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년 초여름, 시골 할아버지댁에 모내기를 도와드리러 시골로 내려간다. 항상 버스를타고 터미널에 도착해 다시 자그마한 버스를 타고 시골길을 달리다보면 어느샌가
익숙한 풍경이 눈에 들어오고 낯익은 얼굴들은 이미
논일에 열중하는 모습이 보인다. 나는 어서가서 할아버지께
인사를 드리고 옷을 갈아입고 논일을 준비한다.

얼마쯤 일을했을까 할머니와 동네친구분들이 새참을 가지고
오셨다. 하늘을 보니 해는 구름속으로 사라지고 금새 시원한
그늘이 만들어진다. 아무것도 아닌 이런일에 괜시리 행복을 느끼며 준비해온 새참을 먹는다.

새참을 먹으며 할아버지와 인부들이 막걸리 한잔씩을 걸치기 시작하셨다. 이윽고 인부중 한명이 누구에게라고 할것없이
말을 꺼낸다.
"거 요번에 저쪽면에서 일어난 사건들 알어?"
"뭔사건은 사건이야 뭔데그러나?"
할아버지께서 반응을 보이셨다.
"아고 영감님 모르셨나? 거 사람이 죽었답니다!"

갑자기 일동 그것에 관심이 쏠린다.
나도 흥미가 돋아 잘 들어보았다.
"뭔데그러나 어서 말좀해보게 자네"
먼저 말을꺼낸 인부는 막걸리를 두어모금 더마신뒤 말을 잇는다. 그짧은 시간도 못기다리겠다는 눈치가 내심 사람들에게 드러난다. 나도 궁금해서 조금 가까이앉았다.

"사람이 논에서 쓰러져 죽은채로 발견됐답니다!"
"아 거 설명좀 똑바로좀 해봐 궁금하구만"
"그런데 특이한점이 있었다던데 논에서 죽은사람이 바짝 말라있었다는거야"
"허 거참 이상하구만.. 뭐또 다른얘기는 없고?"
"경찰님들이 다 알아서 하겠지.. 우린그냥 기다리면 되는겨"

새참을 모두 먹고 다시 일을 시작했다. 사실 일이라고해도
요즘은 모심기를 모두 이앙기가 전부 하기때문에 사람이 할 일은 비료포대를 옮기는것이나 모판을 이앙기에 넣어주는것밖에 없다. 나는 군데군데 흩어져있는 모판을 모으며 아까의 이야기를 생각해보았다.

'사람이 논에서 죽었다.'
사실 이 시골에 있는분들은 모두 나이가 있으신분들이라
요즘같이 더운날씨에 햇볕아래서 일하시다가 쓰러지실만도
한것같다. 그렇게 생각하면 간단하게 해결되는 이야기이다.

문득 다리쪽에 시큰한 감각이 느껴진다.
허리춤에 묶어놓은 장화끈을 풀고 발을 꺼내본다.
아니라다를까 거머리 한마리가 정강이부분에 달라붙어있다.
이렇게 큰 거머리는 처음본다.
아마 나의 피를 이미 많이 빨아 커진것일거라는 생각을 한다.

정강이에선 피가 멈추지않는다. 나는 문득 피가 멈추지 않는 이유가 거머리의 어디선가 나온 어느 물질이 피를 굳게하지않는다는 말이 떠올라 물에 씻어내기로했다.
급한대로 생수통의 물을 부어 씻어낸다.

갑자기 저쪽에서 악 하는 인부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달려가보니 인부중 한명이 논의 물뱀을 보고 놀라 소리를 지른것이였다. 그 인부는 창피하기도하고 화가났기도했는지
물뱀을 들어 논밖으로 힘껏던진다.

물뱀은 그대로 날아가다 돌에 부딫힌다. 피를 흘리며 옆 논으로 들어가버린다.
나는 오늘의 할일이 모두 끝나 정리를하고 경운기에 모판과 남은 비료포대를 실은뒤
구경도 할겸 할아버지댁까지 걸어간다고 하고 슬슬 걸어갔다.

물뱀이 들어간 논옆을 지날때에 흙에 검붉은 흔적이있었다.
필시 물뱀이 흘린 피이리라. 논에선 조그마한 물고기라도있는지 연신 퍼덕거리는 소리와 물장구 소리가 들린다.

다음날 물뱀이 들어갔던 논을 작업하기로 했다.
그렇게 넓지않은 논이여서 이앙기는 다른논으로 보내고
이곳은 나혼자 손으로 하기로 했다.
한창 모를 심던중 수면에 뭔가 하늘하늘한것이 보인다.
궁금증이 돋아 그것을 손으로 건져본다.

뱀의 허물같았다. 그런데 온전한 뱀의 모습을 유지하고있었다.  머리부터 꼬리끝까지
문득 뱀의 얼굴을 본다. 날카로운 이빨이 남아있다.
뱀이 허물을 벗을때 이빨도 같이 갈던가?

그생각을 하고있던중 다리에 다시 시큰한 통증이 전해진다.
갑자기 너무 어지러워 논에 주저앉고만다. 열사병인걸까
목이 말랐고 눈앞이 흔들리기시작했다.
주저앉아있는 도중에 장화속에 물이들어왔다.

너무나 기분이 나빠져서 그 즉시 장화의 물을 빼내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발로 버티고 장화의 물을 모두 빼내었다. 순간 다시 현기증이 일어 쓰러져버렸다. 꼴좋게도
몸의 절반이상이 물에 젖게되었다. 다른사람이 나를 보고있다면 분명 멍청한자식이라고 놀려대며 웃었을것이다.

다리의 시큰한 통증이 더욱 더해져 찾아온다. 서둘러 바지를 걷어본다. 까맣고 미끌미끌하게 생긴것들. 피를 빨아먹고 사는 기분나쁜것들이 내다리에 수도없이 붙어있다. 하나하나는 여지것 봐왔던것보다 너무나도 컸고 끔찍했다.

일어나려고 한쪽팔에 체중을 실는순간 팔이 논바닥속으로
쑥 꺼졌다. 덕분에 얼굴이 수면과 가까워졌다. 거머리들이
나를 보고 몰려드는 느낌이들었다. 팔에도 목에도 내 등과 몸에도 거머리가 붙어있는 느낌이였다.  너무나도 기분나쁜 이느낌이 드는 동시에 순간 한 생각이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논에서 사람이 죽었다. 바싹말라서 죽어있었다.
어젯밤 피를 흘리며 논에 들어온 물뱀이 하룻밤사이만에
허물마냥 바싹 말라있었다.

나를 어지럽게 하던것은 일사병이나 탈수증상이 아니었다.
우리가 헌혈을 할때 느낄수있었던 피가 빠져나가서 느껴지는 어지럼증 바로 그것이였다.
거머리들은 논바닥에서 꿈틀대며 기어나와 나에게로 모여들었다.

참기힘든 혐오감에 몸을 비틀어댈때마다 팔은 논바닥속으로 들어갔고 결국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할정도로 탈진하게되었다. 그래도 거머리들은 멈추지않았다. 계속해서
빨아들이고 모여들었다. 거머리들이 분비하는 액체는 오히려 고통을 덜어주었고 나는 그렇게 천천히 말라가고있었다.  끝




자작이셈 밤에 잠안와서 써봄ㅋㅋ.. 중간중간 말안되는것도
보이고 어색한 부분도보이고.. 부족한점 마구마구찔러주세여 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