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그녀는 홍대 술집이 즐비한 거리에서 처음 만났다. 술집에서의 만남이 으레 그렇듯, 그들은 무척 오래된 연인처럼 같은 침대를 뒹굴었다.

그는 그녀의 작고 하얀 귀에 속삭였다.

너, 정말로 사랑스럽다. 이런 말 해본건 처음인데.

그녀는 대답하는 대신 작게 미소지었다.

그는 자신의 말에 진심이 담겨 있다고 확신했지만, 알코올이 얼마만큼이나 진실과 가까울까 하는 생각에 미쳤고, 그리고 그래서 알코올과 마음은 별개라는 것을 스스로 되뇌이다 잠이 들었다.

꿈은 요란했다. 꿈 속의 그는 무섭게 어두운 방 안에 서있었다.

누구 있어요?

그러나 말은 나오지 않았다. 목이 묘하게 답답하여 손으로 슬쩍 쓰다듬어보니, 목에는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었다. 그는 악몽이 익숙치 않았다.

잘못했어요! 다시는 이러지 않을께요!

그는 쉴새없이 지껄이다가 낯익은 소리를 들었다.

삐익 - 삐익

휴대전화 알람이 시끄럽게 귓전을 때리고, 그는 일어나 주위를 살폈다. 그녀는 보이지 않았다. 혹시나 화장실에 있을까해서 문을 열어봤지만, 아무도 없었다.

머리는 깨질듯이 아프고 목이 말라 아무거나 마시고 싶었지만, 캠코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그는 아픈 머리를 잡고 TV 뒷쪽에 숨겨진 캠코더를 꺼냈다.

메모리가 가득 차는 바람에 촬영은 종료되어 있었다. 그는 녹화된 영상을 재생했다.

그녀와 엉켜 뒹구는 모습을 다시 보니 아랫도리가 뻣뻣해지는 것을 느꼈다. 하룻밤으로는 아까운 상대였어.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자신이 잠들고 얼마 후에 전화가 울리는 것을 확인했다. 네, 네. 카운터로 부터 온 전화인듯, 그녀는 연신 네 라고만 대답했다.

정확히 10분, 그녀가 옷을 대충 걸치자마자 누군가 문을 두들겼다.

누구세요?

네, 카운텁니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다소 하이톤의 남자가 기다렸다는듯 말했다. 야 이 씨발년아. 뒤이어 둔탁한 퍽 소리가 나지막히 울렸다.

이 갈보년아.

아저씨 왜 그러세요?

그녀는 울먹이고 있었다.

너 같이 몸 막굴리는 년들은 다 죽어야지.

화면에 그를 깨우는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화면속에 그는 일어날 기미가 없다. 뒤따라 천천히 다가오는 남자는 그를 보고도 아랑곳 하지 않고 그녀의 얼굴, 몸 여기저기를 마구 때리고 짓밟기 시작했다.

그는 정지된 시간속에 함께 정지한 것 처럼 아무 움직임도 없다. 그저 멍하니 캠코더를 바라봤다. 이 남자는 그녀를 죽일것이다. 얼굴을 가리지 않았다.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녀는 비명을 지르고 울고 피범벅이 되어 강간당하고 머리가 깨어졌다. 하이톤의 왜소한 사내는 싸구려 남성용 스킨병으로 그녀의 머리를 서너 대 더 갈겼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늘어진 그녀의 머리채를 휘어 잡고 남자는 사라졌다. 그리고 재생은 멈추었다.

그는 우선 담배를 한대 물고 불을 붙였다.

이런 씨발.

웃음이 나왔다. 그는 담배 연기를 뿜으며 곧장 카운터에 전화했다.

여보세요? 형. 좀 살살하지 그랬어.  응? 아니야, 좋아. 작품하나 나왔네.

남자는 전화를 끊고,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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