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까만인형
갓난 아기를 키우며 혼자 셋방살이를 하고 있는 한 여자가 있었다. 힘겹게 살고 있던 그녀에게 갑자기 애 아버지가 찾아오게 되었다. 그녀와 애 아버지는 대화를 하다가 싸우기 시작했고, 마침내 무엇인가를 주제로 매우 심하게 다투게 되었다. 애 아버지는 곧 그곳을 떠났고, 잠시후 그녀도 애 아버지를 쫓아가 무엇인가를 따지려고 애 아버지를 좇아 집을 나갔다.

그 후 한동안 별일 없이 잠잠했다. 셋집 주인은 얼마후, 그녀가 살던 방안에 아무도 없고, 까만색 인형만 하나 덩그러니 놓여 있는 썰렁한 광경을 보게 되었다. 매일 매일 누가 있나 없나 싶어 그 방을 보았지만, 항상 그대로 였다. 방세를 낼 때가 되어도 아무도 없자, 셋집 주인은 문을 따고 방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그런데, 그가 들어가자 까만색 인형이 갑자기 꿈틀거리며 움직이는 듯 하였다. 그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셋집 주인이 자세히 보니, 까만색 인형이란 것은, 혼자 방안에 갖혀 굶어죽은 갓난아기의 시체에, 파리와 바퀴벌레 떼가 까맣게 뒤덮여 있는 것이었다.

2. 아름다운 여인
한 수험생이, 밤마다 정신없이 공부를 하고 있었다. 그는 아무리 공부를 해도 시험점수가 오르지 않아서 매우 괴롭고 초조한 기분이 되었다. 그는 그럴 수록 쫓기는 듯한 느낌으로 미친듯이 공부했다. 그러던 어느날, 그는 몹시 피로하고 지쳐서, 잠시 쉬기 위해 아파트 베란다로 나왔다. 그런데, 그는 갑자기 꿈결처럼 하늘을 스쳐 지나가는 어느 아름다운 여자의 모습을 보았다. 아주 잠시 동안이었지만, 그의 눈에 그 모습은 너무나 아름다워 보였다. 한마디로 표현할 수 없는 오묘한 표정으로 살짝 웃는 듯한 그녀의 표정은 잊을 수가 없어서, 마치 천사와 같다고 생각했다. 그는 자신이 꿈을 꾼 것인지 그저 멍할 뿐이었다. 하지만, 순간적으로 하늘을 스치며 자신의 앞을 날아갔던 그녀의 모습을 도저히 잊을 수 없었다.

다음날 아침. 그는 자신의 아파트 바로 위층에서, 수험생활의 중압감을 견디지 못한, 한 여학생이, 간밤에, 바로 그가 베란다에 나와 있던 시각에 뛰어내려 자살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한 독신 남자가 고달프게 일을 하며 살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직업이 너무나 따분하고 재미가 없었고, 밤늦게까지 계속 이어지는 긴긴 야근에 매우 피로했다. 그러던 그는 집에 돌아가는 길에, 멀리 한 아파트에서 한 여자의 모습을 보았다. 거리가 멀어서 정확한 모습은 볼 수 없었지만, 그 자태는 아름다워 보였다. 그녀는 음악에 맞추어 뛰고 왔다갔다하며 춤을 추고 있었다. 그런데, 그 모습이 정말로 아무 걱정 없이 자연스럽게 음악에 몸을 맡긴 듯 보였다. 지친밤 퇴근길에 보이는 그녀의 모습은, 매일 밤 항상 그렇듯 평화롭고 기쁜 모습이었다. 남자는 마침내, 그녀에게 문득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남자는 결국 용기를 내어 휴가를 내고, 낮에 그녀의 아파트를 찾아갔다. 아파트에 아무대답이 없고, 문은 열려 있어 들어가보았다. 남자의 눈앞에 보인 것은, 아파트 천장에 목을 매달고 죽어 있는 여자의 시체였다. 시체는 바람이 불 때 마다 전후좌우로 왔다갔다하며 흔들리고 있었다.

3.마네킹

잘 살고 있던 어느 부모와 딸이 있었다. 그런데, 부유하고 행복한 이 가족의 삶을 시샘하던 이모가, 그만 질투심에 일을 저지르게 되었다. 이모는 보험사기를 치기로 하고, 자기 앞으로 보험을 들어달라고 한 뒤에 부모를 죽여 버렸다. 이모는 보험금을 차지했고, 아직 어린 딸의 재산을 관리해준다는 명목으로, 유산까지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딸은 이모가 범인 인 듯 하다는 심증은 있었지만, 아무런 증명할 방법이 없었다. 그녀는 이모를 놀래켜 범죄를 자백하게 하려고 꾀를 내었다. 그녀는 돈을 구해서 마네킹 제작사에 주문 제작을 의뢰했다. 살아있던 당시의 엄마와 매우 흡사한 모양으로 마네킹을 만들어서 집안에 배달해 달라고 한 것이었다.

학교를 마치고 귀가하던 딸은, 이모에게 보여줄 것이 있다며, 이모를 불렀다. 그리고, 이모와 같이 집에 갔다. 집에 가보니, 벌써 마네킹이 와 있었다. 마네킹은 무척 정교해서 진짜 같았으며, 눈을 부릅뜬 듯한 표정이었다. 마네킹에서 말하는 듯 소리가 나왔다. "네가 여기에 웬일이니?" 그 모습을 보고, 이모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이모는 공포에 질려 말조차 잇지 못하고 거품을 물고 쓰러지고 말았다. 딸은 씁쓸한 기분이면서도, 마네킹에 음성장치까지 달려 있다는 사실에 대단히 만족스러워했다.

그런데, 곧 초인종이 울렸다.

"조금 늦어서 죄송합니다. 주문하신 마네킹 배달 왔습니다."

현관문 밖에는 배달원 한명이 그제야 주문한 마네킹을 등에 지고 와 있었다.

출처 게렉터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