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딸인 미카는 5살이 된 지 얼마 안되었다.
말이 없고 조숙한 아이지만
근처 사는 타카시와 놀고 있을 때는 정말 즐거워 하는 것 같다.
타카시군은 오늘도 집에서 하룻밤 잔다.
미카도 기뻐했다.
「오늘은 뭐하고 놀았어?」
회사에서 돌아온 남편이 말버릇처럼 하는 말.
「미카랑 소꿉놀이 했어!」
언제나 타카시군이 제일 먼저 대답한다.
「미카는 즐거웠어?」
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미카.
「야! 적당히 좀 해라!」
「어? 뭐가···?」
「···타카시, 아빠랑 목욕할까?」
「응!」

#20
밖을 그냥 산책하고 있었는데, 「꺄악!」하는 여성의 비명이 들렸다.
놀라서 그 쪽으로 뛰어가봤더니 도로에서 한 여성이, 세로 2m, 가로 2m, 두께 50cm 정도의 철판 덩어리 앞에 주저앉아 있었다.
그 여성에게 어떻게 된 건지 물어보았지만, 너무 놀랐는지 말을 하지 못했다.
곧바로 작업복을 입은 사람이 달려와 이유를 이야기해주었다.
아무래도 옆에 있던 빌딩에서 공사를 하다 떨어뜨린 모양이라고 말해주었다.
다행히 부상자는 나오지 않고, 여성은 놀라서 넋을 놨을 뿐 같았다.
그렇다해도 역시 붉은 색 타일 위해 시멘트색 철판은 기분이 나쁘다.

좀 시간이 흐른 뒤 산책도 질려서 석양이 저물 즈음에, 한번 더 그 쪽을 지나게 되었다.
그 철판 덩어리는 아직도 남아 있었다. 너무 무거워서 처리를 하기 힘든 모양이다.
위험하니까 접근할 수 없도록 경비원 같은 사람도 서있었다.
아까의 그 여성도 있어서 얘기를 나눠보았다.

「매우 놀라셨죠?」라고 묻자
「엄청 놀랐죠. 비명을 들었을 때는 깜짝 놀랐습니다.」라고 대답해주었다.

#17
찬장에 쑥떡이 있길래 배고파서 먹었다.
포장지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백설기」

#21
·12/15
자, 이제 뭘 써볼까.
누군가에게 보여줄 일기도 아니지만, 어쨌든 처음은 자기 소개.
부모님을 추락 사고로 잃은 나는 작년부터 여동생과 단 둘이 생활... 했었는데
그 여동생은 금년 봄부터 유학중이다.
돌아오는 건 3월이다.
그러므로 금년의 겨울은 혼자서 생활.
한가하니까 일기를 써보기로 했다.
덧붙여 이건 여동생이 작년 크리스마스에 준 수첩.
트리 그림이 그려 있다.
음... 별로 쓸 게 없네.
오늘은 이만 자야겠다.
동생아, 잘자.
·12/16
펜을 쥐었는데 쓸 게 없다.
여동생과의 추억을 쓰려고 해도, 좀처럼 손이 움직이지 않는다.
정말 나는 여동생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여동생을 만나고 싶다.
·12/17
오늘은 친구를 따라 미팅에 나갔다.
왠지 모두들 크리스마스에 미팅을 하는 것 같다.
여동생에게 말하면 화낼까?
·12/18
문득 나에게 화내는 여동생 얼굴이 떠올랐다.
「오빠도 참! 바보같아!」 라고 또 말해줬으면 좋겠다.
절대로 그렇게 말할 리가 없는데.
·12/19
여동생에게전화가 왔다. 미팅얘기를 했더니 「별로…상관없잖아? 맘대로.....」라고 말했다.
신경쓰고 있는 걸까. 귀여운 녀석이다. 물론 널 두고 그럴리가 없잖아.
여동생을 만나고 싶다.
·12/20
여동생에게 작년 크리스마스에 준 선물. 지금은 내가 소중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이번 연도에는 여동생에게 줄 선물을 안 샀기 때문에 돈이 상당히 남네.
후...... 여동생을 만나고 싶다.
·12/21
여동생을 만나고 싶다.
정월에는 돌아오지 않으니까 만나려면 3개월 이상 뒤인가. 돈도 쌓였는데 미국으로 가볼까∼.
·12/22
여동생을 만나고 싶다. 여동생을 만나고 싶다. 여동생을 만나고 싶다. 여동생을 만나고 싶다. 여동생을 만나고 싶다.
·12/23
여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발송인 무기명으로부터 크리스마스 선물이 와서 놀라고 있었다나봐 ^.^
서프라이즈 어때? 역시 오빠뿐이지?
·12/24
결정했어! 형 여동생에게 갑니다!
나, 여동생이 없으면 무리다.
그러므로 이것이 마지막 일기입니다. 이만!
·12/25
메리 크리스마스! 여동생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크리스마스 파티를 했다고 한다.
그리고 여동생은 급하게 일본에 귀가하는 것 같다. 하마터면 내가 미국으로 갈 뻔 했다.
여동생은 세뱃돈이 그렇게 갖고 싶은 건가? ^.^ 아니면 나를 만나고 싶어졌어?
귀여운 녀석이다. 세뱃돈 많이 준비해서 기다리고 있으니 얼른 와.
·12/27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일본으로 향하던 비행기가 추락했다고 한다.
시체가 꽉 쥐고 있던 내가 준 선물인 지갑의 내용물으로 신원이 판명된 것 같다.
이틀 걸러서 써 온 일기도 오늘로 마지막이다.
페이지가 아직 남아 있기 때문에 슬픔에서 벗어나면, 내년 12월에 여동생과의 추억이라도 풀어보려고 합니다.




중목이라도 가져와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