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비가 오는 날이었다. 알고있는지 모르겠지만 비오는 날에는 술집, 특히 아가씨가 있는 술집은 장사가 더 잘된다. 정신없이 일을 하다보니 많던 테이블이 하나 둘 빠져나가고 두세 테이블만 남았다.
그 정도 테이블이 남으면 웨이터들과 나는 밥을 먹는데, 그 시간은 보통 새벽 4시 30분에서 6시 사이다. 그날은 202T (보통 업소에서는 테이블을 줄여 T라고 부른다)에서 밥을 시켜 먹었다.
202T 는 가장 외진 구석에 있는 방으로, 주로 아가씨들이 잠깐 앉아 있거나 우리들이 쉴때 쓴다. 한마디로 손님을 받는 방이 아니다. 202T 주변에 200번대 테이블은 201T 뿐이고 나머지 203, 205, 206은 기역자로 빙 돌아가야 있다. 끝과 끝에 위치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우리가 밥을 먹던 중 마지막 테이블이 나갔고, 이제 밥을 다 먹고 치우면 퇴근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나와 다른 친구 둘이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면서 담배를 피는데, 발소리가 들렸다.
그건 뭔가 굉장히 부자연스러운, 한 발 내딛고 다른 발을 반박자 늦게 쓰윽 끌고 오는 느낌의 소리였다. 영업이 끝나면 노래방 기계와 불을 다 꺼놓기 때문에 소리가 잘들린다.
"또각 슥 또각 슥"
나는 맨처음에는 아직 퇴근 안한 아가씨나 상무가 아닐까 해서 별다른 신경도 쓰지 않고 남은 담배를 피며 계속 얘기 하고 있었다. 당시 나는 입구를 등지고 있었고 내 오른편에 다른 친구 한명이 앉아 있었다. 반대편에 앉은 친구는 입구를 똑바로 마주하고 있었다.
"야 그래서?"
내가 무언가 물어보았을 때, 웨이터 친구는 갑자기 멍하니 입구를 바라봤다. 친구는 이상하게 긴장된 표정으로 말했다.
"저.... 형님.....뭐 찾으..."
'아 손님이였나?' 해서 돌아봤을때 나는 심장이 멎을 뻔 했다. 그 손님, 아니 그건 뭔가 사람같지가 않은 느낌이었다.
키가 굉장히 컸다. 한 185cm 정도 되는 키의 남자가 서있었다. 머리는 가위로 마구잡이로 자른 것 처럼 여기 저기 들쑥 날쑥이었고, 은갈치 정장을 입고있었는데 셔츠는 누렇게 바래서 단추가 삐뚤 빼뚤하게 잠겨 있었다.
무엇보다도 한쪽만 구두를 구겨신은 발이 너무도 기괴하게 뒤틀려 있었다. 지금 당신의 발을 최대한 바깥쪽으로 벌리면 아마 비슷한 모양일텐데 발과 발이 일자로, 180도로 벌려져 있었다. 그런 기괴한 자세로도 꼿꼿히 서있었는데 표정이 없었다. 마치 시체가 눈만 뜨고 있는 것 처럼.
순간 경직되버린 우리는 아무 말도 못했다. 움직이지도 못하고, 진짜 뭔가 존나 무서웠다. 미동도 할 수 없이 담배는 타들어가는 상황에서, 그것이 말했다.
"저...... 205T 손님인데
아가씨가안와요!!!"
생김새와 다르게 중성적인 목소리가 자폐증 걸린 사람 말하듯 흘러 나왔다. 소름이 쫙 돋았지만 우리는 애써 감추며 거의 동시에 얘기했다. "아 형님 저희 지금 영업 끝났습니다." 나는 이새끼가 제발 꺼져주기를 내심 빌었다. 한 5초 정도? 적막이 흐르다가 그게 다시 입을 움찔거렸다.
"저...... 205T 손님인데
아가씨가안와요!!!"
진짜 시발 나는 그게 꿈이길 바랬다. 내가 군시절 GOP에서 본 귀신보다 훨씬 무서웠다. 그냥 좆됐다 싶었다. 우리는 모두 경직된 채로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때,
갑자기 불이 툭 하고 꺼졌다.
불이 꺼지자 마자 나는 여기 있으면 진짜 죽는다는 생각밖에 안들었고 모두들 그랬는지 비명을 지르면서 마구 뛰어서 가게 뒷문으로 나왔다. 정말 3초도 안걸리고 튀어 나온 것 같다.
우리는 밖에서 부들부들 떨다가 손에 맥주병 하나씩 쥐고 문 활짝 열어놓고 다시 내려갔다.
다행히 아무것도 없었고, 우리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바로 문잠그고 집에 갔다.
귀신이 시끄럽고 음악소리 나오는 곳 좋아한다더니 그게 그렇게 맞아 떨어질줄은 생각도 못했다.
그래서 그만 뒀냐고? 오늘도 출근한다.
뭐지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