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문득문득 느끼던 이질감, 위화감. 그 시절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무시하는 것이었다.

후레쉬맨 크레파스로 그리기에 심취하거나, 매칸더브이가 나오는 만화에 흠뻑 빠졌을 때도 의식의 한 끄트머리에선

언제나 그것을 인식하고 있었다. 그때까지는 괜찮았다. 깜짝깜짝 놀랄때도 있었지만 그건 드문 경우였다.

친절하게도 그것은 예고와 함께 찾아온다. 고주망태가 되신 아버지가 현관을 들어서면 그것이 따라 들어온다.

아버지가 토악질을 한다고 변기에 머리를 쳐박고 있노라면 그것이 한켠에 우두커니 서 있는 것이다.

아버지가 안방으로 가면 그것도 안방으로 갔고, 베란다로 나가면 그것도 베란다로 나갔다.

그래서 평일 낮 동안은 잠시 평온하다. 그 무렵 일기장에다 아버지가 주말에도 일하러 나갔으면 좋겠다고 쓴 적이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인 철부지를 불러다 놓고 담임 선생님은 이것저것을 코치코치 물었다.

물음의 대부분에 고개를 저었고, 일부러 거짓말을 하거나하진 않았다.

그 후에도 여러번 선생님과 독대를 가졌고 철이 들고서야 일기장 때문이란 걸 알았다.

오해였지만, 어떤식으로든지 관심을 받는다는 건 나쁘지 않은 감정이었다.

그때까지는 괜찮았다. 잠결에 요의를 느끼곤 깨어나 거실로 나왔을때, 괴괴한 가로등 빛 아래

그것이 죽은듯 서 있었을 때에도 괜찮았다. 털썩 주저앉아 뜨끈한 오줌을 지렸지만 죽을 정도로 무섭진 않았다.

단지 놀랐던 것이다.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변성기를 거치지 않은 하이톤의 두성소리에 안방에서 엄마가 뛰쳐나온다. 엄마의 호들갑에 보란듯이 더 소리를 질렀다.

안도감이 밀려들자 일부러 방광에 힘을 주었다.

시커멓게 내복을 번져가던 오줌은 아롱지는가 싶더니 급격히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소파위에 뭉쳐있던 이불이 거치고

떡진 머리의 아버지가 고요하게 나를 바라본다. 무심한 듯 안타까운 저 눈빛.

거기서 여태껏 경험하지 못한 반항심이 고개를 쳐든다.

미안해 해야 하는거 아닌가요. 누구때문에 이 고생을 하는데..미안해서 어쩔 줄 몰라해야 정상 아닌가요.

젠장, 당신 코가 석자라 이건가요. 그래도 당신은 성인이잖아요. 나는 아직 열살도 안됐단 말이예요.

맹렬히 솟구치는 반항심을 방광의 괄약근을 풀어버리는 것으로 표현했다.

부채꼴 모양으로 서서히 확산되는 오줌에 엄마가 마른 수건를 갖다댄다.

수건를 세번이나 더 빨고 난 후에야 모든 오물이 말끔히 닦였다.

최후의 한방울까지 뿜어낸 나는 노곤함을 느끼곤 벌러덩 자빠져 버렸다.

아버지의 직업은 교도관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교도관 중에서도 제일 기피직종인 사형집행관이다.

아버지가 근무하는 청송교도소에서는 일주일이 멀다하고 사형이 집행됐다.

아버지와 또다른 두명의 사형집행관이 각자 앞에 놓인 붉은 버튼을 바라본다. 판사의 집행명령이 떨어지자

사형수의 처절한 울부짖음이 들려온다. 하나, 둘, 셋... 동시에 세사람이 버튼을 누른다.

이상하다. 으레 들려야할 기계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가장자리에 있던 뚱뚱한 집행관의 손이 안쓰러울 정도로 떨려온다.

오늘따라 특히 반듯하게 다려 입은 제복에는 잔구김 하나 보이지 않는다.

네모난 안경이 아래로 쳐지자 한손으로 안경을 매만지고는 마른침을 꿀꺽 삼킨다.

목울대가 크게 확장되면서 힘겹게 침이 넘어간다.

그 소리가 천둥같이 커다랗다. 두 사람은 깊숙히 눌린 버튼에서 손을 떼지 않은 채 그를 바라본다.

그의 버튼만 툭 튀어나온 상태다.

"탁"

"철커덕"

아버지가 부지불식간에 남은 버튼을 누른다. 공중에 매달린 사형수는 질퍽한 똥오줌을 뿌려대며 발버둥 칠것이다.

하지만 괜찮다. 벌어진 철문의 아래쪽에는 커다란 대야가 이미 준비되어 있다.

"고..맙소"

그가 고마움을 표시했지만 아버진 괜찮으셨을 것이다. 정말 괜찮았을 거라고 절대적인 확신을 가진다.

눈을 감고 아버지의 표정을 상상해 본다. 기이하게 빛나는 두 눈에 슬쩍 말아올린 입꼬리,

아마 양손을 번갈아가며 가슴을 치고 싶었을 수도 있으리라. 마치 킹콩이 육식공룡을 쓰러 뜨렸을때 처럼 말이다.

마지막으로 아버지는 분명하고도 거침없이 내뱉으셨겠지.

"신발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