는 그것을 보다가 누가 오는 인기척에 고개를 돌릴 뻔 했지만, 꾹 참았다.
눈을 감는 편이 좋겠다 생각해서 눈을 감는 순간,
들려오는 목소리는, 우리 할머니의 것이었다.
출처 - 무늬만토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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