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2 이름 : 이름없음 ◆YEajIY0C7g : 2012/12/09 21:01:46 ID:KjxrtRLiHGI




아... 차 리필하다가 쏟아서 잠시 멘붕하고 다시 내왔다.





음,


이번엔 잘못하면 산에 오래 있어야 할지도 모른다면서
무리해서 따라오는 건 그만 두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W를 전폭적으로 신뢰하고 있었고 +

쉬는 날이 겹쳐있던 때(왜... 10월 3일 개천절)여서.


준비 제대로 하고 갈테니 따라가게 해달라고 졸랐지.

물론 초코우유 조공과 함께.






603 이름 : 이름없음 ◆YEajIY0C7g : 2012/12/09 21:04:11 ID:KjxrtRLiHGI




W는 저번에 줬던 것들의 효과도 있고 하니 어쩔 수 없이
초코우유를 받으면서 미련한 놈, 이라며 혀를 찼다.





나는 이번에도 요상한 것들을 볼 수 있을까, 하는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아무래도 W랑 놀다보니 내 간덩이도 커져버린 것 같다...






604 이름 : 이름없음 ◆YEajIY0C7g : 2012/12/09 21:08:46 ID:KjxrtRLiHGI




그럼 오기 전 날엔 고기 먹지 말고, 몸 씻고,
옷도 최대한 움직이기 편한 걸 입으랬다.




까딱하면 달려야 할지도 모르겠다면서 최대한 편한 옷으로 입고,

그 날의 심야의 산은 평소보다 더 추울테니 껴입고 오랬어.





안 입고 와서 춥다고 징징거리면 바로 돌려보낼 거라고 하면서 옷깃 단단히 여매고 오랬음.





나는 W가 말해준 수칙 하나하나 잘 지키는 착한 어린이었기에
준비과정의 설명은 패스한다.



그 날이 되자 W도 평소엔 잘 안입는 코트
(왜, 떡볶이 코트라고 하는 그거)까지 챙겼다.







607 이름 : 이름없음 ◆YEajIY0C7g : 2012/12/09 21:14:43 ID:KjxrtRLiHGI




W가 전에 준 것들로 말 해도 상관없는 나는 W랑 떠들면서 갔다.

전에 봤었던 그 불빛같은 것들은 이제 그냥 쌩깠다.

문득 하늘을 봤는데, 묘하게 색이 섞여있는 듯한 ... 그러니까


황색과 검은색과 파란색이 미묘하게 제각각 섞여있었다.




산에서 본 하늘은 오랜만이었는데, 그걸 보자마자 그냥,

W의 뒷통수로 시선을 돌렸다.









608 이름 : 이름없음 ◆YEajIY0C7g : 2012/12/09 21:17:42 ID:KjxrtRLiHGI




기분이 심하게 나빠지는 색이었다.

우리 동네인데 달은 커녕 별 하나 안 떠있는 그런 거무칙칙한 기분 나쁜 하늘을

본 건 처음이었고,W는 점점 말수가 줄어들고 있었다.




괜시리 불안해진 나도 얌전히 따라 걷고 있는데,





전에 보였던 그

머리에 피칠갑된 동상들이 보였다.






"씨발..." 하고 낮게 기분나쁜 걸 표출하니까는
W로부터 바로 하지말란 제재가 들어갔다.






609 이름 : 이름없음 ◆YEajIY0C7g : 2012/12/09 21:22:02 ID:KjxrtRLiHGI




W는 이제 나오는 것들은

산에 들어온 사람이나 동물을 노리개나 심심풀이로 취급하는

저번에 집 밖까지 찾아온 놈들(동상과 벌레들)보다 훨씬 질 낮은 놈들이니



절대로 닿지 말라며 내게 경고했다.







그놈들이 무슨 말을 해도 대답하지 말고,



혹여 실수로라도 대답을 했다면 정신 똑바로 차리고 자기 손을 잡고 있으랬다.






610 이름 : 이름없음 ◆YEajIY0C7g : 2012/12/09 21:25:05 ID:KjxrtRLiHGI




내가 넌지시 그놈들에게 끌려가면 어떻게 되냐고 물었는데,







"알 것 같나. 구덩이 하나가 더 늘어나고 끝이겠지."






라고, 심히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말에 더 기분 나빠진 나는 서두르자고 재촉했다.





W는 서두른다고 빨리 갈 수 있는 길이 아니라면서 아직도 모르겠냐고
되려 날 혼냈다.






612 이름 : 이름없음 ◆YEajIY0C7g : 2012/12/09 21:30:02 ID:KjxrtRLiHGI




우리는 산을 걸어가면서 간간히 멈춰서고, W는 생각보다 심하다며 불평을 하고.
나는 W가 하는 걸 보고만 있었다.




W는 가져온 가방에서 좀 가느다란 밧줄 긴 걸 하나 꺼내서
나무와 나무 사이에 칭칭 감고

밧줄마다 뭔가 알 수 없는 말이 적힌 종이를 걸었다.



다 하면 물을(아마 샘에서 떠온 물) 뿌렸다.









613 이름 : 이름없음 ◆YEajIY0C7g : 2012/12/09 21:32:13 ID:KjxrtRLiHGI




그 작업은 꽤나 오래 걸렸고 우리는 한참동안 산을 돌아다녔다.

W도 조금씩 지쳐가는지 무표정에 인상을 더 썼다.



그리고 놈들이 나타났다.






614 이름 : 이름없음 ◆YEajIY0C7g : 2012/12/09 21:34:04 ID:KjxrtRLiHGI




놈들은 딱히 형체랄 게 없이 연기마냥 너울거렸다.
이상한 목소리로 끄윽, 우흐흐, 막 이러는데...




너울거린다곤 했지만 연기라거나 그런 기체는 아니었고, 그냥 너울너울거렸다.




W는 모습을 제대로 보아서도 안되고, 그게 보여서도 안된다면서
나에겐 이제 똑바로 보이지 않을 거라 했다.






615 이름 : 이름없음 ◆YEajIY0C7g : 2012/12/09 21:36:19 ID:KjxrtRLiHGI




아마 그 때 마신 붉은 물과 관련이 있는 것 같은데...

똑바로 보이진 않지만 그 너울거리는 움직임이 기이하고 또 기분 더러워서,그것들에게 눈을 흘겨버렸다.






616 이름 : 이름없음 ◆YEajIY0C7g : 2012/12/09 21:38:04 ID:KjxrtRLiHGI




근데, 눈을 흘기면서 노려보자마자 목소리가 들리는 거다.





"색시로 삼아줄까?"



하고.







618 이름 : 이름없음 ◆YEajIY0C7g : 2012/12/09 21:41:21 ID:KjxrtRLiHGI




W는 뭐가 들리든 무시하라 했다.



놈들은 사람이 대답할 때까지 계속 놀릴 수 밖에 없는 미련 많은 놈들이라며
쯔으하고 혀를 찼다.
놈들이 그렇게 된 건 다 이유가 있다고 했다.



...불쌍하다고 생각은 되었지만 나는 꽤 이기적인가보다,



W말대로 무시까고 지나쳤다.









619 이름 : 이름없음 ◆YEajIY0C7g : 2012/12/09 21:44:38 ID:KjxrtRLiHGI




놈들이 한 말중에는 이런 것도 있었다.





"색시가 싫으면, 뭐를 해 주랴"


"먹다 내버려진 목을 가득 주마"



"가버리네, 정나미 떨어지는 년과 같이 가버리네, 가버려"





등등.



여튼 기분 나쁜 내용을 한가위 선물세트로 들었다.









620 이름 : 이름없음 ◆YEajIY0C7g : 2012/12/09 21:48:59 ID:KjxrtRLiHGI




겨우겨우 지나쳐가는데

그 너울대는 놈 중 하나가

아래 봐라, 아래 봐, 아래를 봐, 하길래


W는 토하고 싶지 않으면 절대 보지 말라며

이번에는 정말 심각한 목소리로 말했다.





대체 뭐가 있는거지, 하면서도 나는 똑바로 앞만 보고 걸었다.




W는



"밑에 있는 게 궁금해.  

아까 그놈들이 네게 주겠다고 하는 거다."








즉,





먹다 말은 사람과 동물들의 머리통이란 거였다.






기분이 싸해진 건 물론이고, 그 소릴 듣자마자 안 느껴지던 비린내까지
확 끼쳐 올랐다.
... 바로 토할 것 같았다.



W는 자기가 마시기로 한 초코우유의 팩 입구를 열고
재빨리 내 코에 가져다 대었다.

...아깝다면서 짜증냈지만 덕분에 살았었다.






622 이름 : 이름없음 ◆YEajIY0C7g : 2012/12/09 21:50:53 ID:KjxrtRLiHGI




겨우겨우 구토감을 진정시키니까,
W는 빨리 끝낼 수 있을 거라며 참으라고,



냄새가 역겹다면 계속 우유를 들고 있으랬다.

얼마 갈진 모르겠지만 알았다는 의미로 끄덕이고 나는 W의 뒤를 따랐다.

놈들은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623 이름 : 이름없음 ◆YEajIY0C7g : 2012/12/09 21:54:20 ID:KjxrtRLiHGI




W말로는 방금 지나온 곳이 놈들의 본거지나 마찬가지인 흉소라면서
그럭저럭 잘 참았다고 했다.

내가 왜 놈들은 쫓아버리지 않냐고 물었더니

착각하지 말래.




자긴 산에서 잠깐 살고 있는 거지만 저놈들은



이 산에 아주 오래 전부터 줄곧 붙어있었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거라고. 아예 다르다면서 말야.






...비유하자면 곰팡이 같은 걸까?








624 이름 : 이름없음 : 2012/12/09 21:56:30 ID:1oZuKGoik36




>>623 곰팡이에서 빵 터졌닼ㅋㅋㅋㅋㅋㅋㅋㅋ적절한비유같아ㅋㅋㅋㅋㅋㅋ






625 이름 : 이름없음 ◆YEajIY0C7g : 2012/12/09 21:58:54 ID:KjxrtRLiHGI




정확히 하자면, 다른 스레더들의 예측과는 좀 다르게




W는 산 전부를 지키는 게 아닌 산 속에 있는 자기 집과 몸만 지키는 거라고 했다.
산은 W 혼자서 지킬 수 있는 게 아니라고 했다.





다만 집을 지키면서 산에 있는 잡것, 삿된 것(귀신?)들과

아까의 놈들 같은 게 산 바깥으로 나가지 않도록 조금 손봐주고 있다고 했다.






동시에 산에 사람이 들어오지 않게 하는 일도 말야.


그래도 이건 내 추측이니까 사실이라고 생각하거나 깊게 신경쓰진 말아 ㅇㅇ;







627 이름 : 이름없음 ◆YEajIY0C7g : 2012/12/09 22:00:24 ID:KjxrtRLiHGI




나는 W의 말을 듣다보니 점점 편하게 알아듣고서



내 스스로 오토번역하는 스킬을 익힌 관계로 대략 저렇게 추측하고 해석한거다.



뭐 그렇다고 해서 아주 빗나간 건 아닐거다.






628 이름 : 이름없음 : 2012/12/09 22:00:29 ID:E0kBa1lCfz6


자기자신을 보호하는거였군 W는






629 이름 : 이름없음 ◆YEajIY0C7g : 2012/12/09 22:02:03 ID:KjxrtRLiHGI




그래도 말하는 곰팡인 우리집에 없다.







630 이름 : 이름없음 ◆YEajIY0C7g : 2012/12/09 22:03:12 ID:KjxrtRLiHGI



너희들 집에도 없길 바란다.




뭐, 그래서 산의 중턱을 가까스로 올라온 우리는, 아니 정확하게는 나만...
잠시 쉬었다 가자고 졸랐다.
정말 발목이 아팠거든.


아까 놈들이 지껄인 헛소리 때문이라면서 W는 손수 내 발목을 보더니 대충 주물러 줬다.







631 이름 : 이름없음 ◆YEajIY0C7g : 2012/12/09 22:08:12 ID:KjxrtRLiHGI



나는 W보고



"넌 괜찮아? 너도 들은 거 아냐? 걔네들 말..."

"얼간이야 그렇겠지.'





하긴 그런 곰팡이가 말했다고 천하의 W가 어딜 아파할 거라곤 생각도 못 하겠다.

근데 날 언제까지 얼간이라고 부를거니 W야. 응?







632 이름 : 이름없음 ◆YEajIY0C7g : 2012/12/09 22:12:20 ID:KjxrtRLiHGI





그렇게 한 10분정도 쉬고 다시 출발했다.



W는 이제 거의 다 끝났다며 별 일 없길 바란다면서 계속 투덜거렸다.
하여튼 이 녀석이 기분 좋을 때는 초코우유 마실때나 내가 편의점에 다녀올 때 말곤 없는 것 같다...



그렇게 걷다보니,

우리 앞에 뜬금없이 왠 집 한채가 나왔다.





634 이름 : 이름없음 ◆YEajIY0C7g : 2012/12/09 22:17:01 ID:KjxrtRLiHGI




W는 저 집은 지금은 비었다며 갈 이유가 없다고 날 채근했지만






나는 어째서일까, 그 집이 굉장히 들어가고 싶어졌고

W에게 들어가면 안되냐고 막 생떼를 썼다.
...




W는 내 뺨을 한 대 후려갈기면서 정신차리라고 했고



나는 뺨을 맞자마자 그 얼얼함에 놀라고, 곧 입안이 터진 걸 알았다.

사실 아파서 놀랐다기 보단 W가 굉장히 화를 내고 있다 + 내 뺨을 쳤다에 놀랐다.







635 이름 : 이름없음 ◆YEajIY0C7g : 2012/12/09 22:18:30 ID:KjxrtRLiHGI




화도 안 났다. 이 상황에 날 때릴 만큼이면 W의 짜증도는 물론이요



그 집에 대한 위험성도 대략 짐작이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침묵했고 W는 서두르자며 날 잡아 끌었다.

W는 지금도 그 집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하지 않는다.;







637 이름 : 이름없음 ◆YEajIY0C7g : 2012/12/09 22:21:57 ID:KjxrtRLiHGI




그 집의 생김새는 기억나지 않는다. 하나도.
정말로 환각을 본 거거나 허깨비인 것 같아.







639 이름 : 이름없음 ◆YEajIY0C7g : 2012/12/09 22:23:52 ID:KjxrtRLiHGI




근데 그렇다기엔 W의 말이 신경쓰인다. 집이 비었다...라는 건 뭘 의미하는 건지.



어쨌든 W는 산을 거의 다 돌았다면서 슬슬 집에 돌려보내 줄테니

잠시만 더 참으라고, 멋대로 굴지 말라고 말했다.







640 이름 : 이름없음 : 2012/12/09 22:24:00 ID:t86UMshfAL+




진짜 신기하다 ... W의 정체는 진짜 뭘까 ㅋㅋㅋㅋㅋㅋ







641 이름 : 이름없음 ◆YEajIY0C7g : 2012/12/09 22:26:48 ID:KjxrtRLiHGI




그리고 ... W의 바람과는 정 반대로 나에게 닥친 마지막 관문이 있었지.







642 이름 : 이름없음 : 2012/12/09 22:32:14 ID:t86UMshfAL+

오오 뭐야 그게 !!!



643 이름 : 이름없음 : 2012/12/09 22:33:41 ID:oORYlsD3XIo


스레주의 담력과 필력과 기묘함에 점점 매료되고 있다 와우~







644 이름 : 이름없음 ◆YEajIY0C7g : 2012/12/09 22:34:32 ID:KjxrtRLiHGI




밑에 우리 마을 어른들이 보였다. 한 3~40명 정도? 꽤 많이 있었음.

아주 득시글하니 모여들 계셨는데...



W는 망할 것들이 욕심은 더럽게 많아가지고 잔수작은 또 엄청 부린다면서 완전 성질냈다.







645 이름 : 이름없음 ◆YEajIY0C7g : 2012/12/09 22:35:40 ID:KjxrtRLiHGI




나는 내려가야 하지 않아?; 하고 W에게 물었지만

W또한 이거엔 좀 깊이 생각하는 눈치였다.





W의 눈으로도 구별이 되지 않는 건지, 아니면 어른들이 허깨비같은 게 아닌 진짜였는지.







647 이름 : 이름없음 ◆YEajIY0C7g : 2012/12/09 22:38:17 ID:KjxrtRLiHGI




W는 나에게 돌연 미안하다고 했다.


그러더니 바로 내 손목을 끌고 엄청 급하게 달려가더라.




나는 어째서냐고 묻지도 못하고,



마을 어른들은 그런 나를 보더니 손가락질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느낌이 "구하러 가야 돼!" 나 "애가 위험해!" 가 아닌,
구경거리가 된 느낌이라 심히 더러웠다.


물론 그 마을어른 중에는 할머니의 얼굴도 흐릿하니 보였다.








W는 이렇게까지 나올 줄은 자기도 몰랐다면서, 집으로 간다고 서두르라 했다.








출처 무늬만토끼

브금만이라도 넣게해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