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바로 부정했지만 진짜 이유를 말할 순 없었다.

3일 뒤,

그 날은 드물게 나와 진 그리고 나이토와 사사키 4명이서 함께 하교했다.

나이토는 몸집이 크고 사사키는 꼬맹이.

흡사 실사판 자이안과 스네오 같은 녀석들이었다.

이때쯤 나랑 진의 머릿속에서 중년 여자에 대한 경계심은 거의 사라지고 없었다.

트렌치 코트 여자가 실제 있다해도 완전 다른 사람일꺼라 생각할 정도였다.

그날은 모여서 놀러가려고 평소랑 다른 길로 가던 중이었다.

이게 실수였다.

4명이 즐겁제 이야기를 나누며 걸어가던 중,

사사키 [어라, 저거 트렌치 코트 여자 맞지?]

나이토 [우왓! 진짜 있었던 거야? 기분 나빠!!]

나는 천천히 그쪽을 쳐다봤다. 마음속으로 제발 딴 사람이길 빌면서.

우리가 가는 길 앞쪽에 트렌치 코트를 입은 여자가 동네 슈퍼의 비닐봉투를 한손에 들고

아직 늦더위가 남는 아스팔트 길가에 우뚝 서있었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있어,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진은 우리들에게 조그만 목소리로 말했다.

진 [눈 마주치지 마.]

여자와의 거리가 조금씩 줄어들어간다.

긴장해서 목이 탔다.

여자는 아무 미동보이지 않을 채 그저 고개를 숙인 채 서있었다.

여자와의 거리가 5m 정도 남았을 때, 여자가 갑자기 고개를 들어 우리 얼굴을 쳐다봤다.

그리고 바로 우리 가슴팍으로 시선을 내렸다.

명찰을 확인하고 있어!!

나는 평상심을 유지하려고 애썼다.

그 때의 그 얼굴이 플래시백해서 심장이 입에서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틀림없이 그 여자는 [중년 여자] 였다.

나는 고개를 숙인 채 묵묵히 걷기만 했다.

언제 덤벼들지 몰라 가슴이 터질 듯 두근거렸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까. 몇초가 영원처럼 느껴졌다.

나이토 [뭐야, 저 눈초리! 저 아줌마 분명 정신이 이상해 ww]

사사키 [이렇게 쪄죽을 듯이 더운데, 저 모습은 대체 뭐야? www]

그들은 중년 여자를 바보취급하며 웃었지만, 나와 진은 웃을 수 없었다.

계속해서 사사키가 말했다.

사사키 [에...들렸나? 이쪽 계속 보고 있네.]

나는 그 말에 고개를 돌렸다.

[중년 여자]와 시선이 마주쳤다...

납인형 처럼 무표정했던 [중년 여자]의 얼굴에 씨익하고 기분 나쁜 미소가 번졌다.

등골이 얼어붙는 다는 건 이런 것인가.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바지에 소변을 지렸다.

들킨건가? 내 얼굴을 생각해낸 거야? 들켰다면 어째서 덮치지 않는거지?

내 머릿속은 그것에 대한 생각들로 꽉 찼다.

이제 놀러갈 상황이 아니다.

골목 모퉁이를 돌아 여자가 안보이게 되자 나는 진의 팔을 잡으며,

나 [돌아가자!!]

진은 내눈을 한동안 쳐다본 뒤,

진 [아, 오늘 학원 가야 하는 날인데. 먼저 돌아갈께]

나이토, 사사키와 헤어진 우리는 달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