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로는 수건이 되다시피 갈가리 찢기어진 시체를 화생방 복장을 한 군인 둘이 옮기고 있었다.
"난 도저히 모르겠소."
부검팀장이 맥이 풀린 목소리로 말했다.
나머지 세 명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보건부 관리야 어차피 의학적인 전문가가 아니고
부검에 직접적으로 기여한 바도 없었기 때문에 병의 원인에 대해 이렇다 말할 처지가 못되지만,
혜주와 과장은 적지 않게 당황했다.
워낙에 짧은 부검시간에 자세히 연구를 해 볼 수도 없었지만, 그렇다해도 전혀 사인을 짐작할 수가 없었다.
"외부의 원인균에 의한 사망일까요?"
혜주가 말을 꺼냈다. 과장은 어떠한 결론도 내리지 못하고 서 있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둬야겠지. 바이러스이든 혹은 화생방 테러에 의한 것이든, 뭐든."
과장은 중얼거리듯 말했다.
"숙소로 이동하시죠."
뒤에서 화생방이 일행에게 알려왔다. 일행은 마스크와 위생복 그리고 위생장갑을 벗었다.
부검팀장의 바지에는 잔뜩 피가 묻어있었다. 전기톱을 쓸 때 생각보다 피가 많이 튄 모양이었다.
그는 알아듣지 못할 소리로 투덜거렸다.
"필요한 물품은 모두 조달될 거라고 했으니 새 바지를 하나 가져다 달라고 하시죠."
보건부 관리가 부검팀장에게 말했다.
"누구에게 말하면 되지?"
부검팀장이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그러자 화생방이 다가와 대답했다.
"제게 말씀하시죠. 제가 연락을 해 놓겠습니다."
"그럼 우리 모두 갈아입을 옷이 필요하니까, 일단 옷을 좀 가져다 달라고 하죠."
"신체 사이즈는?"
화생방이 되물었다. 다들 먼저 대답을 하지 않고 서로를 쳐다보면서 머뭇거렸다.
"그러지 말고 각자의 집에 가서 옷을 가져오면 되지 않겠나? 충분히 가져올 수 있을 텐데."
과장의 말이었다. 다들 동의한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말이야. 내 아파트에 가면 내 개인용 전자 현미경이 있어.
그걸 좀 가져다 달라고 하고 싶은데. 다음 부검에 쓸 수 있도록."
과장이 말을 덧붙였다.
"알겠습니다."
화생방은 과장에게 대답을 한 후 한 쪽으로 걸어가서 무전기를 꺼냈다.
그리고는 알 수 없는 소리로 뭐라고 무전을 날렸다. 그리고는 다시 이쪽으로 걸어왔다.
"일단 차에 타시죠. 숙소는 제1구역에 있습니다."
넷은 피에 젖은 위생복과 위생장갑, 마스크를 옆에 서 있던 화생방에게 건네어 주었다.
화생방은 큰 비닐 봉지에 네 명의 그것을 몽땅 담고는 시신이 실려 있는 차 뒤에 훌쩍 던져 넣었다.
시신과 같이 소각을 할 작정인가 보았다.
넷은 차를 타고 가는 동안에 서로의 의견을 교환해 보려고 마음먹었지만, 쉽지 않았다.
워낙에 차의 소음이 큰데다가 산길을 덜컹거리며 가는 바람에 이야기를 할 수가 없었다.
더욱이 거의 6∼7분 간격으로 차안에 뿜어지는 흰 소독 연기 때문에 눈을 못 뜰 지경이었다.
보건부 관리는 지졌는지 고개를 시트 위로 젖힌 채 졸고 있었고, 부검팀장은 뭐가 불만인지 뾰루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과장은 팔짱을 낀 채 생각에 잠겨있었다.
혜주는 창 밖을 보며 해부를 당한 청년을 생각했다.
그렇게 온 몸이 너덜너덜해지고 머리통이 반으로 쪼개진 채 소각되고 말겠지?
생각해보면 너무나 끔찍한 일이었다.
보호자에게는 어떻게 이 사실을 알릴까? 물론 사실 그대로 말을 할 수는 없을 것이었다.
분명 뭔가 둘러대겠지. 비무장지대 수색에 나갔다가 지뢰를 밟았다던지
하여튼 뭔가 그럴듯한 핑계를 대어 가족들에게 전사를 알릴 것이 분명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렇게 된다면 국가유공자로 인정은 받게 될 터였다.
"혜주씨."
혜주는 자신의 귓가에 조용히 울리는 과장의 음성에 깜짝 놀랐다. 과장은 혜주에게 귓속말을 해 왔다.
둘러보니 보건부 관리와 부검팀장은 지쳐 곯아떨어져 있었다.
"혜주씨. 좀 있다 숙소에 도착하면 나와 잠시 이야기 좀 해요."
"네 과장님." 혜주는 역시 조용히 대답했다.
이윽고 차는 제1구역에 다다랐다.
차가 멈추자 부검팀장은 용케 잠에서 깨어났다. 역시 경찰 출신다운 긴장감이 몸에 밴 사람 같았다.
"다 온 거요?" 부검팀장이 운전을 하던 상병에게 물었다.
"네 그렇습니다. 내리십시오."
부검팀장은 도착을 확인하자 옆에 앉아있던 보건부 관리를 깨웠다.
"이봐요. 도착했소."
보건부 관리는 비몽사몽으로 깨어나더니 차 문을 열었다.
차에서 내린 혜주는 쌀쌀함을 느꼈다.
부검을 할 때 흘린 땀이 말라서 그런지 더 추웠다.
시간을 알고 싶었지만 시계가 없었다. 늘 핸드폰을 가지고 다녀서 손목시계를 따로 차지 않는 까닭이었다.
"몇 시죠?"
혜주가 상병에게 물었다. 상병이 자신의 손목시계를 보더니 대답했다.
"공사시 삼십오분입니다."
혜주는 자신이 벌써 이틀 밤을 꼬박 새었다는 사실을 상기했다. 조금이라도 자 두어야 할텐데.
하지만 지금 잠이 들어도 두 시간도 못 잘 것이었다.
게다가 과장이 따로 이야기를 하자고 하였으니 아마도 오늘밤도 잠을 자기는 글렀다는 생각이 들었다.
"숙소는 저 위쪽에 있는 건물입니다."
상병이 어둠 속을 손가락질하며 말했다. 오르막길이 보이고 숲에 가려진 지붕이 보였다.
"따라오시죠."
상병이 먼저 올라갔다. 넷은 상병을 따라 길을 올라갔다.
숲은 더욱 어두웠지만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면서 어느 정도는 앞이 보였다.
별로 길지 않은 오르막길이었지만 혜주는 힘들게 올라갔다.
상병은 군화도 신었고, 이런 산길을 다니는데 익숙한 군인이어서 그런지 빠르게 걸어 올라갔다.
부검팀장도 어느 정도는 잘 올라갔지만 과장과 보건부 관리는 영 발 딛는 폼이 어설펐다.
하이힐을 신은 혜주는 거의 중심을 잡기가 힘들 지경이었다.
상병은 빨리 올라가다가 자신이 너무 빠르다는 사실을 눈치챘는지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는 그 자리에 서서 일행을 기다렸다.
맨 마지막에 올라오는 혜주가 자꾸만 늦어지는 바람에 일행은 앞으로 가지를 못했다.
과장이 혜주의 손을 잡아주었지만 혜주는 자꾸 발이 미끌어졌다.
지켜보고 있던 상병이 보다 못해 혜주 쪽으로 다시 내려왔다.
"제 손 잡으십시오."
혜주는 상병을 보고 잠시 망설이다가 그의 손을 잡았다.
"여기 제 발이 딛는 곳을 그대로 따라 딛고 오십시오."
상병은 혜주의 손을 자신의 뒤로 잡고 천천히 한발씩 올라갔다.
평평한 부분만 골라서 발을 딛는 그의 모습이 혜주에게는 신기하기까지 했다.
혜주는 앞서 가는 상병의 발만 보면서 그가 디뎠던 자리를 그대로 딛으면서 올라갔다.
처음보다 훨씬 빠르게 올라갈 수 있었다.
얼마 올라가지 않아 집과 마당이 나왔다.
혜주는 집의 윤곽을 보자 다 왔다는 생각에 긴장이 풀어졌는지 발을 헛디뎠다.
"엄마!"
혜주가 넘어지려 하는 순간, 상병이 혜주의 팔을 확 끌어당겼다.
덕분에 혜주는 넘어지지 않았지만 대신 상병의 품안으로 와락 안기고 말았다. 혜주는 중심을 찾고는 황급히 상병의 몸에서 떨어졌다.
"고, 고마워요." 혜주는 겸연쩍게 말했다.
"아닙니다."
상병도 뭐가 부끄러운지 혜주를 쳐다보지 못하고 대답했다.
(무토/뜬금없는 달달한 상황 ㅋㅋ
괜차나여 이뒤로 럽럽 이야기따윈 안나와요 ^_^.ㅋ)
상병을 포한한 일행 다섯이 마당으로 들어서자 한 쪽에서 검은 그림자 둘이 퍼뜩 일어나는 것이 보였다.
혜주는 순간 깜짝 놀랐지만, 자세히 보니 일어선 그림자 쪽이 더 놀란 것 같았다.
"뭐야 이 새끼들아!"
상병의 입에서 고함이 터져 나왔다.
혜주는 좀 전보다 더 놀라서 움찔했다.
"충성!"
일어선 두 명의 그림자가 황급히 상병을 향해 경례를 붙였다.
그러면서 한쪽 발로는 담배를 비벼 끄고 있었다.
"보초 안 서나! 어쭈, 총은 어쩌고?"
상병이 무섭게 쏘아붙였다. 그러자 보초 두 명은 옆에 내려놓았던 총을 황급히 들고 주섬주섬 어깨에 매었다.
"너희 개새끼들, 내일 아침에 두고보자. 알겠어!"
상병이 무섭게 소리를 질렀다.
"네 알겠습니다."
보초 두 명이 잔뜩 긴장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혜주는 상병이 친절한 군인이라고 생각했던 것을 고쳐먹었다.
그도 군인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무서운 사람이 되는 것일 수도 있었다.
"이 분들 주무실 수 있도록 해 드려."
"네 알겠습니다."
상병은 그들을 다시 한 번 쏘아보고는 먼저 왔던 길을 되돌아 내려가 버렸다.
"충성!"
두 명은 내려가는 상병을 향해 받아주지도 않는 경례를 했다.
그리고는 상병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자 후, 하는 한 숨 소리가 들렸다.
"우린 어디서 자는 건가?"
과장이 어색한 분위기를 깨고 물었다.
"안에 방이 네 개 마련되어 있습니다. 각자 사용하고 싶으신 방을 골라서 사용하시면 됩니다.
뒤쪽에 수도가 있어서 간단하게 씻으실 수 있습니다."
보초 중 한 명이 풀이 죽은 목소리도 대답했다.
집은 가운데 복도 같은 마루가 있고, 양쪽에 방이 두 개씩 달려있었다.
"나와 혜주씨가 오른쪽 두 방을 쓰고, 두 분이 왼쪽 두 방을 쓰도록 하시죠.
그리고 오늘 부검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는 내일 아침에 다시 하도록 합시다.
다들 피곤한데 조금은 자 두어야지요."
과장이 먼저 말을 하자 다들 동의했다.
그리고는 각자 자신이 쓸 방을 찾아 안으로 들어갔다.
방에 들어온 지 얼마나 지났을까? 혜주는 수도가 불편에 세수밖에 하지 못한 것이 계속 찝찝했다.
'과장님은 할 이야기가 있다더니 잊어버리셨나?'
혜주는 과장이 다른 두 명이 잠들기를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며 조금만 더 기다려보기로 했다.
똑. 똑.
혜주가 거의 졸음을 못 이길 지경이 되었을 즈음 벽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과장이 신호를 보내는 것 같았다.
혜주는 벽 가까이로 귀를 붙였다.
"혜주씨." 희미하게 과장이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네."
혜주가 벽에 입을 대고 대답을 하고서는 다시 귀를 벽에 붙였다.
그러자 다시 과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혜주씨. 이쪽으로 좀 건너오겠어요?"
"네. 갈께요."
혜주는 벽에서 떨어져서 창문을 통해 밖을 내다보았다.
보초 두 명은 마당 너머 길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혜주는 조용히 방문을 열었다. 그리고는 살그머니 마루를 지나서 과장의 방문을 열었다.
과장의 방에는 불이 켜져 있었다.
하지만 창이 보초들이 선 반대편으로 나서 보초들은 불이 켜져 있는지 알 수 없을 것이었다.
과장은 책상에 앉아 뭔가를 하고 있었다.
혜주가 들어서자 과장은 혜주를 보며 말했다.
"일단 앉아요. 보여줄게 있으니까."
혜주는 과장의 옆에 앉았다.
책상 위에 놓여진 것은 폐조직의 표본 슬라이드였다.
과장이 휴대하고 다니는 간단한 실험용구 세트로 만든 것 같았다.
"과장님 혹시 아까 시신의.....?"
혜주가 놀란 얼굴로 과장을 보며 물었다.
"맞아요. 혜주씨."
"하지만 현미경이 없으니 어떻게 관찰을 해 볼 수도 없고."
"내가 아까 내 전자 현미경을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던 것 기억나죠?
내일 그게 도착하면 자세히 살펴볼 수 있을 거요."
혜주는 존경스러운 눈으로 과장을 바라보았다.
혜주에게는 없는 철저한 임무에 대한 사명감이 과장에게는 있어 보였다.
"육안으로는 아무런 짐작을 할 수가 없어요."
"네. 시간이 지나서 그런지 폐조직에 섬유화가 일어났네요. 방부 처리 하셨나요?"
"약품이 없어서 방부 처리가 안되있어요.
내일 안에 현미경이 도착하지 않으면 애써 만들어 놓은 게 썩어버릴 지도 몰라요."
"그렇겠네요."
혜주는 걱정스럽게 대답했다.
"이번 사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요?"
과장이 혜주에게 막연한 질문을 던졌다.
"글쎄요. 중요한 일이죠. 어떻게든 원인을 밝혀야겠죠."
"그냥 중요한 일이 아니오."
과장은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국가의 운명이 걸린 문제요.
혜주씨도 이 나라에서 살고 있지만, 이 나라는 50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동안 순식간에 이만큼 발전해 온 나라요.
그만큼 치명적인 약점도 많이 지닌 나라이고.
이런 사소한 변수 하나 하나가 자칫 나라를 나락으로 빠뜨릴 수도 있어요.
그렇게 된다면, 우리 모두가 공멸하는 거예요."
공멸이라. 섬뜩했다.
어쩌면 아까 전에 죽어있던 그 청년처럼 우리 모두도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 혜주에게 섬뜩하게 다가왔다.
물론 전국민이 전염병에 걸려 죽는 일이 발생하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미 의료제도가 충분히 발달하였으므로.
하지만 만일 이 사태가 외부로 유출되어 국가의 경제가 파탄으로 이르게 된다면,
의료혜택도 몇몇 돈 많은 이의 몫이 되어버릴 것이었다.
지금도 얼마나 수많은 의약품과 의료 기기들이 외국에서 값비싸게 수입되고 있는가.
경제가 파국으로 치닫을 수록 전염병, 이번 사태는 최악의 상황으로까지 가게될 가능성이 높았다.
"우리가 이번 사태를 수습하지 않으면 안돼요. 우리가 실패하면 모두가 실패하는 거요."
"과장님. 알겠어요."
혜주는 새삼 비장한 과장의 말에 수긍을 했다.
"하지만 전 너무 괘씸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미 1차 부검팀이 들어와서 전원 사망했다는 이야기를 왜 우리에게 하지 않은 걸까요? 우린 속은 거예요."
"그들이 그 이야기를 했다면 누가 여기에 오려고 하겠소."
혜주는 순간 과장이 부처님이나 예수님이 아닐까 생각했다.
이토록 쉽게 자신의 목숨을 내던지고 국가적 사명을 위해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순간 혜주의 머릿 속에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과장은 혹시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이미 모든 것을 알고서 여기에 들어온 것이 아닐까?
혜주는 망설였다. 이런 걸 물어봐도 될까?
그리고 물어본다 한들 과장이 사실대로 대답을 할까? 당연히 부인하겠지?
"과장님."
"네, 혜주씨."
"혹시 제 짐작인데, 과장님은 이미 모든 걸 알고 여기에 들어오셨나요?"
쓸데없는 질문이라는 걸 알면서도 혜주는 과장에게 물었다.
어쩐지 과장이 사실을 이야기해 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일이 이 지경이 된 마당에 숨길 건 또 뭐가 있겠는가?
과장은 아무 말이 없이 혜주를 바라보았다. 뭔가 고민을 하는 듯 보였다.
"사실대로 말해주겠어요."
과장은 혜주의 눈을 똑바로 보면서 입을 열었다.
"내 계급은 중령이오."
과장의 첫마디는 충격적인 것이었다. 물론 그 뒤로 이어진 과장의 이야기도 충격의 연속이었다.
"난 이미 두 차례나 이런 종류의 작전에 파견된 적이 있어요. 물론 두 차례 다 성공적으로 임무를 완수했어요."
"그럴 수가."
혜주는 입을 다물지 못하고 과장의 이야기를 들었다.
"난 민간인의 생활을 하면서 국가비상사태에는 군의관으로 차출이 됩니다.
물론 그런 사태는 주로 생명을 걸어야만 하는 위급한 상황이오.
그런 상황을 성공적으로 수습하는 대가로 내가 받는 보상은 엄청납니다.
가령 내가 사회에서 성공시킨 수많은 수술들은 이미 군 내부에서 먼저 성공한 수술들이오.
특수한 인물들을 살려놓기 위해 군에서는 실험적인 수술들도 곧잘 이루어지거든."
"그렇다면 사회에서 이루어진 그 엄청난 업적들이 모두 국가권력과의 담합 하에......"
혜주는 순간 배신감까지 느끼며 과장을 쳐다보았다.
그렇지만 한켠으로는 과장이 더욱 거대한 산으로 여겨졌다.
만일 오늘의 이 순간이 없었다면 혜주는 영원히 과장의 벽을 넘지 못한다는 자괴감에 시달렸을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담합이라는 표현은 좀 듣기 거북하군요.
혜주씨가 국가와 나의 관계를 뭔가 더러운 밀거래의 관계로 받아들일지는 모르겠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난 국가를 위해 언제고 목숨을 바치고 국가는 그 대가로 나에게 수많은 기회와 충분한 명성을 안겨주었어요.
그리고 난 언제고 다시 국가가 나를 원한다면 달려올 수 있소. 지금처럼."
과장의 말에 혜주는 자신의 생각이 너무 편협했다는 생각을 했다. 그
렇다면 과장이 자신을 끌어들인 이유는 뭘까? 왜 이런 위험한 임무에 자신을 끌어들였을까?
혜주는 다시 과장에게 물었다.
"그렇다면 왜 저를 함께 오자고 하신 거죠?"
"혜주씨가 학부생 시절에 쓴 글을 우연히 읽었어요. 반드시 폐암을 정복하고 말겠다는 그 글.
난 혜주씨가 뭔가를 해 낼만한 의사라고 생각해요. 재능뿐만 아니라 열정도 가지고 있으니까."
"그렇다면..........?"
"난 늙었어요. 국가도 나 같은 사람이 더 필요해요. 혜주씨.
단순히 연구를 하고 수술을 하고 하는 걸로는 뭔가를 이루어 내기 힘들어요.
최소한 우리 사회에서는. 우리나라는 성장 단계부터 정부의 주도하에 모든 것이 이루어졌어요.
정확히 말하자면 군사 정권이지. 그런 전통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어요.
알게 모르게 사회 각 분야가 정부의 통제와 지원 하에 굴러가는 거요.
혜주씨. 만일 혜주씨가 나처럼 국가와 모종의 관계를 맺고 자신의 일을 한다면
난 혜주씨가 내가 이룬 것보다 훨씬 큰 업적을 이룰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과장님."
혜주는 과장의 말에 감동을 받았다. 그가 나를 이 정도까지 생각하고 있었다니.
"이 일이 끝나면 혜주씨를 추천할 생각이었어요.
난 내가 혜주씨를 잘못 본 게 아닐 거라고 믿어요."
혜주는 한참을 말을 못하고 과장을 바라보았다.
어쩌면 이 일을 계기로 진정 어린 시절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혜주는 더 없는 불안감과 함께 그만큼의 기대를 느꼈다.
"우선 지금은 방에 돌아가서 눈을 좀 부치도록 해요.
브리핑 준비와 당직 때문에 벌써 이틀을 꼬박 새운 걸 알아요."
"네."
혜주는 과장을 뒤로하고 방을 나섰다. 멀리 서 있는 초병은 꾸벅꾸벅 조는 듯 해 보였다.
자신의 방의 문을 열고 들어온 혜주는 따뜻한 이불 속으로 몸을 뉘었다.
혜주는 혼란스러웠다. 과장의 느닷없는 배려가 과연 정당한 것일까?
과연 과장의 뒤를 이어가는 것이 잘하는 일일까?
하지만 혜주는 그 매력적인 제안을 거절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어린 시절부터 꿈꿔온 그것을 이룰 수만 있다면 혜주는 무엇이든 할 자신이 있었다.
암을 정복할 수만 있다면 이런 작전에 투입되는 것은 몇 번이고 다시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글잘보고있어요 요샌섹드립암함?
진짜재미있게보고있습니당
진짜 재미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