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2시 즈음.

한적한 국도를 달리고 있었다.

주변엔 온통 나무들, 사아아아.. 귓전을 울리는 나뭇잎이 바람에 스치는 소리.

잠시 눈을 감으며 느긋이 자연이 들려주는 BGM을 들으며 빠르게 목적지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점차 시간이 흐르고, 멀리서 문명을 알리는 불빛이 자신을 향해 점멸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한밤중에 넓은 도로를 달리는건 혼자밖에 없으니, 빨리 가고 싶은것이 사람의 마음인지라

점점 속도를 높여서 어느새 불빛에 꽤나 가까워지고 있었다.

안도의 한숨을 쉬며 속도를 점점 낯추던 찰나 갑자기 나무사이로 꼬마가 튀어 나왔다.

끼이이익, 콰아아앙. 철버억...

너무 안심했던 탓인가, 속도를 줄이지 않았던 탓인가.

꼬마는 그대로 2~3m를 공중으로 솟아올라 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을만큼, 처참하게 바닥에 쳐박혀버렸다.

"... 아..."

x됐다... 죽은게 틀림없는 것 같았다. 꼬마를 친 그 짧은 순간에 핸들을 부여잡은 손에서 식은땀이 베여나왔다.

아마 머리부터 떨어져 피가 슈욱슈욱 하고 나오고 있을 것이다.

자신이 아이를 죽였다고 생각하니 이젠 앞으로의 자신의 모습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감옥에 갇혀서 끔찍하게 시달림을 받다가 출소하면 받아주는 사람도 없는 냉혈한 사회에 살인자라는 이름 아래 감옥보다 처참하게 살아가겠지..

꼬마를 치던 순간에 떠올랐던건 자신의 미래외엔 한가지 밖에 없다. 자신이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 뺑소니.

운만 좋으면 아무일도 없는 듯이 살아 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 생각을 하자마자 남자는 떨리는 손으로 시동을 걸고 시체를 자세히 보기 위해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시체를 옆길 어두운 풀숲으로 옮길 생각을 하며, 시체에 도달했다.

역시나 자신의 생각보다 끔찍하면 끔찍했지, 덜하진 않았다.

눈알과 함께 짓밟힌 얼굴반쪽과 곤죽이 된 팔다리, 아직 꿈틀대는 손가락이, 뇌수에 젖은 머리카락이.

그를 향해 조금씩, 아스팔트길을 기어오는 듯이 보였다.

아까전만 해도 움직이던 생명이었던 것이, 자신의 과오로 인해 처참하게 뭉개지고 말았다.

갑작스레 자신의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절망감이 한순간에 사라지고 엄청난 죄책감과 후회가 몰려왔다.

자신이 소중한 생명을 죽였다. 아직 따듯한 아이의 시체가 뭉그러진 손가락으로 발목을 붙잡는 것 같았다.

...... 어쩔 수 없다. 남자는 생각했다. 자신이 벌을 받는다고 해도 이 아이에게 용서를 받을수 있을까?

벌을 받는 것이 그나마 속죄가 된다면 차라리 그렇게 하겠노라, 남자는 굳게 다짐을 하고 주머니 속에

핸드폰을 쥐어 곧바로 119에 전화를 했다. 그리고 곧바로 전화를 걸고 대략적인 위치와 아이의 상태를 말하곤

차에 기대어 담배 한개비를 태웠다. 그래, 이게 잘한 짓이다. 남자는 속으로 생각하며 눈을 감았다.

담배 한개비를 태우며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담배연기를 내뿜고 있는 찰나, 급작스레 소름이 쫘악- 하고 돋아났다.

분명히 그 꼬마를 치기전에 눈으로 똑똑히 보았던 것이다.

꼬마가 치이던 순간의 표정을...... 그 새끼, 분명히 입가에 미소를 띠고 있었다.

그 장면이 떠오르자 마자, 갑자기 정신이 멍해지며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그리곤 보았다.

죽은 꼬마가, 머리에서 뇌수를 쏟으면서 절뚝거리며 차를 돌아 자신에게 오고 있다는 것을.

오전 3시경. 31번 국도에서 사고가 난 차량 한대를 발견.

차량 주변에 고라니가 쓰러진 것을 보아, 갑자기 나타난 고라니때문에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

차는 옆의 가로수에 정면충돌해 앞이 완전히 찌그러져 있었고

차안에는 전화기를 든 남성이 머리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혼수상태에 빠져 있어 긴급히 구급차에 실어 병원으로 이송하였다.

흘린 피의 양으로 보아 한시라도 구조요청이 늦었다면 과다출혈로 인해 생명이 위험했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