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전
"이녀석이?어제도 늦게 들어왔지?"
"아 왜깨워?더 잘거야"
엄마와 아들의 신경전이 이어졌다. 전날 술을 먹고 새벽에 들어온 준영은 오후 두시까지 일어나지 않았다. 급기야 엄마가 들어와 점심을 먹으라며 깨우러 갔다가 싸움이 벌어진 것이다.
"간섭좀 그만해 이 아줌마야."
"뭐라그랬어?이놈의 새끼가."
준영은 결국 츄리닝 바람으로 뛰쳐나갔다.
PC방에 들어간 준영. 어제 만났던 친구 성진을 봤다. 정말 미친듯이 같이 술을 마셨던지라 그친구도 얼굴이 말이 아니었다.
"속 괜찮냐?"
"괜찮아보이냐? 야 근데 너 있잖아."
"응?왜"
"술버릇 진짜 고약하더라."
다들 취한 상태였고 기억을 잃은채 집에 가는 사람도 많았으나 성진은 그래도 자신은 멀쩡한 편이라고 했다. 심하게 취한듯한 준영이 걱정되어 어느정도 따라가다가 집에 돌아가려고 했다. 그런데
"너네집 가는길에 좁은 골목같은데 소화전 큰거 있잖아. 그걸 그렇게 발로 차더라구."
"응?소화전?"
"그래. 빨갛고 꽤 컸는데. 그래서 말릴까 말까 하다가 나도 취해서 판단력이 흐려졌달까. 그냥 도로 갔다."
"뭐냐 그게. 그래서 내 다리가 상처투성이였나?"
피시방에 와서야 다리가 욱신거리는것같아서 자세히 봤다. 온통 멍에 흠집투성이였다. 그리고 바지에도 피가 조금 묻어있는것 같았다.
"하. 술 끊어야겠네."
준영에게 전화가 왔다. 엄마였다.
"아 나 게임중이야."
"집에 경찰이 왔다. 빨리 와라."
"뭐?"
준영이 헐레벌떡 문을 열자 험상궂게 생긴 경찰 두명이 동시에 쳐다봤다.
"경찰입니다. 일단 서로 좀 가셔야겠어요."
"당신들 뭐야? 엄마. 경찰이 왜 왔어?"
준영의 엄마는 눈물을 훔치고 있다. 대체 왜 이러는지 준영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때 눈에 들어온건 거실 테이블에 놓인 준영의 청바지. 이상하게 무릎까지가 피로 물들어있었다.
"뭐야. 이거 착각한거에요. 저건 내피라니까?"
"이형사 cctv화면 보여줘."
취조실에서 한 형사가 화면을 보여주었다. Cctv화면. 이건 준영집 근처였다. 두 남자가 지나가는 모습이 보인다. 어두웠지만 두 남자가 준영과 성진이라는것은 체격과 옷으로 알 수 있었다.
"이건."
한 여자가 그 둘 옆을 가로질러간다
한명이 그 여자한테 서서히 다가가 붙는다. 여자 놀라서 반항하지만 소용이 없다. 그렇게 두 남자는 한 여자를 골목길 한가운데서 강간한다.
"세 세상에."
두눈으로 보고도 준영은 믿을 수 없었다. 자신이 저렇게...
계속 지켜보자 여자는 쓰러졌고 남자중 한명도 꽤 오랜시간 쉬었다. 남자중 한명이 일어났다 그리고 벽에 기대어 정신을 잃은 여자에게 다가가서
퍼헉-
가차없이 발로 찼다. 여자는 정신을 다시 차린듯 일어나려고 애썼다. 충격보다는이곳을 벗어나겠다는 생각이 더 강했던듯 다리에 힘을 주지만 반대쪽의 킥을 맞고는 벽에 뒷머리를 박고 그후엔 일어나지 못했다.
"이남자가 너다. 청바지도 확인했다. 혈흔의 정보와 피해자 정보만 일치하면."
"아니야. 난."
"뭐?"
그때 전화가 울렸다. 성진이었다. 형사를 쳐다보고 있으니 받으라고 했다. 대신 스피커폰을 켜고. 형사들은 귀를 대고 집중했다.
"끄아악."
뭐지
세명 다 놀라 뒤로 물러났다. 성진이 괴로워하는소리로 말했다.
"어제의 여자가 보여. 어제의."
형사가 고갯짓하자 준영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여자는 뭔소리야. 어제 너 나 데려다주고 집에 갔다고 했잖아."
"소화전이 아니야. 네가 발로 찬건. 으아악. 내장이 터질 것 같아."
그리고 전화는 끊겼다.
"형사님 전 어떻게 되는거죠? 정말 몰라요. 나는 소화전 발로 찬것밖에 기억 안나요. 정말."
부들부들 떨며 말하던 준영. 갑자기 얼굴을 감싸쥔다. 소리를 지른다. 그리고 책상에 얼굴을, 몸을 부딫힌다. 형사들이 말려도 소용 없다.
"그 김준영이란 자식 어떻게 되었어요?"
형사 한명이 물었다 .
"뭐 재판에선 심신미약이니 뭐니 해서 7년형인가 받았던거 같은데 그러고 나서 벽에 온몸을 부딫혀서 자살했대."
"결국 그렇구나. 그런데 정말 오리발 내미는건 아닌거 같았어요. 여자가 아니라 자기는 소화전을 찼다고 억울하다고 끝까지 그러더라구요."
"모르고 한건 죄가 아니냐! 기억이 나든 말든 남 강간하고 때려 죽였으면 뒤져야지."
"하긴 그렇네요."
두명이 지나가는 거리. 큰 소화전이 있었다. 형사는 생각했다. 저 빨간 색, 저 몸체 모양. 착각할 만도 하다고...
DCInside for iPhone
예전에 썼던 자작글. 하도 정전이라 올려봄 [i]
소화전의 쎆쓰어필
소화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 하필 소화전임 ㅋㅋㅋㅋ