었을 때이다.
나는 그 당시 고등학교 진입을 앞두고 (그당시 내가 사는 지역
은 고등학교 들어갈 때도 시험을 봐야만 했다.) 부모님의 성화
에 못이겨 겨울 방학동안 합숙 전문 학원에 들어가야만 했다.
왜, 방학내내 기숙사와 식당 그리고 전문 강사진들로 이루어진
학원에서 스파르타 식으로 공부해야 하는 학원들 말이다.
그 당시는 내가 들어가려고 했던 고등학교는 일단 입학만 하면
경상도내에서는 서울대 들어간 것 만큼이나 인정을 해 주었기
에 나는 그 소중한 방학을 포기해가며 학원에 입소했다.
부산 지역에서도 이름을 날리고 있던 이 학원은 인근 도시의 외
곽 시골 지역에 그들의 첫 분원을 내고 약 200명 정도의 학생
들을 받았다.
내가 처음 그 학원에 들어갔을 때의 그 실망감... 학원 뒷쪽으로
는 작은 산과 주위로는 완전한 논과 밭, 그리고 주변의 조그만
마을... 정말 방학동안 공부만 해야할 판이었다.
첫 인상에서 이 학원이 굉장히 특이했던 점은 교실 건물과 기숙
사/식당 건물, 그리고 학원을 두르는 담벼락이 모두 흰색, 심지
어 내부까지 모두 흰색이었다는 점이다.
보통 한적한 곳에 새하얀 건물을 그렇게 지어놓으면 마치 병원,
그것도 정신병원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에 보통은 흰색을 잘 안
쓰고 주위 배경에 맞춰 색을 정한다고 했다.
또, 그 당시 겨우 15년을 살았었지만 살아오면서 그렇게 빨간
노을, 학원의 뒷 산으로 지는,을 본적이 없었다. 그건 친구들 역
시 마찬가지 의견이었고 모두들 기분나쁘다고 말하기도 했다.
추운 겨울에 그 노을은 학원의 분위기를 더욱 더 음침하게 만들
었다.
여하튼 처음 1주일 동안은 친구들 사귀느라 수업시작하느라 정
신이 없었고 물론 아무런 일도 나타나지 않았다.
2주째 학원 생활에 접어 들기 시작하면서 학원 분위기가 조금
씩 술렁이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귀신이라는 소문이 떠돌기 시
작했다.
하지만 200명이 넘는 원생들 중에 고작 몇명이 귀신 얘기를 했
다고 해서 달라질 건 아무것도 없었다. 이상한 경험을 했던 몇
몇 애들이 오히려 꿈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지금 그때 그 얘기를 종합해 보면 가장 많이 나오던 얘기가 우
물 근처의 벤치에 새벽에 앉아있던 사람의 정체였다.
학원은 크게 교실건물과 기숙사 건물 2개동이었고 그 사이에
벤치에 둘러싸인 우물을 비롯한 아담한 정원이 있었다. 기숙사
는 2층부터 4층까지 총 3개층이었고 기숙사 창문에서 내다보
면 그 벤치까지 직선거리가 약 70여미터 정도 되었다.
그 당시에도 일찍 성숙하여 담배를 피는 중학생들이 있었고 그
애들은 보통 새벽시간에 창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담배를 피웠
다. (취침시간 이후에는 아예 건물 밖으로 나가는 문을 잠궈놓
는다.)
그때 담배를 피우던 애들의 말에 따르면 그 새벽 시간, 그것도
혹한의 추운 겨울에 가끔씩 그 벤치에 남자인지 여자 인지 모를
사람이 앉아 있더라는 것이다.(상상을 해보라. 그 추운날 사람의
왕래도 거의 없는 그 시골에 누가 무슨 이유로 학원 마당에 앉
아있는가?)
건물 밖으로 나가서 확인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에 후레
쉬를 비쳐보기도 하고 창 밖으로 몸을 쭉 내밀어 확인을 해보려
해도 뒷 모습 밖에는 볼 수 없었다고 한다.
또, 누구는 화장실에서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고 했으며 기숙사
방 창문으로 (기숙사 방 출입문에는 조그만한 감시창이 달려 있
어 내, 외부에서 서로 볼 수 있게 되어있다.) 새벽에 누군가가
안을 들여다 보더라는 등의 많은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처음으로 한 학생이 짐을 싸서 나가게 되는 사건이 발
생했다.평소 우리반에 지환이라는 녀석이 같은 반의 세은이라는
여학생을 공개적으로 좋아한다며 쫓아다니고 있었다. (내가 여
기에서 쓰는 모든 이름은 가명이다.)
지환이 놈이 어느날은 요상한 꿈을 꾸었다며 아침 1 교시에 반
아이들에게 얘기하고 있었다. 그 녀석의 침실은 창문쪽 2층이었
는데 그날 밤 창문을 등지고 자고 있다가 몸을 창문 쪽으로 돌
리며 눈을 떳다고 한다. 그 때 창문 밖으로 왠 여자애 머리가 밑
에서 위로 쑥 올라가더란다. 너무 놀란 나머지 몸을 일으켜 세
웠더니 그 머리가 다시 밑으로 내려오는데 그 얼굴이 바로 세은
이의 얼굴이었다는 것이다.
그 녀석은 너무 놀란나머지 옆에서 자고 있던 친구를 깨웠지만
그 이후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오히려 욕만 들어먹고는 이불
을 뒤집어 쓰고는 벌벌 떨다가 잠이 들었다고 했다.
그런데 그 이야기를 듣던 세은이가 갑자기 경기를 일으킬 정도
로 울기 시작했다. 몸을 사시나무 떨듯이 떨며 울던 세은이가
조금씩 울음을 그치기 시작하며 하던 말은 우리반 모두의 몸과
마음을 얼려버렸다.
그 말은, "나도.. 어제 꿈을 꾼것 같은데....나.. 기숙사.. 창 밖에
서 새벽에.... 지환이가 자는 걸 지켜봤었어...."
그게 꿈이었던 현실이었던, 지환이와 세은이가 그 새벽에 서로
의 모습을 봤다는 말이었다.
이 소문은 조금씩 술렁이던 학원의 분위기를 완전히 뒤집어 엎
어놓고 말았다.
이틀 후 세은이는 짐을 싸서는 집으로 돌아갔다..
세은이가 떠난 이후 선생님과 사감 선생님들 (같이 숙식하면서
학생들의 생활을 지도하던 대학생 형님들)이 술렁이던 학원 분
위기를 더욱 엄격하게 잡아가기 시작했다.
여자아이들이 많이 동요하긴 했지만 남자 아이들은 오히려 스
릴 넘친다며 재미있어 했다. 어떤 반에서는 조를 짜 밤을 새며
귀신의 정체를 파헤치기로 했다는 얘기도 있었다.
하지만 얼마못가 또다른 사건이 터진다. 세은이가 떠난 후 며칠
못가 2반 (우리 옆반)을 담당하던 남자 사감 선생님 (이분은 우
리반 여자 사감선생님과 친했고 자연스럽게 나를 비롯한 우리
패거리들과 자주 어울렸다.)이 우리들에게만 조심스럽게 자기
가 겪은 것을 얘기했다.
확실한게 아니니 학원 분위기를 위해 그냥 우리끼리만 알고 있
으라며 해준 얘기는 우리중에 있던 친구 놈이 긴가민가 했던 그
것과 일치하는 이야기였다.
한참 초반에 귀신 이야기가 나돌 무렵, 사감선생님들 끼리 늦은
회의를 마치고 늦게 기숙사로 돌아온 2반 선생님은 샤워를 하
고 12시가 다 되어서야 기숙사 방으로 들어갔다고 했다. (학생
들 취침시간이 10시였다.)
기숙사 출입문 입구 쪽에 침대가 있던 그 선생님은 잘려고 누워
있다가 뭔가 이상한 인기척에 눈을 떴다고 한다. 그가 본 것은
기숙사 방 구석에 위치해있던 큰 흰색 대형히터였다. 무언가 하
얀 물체가 히터 앞에 쭈그리고 앉아있는데 히터도 그 물체도 흰
색이었고 자기 위해 콘택트 렌즈를 벗은 상태라 확인이 쉽게 안
되더란다.
왠 학생이 늦게 까지 잠을 안자고 저러고 있나 싶어 일어나 다
가가려고 했더니 그 물체가 일어나 선생님이 다가가는 반대 방
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더란다. 그러면서 곧 기숙사 방 밖으로
빠져나갔기에 따라 나가봤더니 거짓말 같이 아무런 흔적이 없
더란다. 머리털이 쭈삣 서는 느낌에 선생님은 자고 있는 학생들
수를 헤아려 봤더니 정원에 꼭 맞는 37명이었다고 했다. 최소한
누군가가 자고 있다가 나간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히터 앞에 있던 물체를 본건 내 친구 명운이도 마찬
가지었다. 자기도 학원에 입소하여 며칠 뒤, 분명 히터 앞에서
쭈그리고 앉아 턱을 괴고 자기를 쳐다보는 여자를 보았다고 했
다.
우리 패거리와 그 선생님은 무언가가 이 학원에 있다는 것을 확
신하게 되었고 그 확신은 3일후엔가 현실로 다가왔다.
어느 밤 새벽, 대략 3시쯤이었나.. 밑에 층 기숙사가 굉장히 소
란 스러웠다.(밑층 기숙사는 여학생들 기숙사였다.)
비명소리도 들렸고 "조용히 해"라는 호통소리도 들려왔다. 나를
비롯한 많은 학생들이 잠에서 깨어났다. 곧 기숙사 모든 층에
불이 켜졌고 3층의 모든 남학생들은 기숙사 방에서 꼼짝 못하
고 영문도 모른채 사감 선생님의 통제하에 있어야만 했다.
2층의 상황은 예상외로 심각해 보였다. 여자들의 우는 소리며
사감 선생님들이 구급약을 들고 바쁘게 왔다갔다 하는 등 매우
부산한 모습이었다.
그렇게 초조하게 있던 우리들은 우리 나름대로 같은 예상을 했
고 결론은 물론 귀신이었다.
해가 뜨고 난 아침, 우리의 예상은 적중했다. 조금 전 새벽에 여
자 기숙사방에 우리가 봤던 그 흰색 물체가 나타났다는 것이었
다. 흰색 히터 앞에 있던 여자가 배시시 웃으며 학생들이 자는
걸 지켜 보더니 처음 발견한 학생이 공포에 질려 옆에 자는 친
구를 깨우자 그 친구에게 다가오더란다. 그 친구가 비명을 지르
자 또다른 친구 둘이 깨어 그 여자가 문 밖으로 사라지는 걸 확
실하게 봤다는 것이었다.
무려 4명의 여학생이 동시에 목격한 확실한 증거였다. 이 사건
으로 많은 학생들이 퇴소하겠다며 항의하기 시작했고 소식을
들은 학부모들과 학원 원장이 사태 수습을 위해 학원으로 왔
다.
학원들의 말을 반신반의 하던 학원 측 관계자는 2반 사감선생
님의 말과 앞에서 말한 새벽에 벤치에 앉아 있던 사람에 관한
목격자가 무려 10여명에 이르자귀신 때문에 학원 문을 닫는 것
은 웃기다면서부산 학원 본원으로 학생들 모두를 옮겨서 교육
을 다시 시켜 주겠다고 말했다.
그 후 2-3여일을 짐을 싸고 학원을 옮길 채비를 했고 떠나는 날
새벽 나와 친구들은 마지막으로 또다른 석연치 않은 점을 발견
했다.
새벽같이 이사준비를 끝내고 마당에 모든 학생들이 모였을 때
친구 한놈이이상하다며 나와 친구들을 마당의 우물로 데리고
갔다..
혹한의 추위에 우물은 항상 얼어있었는데 오늘 따라 우물 가운
데 부분이 깨져서 구멍이 나 있었다. 이 걸 처음본 나의 중얼거
림이 아직도 기억난다.."어.. 밑에서 위로 깨진건가?" 확실한 건
아니지만 내 생각에는 얼음을 위에서 깨면 가운데 부분이 밑으
로 꺼지는데 내가 본건 분명히 가운데 부분이 위로 솟아있었
다.
이것이 무언가 중요한 부분은 아니겠지만 새벽에 우물 앞에 앉
아 있던 사람의 모습이 생각이 나 너무 소름이 끼쳤다.
그 후 그렇게 200명이나 되는 학생들이 도망치듯 그 학원을 나
와버렸고 우리 모두는 부산으로 옮겨 나머지 수업을 받았다.
(하지만 명목상으로는 그 사건이 발생했던 학원의 영업 허가가
보류되어 불가피하게 옮긴것으로 되어있다.)
이번의 좋지 않은 일을 쓸데없이 소문내지 말라는 교육과 함께
이번일의 누설로 어떻게든 학원의 명예가 손상이 되면 법적으
로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학원 측의 으름장 때문에 어린 우리
들은 쉬쉬하며 지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주위에 다
이야기 했다.)
몇년후에 고등학교에 진학한 후에 몇몇 그 학원 동기생들에게
서 전화가 왔다.모 방송국 프로에 이 사연을 올릴터이니 같이
하자는 것이었다.
그놈들은 이미 완벽한 이야기를 위해 다시 그 학원을 찾아갔고
그곳 마을 사람들에게 이것저것 여러가지를 물어봤다고 했다.
그중 하나 흥미로운 사실은 여기 학원터가 뒷산에 있는 수백개
의 묘가 있는 공동묘지의 터와 이어진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이
학원에 있으면서 그 조그만 산 바로 뒤에 수많은 공동묘지가 있
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바로 50여미터도 안되는 거리였다.
또한 공사 도중에 이 마을에서 오래 살아오셨던 노인 한분이 공
사장을 찾아와 당장 이 땅에서 나가라고 호통을 치셨다고 했으
며 우연의 일치인지 공사도중 안좋은 일이 많이 일어나기도 했
다고 한다.
특히 학생들이 입소하기 겨우 며칠전에 마무리 공사, 페인트 작
업때에 인부들이 사고가 많이 나 부랴부랴 흰색으로 대강 정리
하고 공사를 끝냈다는게 이 친구들이 얻은 정보였다.(그래서 건
물 내외부가 모두 흰색이었던 것 같다.)
3년전인가 그 앞을 한번 지나간 적이 있다. 그 건물은 완전히
폐허가 되어 있었다. (몇년 전 까지 공관서 건물로 썼다고 했
다.) 정확한 위치는 밝힐 수 없다. 그냥 부산 울산 근처의 한적
한 시골이라는 것 밖에는...
마치.. 한편의 영화같은 얘기지만.. (솔직히 지금 생각하면 그냥
꿈 같다..)이렇게 글이라도 써놓고 나니 속이 참 시원하다.. 한편
으로는 지금 쓰고 있는 내 뒤로 그 때 그 흰색 물체가 서있을 것
같아 무섭기도 하다.
나는 이외에도 특이한 경험을 2번인가 더 했다...물론 이 글을
읽으신 분들이 믿건 말건 나는 개의치 않는다. 그게 중요한게
아니라 어떤 사람한테는 이런일도 일어나는 구나 하고 생각만
해주면 나도 좋다.
이 글에 많이 호응들 해 주신다면 자신을 얻어 다른 경험들도
올려볼까 한다.
이건많이봤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