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을 지었다. 상태가 악화된 민주가 무균실에 들어간지도 벌써 사흘이
지났다. 창백한 얼굴로 잠든 민주의 얼굴을 보자 참았던 슬픔을 더이상
감추지 못하고 경은은 손으로 입을 막고는 울음을 토해냈다.
석달전 민주의 병을 알았다. 백혈병이라니.....
청천벽력같은 소리였다. 하나밖에 없는 딸아이가 백혈병이라니...
그것도 모르고 있었던 자신이 엄마라는 사실이 경은을 절망하게 했다.
견디기 힘든 항암치료에도 민주는 행여 경은이 마음 아파 할까봐 아프지
않다며 웃어주곤 했다. 민주는 그렇게 착하고 천사같은 아이였다.
그 길고 고왔던 민주의 머리카락이 듬성듬성 빠지더니 이젠 아예 한올도
남아있지 않았다. 처음엔 거울을 보며 울부짖는 민주에게 그 어떤 말도
할수 없었다. 이미 온 혈액으로 병이 전이 되어진 상태라 의사도 더이상
어떻게 손써보기 힘들다고 했고 그 말은 경은을 끝없는 어둠으로 추락하게
했다.
"민주야....이겨야돼...그런 나쁜 병마한테 지면 안돼...흐윽..."
지친 경은의 어깨를 감싸쥐는 경은의 남편 성호도 눈가에 눈물이 어렸다.
새벽 1시경...야간근무중이던 선혜는 오늘 수술받았던 환자의 챠트를 찾기
위해 복도를 걷고 있었다. 희미한 불빛이 새어오는 병원의 복도엔 선혜의
발자국 소리 외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그때였다. 걸음을 멈춘 선혜는 열려있는 무균실의 문을 바라봤고 의아해
했다. -이시간에 누가 무균실에...-
선혜가 무균실을 향해 걷고 있을때 무균실에서 간호사 한명이 나왔다.
위생복도 입지 않고 무균실에 들어갔던 모양이었다. 처음보는 얼굴이었고
그 간호사는 간호복이 바뀌기 전에 걸 입고 있었다.
"이보세요!!"
선혜는 걸음을 재촉하며 걸었지만 이미 복도 끝으로 사라진 그 간호사의
모습은 더이상 보이지 않았다.
"도대체 누구야..?"
다시 무균실로 돌아온 선혜는 좀 전까지 열려있던 무균실 문을 열어 보았
지만 잠긴채였다.
어두운 무균실 안엔 누워있는 환자들 외엔 아무도 없는듯 했다.
"거참..이상하네..."
챠트를 찾은 선혜가 다시 무균실을 지날때였다.
조금전 그 간호사인듯한 여자의 뒷모습이 보였다. 그 여자는 단정하게
올림 머리를 하고 간호모자를 쓰고 있었고 한 손엔 무언가를 들고 있었다.
"이보세요!!!"
선혜가 간호사를 부르며 뛰어가 간호사의 팔을 잡았다.
차가운 느낌이 손끝으로 전해졌다. 간호사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선혜를
바라봤고 희미한 웃음을 짓었다.
"무균실에 위생복도 입지 않고 들어가시면 어떻해요?"
간호사의 얼굴은 차갑고 싸늘해 보였다. 마치..산 자가 아닌듯...
선혜의 말에 간호사는 옅은 미소를 보였다.
"그리고..지금 시간이 몇신데......꺄아아아악......"
선혜는 대경실색하며 비명을 지르고는 뒤로 물러섰다.
여자의 손에 들려져 있는건 분명 아이의 잘려진 머리였다.
검은 머리카락을 쥐고 있는 간호사는 이상한 소리를 내며 웃어대고 있었
고 눈을 부릅뜨고 있는 여자아이의 머리는 피를 뚝뚝 흘리고 있었다.
-살인자........!!!!!-
놀란 눈을 뜬 선혜는 무서움에 몸을 치 떨며 손으로 자신의 입을 막은채
꼼짝달싹 하지 못하고 서있었다.
있는 힘껏 도망치고 싶었으나 다리가 굳어 버린듯 움직여지질 않았다.
".....누....누구세요........?"
심하게 떨리는 목소리로 간신히 내 뱉은 선혜의 말에 간호사는 차갑게 웃
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선혜의 앞으로 다가왔다. 여전히 아이의 머리를 들고..
간호복은 이미 붉은 피로 붉게 물들어 있었고 간호사의 목에서도 붉은
피가 사방으로 튀어나오고 있었다.
간호사는 알수 없는 이상한 소리를 내며 흐느끼듯 웃고 있었다.
"흐흐흐흐.......흐흐흐....."
덜덜 떨리던 선혜의 다리가 풀썩 꺾였고 의식은 점점 멀어져갔다.
얼마간 시간이 흘렀을까..부스스 눈을 뜬 선혜는 어릿하게 보이는 수간호
사 언니의 얼굴을 봤다. 평소 친분이 두터워 둘만 있을땐 언니라고 부른
다.
"괜찮아?"
"언니...? 나...어떻게 된거예요?"
"....너도...봤니?"
수간호사언니의 말에 선혜는 의식을 잃기전 보았던 일들이 떠올랐다.
"너도 봤냐니...그럼 언니도...?"
수간호사언니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
"난..보지 못했는데...야간근무하는 간호사들이랑 의사들이 몇번 봤어..
그러나..큰일이네..그 귀신 보인날..다음엔..항상 무균실에서 한명씩
죽거든...."
"그게...무슨 말이예요...? 그 사람 누구죠?"
수간호사 언니는 깊은 숨을 내쉬더니 입을 열었다.
"그게..넌..병원 온지 얼마 안되서 잘 모르겠네...그게..벌써 5년전이야..
우리 병원에 일하던 간호사가 있었는데..참 예쁘고 청순했어..그런데 결
혼을 약속한 사람이 백혈병으로 우리 병원에 입원해 있었지..
그래도 주미씨..아..그 간호사 이름이 한주미였거든..
주미씨는..절대 포기 하지 않고 밤낮 약혼자를 간호했어..그런 지극정성도
통하지 않았는지 그 약혼자는 점점 더 악화되어 갔고..그래서 무균실로
옮겨졌어..그런데 일이 터진거야...평소 주미씨에게 호감을 갖고 있던
내과의사가 있었는데..그 의사는 이혼남이었고 6살박이 딸아이도 있었어..
몇번이고 주미씨에게 구애를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주미씨는 그저
죽어가는 약혼자만 사랑했어..그러던 어느날..그 내과의사가 야간근무를
하는 날이었는데...주미씨는 약혼자때문에 자청해서 매일 야간근무를 하고
있었고...그날도 주미씨에게 끈덕지게 내과의사가 구애를 한 모양이더라고..
주미씨는 냉정했고...울컥하는 마음에 내과의사는 무균실로 주미씨를 끌
고 들어가서는..아픈 약혼자앞에서 주미씨를 성폭행했어..눈이 뒤집힌
내과의사는 판단이 흐려졌던거야...그 충격으로 약혼자는 자살을 해버렸
고..주미씨는 점점 이상해졌어..그러던 어느날 난리가 난거지..
주미씨가 유치원에서 나오는 그 내과의사 아이를 데리고 와서 그 내과
의사 앞에서 그 아이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는 칼로 목을 잘라버린거야..
그리고 나서 그 칼로 주미씨 스스로 자신의 목을 찔렀고..
병원이 발칵 뒤집혔고..주미씨도..그 내과의사 아이도..죽었지..
그 충격으로 내과의사는 미쳐버렸고..우리 병원 정신병동에 아직도 입원
하고 있어..죽은 주미씨의 손에서 아이의 머리를 떼어내려 했지만 어찌나
세게 움켜 쥐었는지 떼어내기 힘들었고..결국 아이의 머리카락을 잘라서
분리시켰지..그 뒤로...매년..무균실에 주미씨가 그 아이 머리를 들고
나타났고...그 다음 날이면 어김없이 무균실 환자가 한명씩 죽었어..
아직 한을 다 풀지 못한건지....휴..."
선혜는 수간호사언니의 말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병원에서 그렇게 끔찍한 일이 있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기에...
다음날....아파도 항상 밝고 예쁘게 웃어주던 민주가 세상을 떠났다..
경은과 성호는 오열했고...한 생명은 그렇게 꺼져갔다...
정말로...주미라는 여자가 민주를 데려간걸까....
주미씨는...어쩌면...스스로 자신을 용서하지 못해 계속 나타나는걸지도
모르겠다...자신이 너무도 사랑했던 약혼자앞에서 그런일을 당한...
그리고 그 일로..약혼자 스스로 목숨을 끊게 했던일을...
병원엔...아프게 죽어간 슬픈 영혼들이 떠돈다..
그리고.....상처받은 영혼들도.....
그들에게...진정한 지옥은....그렇게 아프고 상처받은 기억만 있는..
이 병원이...아닐까....
병원괴담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