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 누워계시다가
악화돼서 오늘 내일 하시는 와중에, 느닷없이 어머니를 찾으시더란
다.
원래 어머니랑 조금 불편한 사이셨는데, 그래서 거의 왕래도 안하던
집안이었는데
그렇게 애타게 찾으시니 의아하지만, 어머니께 연락을 해서 이러이
러하니 좀 와주십사 했단다.
마침 서울에 볼 일도 있고해서 겸사겸사 차를 끌고 올라오셨다.
올라오셔서 바로 사촌언니댁으로 가지 않고, 성북동에 있는 이모댁에
서 잠시 쉬고 계셨다.
잠든지 30분쯤 되었을까, 이모댁으로 부고가 날아들었다.
10분 전에 별세하셨다는 것이다.
살아계실때는 그렇게 야속하고 얄밉더니, 너무너무 불쌍하고 미안
하고 눈물이 엄청 나시더란다.
더구나 그렇게 애타게 찾으셨다는데 못뵙고 보냈으니..
아무튼 그렇게 장례를 다 치르고나서 부산에 내려가시는 날 저녁.
-내가 모셔다 드리려고 월차를 냈다.- 잠깐 잠이 드셨는데
어머니 꿈에 사촌언니가 나오셨더란다.
사촌언니가 어머니를 보고
"ㅇㅇ아, 왜 안왔니. 왜 안왔니."
하면서 피눈물을 흘리시더란다.
너무 무섭고 깜짝놀래서 어머니는
"미안해, 언니. 내가 잘못했어요."
라고 대꾸 하셨단다.
놀래서 깨셔서는 식사를 하시는 둥 마는 둥 하시고는
내게 빨리가자고 재촉을 하시는 것이었다.
왜 그러시냐고 여쭤봐도 그냥 빨리 가자고만 하실 뿐,
주섬주섬 짐을 챙겨서 이모가족과 인사를 하고는 서둘러서 출발을 했
다.
대략 밤 10시쯤 동서울 톨게이트를 빠져나가고 나서야 꿈 얘기를 하
시는데
겉으로는 -죄송스럽게도- 개꿈이라고 치부해버렸지만, 내심 오싹했
던 것은 사실이었다.
그렇게 찜찜해 하시고 불안해 보이시던 어머니는 20분쯤 가다보니
피곤하셨는지 이내 곤히 잠드셨다.
원래 장거리 운전할때는 좀 쏘는 스타일인데, 차도 차거니와 옆에
어머니가 타고 계셔서 2차선에서 정속주행 중이었다.
동서울 톨게이트를 빠져나온지 대략 한시간 쯤 되었을까, 화장실도
가고 싶고 슬슬 지루해질 무렵.
뒤에서 들어오는 느닷없는 하이빔.
2차 선에서 정속주행하고 있었기에 처음엔 내가 아니겠지 라고 생
각하며 모른 척하고 계속 가고 있었다.
그런데, 조금 있다가 또 하이빔을 날리는 것이었다.
백미러로 보니 그랜져쯤 되는 것 같았다.
차량이 꽤 있긴 했지만, 평일 밤이라 소통도 원활하고 추월차선인
1차선은 비어있었다.
이 차를 상대로 배틀이라도 하자는건가 하는 엉뚱한 생각에 피식 웃
음이 났다.
피곤하게 굴지말고 급하면 얼른 추월해서 꺼져라하는 마음에 속도를
80km/h까지 줄였다.
추월하지도 않고 뒤따라 속도를 줄이는 뒷차.
또 날아드는 하이빔.
2차선을 무지하게 사랑하나보다 하고 1차선으로 변경.
1차선으로 따라 차선 변경하는 뒷차.
이쯤되니 슬슬 부아가 치밀었다.
그래, 어머니도 주무시겠다, 마침 심심하기도 했겠다 오늘 함 죽어보
자 하면서 킥다운.
한박자 느린 반응, 너무 천천히 올라가는 속도계. 젠장.
이 차로는 150이상 내본적이 없지만, 아무튼 나름대로 쏘기 시작했
다.
일정거리를 두고 계속 따라오는 뒷차. 이제는 하이빔도 모자라서 클
락션까지 울리면서 따라오고 있었다.
어차피 떨쳐내지도 못할거 휴게소에서 시비를 가려보자 하는 마음
에
휴게소만 나오길 바라면서 내달리고 있었다. 여전한 하이빔과 클
락션.
남이JC를 지나서 경부고속도로에 오르자마자 죽암휴게소 표지판이 보
였다.
차가 따라오는지 안 따라오는지 백미러로 확인한 후, 휴게소 진입
하겠다는 깜빡이를 넣었다.
따라서 깜빡이를 넣는 XG. (가로등 덕에 차종은 식별이 되었는데
그랜져 XG였다.)
마음 한 편엔, 내가 휴게소로 들어가면 저는 제 갈길 갈 줄 알았더
니, 당당하게 따라들어오는 모양을 보고
조폭인가 하는 두려움도 슬슬 일어나기 시작했다.
주차하고 내리니 우리 차와는 상당한 거리를 두고 주차하는 XG.
조금은 움찔하는 마음으로 그 차로 가까이 가니까 창문을 내리는데,
웬걸, 의외로 점잖게 생기신 노부부가 타고 있었다.
"왜..."
라고 입을 떼자마자,
"괜찮으세요?"
라고 묻는 노신사.
괜찮으냐니? 자기땜에 좀 불안불안하게 -이 차로써는- 엄청 밟고
왔는데..
좀 퉁명스럽게 반문했다.
"뭐가요? 아저씨가 길비켜줘도 안지나가고 계속 상향등키면서 쫓기
듯 왔는데 괜찮냐니요?"
"아니, 그게 아니라 차 지붕에.."
"지붕에 뭐요?"
잠시 숨을 고르더니, 한 숨에 다 얘기하는데 들어보니,
중부때부터 봤는데, 차 지붕에 사람같은게 있어서 봤더니,
웬 늙은 여자가 자꾸 조수석으로 들어가려고 하길래 처음엔 도둑인가 싶어서 못들어가게 상향등 키고 클락션 울리고 했단다.
그래도 자꾸 들어가려고 하길래 어쩔 수 없이 계속 따라왔단다.
클락션과 상향등을 날리면 흰눈을 뜨고 자기차를 노려보길래 가까이 붙지도 못하고 거리를 두고 계속 따라왔다고 했다.
경부고속도로 진입 후 부터 안보이길래 내심 안심하고 있다가 휴게소
에 들어가는 걸 보고 말해주려고 따라 들어왔다고 했다.
이게 웬 헛소리냐, 미친 사람 아닌가 싶어서 봤더니
눈빛은 정말 진지하고, 걱정스럽다는 눈빛이었다. 조수석에 앉은 그
노부인도 마찬가지로..
부부가 같이 미쳤냐고, 아님 졸았냐고 반박하려다가, 일 없으니 걱정마시라고 했다.
"지금은 없는 것 같네요. 부디 사고 안나게 조심해서 가세요."
하고 휴게소를 빠져나가는 XG.
별 희한한 노인네도 다봤다며 툴툴거리고 차로 돌아오니까 어머니가
일어나 계셨다.
휴게소에 화장실가려고 왔다고 피곤하시면 주무시라니까 하시는
말씀이..
"꿈에서 또 네 이모님 나오시더라. 계속 왜 그랬냐면서 차 지붕에 매달려서 머리만 창문으로 들이밀고 물어보는데, 무서워서 혼났다. 이제 더 안자련다."
지금도 차 지붕에 매달려서 피눈물을 흘리고 있었을 그때의 일을 생각하면 섬뜩하다.
왜그랬을까
그러게
ㅋㅋㅋㅋㅋㅋ 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