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고 할까, 진의 말을 토대로 나 자신을 납득시키려 했다.

그것은 현실 도피에 가까웠다.

진 자신도 그렇게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중년 여자]에게서 도망칠 방법은 없다고.

하지만 우리들은...

[그래! 분명 우리들을 잊어 버렸을 거야!]

[잊었어. 분명 잊었어.]

[아, 제길. 쫄아서 손해봤다!!]

[진짜 그 여자 짜증나네.]

그렇게 서로 강한 척 했다.

어떤 의미 자포 자기 상태였다.

한동안 그 자리에서 [중년 여자]에 대한 험담을 나눴다.

그러다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할 쯤, 우리는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진과 헤어지기 전,

진 [내일은 쥰네 집에 가보자구.]

나 [응! 그럼 내일 봐!]

서로 밝은 표정에 손까지 흔들며 헤어졌다.

내 마음은 조금 가벼워져 있었다.

나 [그래...분명 그 여자는 우리들에 대한 건 까맣게 잊었을 거야. 분명...]

자기 암시라도 걸듯이 나는 그 말만을 반복하며 집으로 향했다.

위를 올려다 보니 구름도 없고 별들이 반짝이는 매우 맑은 밤하늘이 보였다.

그걸 보고있자니 지금까지 [중년 여자]에 대한 고민에 가슴 졸이던 내가 바보같이 느껴졌다.

집에 가까워졌을 쯤, 보고 싶은 애니메이션이 할 시간이 됐단 생각에

발걸음을 보다 빨리 했다.

탁탁탁탁탁....골목 사이로 내 발소리가 울려 퍼진다.

탁탁탁탁탁.

조용한 밤이었다.

탁탁탁탁탁.

탁탁탁탁탁.

응?

내 발소리 말고 다른 발소리가 겹쳐 들렸다.

뒤를 돌아보았다.

어두워서 잘 안보이지만 아무도 없다.

난 정말 겁쟁이구나, 이런 생각을 하며 다시 달렸다.

탁탁탁탁탁

탁탁탁탁탁

누가 따라오고 있다.

한번 더 멈춰 서서 뒤쪽을 쳐다봤다.

...역시나 아무도 없었다.

내 발소리에 섞여 누군가 따라오는 소리가 들렸는데도...

나도 쥰처럼 존재하지 않은 [중년 여자]의 저주에 쫓기고 있는 것 인가?

너무 겁을 먹고 있는 건가?

그렇게 한동안 계속 뒤쪽을 쳐다보았다.

터질 듯 두근거리던 심장이 잠시 멈췄다.

나한테 좀 멀리 떨어진 뒤쪽, 집 근처에 세워진 오토바이 옆에 누군가 주저 앉아있었다.

아니 숨어 있었다.

달빛만으론 누군지 확실히 알 수 없었지만, 한가지는 알 수 있었다.

코트를 입고 있다!!

나는 그걸 확인하고 몸이 굳었다.

숨어 있는 사람은 나한테 발견되지 않았다 생각하는 듯 한데, 실루엣만은 확실히 보였다.

나는 패닉 상태에 빠졌다.

[그 여자다! 그 여자! 그 여자! 그 여자! 그 여자! 그 여자!]

넋을 잃을 것 같았지만 본능적으로 달렸다.

정말 필사적으로. 숨도 쉬지 않고 달렸다.

나 자신을 잊고 달렸다.

집까지는 이제 몇 미터.

좋아. 이제 도망칠 수 있어!

그러다 머리속으로 한가지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이대로 집안에 들어가면 우리집이 어딘지 들키잖아.

그 생각이 든 순간, 집을 무시하고 집 옆으로 난 골목길 사이로 달려나갔다.

분명 내 뒤를 쫓아올 [중년 여자]를 떨궈내기 위해.

5분 정도, 지그재그로 골목길을 마구 달렸다.

그러다 숨이 턱끝까지 차오른 나는 천천히 몸을 세워 뒤를 돌아보았다.

[중년 여자] 로 보이는 그림자도 안보였고 발자국 소리도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나는 주위를 경계하면서 집으로 발을 옮겼다.

집근처에 도착한 나는 다시 주위를 경계하다 빠른 동작으로 집안으로 뛰어들었다.

부모님이 맞벌이로 집을 비운 터라 문이 잠겨 있었지만 재빨리 가지고 있던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문의 자물쇠를 잠그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니 [후우.....]

우선 진한테 알려줘야 겠단 생각에 신발을 벗으려던 찰라, 현관앞에서 소리가 났다.

나는 신발을 벗으려다 몸을 굳히고 현관을 응시했다.

우리집 현관은 미닫이로 불투명 유리가 끼워진 알루미늄 샤시로 되있었다.

바로 그 불투명 유리 저편에 누군가 서있는 그림자가 비쳐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