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의 진실은 글 끝에 밝히도록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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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오늘도 역시 달라진건 없을 것이다.
여전히 곰팡이낀 천장과 곰팡이 냄새를 풍기는 이불이 나를 짓누르고 있었다.
분명 곧 알람이 울리테지만
그렇다고 알람이 울릴 때까지 뜬눈으로 기다리기에는 너무 아깝다.
난 다시 눈을 감고 다른 세상을 찾아 떠난다.
"따르르르르르릉"
역시 눈을 감고 잠이들려고 할때 쯤 알람이 울린다.
알람소리에 깨서 일어나고 싶어도
꼭 나는 알람이 울리기 1분전에 일어난다.
지금은 6시 42분이다.
버스시간에 맞추어 일분이라도 더 자기 위해 일분씩 늘려가며 최종적으로 설정해놓은 알람이다.
그러니 여기 이불속에서
조금이라도 늦장부리면
7시 6분까지 준비를 끝마친 상태로
현관문 앞에 서있지 못할테고
7시 11~12분에 오는 버스 42번을 놓치게 된다.
그러면 나는 5분 더 기다려서 빙빙돌아 15분 늦는 34번 버스를 타야한다.
그러면 난 7시 38분에 학교 근처 정류장에 도착을 못하고 7시 57분경에 도착한다.
운이 좋으면 53분이나 54분에 도착할때가 있다.
그러면 어느정도 희망이 있다.
나랑 같은 교복을 입고 있는 애들은 아무말없이 뛰기 시작한다.
이런 똑같은 일과를 생각하며 나는 찬물을 얼굴에 적신다.
서툰 면도질 때문에 삐쭉삐쭉 나온 수염등이 보이지만 오늘은 좀 늦장 부리며 일어나 시간이 없다.
대충 닦은 머리를 털면서 베란다에 있는 냉장고문을 열었다.
이 우유는 유통기한이 분명 어제까지 였을 것이다.
왠만하면 유통기한이 지나기전에 다 마실생각이었는데 어제는 우유존재에 대한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우유를 벌컥벌컥 마시면서 나는 밖을 쳐다보았다.
너무나 조용하다.
차들은 새벽처럼 길가에 눈 쌓인채 그대로이다.
길거리를 다니는 자동차, 사람 한명 보이지 않는다.
뒤돌아 시계를 본다.
오늘아침 6시 42분 알람이 울리는 시간 그대로이다.
이때쯤으면 이 시간은 57,58분이 되어있어야 한다.
오늘은 평소와 너무나도 다르다.
오늘은 어제와 다르다.
나는 대충 패딩하나 걸치고 엘레베이터를 타고 밖으로 나왔다.
이른아침에 여는 상가들은 문을 열었고
그렇지 않은 상가들은 문이 닫혀있다.
물론 상가에 사람은 없다.
밖에도 사람도 새들도 벌레도 없다.
살아있는 건 가로수와 잡초 그리고 나
전기도 잘 들어오고 물도 잘나온다.
그저... 다만 움직이는게 없어 진것 같다.
다행인건 해가 떠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버스 정류장에 앉아 깊이 생각했다.
정말 아무도 없다면 이것도 꽤 괜찮을것 같다.
나는 그날 하루종일 사람을 찾아 해맸다.
(이틀)
졸음이 밀려오는걸 보니 1시 20분쯤 된것 같다.
불을 끄고 나는 이불을 몸에 감았다.
그제서야 고요가 다시 들려왔다.
평소에 들리던
누군가 술에 취해서 소리치는 목소리
간간히 멀어지거나 가까워지는 차소리가 들려야 한다.
허나 들리지 않는다.
아무것도....
너무 조용하면 잠이 더 안올수도 있구나....
생각해보니 지금까지 시끄럽다 시끄럽다 하면서도 잘잔것 같다.
내숨소리를 듣고 있던중
그러다 숨을 멈추고 가만히 있어봤다.
내가 이러고 있으면 이 세상엔 움직이는게 없는건가?
문뜩 다시 생각이 들었다.
정말 아무도 없는 것일까?
나는 일어나 핸드폰을 들고 닥치는대로 번호를 눌러 전화를 걸었다.
뚜루로루로루
신호가 가는 곳은 연결음만 들릴 뿐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지금 확인하지 않으면 정말 미칠것같았다.
나는 옷을 입고 거리로 뛰어 나왔다.
주황빛 가로등위로 내리는 눈 말고는 움직이는건 없었다.
"아무도 없어요!! 대답좀해봐요"
이제 나는 아무집이나 두드리며 소리치고 있었다.
아무도 없다면 혼자 먹고 놀고 혼자 평화롭게 살면 좋을 것 같았는데 ....
나는 무슨 이유인지 누구든 찾아볼려고 울부짖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다시 6시 42분이 되어서야 집에 들어와 쓰러지듯 잠들었다.
오후 1시가 되어서야 일어나 나는 라면을 먹기위해 물을 끓이면서 불꽃을 바라봤다.
그리고 생각이드는게 어떻게 가스도 잘나오고 물도 잘나오고 전기도 잘나오는지...
누군가 관리하는 사람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문뜩 들었다.
오늘 할일을 정했다는게 알게 모르게 뿌듯했다.
그때 가스불이 탁 하면서 꺼지더니 끓던 물도 멈춰버렸다.
이 집안에서 움직임이 모두 멈춰버렸다.
난 다급하게 불을 다시 켜보고 전기도 들어오나 확인 해보았지만 아무것도 되지 않았다.
난 금새 슬퍼졌지만 옷을입고 동네 마트로 갔다.
(한달후)
난 처음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
그날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일을 써내기위해서는
아마 오늘 하루종일 일기만 써야 할 것이다.
나는 열흘째 되는날 혼잣말을 시작했고
보름째 되는날 앙상한 가로수와 대화를 시도했다.
혼잣말보다는 괜찮다는 생각에 그나마 위로가 되었다.
20일째에는 요리책을 뒤져가며 여러 요리를 시도하기 시작했으며
한달째 되는 오늘 날
나는 dvd 방에 앉아어떻게 영화를 볼수 있는 방법이 없나 고민하고 있다.
고등학생 머리로는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꺼내든 dvd를 다시 세워놓으며 떨리는 내 손을 보고야 말았다.
떨리는 오른손을 붙잡고자 왼손을 들었지만 왼손마저떨리는걸 알았을때 온몸이 떨린다는 사실을 알았다.
나는 그자리에 주저앉아 울기시작했다.
맨날 이렇다.
내가 무언가 하나를 하지 못한다는걸 깨달았을때나 포기할때
무력감인지 외로움때문인지 몇시간이고 울기 시작했다.
우울증에 걸린건가?
오늘 저녁거리를 챙기고 나는 집으로 향했다.
볶음밥을 해먹은 나는 생수로 씻고 생수로 양치질하고 생수를 마시고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사람들은 언제 돌아올까?
대답은 내 머리속에서만 한다.
할 수 있는게 없다....
돌아오지 않는다....
(또 다시 한달 후)
나에게 바뀐게 많다.
먼저 수염을 기르기 시작했고
집을 나갈때 집문을 잠그지 않는다.
더이상 사람을 찾아 멀리 돌아다니지도 않는다.
이름모를 풀도 기르기 시작했다.
나와 다르게 변하지 않는게 있는데
난 얼마전에 계절이 바뀌고 있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눈은 계속왔고 녹고 쌓이고를 반복할 뿐이다.
항상 새하얗게 되어 있었다.
그래서 난 새로 자라나는 풀을 볼수 없겠구나 생각했다.
그게 집에서 이름모를 풀을 기르기시작한 이유이다.
난 이 풀이 처음엔 허브 같은게 아닐까 생각했다.
계속 냄새를 맡다보면 정신이 몽롱한게 대마초 같은 마약이 아닐까도
생각해보았지만 아무렴 어떤가?
난 계속 허브로 생각하기로 하고 매일 밤 이 이름모를 풀에 취하는걸 즐긴다.
그러면 꿈속에서나마 사람을 볼 수가있다.
(또 다시 한달 후)
시간은 생각 보다 잘가는 것 같다.
여러상가에 들어가 구경하다 보면 어느새 눈과 함께 어둠이 내린다.
이 집 저 집 들어가보고 싶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돌아올 사람을 위한 최소한의 배려이다.
아무집에 들어가 사진 같은거 라도 가지고 나의 외로움을 달래고 싶지만 참는다.
방금 생각난게 있는데 비행기를 다른 나라로 가는 것이다.
그곳엔 사람이 있을까?
사람이 너무나 그립다.
날 취하게 해주는 이름 모를 풀도
저 눈덮인 거리에 앙상한 가로수도
나에게 말을 걸어 주지 않는다.
(또 다시 한달 후)
반쯤 미친것 같다.
끼니도 제대로 챙기지도 않고
이름모를 풀도 말라 죽어 간다.
이 근처 마트 식품코너들은 바닥이 나거나 썩었다.
곰팡이냄새로 찌든 이불에 고개를 쳐박고 울고 있다보니 자연스레 숨이 막혔다.
하지만 난 고개를 들지 않았다.
정신이 아찔해질때 쯤 나도 모르게 고개를 번쩍 들고 미친듯이 웃었다.
무척이나 재밌었다. 난 밤새 숨참기 놀이를 했다.
하지만 에너지 소모가 너무 심해서 그런가 나도 모르게 잠들어버렸다.
다음날 일어나 거울을 봤을때 문뜩 내가 내 이름을 기억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고 있어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갑자기 미칠 것 같았다. 누군가에게 내 이름을 물어 봐야할것 같았다.
그러다 나는 내 지갑을 찾아 민증에 적힌 내 이름을 보고 진정이 됬다.
그날밤 나는 옆집에서 사람의 신음소리를 들었다.
나는 바로 뛰쳐나와 옆집의 문을 두드렸다.
신음소리는 더욱 고통스럽게 느껴졌다.
나는 그제서야 지금까지 망설이던 일을 실행했다.
복도에 먼지 덮혀 있던 소화기를 꺼내 창문을 깨뜨리고 집안으로 넘어 들어갔다.
그곳엔 사람이 있었다.
난 미친듯이 그 사람을 흔들어댔다. 말좀해보라고..
하지만 그 사람은 컥컥 소리만 내면서 몸을 뒤틀어 댔다.
하지만 얼마안되
몸이 축 늘어지는 게 보였다.
뭘 해볼시간도 없었다.
죽은 것이다 .죽은 것이다.
눈동자의 움직임이 멈춰버렸다.
그날처럼 처음모든 움직임이 멈춰버린 것처럼
드디어 사람을 만났는데 컥컥 거리다 죽어버리다니 ...
아직 한마디의 대화조차 못했는데..
난 지금 내 집으로 돌아와 다시 숨참기 놀이를 하고 있다.
이제 이 세상에 나밖에 없을거란 확신이 들었다.
나도 이제 그만 움직임을 멈출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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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은 90년대 후반에 어느 한 정신 병원에서 한 고등학생 환자가 쓴글이라고 하네요...
학업의 압박때문에 자신을 잃어버린건가 모르겠는데 일기를 쓰라고 준 공책과 몽땅연필로 가끔씩 쓴거라합니다.
어느날 옆방 환자가 발작일으키면서 쓰러지고
그날밤 이글을 마무리하고 다음날 고등학생 환자는 갑자기 숨을 거두웠다고 합니다.
(격리된 방에서 옆방환자가 쓰러진지 어떻게 알았는지 아니면 우연의 일치인지 의문이라 합니다)
이게 병원에 온지 보름동안만에 일어난 일인데 보름동안 어떤 사람도 만나지 못하고
하얀방안에 격리되있었다고 합니다...(계절이 가지 않고 계속 눈이 온다는 걸 표현한 이유 같네요)
말 먼저 걸어봐!
나도 일기나 써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