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증이 나서 물 한 잔을 마셨다. 오후 다섯 시 삼십 분. 내 방 귀퉁이에 어둠이 스며들면, 나는 늘 하던대로 창가로 향했다.

이건 일종의 관찰이야. 파브르가 곤충을 관찰하듯. 나는 네가 생각하는 일종의 변태적인 욕구 해소를 위해 창 밖을 보지는 않아.

그래. 행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나는 이해할 수가 없는데. 취미라고 하기엔 뭔가 병적인 느낌이잖아.

친구는 잘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하이트 맥주 캔을 집어들고 단숨에 들이켰다. 맥주는 하이트 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하이네켄 같은 수입맥주 병으로 자신을 고급화 시키는 새끼들은 진짜 역겨운 새끼들이야.

함께 술을 마실때마다, 나는 그의 반골기질이 꽤나 이상하고 일상적인 것에 지나치게 작용한다고 생각했다. 뭐 어느 정도 동감하는 바다. 명품코트를 입으면 자신이 명품인 줄 아는 놈들. 그러니까 그런 놈들에 대해 말하려고 할때, 문득 그 남자가 생각났다.

그 놈ㅡ어딘지 재수 없는 놈이니 그 놈이라고 하겠다ㅡ을 처음 발견한 것은 두달 전 쯤이다. 아마도 새벽 1시 쯤. 관찰을 그만두려 하는 찰나에 골목 끝을 끼고 돌아 모텔로 향해 걸어오는 그 놈과 잘 빠진 여자애를 발견했다. 새까만 발렌시아가 싱글코트를 입고 있었다.

새끼, 비싼거 입고 다니는구만.

나는 비열하게 읊조리며 창가에 쌍안경을 가까이 댔다. 이미 모텔 앞에 다 온 주제에, 여자는 들어가기를 망설이고 있었다. 그 놈은 미소지으며 여자에게 뭔가 말하고, 이윽고 5분도 지나지 않아 여자는 입구로 들어갔다. 그 놈은 모텔 앞에 서서 담배를 피웠다.

찬찬히 살펴보니 꽤 반반한 얼굴이었다. 키도 제법 큰 편이고, 저 정도면 여자 많이 후리겠다 하고 생각하며 혼자 웃었다.

그 순간, 그 놈은 나를 똑바로 응시했다. 굉장히 공허하고 무표정하게.  마치 내가 지켜본 것을 진작에 알고있었다는 듯, 태연하게 담배연기를 내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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