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가 온거였어

이 때야 간신히 이젠 살았구나 생각했어
오토바이 라이트를 끄고 헬멧을 미러에 걸고는 C가 당황한 얼굴로 나를 봤어
이쪽으로 가까이오더니 두꺼운 유리 너머로 「너 뭐 하냐?」라고 했던가...잘 들리진 않았지만.


나는 필사적으로 여기서 내보내달라 외치고, C가 어이없어하는 얼굴로 옆으로 걸어가자 시야에서 사라지기라도 할까 난 또 필사적으로 창을 사이에 두고 C한테 바싹 붙어서 옆으로 따라갔는데 거기엔 정확히 내 허리쯤 오는 위치에 창이 깨져있었어
너무 정신이 없어서 몰랐었던 거야

C가 「아-여긴 좀 위험할라나?」했지만, 나는 그 아슬아슬한 틈새에 몸을 쑤셔넣다시피 해서 밖으로 빠져 나왔어

내가 심상치 않은 기세로 달려들자 C가 위로 들어올리듯이 끌어 당겨 주어서 겨우 밖에 나올 수 있었던건데 그제서야 심장이 쿵쾅쿵쾅 고장난듯이 마구 뛰고 있었어

C가 끌어당기며 「너 왜그래?」라고 물었지만 대답을 할 수 있었던건 아마 2, 3분쯤 지나서였을거야

나는 영문을 몰라 당황해있는 C에게 필사적으로 소리지르며 여기를 벗어나자고 했어
사태를 설명하기보다 어떻게든 일단 여기를 떠나고 싶었어
C는 「뭐어? 애들은? 걔넨 어딨어?」라고 물어도 반쯤 이성을 잃은 나는 필사적 도망가려 할 뿐있었어
마지못해 오토바이에 올라타고 날 뒤에 태운뒤 출발했어

나는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면서도 뒤에서 뭔가 따라오고 있지는 않을까해서 몇번이고 무리해서 뒤를 돌아보려다가「위험하잖아!」하고 C에게 혼이났어

이윽고 C는 병원에서 2, 3킬로 정도 멀어진 편의점에서 오토바이를 세우고, 「아 진짜 왜그러는거야 너!!??!」라고 화가 나는듯 소리를 질렀어

나는 그제서야 C한테 병원에서 있었던 일을 숨도 쉬지 않고 지껄여댔어
있는 그대로 말한다고는 해도
그 때의 나는 지금까지의 일, A와 B는 어떻게 됐을지,그리고 그때 본 귀신들이 머리속을 빙빙 맴돌고 있었기때문에 정신이 없어횡설 수설 했을꺼야

분명히 「우리가 거기 지하에 갔다가 B가 넘어지고, 안쪽에서 뭔가 나와서 A랑 B를 데리고 도망치려고 했는데 A가 또 앞쪽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휠체어에 부딪쳐서 패닉상태가 되서 어딘가가버리고, 나진짜 무서웠는데 뭔가 다리밑에 어린애 얼굴같은게 보여서 혼자 도망쳐버렸어」
이런 설명을 「엥~?」하고 반응하는 C에게 두세번은 얘기했나봐
좀 말도 빨랐고 혀도 꼬이고 했던데다 말도 안되는 얘길 해 대니까 여기까지 휘둘리듯 끌려온 C는 좀 승질이 나긴 했을거야
그래도 내 상태가 심상치 않았던데다 내 말에서 좀 으스스한게 전해지긴 했는지 화를 내진 않았어

C 「너네 지금 짜고 나 놀리려는거지?」

나 「아니라고!!!진짜 지금 위험하다니깐!!!!」

내가 너무 크게 소릴 질렀는지 편의점 점원이 「무슨일이세요?」하며 밖으로 나왔어
가게안에서 물건을 고르거나 하고 있던 놈들도 이상한 눈으로 이쪽을 봤어

나는 어쨌든 「아무것도 아니에요」하고 점원을 되돌려 보내고 청바지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경찰에 연락했어(더 이상 사태를 설명하는 시간도 아까웠거든)
조바심이나서 청바지의 질긴 천 속에서 핸드폰을 쉽게 꺼내지도 못했어 「아오!ㅅㅂ!!」하고 중얼거리며 꺼냈어

이제서야 C는 말릴 틈도 없이 110을 누르는 나를 보고 표정이 진지하게 바뀌기 시작했어
(우리나라는 112죠?^^)
110번은 바로 연결됐어
전화의 저 편에서 아저씨 목소리로「네 여긴 긴급 110번입니다」라고 하자마자 나는 속사포같이 쏟아내기 시작했어
「J병원(폐병원)에서 친구 두 명이 위험하게 됐어요!빨리 와주세요!!!」

※「어디의 무슨 병원입니까?」

나 「J에요 J병원!×××산이랑 논이 근처에 있어요!」

※「아-잘모르겠네요 자세하게 주소라든가 말해줄래요?」

나 「아니 뭐라구요?!!!!주소같은걸 어떻게 알아요??!!!!!!!!!00마을 ~~에 있는 병원이라니까요!!!!」

※「아 그래요? 근데 무슨일인데요?사고?싸움?」

이건뭐 별 관심도 없는듯한 대답에 진짜 화가 나서 고함치듯이
「어차피 지금 말해도 안믿을거잖아요!!아 됐고 다친 녀석도 있으니까 빨리 와요!!!」

내 말이 미처 다 끝나기도 전이었어

지지직-지지직
핸드폰에 흔한 잡음이 들리고 경찰아저씨가「어?여보세요?여보세요?」하는게 내가 뭐라고 말을 해도 잘 들리지 않은 것 같고 그쪽 말도 지지직 거려서 잘 안들렸어
「뭐야-장난전환가?」
완전히 바보취급을 당하고 전화가 끊겼어

나는 또 욕지꺼릴 하면서 한번 더 110을 누르고 핸드폰을 귀에 댔어
그랬더니 이번엔 뚜르르르하는 연결음도 안나고 지지직거리는 소리만 나는거야
일단 끊고 다시 또 걸었더니 이번엔 또 왜그러는지 핸드폰 전원 자체가 꺼져버렸어
어쩌면 그건 아마도 손이 떨려서 여기저기 마구잡이로 눌러버려서 그런거였는지도 모르지
나는 C에게 「핸드폰 좀 빌려 줘!」하고 빼앗기라도 하듯이 C의 핸드폰으로 110을 눌렀어
정확히 버튼을 누르고 콜이 시작되었을 무렵, 또 편의점의 점원이
「저기요 좀 조용히 해주세요」하면서 귀찮은 듯한 얼굴을 하고 나오는게 보였어
아무튼 그때의 난 그런데 신경쓸 겨를도 없었지만 점원 입장에선 참 진상이었겠지

나는 그래도 점원은 본채도 안하고 전화에 집중했어
C가 「아..저도 잘은 모르겠는데요..」하면서 점원한테 설명을 하는게 들려왔어

이번엔 아무리 기다려도 연결음만 들리고 전화를 안받는거야
C가 점원에게 「저기 그게..친구가 거길(병원) 갔는데, 돌아오질 않아서....」하는 설명이 들렸을 때, 겨우 「툭」하고 짧은 소리가 나고 통화 상태가 되었어
그런데 상대가 아무말도 없어서 좀 이상하단 생각은 했지만 나는 또 고함을 지르면서「친구가 다쳤는 데 지금 위험한 상태...」라며 사태를 설명하려고 하던 참이었어

전화를 받은 사람이 그러는 건지, 그 너머 멀리서 나는 소리인건지 뭔가 들려왔어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처음엔 뭔 소린지 잘 몰랐는데 점점 그 소리가 커지고, 그게 무슨 소리인지를 알아챘을땐
「으악!!!」하고 무슨 불에 데이기라도 한것처럼 핸드폰을 집어 던졌어

「어? 야 임마!!!!」C가 깜짝 놀라면서 콘크리트 바닥에 떨어진 핸드폰을 주워들고는 화를 내야하나 사정을 물어봐야 하나 망설이는 것 같은 미묘한 얼굴로 나를 보았어

나는 이미 사시나무 떨듯 부들부들 떨고 있었고 아마 안색도 새파랗게 질려있었을 거야
점원이 걱정되는지 「괜찮으세요?」하고 날 쳐다봤어
나는 두려움에 떨리는 몸을 주체하기가 힘들정도였고
귓가에 맴도는 그 소리를 잊고 싶어서 관자놀이를 쥐어 뜯었어

그건.....


틀림없이.....

A....


병원에서 마지막으로 들은....

A가 큰 소리로 비명을 질렀을때의 바로 그 소리였어

어째서 110에서 그 목소리가 들렸는지...

그게 실제로 지금 거기서 들려오고 있는 건지..


그렇다면 지금 거기에서는 뭔가 일어나고 있다는 건지....

나는 이젠 정말 뭐가 뭔지 알 수 가 없게 되어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꼼짝도 할 수 없게 되버렸어
점원이 술주정꾼정도로 취급하고 한심한듯한 눈으로 보고 있다는게 그 망연자실한 상태에서도 어느정도 느껴지고 있었어
그런데 그러고 있는 사이에 점원이 「어?이게 뭐에요?」하면서 얼굴을 가까이 대더니 「엇!!!!!」하고 소리를 질렀어


점원 「괜찮아요? 지금 팔에 피 장난아니게 나오는데?!」

나 「네??」

그때 겨우 깨달았는데
아무래도 내가 병원을 빠져 나올 때 창에 남아 있었던 유리 파편에 팔을 베인것 같아
C도 그제서야 알아채고는 「너 괜찮아?」하고 들여다 봤어


점원이 당황해서 가게로 돌아가더니 또 점장인듯한 아저씨와 함께 구급상자를 가져와 내 상처에 소독약 끼얹고 가볍게 붕대를 감아줬어
그런데 붕대의 길이가 짧았는지 곧바로 새빨갛게 물들어 버려서 아저씨가 안에서 팔고있는 붕대까지 가져와 치료해 줬어

그러는 사이에도 난 그저 얼빠진듯 멍~하게 있었어
이따금 편의점에 들어가거나 나오는 손님들이 힐끗 여기를 쳐다보곤 했어


C 「이거 병원에 가야하는거 아냐?」

단지 병원이란 소리에 나는 또 진심 무서워 졌어
말도 안되는 소리지만 구급차에 타고 있으면 그 폐병원으로 데려갈거란 망상까지 할 정도였으니까..


「정말로 괜찮아, 하나도 안아파..괜찮아...」라며 어린애처럼 병원은 싫다고 거절했어
조금 냉정을 되찾고는 붕대 값을 내려다가 지갑이 없다는걸 깨달았어
엉덩이에 있는 주머니에 넣었었는데 어디선가 떨어뜨리고 온 것 같아

내 대신에 C가 지갑에서 2천엔을 꺼내서 내고 있는걸 멍하게 보고 있는데 C의 핸드폰에서 당시 유행하고 있었던 [코부쿠로의 사쿠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어

C가 핸드폰을 열더니 눈썹을 찡그린달까 뭐 그런 얼굴을 하고는 나와 핸드폰을 번갈아가며 보더니 「여보세요?」하고 전화를 받았어

점장 아저씨가 붕대가 들어 있었던 바코드가 찍혀있는 상자랑 2천엔을 가지고 가게에 들어갔다가 잔돈을 가져와 통화중인 C에게 건네 주자 C는 가볍게 아저씨에게 고개를 숙이면서 「아, 응……그래」라고 말하고 있었어
아저씨는 아직도 내가 걱정되는지「너 정말 괜찮니?」하고 염려해 주었지만 난 대강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어

C의 목소리가 점점 화가난 듯 들려와서 나는 온통 그쪽으로 정신이 쏠려 있었거든

C 「편의점.그래 거기있는 D편의점…………응………있는데.. 좀 이상해…………아.너희들은?………어, 아직 거기에 있는 거야?」


그 마지막 대사에, 나는 어쩐지 뭔가 불길한 느낌에 전신에 소름이 끼치고 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