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 다른 인생을 걷고 있었다.

물론『중년 여자』사건을 전부 잊어버리지는 못 했지만,

그 사건에 대한『공포심』은 그 때보다 없어졌다.

그러던 고1 겨울방학, 오랜만에 『쥰』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야 ! 오랜만이야 !』라며 인사를 하고난 쥰은,

쥰『사실 오토바이 사고가 나서... 발이랑 허리뼈가 부러져서 입원해 있어.』

나『뭐?! 어디 병원인데 ? 혼자 있으면 심심하니까 병문안이라도 갈까 ?』

쥰『뭐, 그건 고마운데 말이야... 너,【중년 여자】일 기억하지 ? 그 사건 얘기는 아닌데... 얼굴 기억하고 있어 ?』

나『......왜 ? 뭐야 갑자기』

쥰『.......병원에서 매일밤 면회시간이 끝나면... 이상한 아줌마가 날 보러 와...... 기분 나쁘게 웃으면서...』

나는 쥰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잊어버리고 있던『중년 여자』의 얼굴이 선명하게 기억 났다.

처음 만났던 그 날 밤의『이를 악 문 얼굴』

하교 때 보았던『기분 나쁜 웃는 얼굴』

집 앞 현관에서 본『미친 사람처럼 소리를 지르던 얼굴』

그 때 이후로 계속 잊어버리려고 노력을 했지만 결코 잊어버릴 수 없는『트라우마』였던 것이다.

나는 쥰에게『무슨 소릴 하는 거야 ? 이제 잊어버려 ! 아직도 떨고 있다니 너 진짜 소심하다 ?』

라고 대답했다. 마치 내 자신에게도 들려주듯이...

쥰『그렇지 ?.... 이런 곳에 있으면 은근 소심해지는 거 같아 !』

나『그렇게 소심하게 구는 건 아직도 안 변했네』

라고 여유를 보였다. 결국 나도 그 때 이후로 성장하지 않은 건가...

그리고 나서『며칠 후에 야한 책 들고 병문안 갈게 !』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은 순간, 왠지 모르게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중년 여자』

쥰이 했던 말이 묘하게 마음에 걸렸다.

전화를 끊은 후, 잠시 생각을 했다.

설마 이제와서『중년 여자』가 나타날 리 없어.........

그리고 그 사람은 이미 잡혔는데....... 혹시 석방된건가 ??


그나저나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들은 『중년 여자』에게 해코지를 하지도 않았다.

단지『중년 여자』가 저주 거는 것을 본 것 뿐인데, 우리가 입은 상처가 너무 크다.

우연히 밤에 산 속에서 만나서 당했고... 우리들은『중년 여자』에게 빼앗은 것도 없고 상처를 입히지도 않았다.

『중년 여자』는 우리들에게서 해피와 터치를 빼앗고, 비밀기지를 부시고.....

무엇보다도 우리들 세 명에게『공포』를 심었다.

『중년 여자』가 아무리 집념이 강하다고 해도 우리들에게 관여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걸 생각하는 것도 그렇지만, 원망하고 있다면『사진 속의 소녀』를 원망해야 할 것이고 !

나는 억지로 내 자신을 납득시켰다.

이틀 후, 나는 아르바이트를 쉬고 서점에서 야한 책 3권을 사서 쥰이 입원해 있는 병원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쥰과 만난다는 두근두근함, 쥰이 전화로 했던 이야기에 대한 두근두근함으로 마음이 복잡해졌다.

병원에 도착한 것은 낮이 조금 지나서였다.

쥰이 있는 병실은 3층. 나는 쥰의 이름표를 찾기 시작했다.

303호실, 6인실에 쥰의 이름이 있었다.

왼편 창가 제일 안 쪽에 쥰의 모습이 보였다.

『쥰, 오랜만이야 !』

『오 ! 진짜 오랜만이네 !』

생각한 것보다 많이 건강한 쥰을 보고 조금 안심했다.

약속한 대로 야한 책을 건네니 쥰은 새 장난감을 받아든 어린 아이처럼 기뻐했다.

그리고 쥰과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눴다.

쥰과 있으니 초등학생 때로 돌아간 것 같은 마음에 즐겁게 웃었다.

이야기를 하니 눈 깜짝할 새에 시간이 지나고, 면회 종료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나『그럼, 슬슬 돌아갈..............』

쥰『사실, 전화로 말했던 건데........』

쥰이 갑자기 진지한 표정으로 뭔가를 말하기 시작했다.

나『중년 여자 얘기지 ?』

쥰『기분 탓일 수도 있는데..... 이 시간만 되면 오는 아줌마가 있는데...... 뭔가, 좀.... 그렇다고 해야하나......』

나『기분탓이야 ! 괜히 무섭게 하지마 !』

쥰『그러니까 내가 착각하는 거일 수도 있다니까 ? 겁 줘서 미안하다 !』


갑자기 분위기가 무거워졌다.

나는 바로 분위기를 알아채고 쥰에게 사과를 하려고 했다.


그 때,

『덜덜덜덜......』

복도에서 타이어 바퀴소리가 들렸다.

쥰이 『왔다...』라며 속삭인다.

나는 시선을 병실 입구에 돌렸다.

『덜덜덜.』

바퀴소리가 문 앞에서 멈춘 것 같다.

그리고 문이 열렸다.

입구에는 위아래로 남색 작업복을 갖춰 입은 아주머니가 있었다.

나는『뭐야 ! 겁 주지마 ! 그냥 쓰레기 걷는 아줌마잖아』 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 아주머니는 환자들의 쓰레기통 속에 쓰레기들을 걷었고, 마지막으로 쥰의 침대에 다가오기 시작했다.

쥰이『봐봐 !』라며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나는 그 아주머니의 얼굴을 살짝 보았다.

『!』

나는 숨을 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