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한번 무슨 책에서 본 적이 있는 것 같다. '반쯤 열린 문은 영혼을 위해 열어둔 통로.'라는 말이었던가? 사실 시덥지 않은 이야기로 치부하고 잊어버릴 수도 있는 아무것도 아닌 이야긴데...

갑자기 왜 이런 생각이 들었는지는 모르지만 잠들려고 누워있는 내 눈에 자꾸만 반쯤 열린 방 문이 신경쓰인다....
'나와서 밥먹어라!'
엄마의 부름에 나의 반쯤열린 문에 대한 작은 고찰쯤은 금방 깨져버리고 말았지만... 그걸로 끝은 아니다.

쓸데없는 생각을 자주 하는 탓도 있지만. 물론 강의실 문은 수업중이 아니면 활짝 열려있다. 그건 대학교의 정문도 마찬가지다. 저런 거대한 문을 보며 귀신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는건 정신병이나 다름없다.

강의실 문을 활짝 열고 들어가려다... 반쯤 열고 들어갔다.
왠지 내가 귀신이 된 기분이다. 그냥 그대로 강의실을 들어왔고, 꽤 많은 학생들이 그 문을 통해 강의실로 들어왔다. 문이 커서그런지 아무도 문을 더 활짝 연다거나 하지도 않았고, 이상하게 문을 닫는 사람도 없었다.

강의중... 옆자리에 앉은 녀석에게 나직히 말해봤다.
'야. 문을 반만열고 다니면 귀신들어온데... 강의실 문 반만 열렸는데. 귀신 들어오는거 아냐?'
'미친놈... 수업이나들어. 넌 어찌 하루하루 병신같아지냐...'
이 녀석은 별로 신경쓰지 않는 것 같다. 문이 반쯤 열려있다는 것을 신경쓰는게 더 이상할지 모른다.

하지만 오늘 이상하게 쓸데없는 고찰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집으로 가는 지하철은 보통 앉을자리가 없다. 지하철 문이 닫히기 직전 몸을 밀어넣데 성공했다. 역시 사람은 많았고, 난 그자리에서 몸을 뒤로 돌려 나 때문에 다시 열렸다가 닫히는 문을 바라보았다.
살짝. 뭐가 들어오는 느낌을 받긴 했는데....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버지는 몰라도 분명 어머니는 계실 시간인데... 전화를 해보려는 찰나 내 방 문이 반쯤 열려있는게 보였다.

왜? 내방문만 반쯤 열려있을까?
괜시리 불안한 느낌에 문을 활짝 열던지 아니면 닫던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을 닫으려는 순간 ...

누가 분명 문을 잡았다.
하얀 손이... 불쑥 문을 잡고 그다음 하얀 얼굴이 눈 앞으로 디밀어졌다.
'나 아직 안나갔어'
씨익...
사진으로만 보던 할아버지... 죽었다던 옆집 아줌마...
온몸이 피투성이인 어떤 꼬마...
하나씩 방문을 잡고 방 안쪽에서 날 노려보고 있었다. 문을 닫으면 안된다고 말하듯 날 쳐다보며...
난 문을 닫기위해 손에 힘을 주었다.
비명도 나오질 않았다....
손에 힘을... 손에 힘을... 그리고 문이 닫히려는 찰나. 어떤 하얀 손이 내 머리채를 잡았다.....

어머니는 그저 잠깐 마트에 다녀왔을 뿐이었다. 그런데 현관문이 열려있었다. 불안한 기분에 천천히 현관문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현관에 아들의 신발이 보이자 이내 안심했다.
'아들! 너가 몇살인데 문닫는걸 깜박하면 어떻게하니!'
그리고... 어머니는 자기 방 문틈에 낀채... 문을 부여잡고 목이 부러진 채로 쓰러진 아들을 보게되었다...

친구는 방에서 인터넷 서핑을 하던 도중 문득 자신의 방문이 반쯤 열려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낮에 수업시간에 강의실에서 친구가 슬쩍 던진 병신같은 소리를 떠올렸다.
'아놔.. 갈수록 병신..같은놈'
피식 웃으며 다시 서핑에 열중했다. 서핑을 끝내고 게임을 한판 하고 자야겠다는 생각을 한 친구는 즐겨하던 게임을 실행시켰다. 게임이 실행되기 위해 모니터 화면이 잠깐 까매졌고... 그 찰나의 순간 친구는 분명 보고 말았다. 모니터의 검은 화면에 반사된 자신의 어깨 뒤에서 고개를 디밀고있던 병신같은 친구의 얼굴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